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100배 즐기기 - 2011년 최신판 100배 즐기기
2012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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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안녕,
이젠 남해다!

 
친구의 첫 차를 타고 5명이 꽉 끼어앉아 왁자지껄 떠들며 학교를 가고 있을 때, 눈앞에 '강릉' 표지판이 나타났다. 수업 따위는 잊은 채 우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동해로 직행했다. 작은 오해가 친구와의 사이에 깊은 골을 냈을 때, 화해하기 위해 아무말 없이 우리가 밤새 달려간 곳도 동해였다. 생애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기차 여행을 계획했을 때도 내가 향한 곳은 동해였다. 결혼해서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과 모처럼 일탈을 꿈꿨을 때도 우리는 동해로 가는 밤 기차에 올랐다. 휴가 때마다, 휴가가 아닐 때도, 먼저 생각나는 여행지, 쉽게 떠나는 여행지는 항상 동해였다. 왜 그랬을까?

동해의 푸른 물이 좋았고, 높은 파도 소리가 좋았고, 절경이 빼어난 설악산이 가깝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였지만, 예전부터 길이 잘 닦여 있고, 그나마 여행지로 계발이 되어 있고, 익숙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전문적인 여행가가 아니면, 여행지를 고를 때 정보와 입소문에 많이 의지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남해'는 이제껏 여행 정보가 좀 부족한 듯하다. 여행에 둔한 나만 몰랐을 수도 있지만 내가 느끼는 체감 온도가 그렇다.

요즘 입소문을 타고 들려오는 '남해' 이야기가 심상치 않다. 여행지로 '남해'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 것은 허영만 선생님의 <식객> 때문이었다. 허영만 선생님의 고향이기도 한 여수의 먹거리 여행이 자꾸만 마음을 잡아 끌고 있는 중이다. 그런 내 눈에 <남해안 100배 즐기기>가 번쩍 띄는 순간, 대박를 외쳤다. 매년 따끈한 정보를 깨알같이 수록해서 내놓는 랜덤하우스의 <100 즐기기 시리즈>를 무척 좋아하는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일이다.

<남해안 100배 즐기기>는 "전라남도와 경상남도를 아우르는 남해안 권역의 여행 정보를 담은 안내서"인데, 특별히 "2012여수세계박람회장을 찾을 여행자들을 위해 2012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에서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 "1년간 전문가들과 함께 박람회 개최지인 여수를 중심으로 인근 16개 시군을 잇는 여행 일정을 짜고, 음식, 숙박, 특산품 틍의 업소를 점검한 뒤 인정을 거친 결과물"이라고 밝힌다. 그러니까 "작정하고" (세계적인) 여행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남해안에서 "작정하고" 내놓은 여행 안내서인 셈이다.

<100배 즐기기> 시리즈는 매번 여행지(city)를 "100배 즐길 수 있는" 아이템으로 가득 차 있는데, <남해안 100배 즐기기> 시리즈를 보며 처음 들었던 생각은 언젠가 한 선생님이 들려주신 말씀이었다. 예전에 선생님은 지나치듯 이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다. 옛날에 똑똑한 사람들이 남해로 많이 귀향을 갔기 때문에, 남해에 가면 곳곳에 숨은 기품과 그윽한 문화의 향기가 배여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하셨다. 선생님 말씀이 떠올랐던 건 <남해안 100배 즐기기>를 보며 남해에 이렇게 즐길 것이 많았나 싶어 깜짝 놀란 것도 있지만, <100배 즐기기>가 추천하는 여행 아이템마다 곳곳에 독특한 흥과 향과 기품이 배어나오는 자연과 문화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남해안 100배 즐기기>는 멍게비빔밥, 충무김밥, 멸치무침, 표고해물전골, 짱뚱어탕, 장어탕&삼치구이를 "바다를 입안에 담는 남해안 베스트 먹을거리"고 꼽고 있다(20-21). 다른 시리즈에 비해 월등해 보이는 추천 맛집 페이지를 보니 역시 최고의 맛과 인심으로 유명한 남해답다. 예상했던 대로 먹거리 여행도 풍성하지만, 무슨 축제가 그리 많은지 일일이 열거하기도 번거로울 만큼 계절별로 '축제'가 없는 달(月)이 없는 것도 신선해 보인다(12-15). 흥이 있는 남해이다! 

