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 POWER made easy - 미국 대학 최고의 영단어 명강의 WORD POWER made easy
노먼 루이스 지음, 강주헌 옮김 / 윌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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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어, 어원론적으로 접근하라!

 
깜빡 깜빡한다는 영단어학습기를 살까 고민하던 중에 이 책을 만났다. 환갑을 지난 지금도 매일 아침 새로운 영어 단어 5개씩을 외우는 은사님이 계시다. 중학교 때부터 가져온 습관이라고 하셨다. 꾸준히 공부하는 것밖에 다른 지름길은 없다고 늘 강조하시는 은사의 가르침대로 나도 매일 영어 단어 5개씩을 외워야지 하는 야무진 결심을 한 것이 벌써 몇 십년 전이다. 친구들끼리 '바퀴벌레'라고 불렀던 <vocabulary>를 한창 외우던 대학교 시절 이후, 영단어는 따로 시간을 내 공부한 적이 없다. 졸업 후, 영어를 사용할 일이 많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독해를 위한 문법 공부를 하거나 회화에 집중하던가, 아니면 문장을 통째로 외운다거나 낭독 훈련을 한다거나 하는 유행하는 영어 공부법을 따라 가다보니 영단어만 따로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언제나 영어라는 밭의 지뢰는 '낯선 단어'이다. 가장 중요하다는 그놈의 '꾸준함'이 안 되는 탓에 지금도 사전 없이 영문장을 쭉쭉 읽어내려가는 일이 꿈으로 남아 있다. 영단어만 좀 되면 어느 정도 막힘 없이 원서를 읽어내려 갈 것 같은데, 사전을 통째로 놓고 외우는 무모한 방법에 도전하기에는 용기가 부족하고, 외운 것도 생각이 가물가물한 낯선 단어를 마주칠 때마다 외워보려고 하니 뭔가 체계가 없어 아쉬웠다.

<WORE POWER made easy>는 "60년 연속 베스트셀러!, 미국 대학 최고의 영단어 명강의, 어원으로 이해하는 단어 학습법의 원조, 한국 100만 부 돌파 베스트셀러의 원서, SAT, GRE, TOEFL 고득점 필독서"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반짝 반짝 빛이 나는 책인데, 이제껏 이 책을 몰랐다는 것이 더 신기하다. 핵심만 간추렸다는 슬림한 교재가 대세인 요즘, 600페이지가 넘는 어마어마한 위용에 가격도 24,800원(여기서 20% DC 가능)이나 하는 대작이다!

<WORE POWER made easy>의 가장 큰 특징은 영단어를 '학습'한다는 것이다! 영단어 강의라고 할 수 있는데, 가장 효과적인 어휘력 확장을 위해 고안된 학습법이다. 저자는 어휘력 향상을 위해 '어원론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권하며, 그 장점을 이렇게 정리해준다. 어휘력 향상을 위해 어원론적으로 접근하면,
- 접두어, 어근, 접미어에 대해 알게 되고
- 낯선 단어라도 단어의 구조, 즉 단어를 구성하는 단위들을 분석해서 그 뜻을 추측할 수 있으며
- 구성 단위들을 적절히 결합시키는 방법을 통해 단어들을 정확히 만들 수 있고
- 명사에서 동사를, 형용사에서 명사와 동사를, 명사에서 형용사를 정확히 유도할 수 있습니다(9).

