사진으로 기록된 20세기 전쟁사 - 1914년부터 오늘날까지
던컨 힐 지음, 박수철 옮김 / 시그마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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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이 아니라 휴전 상태의 나라에 살면서도 전쟁의 위협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으며 살고 있으니 문제라고 해야 할지, 감사할 일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설마, 이 땅에 전쟁이 그렇게 쉽게 일어나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 안에서 아직까지 전쟁은 항상 '남의 일'이다. 역사의 시작과 함께 인간사에는 크고 작은 전쟁이 항상 있어왔고,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의 소문이 들려오고, 평균적으로 4-5년마다 한 번씩 전쟁이 있어왔다는 한반도 땅에, 한국전쟁 이후 반세기를 넘어서도록 아직 전쟁이 없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다. 이 평화가 지속되기를 기도한다. 전쟁은 놀이로만, 가상의 공간에서 즐기는 게임으로만 남아주기를.

이 땅에 평화를 지켜가는 첫 번째 작업은 무엇일까? 그것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일이 아닐까 한다. 전쟁의 역사를 알아야 같은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쟁의 참사를 기록하는 작업은 단순한 역사 기록을 넘어 후세에 교훈을 남기는 시대의 사명이리라. 그런 역사적 사명을 띠고, 모두가 피하는 전쟁터에 뛰어들어 전쟁을 기록하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종군기자들이다. 런던 타임스의 러셀로가 세계 최초의 종군기자라고 하는데, 크림 전쟁의 참상을 전한 그의 보도는 나이팅게일이라는 인물을 역사 위로 이끌어냈고, 나아가 적십자가 설립되는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던컨 힐이 엮은 <20세기 전쟁사>는 "사진으로 기록된" 전쟁사이다. 종군기자들이 남긴 사진을 모은 듯한 화보집인데, 이 자체로 하나의 가치 있는 사료가 되고 있다. 

<사진으로 기록된 20세기 전쟁사>는 1914년부터 오늘날까지 지난 한 세기 동안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났던 모든 전쟁을 사진으로 담았다. 사진이 주는 생생함이 전쟁의 참상과 현장의 긴장감을 입체적으로 전달해준다. 말이나 글로 접하는 기록보다 극적이다. 카메라 앞에 '순간' 미소를 지어보이는 사람들의 '순박한' 모습은 전쟁의 참상과 대조를 이루며 더 극적인 비애감에 젖게 만든다. '목차'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사진으로 기록된 큰(!) 전쟁만 65건에 달하며, 몇 년씩 계속되었고 또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전쟁의 기간은 지난 100년 동안 지구촌은 말그대로 전쟁터였음을 소리 없이 말해준다.

 

 
<사진으로 기록된 20세기 전쟁사>는 사진과 함께 '데일리메일'에 보도된 전쟁 기사를 함께 스크랩했다. 데일리메일은 전쟁 발발 배경, 추이, 결과를 보도함과 아울러, 전쟁을 둘러싼 쟁점들을 다각도에서 다루고 있다. 기사 중에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전쟁이 여성의 역할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 보여주는 부분이 눈에 띤다. "제1차 세계대전은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큰 변화를 초래했다. 전쟁 발발 전에는 유급 여성 노동자가 드물었고, 대부분 가사에 종사했다. 그러다가 남자들이 군복무에 얽매인 상황이 도래하자 모든 경제 부문에 걸친 노동력 부족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여성 노동력이 필요하게 되었다"(35). 전쟁은 여성의 사회 참여를 이끌어낸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진으로 기록된 20세기 전쟁사>는 마치 퓰리쳐상 사진전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기도 하는데, 실제로 퓰리쳐상을 받은 작품도 보인다.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고, 사진과 사진 설명이 바로 연결되지 않는 편집방식이 조금 아쉽지만, 소장 욕구를 무한히 자극하는 책이다. 시원한 판형도 마음에 든다. 지금도 지구촌 어딘가에서는 무고한 목숨이 안타깝게 스러져가고 있을 것이다. 인간의 극한 잔혹성을 끌어내는 전쟁은 전쟁 자체로 인간을 인간이지 못하게 하지만, 인간이 목숨 걸고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역설적으로 가르쳐주기도 한다. <사진으로 기록된 20세기 전쟁사>를 보며,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잔인하게 죽고 죽여야만 했을까를 생각해본다. 무력으로 싸우는 전쟁터는 아닐지라도, 전쟁터만큼이나 살벌한 경쟁 사회를 살면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루며 산다. 그 소리 없는 전쟁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를 해하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진으로 기록된 20세기 전쟁사>는 오늘도 우리가 정신 없이 휘말려 들고 있는 '싸움'에 대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우리는 그토록 잔인하게 싸우고 있는가를 각성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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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지금도 당신을 위해 일하신다
맥스 루케이도 지음, 정성묵 옮김 / 가치창조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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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는 길 주님 인도하시네
그는 보이지 않아도 날 위해 일하시네