게다가 "해외여행지 같은 남해안 럭셔리 여행지"도 남해를 다시 보게 해주었다. 외도 이외에는 모두 낯선 곳들인데,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네덜란드의 섬마을을 연상케 한다는 도장포마을, 프라하와 견주어지는 독일마을 예술촌, 초록이 깊어 검은색이 되어버렸다는 장흥 정남진 편백숲우드랜드, 골프 천국이라는 하와이에 앞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남해힐튼골프&스파리조드, 요트와 해양 스포츠의 천국이라는 코타키나발루와 맞먹는 금호충무마리나리조트,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바닷가 절벽'에 위치한 이국적 향취의 해동용궁사, 이 모두가 남해에 있다(22-25). 2012여수세계박람회도 박람회지만 TV촬영지, 오토캠핑장은 물론 핵심 여행지마다 맛과 멋이 넘쳐난다. 남해에 이렇게 가볼 곳이 많았는지 의아할 지경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작정하고 손님 맞을 준비하는 하고 있어서 그런지 단장을 막 끝낸 새색시처럼 지역마다 단정하고 정갈한 숙소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전통한옥민박과 템플 스테이가 눈길을 끈다.

마음 같아서는 <남해안 100배 즐기기>가 추천해주는 테마별로 남해를 샅샅이 돌며 직접 눈도장을 찍어보고 싶다. 이 책 하나 들고, "남해로 여행 갈 사람 여기 붙어라" 외치며 친구들을 불러 모아 당장이라도 짐을 꾸려 남해로 향하는 길로 나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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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14
하인츠 야니쉬 글, 헬가 반쉬 그림, 김서정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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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이 있습니다.
다리가 있습니다.
  

 


 

 

왼쪽에서는 커다란 곰 한 마리가 다리를 건너오고,
하필 그때 오른쪽에서는 거인이 건너오고 있습니다.
너무 좁아서 둘이 같이 지나갈 수 없는 다리,
그러나 둘은 서로 물러날 생각이 없습니다.
 





 

커다란 곰과 거인은 어떻게 다리를 건넜을까요?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함께 풀어야 할 수수께끼!


라가치 상 수상 작가인 하인츠 야니쉬의 작품이다. 라가치 상(Ragazzi Award)이 무엇인지 몰라 검색을 해보니 네이버 지식사전이 이렇게 답변을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인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Bologna Children's Book Fair)에서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출간된 어린이책 가운데 각 분야의 최고 아동서를 대상으로 주어지는 상이다." '상'(賞) 이름은 낯설었지만 설명을 들으니 상의 권위가 느껴진다. 솔직히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내려가며 처음 들었던 생각은 '나도 동화작가가 되어볼까?'였다. 스토리 라인이 단순하다 생각되니 이 정도면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교만한 마음을 먹어본 것이다. 그러나 나의 교만을 곧 반성하였다. 아이들 동화는 이야기의 메시지(교훈)도 중요하지만,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리>의 이야기는 하나의 수수께끼이다. 다리가 하나 있고, 그 좁은 다리의 한 가운데서 하필 커다란 곰과 거인이 만났다. 누구 하나가 양보를 해서 뒤로 물러난다면 이야기는 훨씬 단순하고 깔끔하게 끝났겠지만, <다리>에서 만난 커다란 곰과 거인은 길을 비켜줄 생각이 없다. 둘 다 절대 물러나지 않을 기세다. 누구 하나에게 양보를 강요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렇게 서 있는 동안 다리가 불안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 가지이다. 누구도 뒤로 물러나지 않으면서 해결책을 찾는 것! 사실 "먼저 양보하라"고 쉽고 빠른 가르침을 주지 않고, 절대 양보하지 않은 채로 함께 다리를 건널 수 있는 해결책을 찾으라는 가르침이 무척이나 신선하다. 충격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어른들은 그렇게 살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는 "먼저 양보하는 것이 미덕이다"라는 식의 가르침이 우리의 게으른 편의주의는 아니었는지 반성해보게 되었다. "이것이 마땅하다" 강요하지 않고, 고민할 꺼리를 던져주며 생각을 유도하며, 반드시 해결책이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방식이 참 멋지다!

커다란 곰과 거인은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이런 저런 해결책을 내놓기 시작한다. 서로 코웃음을 치기도 하고, 노려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대화'를 한다! 그리고 마침내 커다란 곰이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내고, 거인은 그 의견에 흔쾌히 동의한다. 기발한 해결책을 찾아낸 커다란 곰과 거인은 (그런 과정을 통해) 좋은 친구가 된다. "고집과 미움을 버리고 평화로운 해결책을 찾는 거인과 곰의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줍니다"라고 한 아동문학가 김서정 선생님이 해설은 얼마나 정확한지, 그 깊은 의미가 생각할수록 감탄스럽다.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대로만 우리가 살 수 있다면, 이 세상은 금방 낙원이 될 듯하다.