이 책도 역시나 학습의 가장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암기'가 필수적으로 따라오지만, 암기 이전에 단어의 태생(어원)을 이해하면 그것에서 파생된 단어의 뜻이 유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원을 이해하면, 방사능으로 그물이 펼쳐지듯 여러 갈래로 파생되는 단어를 보다 쉽게 암기할 수 있으며, 낯선 단어를 만나도 어원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뜻이 짐작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이 책을 통해 새로운 단어와, 새로운 개념에 대해서 생각하는 법과, 새로운 단어와 새로운 개념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7). 또 하나 저자가 강조하고 교재가 집중적으로 연습시키는 것 중 하나가 단어의 정확한 발음을 익히는 것이다. 나는 '발음 기호'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영어 공부의 첫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평생을 헤매며 고생하는 중이다. 철자와 뜻을 아무리 외워도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WORE POWER made easy>는 공식 블러그를 통해 mp3 파일을 지원하며, 단어의 정확한 발음을 알고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을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끝까지 공부를 끝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책의 효과성에 대해 말하기는 이르지만,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겨갈수록 기대감과 자신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저자인 노먼 루이스 선생님이 서문에서 어휘력을 향상시키는 데 늦은 나이는 없다고 강조하시며, "의무적으로 해낸 것과 강한 의지를 갖고 적절한 지도를 받아 해내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해주신 격려가 큰 힘이 된다. 학습 의욕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뭔가 손에 잡히는 듯한 확신을 준다. 이번에야말로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꾸준한' 학습으로 단어를 끝장내보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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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100배 즐기기 : 제주시.서귀포시.중문관광단지.한라산 외 - 2011~2012년 최신판 100배 즐기기
홍연주.홍수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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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초보 여행자에게 강추합니다!!!

 
해외여행 바람 덕분에 신혼여행지로서의 매력이 절감된 이후, 찬 바람만 날렸다는 제주도에 다시 훈풍이 몰아닥치고 있다. 그 시작은 제주 올레길 덕분인데, 제주도!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여행지이다. 랜덤하우스에서 발간하는 여행자를 위한 '100배 즐기기' 시리즈는 '실전' 여행을 위한 가이드북이다. 그러니 여행지의 사정을 훤하게 꿰뚫고 있는 여행자라면 가이드가 필요 없듯, 이 책도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초보 여행자에게는 이보다 더 완벽 가이드는 없다고 자신있게 말해주고 싶다. 
 

 

 

제주도는 어떤 여행의 테마를 가지고 떠나느냐를 미리 결정해야 할 정도로 다양한 멋과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짧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반드시 '여행의 테마'를 먼저 선정하라고 조언해주고 싶은데, <제주 100배 즐기기> 이 한 권의 책 안에 다양한 테마의 여행 정보가 알차게 수록되어 있다. 제주의 명소, 먹을거리, 체험 여행, 드라이빙 뿐만 아니라, 핵심 지역 가이드는 물론, 주제가 있는 테마 여행이라 하여 "완주를 목표로 한다면 족히 한 달은 잡아야 하는 제주 올레길, 신나는 액티비티 레포츠, 영화와 드라마 속의 제주 탐방, 문화와 예술을 만끽할 수 있는 제주의 건축물, 휴식과 디톡스를 위한 제주 休 여행"에 관한 정보까지 제주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여행의 모든 것이 여기에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작년에 제주도를 처음 여행하며 3박 4일 동안 '카페'에 가입을 하고, '블로그'를 검색하며 정보를 모아봐서 아는데, 책 한 권으로 알찬 정보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편리하고 간단하며 감사한 일인지 직접 여행을 해보면 더 실감이 나리라.
 

 

 

계절별로 즐길 수 있는 제주도 여행의 핵심 테마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제주 여행 아젠다', 곳곳이 모두 명소이지만 그래도 이곳만 둘러보고 와도 '남는' 여행이라 자신할 수 있는 '제주도 베스트 명소', 여행의 즐거움을 100배로 만들어주는 풍성한 먹거리들, 한 번쯤 욕심내고 싶은 올레길 완주, 한라산 등반, 낚시, 승마와 잠수함, 돌하루방 열쇠고리와 제주 감귤밖에 몰랐지만 더욱 풍성한 제주도 기념품, 외국과의 비교로 더욱 그 가치가 높아지는 제주도의 매력에 숙박 정보, 쇼핑 정보, 할인쿠폰, 면세점 이용까지 제주도를 100배 즐길 수 있는 정보로 정말 빼곡하게 채워놓았다. 날짜별 베스트 코스나 '초간단 셀프 요리'를 위한 레시피는 여행의 고수들에게서만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정보가 여행의 질을 높여줄 것이라 기대된다. 
 