찬양사역자 돈 모엔(Don Moen)은 간증을 통해 이 찬양을 짓게 된 배경을 고백한 적이 있다. 어느 늦은 밤, 처제 부부가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차에는 네 명의 어린 아이들이 타고 있었는데, 곧 9살이 될 제레미는 즉사했고, 다른 세 아이는 중상을 입었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아이들의 아버지에게 종교적인 위안의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크렉(아이들의 아버지)은 교회학교 선생님이었고 말씀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다음 날, 비행기를 타고 다른 도시로 떠나야 했던 그는 비행기 안에서 이사야서 43장을 읽었다. 주님께서 어떻게 광야에 길을 만드시고, 강을 만들어가시는지. 그리고 주님은 그에게 이 노래의 가사를 주셨다고 고백한다.

"나의 가는 길 주님 인도하시네 / 그는 보이지 않아도 날 위해 일하시네." 이 찬양이 나에게 위안을 주었던 때를 기억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일하시며, 보이지 않아도 날 위해 일하고 계신다는, 그 믿음으로 견디던 시절이 있었다.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은 이 책을 통해 내가 어느새 잊어버리고 있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하나님은 "지금도" 당신을 위해 일하신다고!

나는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만큼 탁월한 위로가를 알지 못한다. 상처로 너덜너덜 해진 가슴을 말씀으로 싸매어주고, 외로움이라는 껍데기만 남긴 채 텅 비어버린 가슴을 예수님의 붉은 심장에 직접 갖다 대어 충전해준다. 교회는 크리스천을 '통로(파이프)'에 비유한다. 하나님의 복이 흘러가는 통로, 하나님의 사랑을 흘려 보내는 파이프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누군가 그런 통로의 모범, 파이프의 모델을 보여달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을 꼽겠다.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성경 이야기를, 지금도 우리를 향해 뛰고 있는 하나님의 사랑을 이보다 더 생생하게 전달해줄 수는 없을 듯하다.

<하나님은 지금도 당신을 위해 일하신다>는 처음에 인용한 돈 모엔의 찬양을 좀 더 긴 이야기로 풀어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특별한 미술 전시회에 우리를 초대한다. "상한 갈대와 꺼져가는 심지"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 미술 전시회는 '하나님의 반전'을 보여주는 그림이 두 개씩 짝을 이뤄 마주본 채로 전시되어 있다. 등이 굽고 손가락이 뭉개진 나병 환자, 빈혈을 앓는 듯 핏기가 하나도 없는 여인, 성난 군중들 앞에 반쯤 벌거벗겨진 채 내동댕이 쳐진 여인. 한 그림은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을 묘사하고, 짝을 이루는 그림은 그 사람에게 어떤 '반전'이 일어났는지를 보여준다. 상한 갈대, 꺼져가는 심지! 지금 당신의 삶이 그러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금도" 당신을 위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분은 우리 삶에 반전을 가져다주시는 전능하신 손길이며, 치유와 회복의 손길이시다.

성경 이야기를 현대인을 위한 동화로 바꿔주었던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이 좀 더 섬세해졌다. 등짝을 짓누르는 인생의 돌덩어리, 하나님과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돌문, 내 심장을 향해 날아드는 문제의 돌맹이를 하나 하나 꺼내어, 성경 말씀에 대입한다. 수치심에 휩싸일 때, 원망의 지하감옥에 갇힐 때, 까다로운 가족을 대할 때, 실망스러운 일을 닥칠 때, 나쁜 태도가 발견될 때, 늙는다는 것을 깨달을 때, 실망감이 덮칠 때, 기도가 무슨 소용인가 싶을 때, 아무런 방법도 없을 때, 율법주의에 사로잡혀 있을 때, 내가 하나님을 실망시킬 때, 하나님이 관심을 가져주실까 의문스러울 때, 악을 만났을 때, 미래가 두려울 때, 하나님의 처사가 혼란스럽게 느껴질 때, 죽음에 직면할 때, 착한 걸로는 부족할 때, 하나님이 그 '돌'을 어떻게 옮겨놓으시는지,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방식을 보여준다. 아주 생생하게, 사실적으로 말이다!

