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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자연 주스 & 수프 - 집에서 만들어 안심하고 먹는 홈메이드 음료
전수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싱싱한 자연 주스&수프로 시작하는 아침,
아침 거르지 마세요!
건강은 건강할 때 챙기라는 말이 실감되는 요즘이다. 전화기가 울리면 더럭 겁이 날 때가 있다. 한 번은 지하철을 탔는데 멀쩡하게 서 있던 청년이 맥 없이 폭 꼬꾸라지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한참이 지나도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건강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서 늘 '위'를 잘 관리하라고 조언을 한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로 아침을 잘 챙겨먹지 않고, 하루 종일 커피를 입에 달고 일하며, 저녁에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습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외가 쪽으로 '위'가 좋지 않은 병력을 가지고 있기도 해서 건강을 생각할 때 가장 조심스러운 곳이 '위'이기도 하다.
건강한 생활을 위해 위를 잘 관리해야겠다는 다무진 각오를 하고 첫 걸음을 내디디며 내가 부딪힌 첫 번째 장벽은 '아침 챙겨 먹기'이다. "아침엔 우유 한잔 점심엔 FAST FOOD"라 묘사하며 "THIS IS THE CITY LIFE"라고 노래했던 넥스트의 '도시인'처럼, 나도 그렇게 산다. 아침 먹을 시간 있으면 '5분이라도 더 자자' 주의이며, 사 먹는 일도 매일 주어지는 지겨운 숙제처럼 귀찮기만 하다. 그런데 <싱싱한 자연 주스 & 수프>가 나의 이런 고민을 한방에 해결해주고 있다.

"일도, 사랑도, 음식도, 시작이 중요합니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일과 사랑은 시작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 음식도 시작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왜 그동안 하지 못했을까. 감동적인 싯구처럼 이 한 문장이 가슴에 콕 박힌다. 아침은 그저 '뭐라도 먹어야 하는 것'에서,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명제로 바뀌었다. 자연식 음료와 베이킹을 테마로 한 스튜디오 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신선한 자연 재료로 만든 주스와 수프야말로 '아침맞이 음식'으로 제격이라고 말한다. "자연식 주스와 수프는 한 그릇으로 완벽한 자연식이고, 작지만 한 끼 식사의 영영과 에너지가 모두 담겨 있는 음식이다." 생채소와 과일을 갈거나 부드럽게 조리하면 소화가 훨씬 편해지고, 후루룩 갈아 딱 한 잔만 마셔도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충분히 챙길 수 있다. 수프는 또 어떤가. 재철 재료를 푹 끓여 속이 든든한 것은 기본이고, 건강에 좋은 영양소까지 그대로 농축되어 있다. 게다가, 칼로리는 낮고 포만감은 높아서 다어어트에도 좋다고 하니 여러 모로 기대치가 높아진다. <싱싱한 자연 주스 & 수프>는 수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주기도 한다. 수프라고 하면 멀건 죽처럼 생긴 걸죽한 국물을 연상하는 나에게는 전혀 새로운 만남이었다.


<싱싱한 자연 주스 & 수프>는 먹기 편하고, 소화하기 편하다는 장점말고도, 건강하게 만들면서 맛도 좋은 '레시피'라는 것을 자랑으로 한다. 백설탕 안 들어가는 건강한 주스와, 버터, 달걀, 우유가 들어가지 않는 자연식 수프를 '맛있게' 만드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는 저자의 고백이 이 레시피의 진가를 증명한다. 백설탕 대신 천연 과당, 버터 대신 올리브유, 우유 대신 두유를 사용한다. 시중에서 파는 두유는 '설탕 덩어리'라는 말을 듣고 그동안 두유를 멀리해왔는데, 당분이 들어가지 않은 유기농 무첨가 두유가 있으니 그것을 사용하라고 한다.
<싱싱한 자연 주스 & 수프>는 크게 '간단하게 만들어 가볍게 마시는 주스'와 '내 몸에 좋은 재료로 든든하게 즐기는 수프'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으며, 부록처럼 '건강한 곁들이 음식'이 곁들여져 있다. 나 같이 요리에 게으른 사람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레시피가 간단하다. 재료의 궁합과 맛을 고려해 2가지 이상의 주재료가 사용되는데, 대부분 구하기 쉽고 손질도 까다롭지 않은 것들이라 안심도 된다. 그냥 구경만 하게 되는 요리책도 많은데 말이다. 궁합이 맞는 재료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딸기와 민트가 만나 상쾌한 향을 자극하기도 하고, 사과와 노란 파프리카가 만나 어우러지는 산뜻한 노란색 주스는 풍부한 비타민C와 청량감을 동시에 즐기게 해주고, 오렌지와 함께 갈아마시는 당근은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노화방지, 빈혈에도 좋다.

<싱싱한 자연 주스 & 수프>의 또다른 매력은 주스의 예쁜 색감이다. 이렇게 예쁜 주스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면, 시작되는 하루를 더욱 특별한 무엇으로 만들어줄 것만 같다. 이 주스로 아침을 시작해야지 하고 콕 찍은 것은 '오이사과주스'이다. 재료를 구하기도 쉽고, 오이를 사과와 함께 갈면 특유의 향이 완화된다고 하니 맛에 대한 거부감도 없고, 피로 회복과 피부 미용에도 좋고, 오이는 수분이 95%를 차지하는 만큼 칼로리도 낮고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믹서에다 오이와 사과, 물, 꿀, 얼음을 넣고 곱게 갈아 잔아 담아 마시기만 하면 끝! 완벽한 아침이다!!! 맛이 가장 궁금한 주스는 멜론과 생각이 만난 '멜론생강스무디'이고, 귀찮더라도(?) 꼭 만들어보고 싶은 주스는 복분자, 산딸기, 딸리, 블루베리와 두부가 만나 화려한 색감을 뽐내는 '베리베리두부스무디'이다.


일단은 수프보다 훨씬 간단해보이는 주스로 마음이 기울어져 있지만, 건강한 '수프' 레시피를 챙겨두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든든해진다. 맛도 좋고 예쁜 음식들은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길을 알려주는 고마운 사람을 만난 듯, 뭐가 들어있을지 몰라 먹기가 꺼려지고, 몸에 안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찝찝한 마음으로 먹게 되는 나쁜 음식들 사이에서 <싱싱한 자연 주스 & 수프>를 만났다. 이제 방법을 몰라 못했다는 핑계는 댈 수 없게 되었다. 오래 살고 싶은 욕심은 없지만, 사는 동안 건강하고 깨끗하게 살고 싶은 꿈은 있다. 약 사먹을 돈 내 몸에 투자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실천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