 

 

구성도 알차다. 여행의 짐을 줄여주면서도 간편하게 소지하여 핵심 여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제주 포켓북', 제주도를 한 눈에 파악하는 '제주 관광 전도'까지 3종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제주 100배 즐기기>를 들여다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다. 아마도 어설프지만 그래도 한 번 가본 덕에, 가본 곳이 나오면 그때의 그 흥분을 다시 떠올려주고, 가보지 못한 곳이 나오면 당장 가보고 싶은 셀레임으로 마음을 동동거리게 하기 때문인가 보다. 또 정보를 수집하며 고생(?)을 좀 했기 때문인지, 읽기에 지루할 수도 있는 숙박시설이나 박물관, 교통편, 음식점의 가격과 전화번호 하나까지 소중하게 느껴진다. 작년에 급하게 떠나는 바람에 하루는 드라이브를 하고, 하루는 올레길을 걷은 후 하루만에 포기를 선언하고, 남은 하루는 한라산 등반을 하느라 녹초가 되고, 다음날 몇 군데 관광을 하고 돌아와야 했다. 동생은 지금도 예정에 없던 한라산 등반 때문에 바다 낚시를 포기해야 했던 일을 두고 두고 아쉬워한다. 지난 번 여행에서는 남쪽을 중심으로 여행을 하느라 다 가보지 못한 북쪽 코스와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던 바다 낚시를 위해서라도 올해 꼭 다시 한 번 제주도 땅을 밟아보고 싶다. 해외 여행에 비해 여러 가지로 부담이 덜 할 뿐만 아니라, 높은 퀄리티와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제주도! 우리에게 이런 소중한 섬이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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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경제학 - 실제 하버드대 경제학과 수업 지상중계
천진 지음, 최지희 옮김 / 에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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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경제학과 수업을 엿보다!

 
가물가물한 기억이지만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이란 드라마 때문에 어릴 때부터 '하버드대'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하버드대학의 새벽 4시 도서관'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보았을 때는 가슴이 뛰기도 했다. 최근에 '소셜 네트워크'라는 영화를 통해 알려진 하버드대 출신의 페이스북 창시자까지, 치열하게 공부하고 열정을 불태우며 세계를 선도해가는 세계적인 수재들이 모인 곳, 하버드대는 여전히 내 마음의 로망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경제학도도 아니면서 <하버드 경제학>이라는 책이 눈에 쏙 들어왔다. 맨큐, 서머스, 펠드스타인을 포함한 10여 명의 석학이 최고의 학생들에게 가르친 실제 수업 내용이 지면을 통해 생중계하는 책이라고 하니, 하버드대 강의실을 살짝 엿보고 싶은 호기심이 일었다. 경제학에 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하버드대에서 어떤 수업이 이루어지고, 어떤 내용을 가르치고 배우는지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마치 우등생의 노트를 엿보는 심정이라고나 할까.

<하버드 경제학>은 영어를 잘하는 기자 출신의 한 중국 여성이 2008-2009년 하버드대 경제학과 수업을 직접 청강하고, 수업 내용을 노트한 것이다. 수업 내용을 그대로 받은 적은 '필기'가 아니라, 강의실의 분위기까지 고스란히 전달하는 생생한 현장감과 함께 자신의 이해와 통찰로 수업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학생들을 경제학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 외에, 비전공자들에게 사회생활을 이해하는 분석의 틀로서 경제학을 소개하는 데 있다(24)는 하버드대학의 경제학 수업은 조교가 34명, 수강자가 900명에서 1000명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클래스로 운영된다! "이 강의를 듣는 학생들만으로도 학교를 하나 세울 수 있겠네요"(25)라는 맨큐 교수의 농담에서 빛이 난다.

비전공자가 포함된 새내기들의 강의답게 <하버드 경제학>은 "경제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경제학 원리에서부터 (미국적 입장에서) 실제 피부에 와닿는 경제 이슈와 정책의 문제를, 석학들의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해보도록 유도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단순히 경제'학'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세계적인 경제 문제와 정책을 연결하여 고민해보는 데 초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세계를 선도할 '리더십'으로서의 정체성이 분명한 그들의 책임감과 그것에서 비롯되는 학문적 자세와 태도가 부러울 따름이다.