 
"여인은 기댈 곳이 없다.
예수님이 일어서서 종교 지도자들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들춰내실까? 아니다. 예수님이 여인과 함께 갈릴리로 순간이동하실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천사가 내려올까? 하늘에서 음성이 들릴까? 지축이 울릴까? 아니다"(26).

잘나가는 인생은 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신을 무시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절박한 기도를 드려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내 힘으로 도저히 어찌하지 못하는 문제 앞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굵은 눈물을 흘려본 사람은 알 것이다. 한순간 인간이 얼마나 초라해질 수 있는지를. 바로 그때가 신이 필요한 때이다. 신 앞에 무릎을 꿇을 때이다. 신의 위로를 갈망할 때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고난을 통해 일하시고, 문제를 통해 우리를 만나시는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으면 도무지 들으려고 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하나님께서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지 않으신다는 것! 내가 원하는 것과 하나님이 일하는 방식, 바로 그 사이에 우리의 믿음이 자리한다. <하나님은 지금도 당신을 위해 일하신다>는 그 믿음을 키워주는 책이다.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을 따른다고 하지만, 때로 나는 다시 주저앉고, 의심에게 마음의 자리를 내어주고, 스스로 탈출구를 만들어보려 한다. 걱정이 누가 책임자인지를 잊어버리게 만든 것이다(66).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그러나 나는 다시 고백할 수 있었다. 하나님은 지금도 나를 위해 일하신다! 보이지 않아도 나를 위해 일하신다! 나를 위해 일하는 손을 가졌으니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그 전능한 손길이 나를 보호하고, 그 사랑의 손길이 오늘도 나를 인도하니, 나는 얼마나 안전한가.

길이 너무 먼가? 멈추지 마라.
밤이 너무 어두운가? 그만두지 마라.
하나님이 지켜보고 계신다. 
(...) 
하나님은 지금도 천사를 보내신다. 하나님은 지금도 돌을 옮기신다(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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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자연 주스 & 수프 - 집에서 만들어 안심하고 먹는 홈메이드 음료
전수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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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자연 주스&수프로 시작하는 아침,
아침 거르지 마세요!


건강은 건강할 때 챙기라는 말이 실감되는 요즘이다. 전화기가 울리면 더럭 겁이 날 때가 있다. 한 번은 지하철을 탔는데 멀쩡하게 서 있던 청년이 맥 없이 폭 꼬꾸라지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한참이 지나도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건강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서 늘 '위'를 잘 관리하라고 조언을 한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로 아침을 잘 챙겨먹지 않고, 하루 종일 커피를 입에 달고 일하며, 저녁에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습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외가 쪽으로 '위'가 좋지 않은 병력을 가지고 있기도 해서 건강을 생각할 때 가장 조심스러운 곳이 '위'이기도 하다.
 
건강한 생활을 위해 위를 잘 관리해야겠다는 다무진 각오를 하고 첫 걸음을 내디디며 내가 부딪힌 첫 번째 장벽은 '아침 챙겨 먹기'이다. "아침엔 우유 한잔 점심엔 FAST FOOD"라 묘사하며 "THIS IS THE CITY LIFE"라고 노래했던 넥스트의 '도시인'처럼, 나도 그렇게 산다. 아침 먹을 시간 있으면 '5분이라도 더 자자' 주의이며, 사 먹는 일도 매일 주어지는 지겨운 숙제처럼 귀찮기만 하다. 그런데 <싱싱한 자연 주스 & 수프>가 나의 이런 고민을 한방에 해결해주고 있다.

