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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멈출 수 없는 상상의 유혹 ㅣ 상상에 빠진 인문학 시리즈
허정아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모든 상상은 몸에서 시작하고 몸에서 끝난다!
몸은 상상력의 통로이자 상상력의 창고이며, 상상력의 원천이자 질료이다(11).
흙으로 빚어진 인류의 창조 신화, 진화하는 인간의 몸, '봄'의 욕망과 보이지 않는 몸을 들여다보는 해부학, CAT, MRI, PET, 메트릭스, 아바타, 유체이탈, 분신술, 로봇, 초상화, 가면, 인형, 트랜스젠더, 문신, 바티페인팅, 장기이식, 사이보그, 난쟁이, 거인, 요정, 잡종인간 등 우리의 상상이 낳는 몸에 관한 키워드들은 끊이없다. 지금도 그 상상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상상력의 근원적 에너지를 알기 위해서 우리가 가장 먼저 들여다보아야 할 것은 바로 그 상상력의 블랙홀인 '몸'이라고 단언한다. 인간의 몸은 문명의 시작과 함께 끊임없이 상상의 대상이 되어 왔고, 또한 상상력의 원동력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상상에 빠진 인문학' 시리즈로 <몸 멈출 수 없는 상상의 유혹>을 집필한 동기라고 밝힌다.
<몸 멈출 수 없는 상상의 유혹>은 몸 '안', 몸 '밖', 그 '경계'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 안에서 몸에 '관한' 상상의 역사를 탐구한다. 책의 내용은 몸에 관한 상상의 역사, 상상의 변천사, 상상의 진화, 몸에 관한 상상의 세계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을 듯 하다. 몸은 문명의 시작과 함께 끊임없이 상상의 대상이 되어 왔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몸의 탄생과 관련한 신화에서부터 해부학(의학), 문화, 실험적 예술, 미래과학까지 그 경계가 없이 다양한 영역에서 인류역사 이래 꾸준하게 '상상'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상상의 일부는 기술의 발달과 함께 현실이 되었고, 몸을 둘러싼 상상의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음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상상이 점점 더 '발칙'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기술의 발달이 우리의 상상을 '실현 가능한' 무엇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은 상상이라는 무궁한 에너지에 대한 경이로움과 미래에 대한 부푼 기대를 심어주지만, 경계없이 도전하는 상상의 어떤 테마에서는 위험을 감지하는 빨간 불이 켜지기도 했다.
<몸 멈출 수 없는 상상의 유혹>에서 보여주는 자료들은 몸에 관한 상상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보여주면서, 또 상상의 경계가 없음을 동시에 보여준다. 몸에 관한 그 무궁한 상상의 (다양한) 영역이 놀랍고, 또 경계가 없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뭔가 좀 아쉽다! 볼거리를 일렬로 늘어놓은 박물관을 한줄로 서서 쭉 돌아보고 나온 느낌이라고 할까. 탐색적인 연구가 보여주는 몸에 관한 상상력의 형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