<하버드 경제학>은 지금 세계적인 경제적 핫이슈가 무엇인지, 그와 관련된 정책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 안에 숨겨진 경제적 원리는 무엇인지를 들어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잘 정리된 우등생의 노트라도, 그 과목에 흥미가 전혀 없거나 기초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학생이 훔쳐 본다면 별 소용이 없는 것처럼, '세계적인 수준'의 경제학을 배워보려는 계획으로 이 책을 선택한다면, <하버드 경제학>도 세계적인 경제 이슈와 경제학에 대한 기초적인 관심과 지식이 있을 때, 더 흥미롭고 재밌게 읽힐 듯하다. 잘못하면 하버드대학에서 이루어지는 경제학과 수업을 엿본다는 의미 이상의 의미를 얻기는 힘들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하버드 경제학>을 통해 중계된 이번 학기의 강의는 프리쳇 교수와 서머스 교수가 처음으로 함께 진행한 것으로 완전히 새로운 형식이었다(160)고 한다. 그러니까 하버드 경제학 강의가 매번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는 이야기는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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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번이라도 뜨거웠을까?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9
베벌리 나이두 지음, 고은옥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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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 뜨거웠을까? 무엇 때문에 뜨거웠을까? 다시 뜨거워질 수 있을까?

 
살면서 심장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온몸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분노, 내 심장 안에 똬리를 틀고 들어앉은 고통, 그것은 무엇 때문의 분노였고, 어떤 종류의 고통이었나? 사회적 불평등 때문에 피가 끓어본 적이 있는가? 조각으로 나눠어진 현대인들은 공공의 이상을 잃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 <나는 한 번이라도 뜨거웠을까?>에 등장하는 꼬마 주인공은 심장이 불꽃에 휩싸이는, 아니 불이 심장을 집어삼키는 경험을 한다. 그 불꽃을 경험하는 순간, 그 꼬마는 '성장'한다. 그의 온몸을 삼켜버린 삶의 불꽃은 개인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작가 '베벌리 나이두'를 이 소설을 통해 처음 만났지만, 그녀는 꽤 유명한 작가인가 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자신의 나라에서 자행되는 끔찍한 불평등을 깨닫고 직접 저항 활동에 뛰어든 참여적 작가이다. 흑인과 백인 청소년들을 위한 범상치 않은 소설을 많이 썼다는 그녀는 이번에도 아프리카의 문제를 소재로 결코 가볍지 않은 '폭풍 성장소설'을 내놓았다.

<나는 한 번이라도 뜨거웠을까?>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 1950년대 케냐, 그리 멀지 않은 시대에, 그리 멀지 않은 땅에서, 우리가 모르는 불평등과 학살이 자행되고 있었음을 고발한다. 당시 케냐에서는 백인들에게 빼앗긴 땅과 자유를 되찾기 위해 흑인들이 모여 '마우마우'라는 집단을 결성했다. '마우마우'는 폭력으로 백인들에게 대항했다. 마우마우는 32명의 백인 정착민을 살해했고, 이 때문에 1950년 10월에 비상사태가 선포된다. 그리고 반 마우마우들에게 1800명 이상의 아프리카인들이 살해당했고, (시신도 발견되지 않은 채) 수백 명이 실종됐고, 영국 경찰은 적어도 1만 2000명(어쩌면 2만 명)에 달하는 마우마우와 용의자들을 죽였다. 뿐만 아니라, 적어도 15만 명의 키쿠유족 사람들이 마우마우 지지란 죄목으로 수감되었고, 1090명의 키쿠유족 남자들의 목이 매달렸고, 30명의 여성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210-211). "독립 투쟁이 일어났던 영국의 다른 어떤 식민지보다 케냐에서 훨씬 더 폭압적인 진압이 이루어졌다." 아직은 '동시대'라고 할 수 있는 '그때에' 벌어진 실제 역사이다.