이렇게 심오하고 어려운 메시지(교훈)를 이 동화는 쉽고 빠르게, 그리고 예쁘고 재밌게 가르쳐준다. 이야기가 가진 힘과 그림의 효과가 새삼 마음에 와닿는다. 격조 높은 일러스트와 단순해 보이는 스토리 안에 함께 풀어내야 할 협동과 공존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다리>, 볼수록 고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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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리 다이어트 - 8주간의 슈퍼감량
숀리 지음 / 삼성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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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만으로?
식단 조절 없이 체중 감량 없다!!!

 
우리 사회가 비만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무례하고 폭력적인지 온 몸으로 체험하는 중이다. 뚱뚱한 사람은 자기관리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낙인을 찍고, 자기관리를 못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무시해도 괜찮다는 허락을 누군가에게 받기라도 한 것처럼 무례한 시선을 거둘줄 모른다. 뚱뚱한 사람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고 조롱하기도 하고, 최고의 지성인이라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가 비만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비판하면서도 자신은 날씬하다는 사실을 은근히 과시하기도 한다. 스스로도 자괴감의 골짜기로 자신을 몰아세우기는 마찬가지다. 소설책을 읽다가도 이성적인 사람들은 어쩐지 비만과는 거리가 멀 것 같다는 문장 하나에도 의기소침해지고, 마른 성직자가 더 경건해보인다는 별 유명하지도 않은 금언을 발견하고 혼자 기분 나빠하고, 배부르게 먹고나서 그것을 또 빼려고 노력하는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고, 굶어죽는 지구촌 아이들 소식을 들으면 죄책감에 빠지도 한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처음엔 살이 좀 붙는다 싶었을 뿐인데 이 지경까지 된 것은 '잘못된' 다이어트가 불러온 무서운 '요요'란 현상 때문이다. 몇 번의 다이어트로 살을 빼는 것보다 유지가 더 어렵다는 것을 온 몸으로 배우고 나서는 다이어트 도전이 무서울 지경이다. 조금 살이 오르는가 싶어 운동부터 시작했다. 무엇인가를 배우는 재미가 없으면 꾸준히 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단순한 헬스보다 1년 동안 수영도 했었고, 스쿼시도 배웠다. 그런데 직장 때문에 생활 패턴이 급격하게 변하고 운동을 그만 두게 되자 몸무게가 확 불어나기 시작했다. 잠잘 때 빼고는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해야만 하는 생활 패턴, 먹을 때만 쉴 수 있는 근무 환경, 운동시간을 따로 낼 수 없는 불규칙한 업무, 계속 되는 스트레스, 널린 인스턴트 식품, 게다가 저혈압까지 살이 붙을 수밖에 없는 요인들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일단 변명을 하고 싶다. 그런데 문제는 건강보다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이어트을 무분별하게 실행했다는 것이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금식! 금식으로 빠진 금식 이후 불어난 살이 더 많고, 한 번 깨진 몸무게의 리듬은 제자리를 잃어버린 듯 계속 오르기만 했다.

금식이나 원푸드처럼 식단을 조절하는 다이어트가 짧은 성공 뒤에 더 치명적인 요요의 늪의 빠지면서 한동안 다이어트를 멀리하고 있는 내게 <숀리의 다이어트>는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돈도 들지 않고", "절대 굶지 않고", "장소의 구애도 받지 않고",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이 결합된 형태로 별도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않아도 충분한 효과", "하루 15분, 주 6회 운동 스케줄"로  "8주간의 슈펴감량", 다이어트계의 파라다이스가 따로 없다.

한 글자, 한 글자 다이어트 책을 이렇게 정독해보기는 또 처음이다. 그런데 나의 부푼 기대는 곧 바람 빠진 풍선이 되고 말이다. '식단 조절'이라는 높은 장벽이 <숀리의 다이어트>에서도 떡하나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만으로 살을 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얼마나 무지하고 안일한 생각이었는지. 나를 좌절시킨 한 문장! "100kg의 몸무게를 70kg으로 만드는 것은 운동이 아닌 식단이다. 실질적인 몸무게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식단이라면, 몸매를 만들고 다지는 것이 운동인 셈이다. 체중이 섭취한 칼로리와 소모한 칼로리의 차이에 의해 결정되므로,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48).