 

 

"일도, 사랑도, 음식도, 시작이 중요합니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일과 사랑은 시작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 음식도 시작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왜 그동안 하지 못했을까. 감동적인 싯구처럼 이 한 문장이 가슴에 콕 박힌다. 아침은 그저 '뭐라도 먹어야 하는 것'에서,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명제로 바뀌었다. 자연식 음료와 베이킹을 테마로 한 스튜디오 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신선한 자연 재료로 만든 주스와 수프야말로 '아침맞이 음식'으로 제격이라고 말한다. "자연식 주스와 수프는 한 그릇으로 완벽한 자연식이고, 작지만 한 끼 식사의 영영과 에너지가 모두 담겨 있는 음식이다." 생채소와 과일을 갈거나 부드럽게 조리하면 소화가 훨씬 편해지고, 후루룩 갈아 딱 한 잔만 마셔도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충분히 챙길 수 있다. 수프는 또 어떤가. 재철 재료를 푹 끓여 속이 든든한 것은 기본이고, 건강에 좋은 영양소까지 그대로 농축되어 있다. 게다가, 칼로리는 낮고 포만감은 높아서 다어어트에도 좋다고 하니 여러 모로 기대치가 높아진다. <싱싱한 자연 주스 & 수프>는 수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주기도 한다. 수프라고 하면 멀건 죽처럼 생긴 걸죽한 국물을 연상하는 나에게는 전혀 새로운 만남이었다. 

  


 



<싱싱한 자연 주스 & 수프>는 먹기 편하고, 소화하기 편하다는 장점말고도, 건강하게 만들면서 맛도 좋은 '레시피'라는 것을 자랑으로 한다. 백설탕 안 들어가는 건강한 주스와, 버터, 달걀, 우유가 들어가지 않는 자연식 수프를 '맛있게' 만드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는 저자의 고백이 이 레시피의 진가를 증명한다. 백설탕 대신 천연 과당, 버터 대신 올리브유, 우유 대신 두유를 사용한다. 시중에서 파는 두유는 '설탕 덩어리'라는 말을 듣고 그동안 두유를 멀리해왔는데, 당분이 들어가지 않은 유기농 무첨가 두유가 있으니 그것을 사용하라고 한다.

<싱싱한 자연 주스 & 수프>는 크게 '간단하게 만들어 가볍게 마시는 주스'와 '내 몸에 좋은 재료로 든든하게 즐기는 수프'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으며, 부록처럼 '건강한 곁들이 음식'이 곁들여져 있다. 나 같이 요리에 게으른 사람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레시피가 간단하다. 재료의 궁합과 맛을 고려해 2가지 이상의 주재료가 사용되는데, 대부분 구하기 쉽고 손질도 까다롭지 않은 것들이라 안심도 된다. 그냥 구경만 하게 되는 요리책도 많은데 말이다. 궁합이 맞는 재료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딸기와 민트가 만나 상쾌한 향을 자극하기도 하고, 사과와 노란 파프리카가 만나 어우러지는 산뜻한 노란색 주스는 풍부한 비타민C와 청량감을 동시에 즐기게 해주고, 오렌지와 함께 갈아마시는 당근은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노화방지, 빈혈에도 좋다.
 



<싱싱한 자연 주스 & 수프>의 또다른 매력은 주스의 예쁜 색감이다. 이렇게 예쁜 주스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면, 시작되는 하루를 더욱 특별한 무엇으로 만들어줄 것만 같다. 이 주스로 아침을 시작해야지 하고 콕 찍은 것은 '오이사과주스'이다. 재료를 구하기도 쉽고, 오이를 사과와 함께 갈면 특유의 향이 완화된다고 하니 맛에 대한 거부감도 없고, 피로 회복과 피부 미용에도 좋고, 오이는 수분이 95%를 차지하는 만큼 칼로리도 낮고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믹서에다 오이와 사과, 물, 꿀, 얼음을 넣고 곱게 갈아 잔아 담아 마시기만 하면 끝! 완벽한 아침이다!!! 맛이 가장 궁금한 주스는 멜론과 생각이 만난 '멜론생강스무디'이고, 귀찮더라도(?) 꼭 만들어보고 싶은 주스는 복분자, 산딸기, 딸리, 블루베리와 두부가 만나 화려한 색감을 뽐내는 '베리베리두부스무디'이다. 
 