이 역사의 소용돌이 안에 두 소년이 있다. '무고'와 '매슈'는 친구처럼 지내지만, 그들 사이에는 뛰어넘을 수 없는 신분의 장벽이 있다. '무고'는 '종'(하인)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흑인 소년이고, '매슈'는 주인의 아들인 백인 소년이다. 이 둘은 이 서로를 가로막는 장벽을 극복하고 진정한 우정을 쌓아가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나는 한 번이라도 뜨거웠을까?>는 매슈와 무고가 번갈아가면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백인(영국인)들은 증명서라는 서류 한 장으로, 합법적(?)으로 아프리카 땅을 삼켜버렸다. 그곳에서 '원래' 살았던 사람들은 조상들의 무덤을 보여줬지만, 그 증명서에는 이 남자가 땅값을 지불했기 때문에, 이 땅이 그 남자의 소유라고 쓰여 있었다. 백인들은 '할아버지들의 땅이자 신성한 장소였던, 조상 대대로 키리냐가산(케냐) 아래에 자리한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땅'을 빼앗아 울타리를 치고, 그곳에 살던 사람들을 '종'으로 만들었다. 잃어버린 땅과 자유를 찾으려고 결성된 '마우마우'와 '마우마우'의 출현을 비상사태'로 선포하고 그곳에서의 권리와 풍요를 지켜가려는 백인들 사이에 생명을 건 싸움과 긴장이 가득하다. 땅과 자유를 찾으려는 동족과 주인(백인)과의 신의(우정)를 지키고 싶은 무고의 갈등, 자신의 잘못으로 무고 가족을 큰 위기로 몰아넣은 매슈의 고통이 큰 울부짖음이 되어 우리 마음을 울린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현명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가장 안타깝게 만드는 인물은 무고의 아버지인 '바바'이다. 바바의 이름 카마우는 '조용한 전사'를 의미(53)한다. 바바는 아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와준구의 언어를 배워라! 그들이 가진 힘의 비밀을 배워라! 그들을 쫓아낼 방법을 배워라!"(52) 바바는 아버지를 이렇게 말한다. "바바에겐 꿈이 있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와준구의 지식을 배워 오는 것. 그러면 자식들은 땅을 되찾는 방법을 배워 올 것이라는 믿음! 또한 와준구도 우리들을 존중하는 법을 배울 것이라는 기대!"(205) 바바가 이런 꿈을 꾸었던 것은 '그들도 사람이고, 우리도 사람이다'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바의 방법이 옳았을까? 여전히 옳은 것일까? 

마우마우의 활동과 이에 대항하는 백인들의 무자비함을 겪으며, 무고의 심장은 뜨겁게 타오른다. 그는 이제 어느 길로 가게 될까? "하지만 이제 나는 아이가 아니었다. 바바가 없어 이제 가족을 돌봐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싸카나 위야씨, 즉 우리들의 땅과 자유를 위해 싸우는 형과 다른 사람들에게 합류하라는 부름을 받게 된다면, 가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온몸 깊은 곳에서 맹령하게 타오르는 불길에 몸을 떨었다. 그 불이 모든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내 심장 안에서 타는 불길을 막아 내는 법을 나는 알 수 없었다"(209).

책의 내용과 <나는 한 번이라도 뜨거웠을까?>라는 제목을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작가가 던져주고자 하는 질문은 케냐 땅만의 문제가 아닌 듯하다. 자신과 가족과 동족이 처한 현실에 눈을 뜨며 맹열하게 타오르는 불길에 휩싸이는 무고와 자신이 낸 불 때문에 무죄한 사람이 고통 당하는 모습을 보고 불 붙은 듯 고통스러워 하는 매슈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삶에 대해, 우정에 대해, 믿음에 대해, 얼마나 뜨거울 수 있느냐고 묻는 듯하다. 무엇보다 '옳음' 때문에 한 번이라도 뜨거웠느냐 묻고 있는 듯하다.

내용에 비하면 제목은 다소 생뚱맞아 보이고, 기대했던 것만큼 그리 스펙터클한 내용은 아니지만, 성장소설을 통해 맞닥뜨리게 되는 삶의 진실과 질문(의문)의 문학적 수준은 High-level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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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명화 속으로 떠나는 따뜻한 마음여행
김선현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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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치유력!

 
요즘은 명화의 가치가 재테크의 가치로 환원되는 한심한 일도 벌어지고 있지만, 명화가 가진 치유력 이야기는 명화의 또다른 가치를 발견하고, 명화의 위력을 재확인하는 일일 것이다. 미술치료는 "미술과 심리학이 접목된 치료 기법으로, 시각 매체를 사용하여 인간 내면의 심상을 표현하게 함으로써 무의식 속의 자가 치료 능력을 개별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치료법"이라고 설명된다. 회화에 그것을 그린 사람의 심리가 고스란히 배어난다면,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명화 속에도 그것을 그린 화가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는 발상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면서, 또 그것을 심리학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은 새로운 작업이기도 할 것이다.