확인 사살!!! "체중계의 숫자를 실질적으로 감량하는 것은 운동법이 아닌 식단 조절이다. 다이어트 몸매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다면, 단순히 굶고 적게 먹는 것이 아니라, 평소 일반식의 '양과 조리법, 먹는 순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234).

다이어트를 위해 식단 조절을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식단은 운동법보다 지키기가 훨씬 더 힘들다!!! 운동만으로 살을 빼보겠다는 나의 야무진 결심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숀리 식단의 3대 원칙"을 배운 것은 나름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아침은 거르지 않는다.
둘째, 점심은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단백질을 반찬으로 먹어라!
셋째, 저녁만큼은 서양식! 단백질 위주의 식단으로 먹어라!
점심에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우리 몸이 저녁에 탄수화물 섭취를 원한다고 한다. 점심은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하고 단백질을 반찬으로, 저녁은 이와 반대로 하는 것이 똑같이 먹고도 살이 덜 찌는 숀리 식단의 중요한 3대 원칙이다.

숀리의 운동법은<스타킹 : 숀리의 다이어트킹>을 통해 이미 소개된 바가 있고, 도전자들을 통해 검증도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시청하신 분들은 <숀리 다이어트>의 위력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숀리 다이어트>의 별점을 별 4개로 한 것은 이 책이 별로이기 때문이 아니라, "8주간의 프로그램"이 나의 바람(?)과 다소 어긋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에 대한 나의 상식 부족 탓이지만) 운동만으로 체중을 감량할 수 없다는 것, 하루 15분 운동은 숀리만의 차별화된 특별한 운동 방법이지만 이 15분 이외에 빨리 걷기나 누워서 자건거 타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따로 30분 이상씩 하루 1-3회 실시해주어야 한다는 것, 숀리만의 15분 운동을 몸에 익히는 것이 생각보다 지루하다(?)는 것이 기대가 좌절로 바뀌는 교차점이 되었다. 내게 <숀리 다이어트>는 "이것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이것도 해야 하는" 다이어트 방법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솔직히 식단을 조절하며 프로그램에 따라 숀리 운동법을 꾸준히 실시할 자신이 없다. 이렇게 말하면 살찌는 사람들은 살찌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할 것이다. 쇼생크 탈출보다 더 어려운 것이 비만 탈출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잠깐이나마 "거져 먹으려" 한 나의 안일함과 게으름과 속단을 반성한다. <숀리 다이어트>는 짧은 기간 건강하게 폭풍감량을 할 수 있는 '정석 다이어트'라는 것을 인정한다. 이제 내게 필요한 것은 다이어트 방법이 아니라, 살을 빼야만 하는 '절박함'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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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스캔들 - 소설보다 재미있는 명화 이야기 명작 스캔들 1
장 프랑수아 셰뇨 지음, 김희경 옮김 / 이숲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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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가 보인다!

 
스캔들이라고 하면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왁자지껄 수근수근거리는 것이 제맛이지만, 이 <명작 스캔들>은 햇볕 잘 드는 창가에 향긋한 차 한 잔 마주하고 앉아 조용히 빠져들고 싶은 이야기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여인의 옷을 벗긴 예술가가, 방사선 같은 예리한 시선으로 유방암을 진단해낸 예술가, 세계를 경악에 빠뜨린 모나리자 도난 사건, 모작으로 평론가들을 조롱한 희대의 위조범까지 가히 세기의 스캔들이라 할 만 미술계 스캔들이 담백하게 폭로된다. 평소 명화나 화가에 관심이 없는 독자들까지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 책을 계기로 명화와 화가의 삶에 대한 관심이 환기되고, 그림을 보는 안목까지 깊어질지 모를 일이다.

<명작 스캔들>을 읽으니 '재밌다'는 느낌에 '만족함'이 더해지는 공식이 무엇인지 알 듯하다.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는 즐거움과 더불어 그 과정에서 무언가 얻어지는 유익함이 있을 때, 우리는 깊이 있는 재미, 만족할 만한 재미를 느끼고 뿌뜻한 감상에 젖게 되는 것이리라. 내게 <명작 스캔들>이 그러했다. 미술사에 한 획을 긋는 스캔들에서부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거나 아니면 감추어진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면서도 이로써 교양까지 훌쩍 자라나는 뿌듯함이 있다.

