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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 캠핑여행지를 찾아라 - 캠핑 전문가들이 직접 뽑은 베스트 캠프장 완벽 가이드
한형석 글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고수들이 추천하는, "우리나라 각 지역을 대표할 만한 명품 캠프장"
저에게도 자랑하고 싶은 캠프의 추억이 있습니다. 제가 중학생이던 시절 여름방학 때면, 우리 가족은 관악산으로 들어가 짧게는 1주일 길게는 2주일 정도 '살다' 오곤 했습니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출퇴근을 하셨고, 우리는 계곡에서 수영도 하고 책도 읽으며 하루 종일 여름을 만끽했습니다. 2주일 동안 TV를 전혀 보지 않고 산 속에서 생활했던 경험은 정말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문명과 완전히 단절된 채, 자연과 교감하는 야생생활은 한 없이 여유로운 마음과 시간을 선물해주었고, 우리는 몸도 마음도 정신도 완전한 휴식 속에 잠겨드는 축복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TV, 핸드폰, 컴퓨터가 없어도 지루함 따윈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캠프가 끝나면 우리는 일상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이런 저런 세상 뉴스를 들으면 어디 별세계에 다녀온 기분에 젖어들 정도였으니까요.
언제부터인가 유행이 지났다고 생각했던 '텐트'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리조트나 펜션으로 휴가를 떠나는 것이 대세인 시절에 다시 등장한 텐트를 의아하게 생각하며 복고적인 향수인가,라고 여겼을 뿐입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캠프를 즐기는 캠핑 마니아들이 많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우리 가족이 간직한 특별한 캠프의 추억에 감사하면서도, 그것은 편리한 숙박시설이 없었던 지나간 날의 추억 정도로만 여겼던 마음이 오히려 얼마나 뒤떨어진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세(!)만 따라가는 제 삶이 얼마나 진부한 것이었나 하는 반성과 함께 생각이 깨어나는 기분입니다.
캠핑 여행에 다시 도전해볼 용기(!)가 생긴 것은, 반복되는 여행의 패턴이 지루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진 찍고 출발하고, 사진 찍고 출발하는 '보는' 여행이 '반복'되면서 여행 자체가 지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보다는 나를 짓누르는 문명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연의 소리에 잠겨들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TV의 방해가 없고, 즐거운 놀이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한밤중에 모닥불에 끓여 마시는 커피의 향을 느긋하게 음미하고 싶습니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한 이동 스케줄에서 벗어나, 게으르게 흘러가는 구름을 할 일 없이 감상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바람일 뿐이고, 캠핑은 초보에게 그리 만만한 여행이 아닙니다. 잘못하면 캠핑은 자연과 동화되는 환상적인 여행이 아니라, 말 그대로 '환상'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캠핑은 생 고생으로 끝나버리고 말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캠핑의 낭만을 그렇게 누려보고 싶으면서도 선뜻 캠핑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편리한 샤워시설, 안락한 침대를 포기하는 것도 아쉬운 일이지만, 그보다 야생에 내던져지는 것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 최고 캠핑여행지를 찾아라!>는 초보 캠퍼들에게 '캠핑 바이블'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을 보니 캠핑이 그리 만만한 여행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또 삶의 한 부분으로 만들고 싶을 만큼 캠핑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최고 캠핑여행지를 찾아라>의 가장 큰 장점은 대한민국 최고의 캠프장을 서로 비교해가며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년간의 경력이 있는 캠핑여행의 달인 20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여, 그들이 추천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캠프장을 각 지역별 랭킹순으로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여행지 소개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사실 꼼꼼하게 챙겨주는 여러 가지 캠핑 '팁'을 보며, 생각했던 것보다 체크하고 챙겨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놀랐습니다. 초보들이 너무 쉽게 도전했다가는 큰 고생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캠핑여행지를 찾아라>는 참으로 알뜰하고 살뜰하게 '캠핑'에 대한 알찬 정보와 함께 큰 그림과 세세한 그림을 꼼꼼하게 그려주고 있으니까요. 캠핑의 목적을 분명히 하라는 충고에서부터, 캠핑 여행을 위한 이미지 트레이닝, 지도, 정보 구하는 법, 기본 장비, 기타 장비, 캠프장에서 멋낼 수 있는 코디 방법, 짐 줄이는 노하우, 캠프 사이트 구축법, '이장 집을 찾아라, 중국집을 찾아라' 등 고수만이 전수해줄 수 있는 '이건 몰랐지 베스트 5'까지 '캠프 여행'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게다가 꼭 캠핑이 아니어도 즐기고 싶은 '캠핑 요리 레시피'는 정말 최고입니다!!!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 가게"(20)라고 하는 캠핑 장비 매장에 한 번 들러보고 싶습니다. 캠핑용 의자와 탁자를 방에 두고, 방 침대를 야전 침대로 바꾸고 싶은 (다소 오버스러운) 충동도 느낍니다. 따뜻한 침낭 속에서 아침을 만끽하다가 건너편에 있는 "화장실에 들러 독한 암모니아 향기를 느끼며" 바라보는 캠프장의 아침, 그 불편하지만 상쾌한 운치를 가슴 가득 느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