<심리학, 명화 속으로 떠나는 따뜻한 마음여행>은 명화의 치유력을 증거하는 책이다. 이 책은 "예술의 기능이 의사소통"이라는 것,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내적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감상자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미술치료적 관점에서 오랜 세월 시간과 문화, 환경의 장벽 없이 많은 사람과 소통해온 명화에 주목하고, 명화를 통한 다양한 미술치료 경험들을 나눈다. 

<심리학, 명화 속으로 떠나는 따뜻한 마음여행>은 화가는 그림을 통해 내면세계를 표현함으로써 숨겨진 어둠과 고통, 욕망을 해소하고 스스로 치유를 받게 되며,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에게도 유사한 효과를 나타낸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것을 명화의 치유력이라고 표현한다. "회화작품 속에는 의식성과 무의석성이 동시에 담겨지는데, 작품을 통해 무의식의 형태를 상징적으로, 그리고 언어적으로 자유롭게 나타낼 때 자신을 더욱 깊이 알게 된다. 회화작품의 창조적 과정은 치료적 효과가 있으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적인 의사소통 양식이다. 이를 통해 억압된 감정이나 위기, 트라우마로부터 구원을 발견하고 자신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행복감을 높이고 일생생활을 풍요롭게 하며 또한 개인적 변화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36-37).

미술과 심리학을 접목시킨 이 책이 특별한 것은 화가의 삶과 그 작품에 대한 심리적 해석이다. 특히, 화가의 '자아'와 만나고, 명화에 숨겨진 심리적인 해석을 듣는 일이 흥미롭다. 작가의 삶에 대한 이해가 명화를 보는 눈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저자는 한 가지를 더 시도하는데, 그것은 바로 '명화'라는 매개를 통해 일어나는 의사소통과 감정을 공유함으로써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에게도 치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고갱, 클림트, 샤갈, 로트렉, 뭉크, 고흐, 달리, 마그리트를 다루는데, 내가 재밌게 읽은 부분은 마더콤플렉스를 가진 클림트와 유독 여성들의 죽음(어머니, 누나, 여동생 등)의 죽음을 많이 경험한 뭉크의 삶과 작품이었다. 클림트의 그림에는 반드시 여성이 '죽음'과 함께, 혹은 '죽음의 이미지'와 함께 등장하고 있는데, 어딘가 퇴폐적인 표정을 띤 여성들의 '창백한' 얼굴빛이나 절정의 쾌락을 즐기는 듯한 표정은 동시에 '죽음의 모습'도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클림트의 평생에 따라다닌 '죽음'에 대한 생각들과, 불행했던 어머니와 누이의 '죽음'이 그의 그림에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49). 재밌는 것은 뭉크 또한 클림트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뭉크의 그림은 클림트의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클림트에 비하면 뭉크의 것은 음습하고 어두운 공포로 가득하다. "뭉크 작품의 깊은 내면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또는 순탄하지 않은 인간의 삶에 대한 내면의 심리적 갈등이라고 할 수 있겠다"(116).

책을 읽으며 가장 아쉽게 느껴진 점은 너무 많은 욕심이 오히려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사례가 소개되고 있기는 하지만, 책의 원래 취지였던 명화의 치유력을 보여주는 측면에서는 설명이 다소 미흡하게 느껴진다. (미술치료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명화에 대한 전문적 지식, 심리 분석을 위한 화가의 삶에 대한 스토리텔링, 미술치료와의 접목을 '모두' 잘 다루려는 욕심을 버리고, 화가의 삶에 대한 이해와 연결지어 '명화에 나타는 심리 분석'이나, 아니면 본격적으로 명화를 통한 미술'치료'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어떨까 싶다. 같은 설명이 여러 번 반복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 간혹 지루해지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과 심리학이 만났다는 것이 흥미롭고, 명화와 유명 화가의 삶을 심리 분석적 측면에서 접근한 것 자체는 언제나 흥미로운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재 하나만은 기가 막히게 잘 잡은 듯하다.) 미술치료는 모든 연령층, 모든 질병에 다 쓰일 수 있다고 하는데,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미술치료에 관한 책들을 더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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