첫 장면부터 인상적이다. <명작 스캔들>에 등장하는 첫 그림은 배심원 앞에서 한 여인이 발가벗겨지는 순간을 그린 '배심원 앞의 프리네'이다. "고대 그리스 조각에서 남성은 벌거벗은 모습으로 태어나게 했지만, 여성은 얇고 가벼운 천을 몸에 둘러 간접적으로 몸매가 드러나게 하거나, 상반신은 드러냈지만 알몸 전체를 노출한 적은 없었다"(17)고 한다. 하지만 프락시텔레스는 대담하게 여성에게서도 베일을 벗겼다. <명작 스캔들>이 가장 먼저 폭로하는 명화 스캔들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여인의 옷을 벗긴 조각가 프락시텔레스이다(17-18). 스캔들 옆에 따라붙은 사족이지만, 예술의 위대함과 역사를 보는 다른 시각을 배울 수 있는 한 문장에 색칠을 해두기도 했다. "그리스를 침략하고 전쟁에서 승리한 로마인들은 프락시텔레스를 추모하며 그리스에서 약탈한 덤프트럭 한 대 분량의 동상을 고국으로 가져갔다. 로마의 귀족들은 저택의 현관과 정원을 그의 동상으로 장식하고 싶어 했다. 무력으로 정복당한 그리스는 그들의 찬란한 예술 덕분에 야만적인 정복자를 문화적으로 오래도록 지배했다"(15)고 전한다.

액자 보수와 그림의 보호 작업을 담담한 목수 팀의 일원이었던 이탈리아의 아들 '빈첸초 페루지아'가 1911년 8월 21일 아침 루브르 박물관의 살롱카페에 결연히 침입하여 모나리자를 훔쳐낸 이 믿지 못할 세기의 헤프닝은 너무도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또 그 어처구니 없음 때문에 더 놀라고 주목하게 되는 명작 스캔들이었다. 

라파엘로 산치오는 단지 본 것을 그렸을 뿐인데, 워싱턴 D.C. 혈압센터와 조지타운대학의 에피날 박사는 그림에 검푸른 빛이 도는 그녀의 피부에 주목했다. 그는 화면을 통해 그녀의 건강을 정밀하게 검진하여 자세한 결과를 유명한 의학 전문지에 게재하며, "내가 분석한 바로는 라파엘로가 혁신적인 기법으로 유방암의 증상을 설명하고 있다"(131)고 말했다. 라파엘로가 사랑한 이 '아름다운 빵집 여인'은 자신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보다 겨우 2년 남짓 더 살았다고 하는데, 라파엘로의 그림에 이미 자신의 죽음이 예고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라파엘로의 이 명작 스캔들은 방사선 같은 예술가의 예리한 시선이 암을 진단한 최초의 사례로 남게 되었다(132).

화가의 삶에 대해 알게 될 때, 우리를 가장 안타깝게 하는 것은 그 천재성의 너무 늦은 발견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미술픔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는 '빨래터'의 화가 박수근 선생님의 삶처럼, 미술사에는 살아 있을 때 천재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너무도 고단한 예술가의 삶을 살았던 화가들이 많다. <명작 스캔들>에서 또 한번 그런 애잔한 화가들의 인생을 만났다. 불행이 천재적인 광기를 만들어냈다고도 할 수 있을 만큼 불행했던 카라바조와 고흐, 가여운 사람 폴 세잔, 죽어가면서 생애 단 한 번 그린 자화상의 가격이 "장례행렬이 자선병원에서 묘지까지 가는 사이에 이미 그의 그림 값이 뛰기 시작했다"(313)는 앙리 마티스가 그들이다. 진주를 품은 조개처럼, 불행 속에서 탄생한 명화의 이야기는 그만큼 값지지만 생각할수록 애잔하다.

<명작 스캔들>을 읽으며 명화를 보는 안목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한 것은, 예술가들이 표현한 인간의 육체, 머리가 잘린 골리앗처럼 자주 자신의 모습을 희생자로 그려넣은 카라바조,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 최후의 심판에서 벗겨진 얼굴 가죽으로 자신의 모습을 그려넣은 미켈란젤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명작 스캔들>의 저자 장 프랑수아 세뇨는 유명한 저널리스트라고 하는데, 미술계 '가십'까지 차원 높은 한 편의 드라마로 재구성해냈다. 음악에서는 조윤범의 <파워 클래식>이 그러하듯, '작품'의 배경을 알고 감상할 때 그 작품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하지만, 명화는 화가들의 인생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예술가들의 인생은 그의 작품만큼이나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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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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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답사가 이렇게 재밌는 여행이었어?"

