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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우리 차 - 계절별로 즐기는 우리 꽃차와 약차
이연자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차'(茶)라고 쓰고, '건강'이라고 읽는다,
마음까지 맑게 하는 우리 차 백과사전!
차(茶)는 내게 '여유로움'과 동의어이다. 차를 마신다는 것은 곧 여유롭다는 표시이니까. 다르게 표현하면, 여유가 있어야 즐길 수 있을 만큼 차는 내게 '번거로운' 것이기도 하다. 다도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차는 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으로 각인되어 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티백(tea bag)으로 차를 마시기도 하지만, 어쩐지 짝퉁같고 괜히 반칙같은 느낌이 든다.
얼마 전, 동료가 이웃에게 얻었다며 꽃잎을 동동 띄운 따끈한 차 한 잔을 건네주었다. 투명 유리잔에 우러난 꽃잎의 향과 빛깔이 은근하면서도 강렬했는데, 그것이 '목련꽃차'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목련꽃을 차로 마실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에 관한 질환에 좋다며 봄에 꽃잎을 따서 말려둔 것을 나누어주었단다. "매연 많은 곳의 도심 목련꽃을 딴 거 아니야? 마셔도 돼?" 했더니, 살짝 눈을 흘긴다. 귀한 것을 주었는데도 못 알아보고 얄미운 말을 한다고 야단만 맞았다.
<사계절 우리 차>를 받아들고 제일 먼저 '목련꽃차'를 찾아보았는데, 동료에게 그런 말을 들을 만도 했다. 목련차에 대한 자료가 드물어 "우아하고 고고한 목련차를 마셔본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38), 그 귀한 목련차를 마셔보았으니 말이다. 꽃차에 대해 좀 아는 사람들은 "붉은 꽃을 피우는 자목련에는 독성이 있지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하는가 보다. 책의 저자는 "차로 마실 때는 독성이 우러나지 않으니 염려 놓아도 된다"고 일러준다.

<사계절 우리 차>는 우리 차에 대한 백과사전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차에 관한 이야기, 차로 즐기는 꽃(다른 재료도 있다)에 대한 정보, 차의 효능, 차를 만들고 즐기는 방법까지, 책을 만든 정성과 노력과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꼬박 10년하고도 두어 해 더" 걸린 원고와 사진이 책으로 나온 것이니, 다도의 정신으로 만든 책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사계절 우리 차> 덕분에 "흔히 접하는 것으로 유백색 꽃을 피우는 백목련은 중국이 고향이고, 제주도가 고향인 우리 목련이 순수 토종"이라는 것과, "우리 목련은 꽃 색이 하얗고 꽃잎도 아홉 장이다. 여섯 장인 백목련보다 세 장이 많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일본의 아이누족은 목련 껍질을 달여 차로 마신다는 기록이 있"고, "우리의 한의서에도, 진통과 소염, 두통, 치통에 도움이 되고 코와 관련된 각종 염증에도 특별히 효과가 있다"고 한다. "껍질에 있는 효능이 꽃이라고 없을 리 없다"는 대목이 좀 애매하기는 하지만, 한의원의 자문에 의하면 "목련차는 여자들의 자궁병에 좋다"고 하니 이제 목련꽃을 더 귀하게 대해야겠다. 동료는 말린 꽃잎을 뜨거운 물에 우려주었지만, <세계절 우리 차>는 생 꽃잎을 흐르는 물에 살짝 헹구고 꽃술을 뗀 다음 우려 먹으라고 권한다.
"근세 중국의 석학 임어당은 '차는 하늘이 내린 최고의 선물'이라고 극찬을 했다. 물질문명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지금에도 차는 4대 장수식품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한결같은 찬사로 우리는 약초의 뿌리를 달여도 차라고 했고, 잎을 우려 마셔도 차라 하고, 꽃을 띄워 마셔도 차라 했다. 심지어 커피까지 가배차라 했다"(27).