 

 

일단은 수프보다 훨씬 간단해보이는 주스로 마음이 기울어져 있지만, 건강한 '수프' 레시피를 챙겨두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든든해진다. 맛도 좋고 예쁜 음식들은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길을 알려주는 고마운 사람을 만난 듯, 뭐가 들어있을지 몰라 먹기가 꺼려지고, 몸에 안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찝찝한 마음으로 먹게 되는 나쁜 음식들 사이에서 <싱싱한 자연 주스 & 수프>를 만났다. 이제 방법을 몰라 못했다는 핑계는 댈 수 없게 되었다. 오래 살고 싶은 욕심은 없지만, 사는 동안 건강하고 깨끗하게 살고 싶은 꿈은 있다. 약 사먹을 돈 내 몸에 투자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실천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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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의 감옥 - 시대와 사람, 삶에 대한 우리의 기록
이건범 지음 / 상상너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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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와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는 여고를 다녔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하루가 멀다 하고 날아드는 체류탄 가스 때문에 매점의 휴지는 자주 동이 났고, 단축수업을 하는 날도 많았다. 지리적 여건 때문에(신림역과 서울대입구역을 봉쇄하고 관악산으로 토끼몰이를 하면 꼼짝없이 갇힌단다) 서울대학교에서는 데모를 잘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1987년은 달랐다. 그날도 데모가 있었다. 단축수업 발표가 있었고, 친구들과 시내에 나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그런데 이상했다. 체류탄이나 화염병이 날아다니지도 않는데 묘하게 분위기가 무거웠다. 서울대학교 앞 거리, 언니, 오빠들이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숙인채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침묵시위라고 했다. 그런데 그들과 대치한 전경대 앞쪽에 한 아주머니가 확성기를 들고 서 계셨다. 데모대를 진압하려는 사람들에게 끌려왔는지, 모셔져왔는지, 그 어머니는 "아들아, 돌아오라"고 눈물로 호소하셨다. 이 현실감 없는 풍경은 뭐지 하는 순간 모든 소음이 사라지면서 지켜보는 사람들 모두 기묘한 정적 속으로 잠겨드는 듯했다. 어머니의 호소에 고개를 떨구고 있는 청춘을 바라보며, 나는 물었었다. '저들을 저기 저 자리에 서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내 청춘의 감옥>은 그때 그 자리로, 그 물음의 자리로 나를 다시 데려다주었다.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이란 그 시대에는 없었다. 내가 '살아야 할 삶'만이 있었다. 숨죽이며 후일을 도모할 것인가, 주어진 대로 살 것인가, 불의에 맞서 싸우며 살 것인가? 답도 없는 고민을 1년 넘게 끌다가 나는 결국 민주화 운동에 인생을 걸기로 결심했다. 그러고는 10년 동안 그 길에 남았다"(230).

<내 청춘의 감옥>은 그렇게 10년 동안 민주화 운동의 길을 걸었던 '서울대생 오빠'가 경험했던 징역살이 이야기이다. 청춘을 민주화 운동으로 보내고, 창업을 하고, 승승장구를 하고, 졸딱 망하고,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병으로 시각장애 1급이 되고, 지금은 인문사회과학 출판기획자로 일하며 결코 '평범하다' 할 수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저자는 20대에 두 차례 옥살이를 했던 것이 "인생을 헤쳐 오는 데에 가장 소중한 깨달음을 준 경험"이었다고 고백한다. "고통의 무게감보다는 웃음의 가벼움이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임을 역설적이지만 감옥에서 배웠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징역살이 이야기는 특별하다!

<내 청춘의 감옥>을 이끌어가는 코드는 '유머'이다. "생명의 힘이란 그렇다. 인간 역시 어느 조건에서든 자신의 삶을 비출 한줄기 빛을 발견한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필자 빅터 프랭클 박사는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견뎌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가 나치의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견한 무기는 다름 아닌 '유머'였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처럼 '힘들수록 웃음을 찾으라'는 건 고통의 나락에 떨어진 사람들이 섬광처럼 발견하는 삶의 지혜인가 보다. "나 역시 징역의 칙칙함을 깨기 위해 웃음을 찾는 일에 인색하지 않았다"(105). 가둔 자들을 비웃기라도 하려는 듯, 삶의 무게를, 고통의 무게를 '가볍게' 웃어넘긴다. 갇힌 공간 안의 답답함에 또다시 자신을 구속하지 않고, 공간의 자유가 사라진 그곳에서 시간의 탄생을 목격하고 시간의 여유를 즐긴다. 가진 것은 시간뿐이요, 일상의 편리함이 통제된 환경에 지혜를 보태니 징역살이의 불편함은 오히려 놀이가 된다.

