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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훔치는 공간의 비밀 - 왜 그곳에만 가면 돈을 쓸까?
크리스티안 미쿤다 지음, 김해생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행복감을 연출하라!"
일곱 가지(영예로움, 환희, 파워, 탁월함, 열망, 황홀감, 여유) 감정 연출법!
혹시 자주 가는 '나만의' 카페, 쇼핑센터, 휴식공간, 특별한 장소가 있는가? 우리는 왜 그곳에 자주 가게 되는 것일까? <마음을 훔치는 공간의 비밀>에 의하면 우리는 그곳에서 "영예로움, 환희, 파워, 탁월함, 열망, 황홀감, 여유"라는 일곱 가지 행복감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의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호텔이나 대형 백화점을 자주 찾는다면, 신전의 출입문을 옮겨 놓은 듯한 거대한 입구를 통과하면서부터 그 장엄함이 선사하는 '영예로움'을 나도 모르게 즐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안락한 의자가 있는 편안한 휴식 공간을 자주 찾는다면, 그곳에서 맛볼 수 있는 '여유'를 충분히 즐기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다채롭고 풍성한 음식은 '환희'의 감정을 자극하고, 한정판으로 나온 특별한 물건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사냥 욕구는 그것에 대한 강한 '열망'을 낳는다.
이 책의 대전제는 "인간은 아름다운 것, 인상 깊은 체험, 조형의 세계가 불러일으키는 행복감을 갈구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만도 '호모 루덴스'만도 아니다. 우리는 '호모 에스테티쿠스'(homo aestheticus)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인간은 생각할 줄 알고 놀줄 아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것, 인상 깊은 체험, 조형의 세계가 불러일으키는 행복감을 갈구하는 존재다. 호모 에스테티쿠스는 미학적인 자극을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지 않고 그 자극을 자신의 행동으로써 더욱 강화한다. 이와 같은 증폭 행위는 인간에게는 진정으로 미학적 경험이 필요하다는 증거다. 우리는 자극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자극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감정을 이입하며, 자극에 대한 반응을 행복감으로 승화시킨다"(292).
인간이 "호모 에스테티쿠스"라는 대전제가 어떻게 "마음을 훔치는 공간의 비밀"과 연결되는가? 그것이 이 책이 논하고자 하는 본격적인 물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의 대답은 한마디로 이렇다. "인간은 소비만을 위해 구매하지 않는다. 우리가 구매하는 것은 행복이라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를 구입하는 고객은 차뿐만 아니라 그 차로 인해 누릴 수 있는 행복감도 함께 산다는 것이다(17).
세계적인 공간연출 전문가이자 트렌드 연구가이며, 브랜드 마케팅 및 무드 매니지먼트 컨설턴트라는 저자 '크리스티안 미쿤다'는 이를 논증하기 위해 유명 브랜드 매장이나 백화점, 놀이동산, 레스토랑 등에 숨어 있는 "정교하고 치밀한 심리적 연출"을 7가지 범주 안에서 분석하고 있다. 인간은 감정, 즉 행복감을 구매하는 존재이고, 이러한 인간을 유혹하기 위해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장소들에 '감정 연출법'이 숨어 있음을 밝힌다.
<마음을 훔치는 공간의 비밀>은 인간이 느끼는 행복감을 총 7가지 범주로 구분하여 정리했다. 그 일곱 가지 행복감이란 "영예로움, 환희, 파워, 탁월함, 열망, 황홀감, 여유"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일곱 가지 행복감의 모태가 '죄악'이라는 저자의 견해이다. 저자는 4세기 가톨릭 수사 에바그리우스 폰투스가 '중죄'로 정죄한 일곱 가지 마음과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을 연결짓고 있다. 저자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품고는 싶지만 매우 저열한 마음 각각을 그에 상응하는 고상한 마음가짐으로 대체"(19)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영예로움은 오만을, 환희는 탐식을, 파워는 분노를, 탁월함은 시기심을, 탐욕은 열망을, 황홀감은 음욕을, 여유는 나태를 그 모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곱 가지 중죄의 바탕이 되는 욕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곱 가지 행복감은 일곱 가지 중죄에 버금가는 욕구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영예로움, 환희, 파워, 탁월함, 열망, 황홀감, 여유를 경험하고 싶어한다. 수준 높은 감성문화, 삶을 바꾸는 생태 체험, 상품을 생생한 체험과 결합하는 일상 연출 등은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구매자의 만족도를 높여준다"(49).
가게를 오픈하는 동생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본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직접적인 인테리어 노하우라기 보다는 공간을 연출하는 '이론적인 큰 틀'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겠다. 저자의 다채로운 직함이 말해주듯이, 공간연출, 트렌드 연구, 브랜드 마케팅, 무드 매니지먼트 컨설턴트 등에 관심이 있는 독자가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일상적인 공간에 숨은 '감정 연출법'의 비밀을 알게 되는 재미도 솔솔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흥미롭기는 한데 서론격(대전제)으로 다루어지는 '일곱 가지 행복감'이라는 주제가 나머지 장들의 '예'를 통해 무수히 반복되는 내용전개가 다소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행복감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체험 연출, 즉 가치를 높이 끌어올리는 연출의 구성요소라는 것과 그 행복감이라는 감정이 죄악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저자의 논제가 시시하는 바는 무엇일까? "은밀하게 연출하라"는 암시일까? 다시 말해, '드러내놓고' 연출하지 말고, 죄악을 모태로 하고 있는 감정을 은연중에 적절하게 자극해야 한다는? 아무튼 인간이 느끼는 일곱 가지 감정이 죄악을 모태로 하고 있다는 저자의 분석은 흥미로웠지만, 그것이 '공간 연출'에서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하는 물음은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