<사계절 우리 차>는 제목 그대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동안 제철의 향과 맛과 효능을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우리 꽃차와 약차를 소개하고 있다. "개나리꽃차, 목련꽃차, 생강나무꽃차, 진달래꽃차, 복사꽃차, 제비꽃차, 민들레꽃차, 벚꽃차, 매발톱꽃차, 도라지차, 솔잎차, 햇차, 뽕잎차, 모시차, 검은콩차" 봄에 즐길 수 있는 차만 이 정도이다. 꽃차만 있는 것도 아니다. "도라지차, 검은콩차, 청매실차, 수박차, 메밀차, 보리차, 포도차, 다시마차, 무차, 모과차, 석류차, 생강차"도 있다. 이런 꽃도 차로 마실 수 있구나 감탄스러운 것 중에는 무궁화꽃이 가장 신기하고, 수박 겉껍질을 깎아내고 흰 속만 남겨서 차로 끓여먹는 수박차가 눈에 띈다.
<사계절 우리 차>에서 보고 그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된 차가 있는데, 바로 "서민과 함께하는 영양차, 무차"이다. "가을에 나는 가을무를 두고 세간에서는 인삼이나 보약이라고 부른곤 한"단다(164). 그 효능을 보고 평소 무를 하찮게 대했던 나의 태도를 반성했다. 무는 "소화기능을 원활하게 하고", "공복에 마셔도 부담이 없고", "비타민B군과 비타민C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면서 만복감을 느낄 정도의 양을 먹어도 칼로리가 굉장히 적어 비만을 해소하는 데에 효과적인 식품"이며, "식이섬유와 수분이 풍부해 체내 노폐물의 배설을 촉진시키고 변비도 예방"하고, "기침과 천식에 놀라운 효과를 나타내 약이 없던 시절에는 무를 씹어 먹으면서 기침을 잠재우기도 했다"고 한다. 또 무는 재밌는 성질을 가졌는데, "원래 날것인 무는 소염작용을 해 몸을 차게 하지만 무에 열을 가해 조리하면 그 반대로 몸을 따뜻하게 한다. 예를 들면 생으로 먹는 무는 술 마신 다음날 취기로 인해 위에 열을 가지고 있는 경우, 염증을 막고 열을 식히는 작용을 한다. 반대로 어묵에 넣어 삶은 무는 몸을 덥혀준다." 그래서 "급성 타박상이나 염좌 등에는 무즙을 그대로 사용해 열을 식히고, 만성관절염 등에는 데운 무로 혈액순환을 촉진해 통증을 가라앉힌다. 때문에 무차는 여름내 땀이 빠져나와 차가워진 속을 달래주는 차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구하기도 쉽고 값도 저렴한 장점까지 있으니 정말 사랑받아 마땅한 무다.

만들기도 간편해서,
1. 무를 길이 2cm, 폭 1cm 크기로 썰어 전자레인지에 돌려 바싹 말린다.
2. 말린 무를 방앗간에서 볶아 온다. 뻥튀기처럼 튀겨도 된다.
3. 찻주전자에 조각내어 튀긴 무 3개를 넣고 뜨거운 물 150ml를 부어 2분간 우려 마신다.
환절기 목 건강에 좋은 차(도라지차), 우울증을 치료하는 차(원추리꽃차), 신장염 치료 약재로도 쓰이는 차(아까시꽃차), 피로회복과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는 차(장미꽃차) 등 차를 마시는 습관은 그야말로 건강을 마시는 습관이다. 증세에 따라 마시면 좋은 차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차의 효능만을 한 눈에 파악하도록 편집, 디자인을 해주었면 좋아겠다. <사계절 우리 차>는 "꽃차에 대한 자료가 빈약한 시절이어서 가까운 한의사에게 자문을 구하고, 꽃 박사에게 물어보고, <식물도감>, <동의보감> 등 고전들"을 스승 삼았으며, "만들어서 직접 마셔보고 그 느낌을 표현했다"고 한다. 저자는 "책에 실린 꽃차, 약차 대부분은 내 손으로 키운 꽃과 나무들로 인체실험을 마친 검증된 마실거리이니 안심해도 된다"고 일러준다.
<사계절 우리 차>를 마시려면 부지런해져야겠다. 귀찮은 생각도 들지만 시각을 달리하면 건강을 지켜주는 이렇게 좋은 차가 지천에 널려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앞선다. 차보다는 커피에 익숙하고, 손내밀면 쉽게 잡히는 인공 쥬스가 더 가까이 있지만, 건강한 취미 하나 가져봐야겠다. 건강은 물론 일상까지 향긋해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