 
"세상이 달라지는데 '자율적이고 충만한 개인'이 얼마나 중요한 전제 조건인가를 고민하면서부터 나는 철의 규율로 단련된 혁명 조직 그리고 그 조직이 주도하는 폭력 혁명과 헤어져야 했다. 아니, 그렇게 혁명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으로 변했다. 개인의 내면세계를 일구고, 더디더라도 민주주의를 거쳐 최대한의 공통분모를 만드는 게 앞으로 내가 우리 사회를 좋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고 보았다. 그럼으로써 나는 '이념'의 포승줄에서 풀려나 '나'에게로 돌아왔다"(215).

"학생 운동이나 노동 운동을 한다는 건 '자기 인생을 거는 결단'을 전제로 삼는 행위"였던 그때 그 시절, 버스를 타면 '이상'을 이야기하는 언니 오빠들이 많았다. 지금은 버스를 타면 '성공'과 '놀이'를 이야기하는 청춘들이 많다. 나도 한때 이상을 꿈꾸었고 타인의 고통을 목도하며 괴로워하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상하게 이상을 꿈꿀수록 오히려 지독한 현실주의자가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또 가끔은 아무것도 아닌 문제에는 악착을 떨며 비장하게 맞서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가볍게 무시하는 사회를 보면, 우리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굴곡 없는 인생 없고 고민 없는 청춘 없겠지만, 시대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자신을 내던지며 들끓었던 시대 안에 갇힌 한 청춘의 이야기는 그대로 역사가 되었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엉뚱한(?) 지혜를 하나 우리에게 남겨준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감옥살이의 그 명령한 즐거움(?)에서 나는 인생의 파도를 넘어가는 유연한 방법을 하나 배웠다. 비장하게 맞서는 것만이 진지한 자세는 아니라는 것을. 이왕 넘어야 할 산이라면, 어차피 걸어야 할 길이라면, 삶의 무게가 나를 짓눌러도 즐겁게 걸어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밌게 읽었고, 잃어버린 질문을 찾았다. 이제 다시 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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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물리학 - 한스 그라스만
한스 그라스만 지음, 이정모 옮김 / 사계절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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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물리학이 살아야 인류가 산다?!

 
맥가이버를 아는가? 맥가이버는 이전까지 내가 알던 모든 영웅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영웅이었다. 그에게는 인공지능을 가진 차도 없고, 가공할 만한 위력의 무기도 없고, 최첨단의 과학 장비도 없었다. 그는 작은 칼 하나로 혼자 지구를 지켰다. 일명 맥가이버 칼! 그가 다니는 조직(?)의 건물 입구에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유명한 성경 말씀이 새겨져 있었다. 맥가이버가 작은 클립 하나를 가지고도 지구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알고 있는 진리, 즉 물리학(화학) 덕분이라고 했다.

맥가이버가 그렇게 멋있게 보이는 이유가 물리학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내게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학문은 물리학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는 것. 맥가이버가 원리를 설명할 때는 그렇게 재밌더니, 수업 시간에 듣는 선생님의 설명은 왜 그리 졸립기만 한지 물리학은 끝내 정복하지 못한 산으로 남았다.

끝내 오르지 못한 산으로 남았지만, 물리학은 내게 여전히 매력적인 학문이다. <모두를 위한 물리학>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이것이다 싶었다. "모두를 위한" 물리학이라면 나도 재밌게 읽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모두를 위한 물리학>은 물리학이 "모두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쓰여진 책같다. 저자는 제대로 된 물리학을 할 수 없는 '물리학 연구 현실'부터 이야기하며, 시종일관 물리학이 살아야 인류가 살 수 있다는 대전제를 반복한다. 현실 비판과 물리학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말이다. "사람들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것에서조차도 전체 사회는 물리학에 반대하는 결정을 내린다. 사람들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을 구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물리학 없이 할 수 있는 것만 하려고 한다. 물리학의 도움 없이는 절대로 에너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178).

아쉽게도 <모두를 위한 물리학>은 물리학에 대한 기초 이론이 없는 일반 독자는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할 듯 싶다. 물리학의 대가는 별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물리학 이론을 소개하고 있는 듯한데,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물리학 공식이 암호처럼 난해하기만 하다. 쉽게 설명했다고 해서 그것이 쉽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기초 지식이 없다면 어렵고 난해한 공식들을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여전히 어렵고 난해한 공식으로 남을 테니까. 이 책은 물리학을 가볍게 즐기려는 독자보다 물리학을 진지하게 연구하는 물리학도(를 꿈꾸는 독자)에게 더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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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농사25년 2011-09-06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