문화유산답사의 깊은 맛을 배우다!

 
좀 썰렁한 이야기지만, 어마어마한 유산을 물려받고도 받았는지도 모르고, 그것이 내 몫인지도 모르고, 그 가치조차 모르고 눈 뜬 장님으로 살아왔음을 실감했다. 유산을 서로 물려받겠다고 형제도 없이 싸우기도 하는 세상인데, 남의 나라 사람들도 눈독을 들이고 탐을 낼 만큼 귀한 것들인데, 우리의 것을, 내 것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반성을 깊이 했다. 이름까지 처음 들은 선암사, 영암사, 왕흥사는 물론 2010년에 1차 복원정비사업이 완료되었다는 경복궁과 광화문 광장에도 아직 가보지 못했으니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곳 중 실제로 가본 곳이 한 곳도 없는 나는 할 말이 없는 독자이다. 그러면서 마음 한 켠으로는 자부심이 한껏 차오른다.

경북궁에서 광화문, 선암사, 도동서원, 거창, 합천, 부여, 논산, 부령으로 유홍준 교수님과 우리의 문화유산답사를 다니면서 무엇보다 감탄을 거듭하며 가장 뿌듯했던 것은 우리나라 전통건축의 미학, 그 진가를 알게 된 기쁨이었다. 안목있는 외국인 건축전문가들도 한국의 전통건축을 보면서 찬사를 보낸다고 하는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소개해주고 있는 프랑스 건축가협회장 로랑 쌀로몽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감동이다.

"한국의 전통건축물은 단순한 건축이 아니라 그 자체가 자연이고 또 하나의 풍경이다. 중국의 건축물은 장대하지만 마치 벽처럼 느껴지고, 일본의 전통건축물은 정교하지만 나약해 보여 건축물이 아닌 가구 같다는 인상을 준다. 이에 비해 한국의 건축은 주변 경관을 깎고 다져서 인위적으로 세운 것이 아니라 자연 위에 그냥 얹혀 있는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전통건축은 미학적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265).

단순히 중국의 것과 일본의 것과 비교하여 우리의 것이 더 우월하다는 자부심이 아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보여주는 우리나라의 전통건축은 한 미술평론가가 감탄한 대로 우리 조상들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었다. "참 아름답습니다. 나는 여러 나라를 여행해보았지만 지금처럼 산과 들과 마을과 강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풍광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당신네 나라 사람들은 자연을 대하는 방식이 다른 나라 사람들과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156). 이런 정신과 멋과 여유를 잃어버리고 남의 것을 그대로 베껴 지은 건물에 사는 우리의 팍팍하고 건조한 일상이 아쉽기만 하다.

유홍준 교수님은 "한국미술의 객관적 가치를 마음속에 갖고 있지 못"하면 상황에 휘둘리게 되는 얄팍한 애국심의 이중적 문화의식을 경계한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우리는 우리 나름의 고유한 문화와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는 확고한 문화의식"(13)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공감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진리임을 새삼 깨닫는다. 이제 광화문 광장에 나가 선다면 이전과는 마음가짐이 사뭇 다르리라는 것을 느낀다. "발돋움을 하느라 슬쩍 올라간" 귀엽기 짝이 없는 영암사터의 쌍사자석등의 궁둥이는 미켈란젤로의 작품 앞에 서도 결코 뒤지지 않을 듯하고, 돌담길에 대한 유난한 사랑이 엿보이는 유홍준 교수님께 전염되었는지 돌담길 하나도 그 가치가 달라보인다.

책에 소개된 합천 촌부 '박주사' 님과 같이 문화재청장을 지내시며 우리의 문화유산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그 가치를 발견하고, 보존하고, 널리 알려주시는 유홍준 교수님 같은 분이 계셔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치를 알아보는 눈과 그것을 되살리고 지켜내고자 하는 열정과 우직함이 참으로 존경스럽고 감사하다. 이 책을 계기로 우리나라 문화유산답사 여행이 유행했으면 좋겠다. 그렇게라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알아보는 눈이 떠지기를 바래본다. 문화유산을 되살리고, 보존하고 계승하는 일은 여전히 우리 모두의 과제로 남아 있으니 말이다. 책을 읽어보니 이 시리즈가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 제대로 알 듯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말 재밌게 읽었고, 가슴 뻐근해지는 뿌듯함과 차원이 다른 기쁨, 그러면서도 문화유산에 대한 여전한 과제가 안겨주는 초조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다. 이 책 자체가 우리의 또다른 문화유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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