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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의 길 - '주님은 나의 최고봉' 오스왈드 챔버스 전기 ㅣ 오스왈드 챔버스 시리즈 17
데이빗 맥캐스랜드 지음, 스데반 황 옮김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역을 위한 우리의 훈련은 너무 가볍다. 오늘날 사역자들은 3년을 위해 30년을 준비하는 자세가 아니라 3시간을 훈련하여 30년 동안 일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185).
오직 주인을 위해 '찢겨진 빵과 부어진 포도주'가 된 사람, 오스왈드 챔버스!
위대한 사역자의 인생과 교훈을 조망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가를 생각해본다. 위인들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님의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을 알 수 없어 괴로운 오늘의 시련이 위대한 사역자의 발걸음에 대입될 때, 내 삶에서는 보이지 않던 하나님의 손길이 감지되기 시작한다. 그 자신은 한 발 한 발 불확실성 속을 내딛었지만, 그 발걸음이 그를 어디로 인도했고 어떤 위대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이미 알고 있는 우리는 걸음 걸음마다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세심한 손길과 위대한 계획을 본다.
날카로운 지성과 투명한 영성이 빚어내는 메시지에 비해,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은 삶에 관한 '일화'가 많이 알려진 것이 없기에 더욱 그 삶이 궁금했다. 작품이 좋으면 그것을 빚어낸 '사람'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의 가르침은 처음 알게 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 삶을 이끌어주고, 사역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되어주고 있다. 그러니 그분의 전기를 읽는 기쁨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의 전기는 '장례식 장면'에서 시작한다. "왜" 하나님께서 챔버스 목사님과 같이 귀한 분을 43세라는 젊은 나이에 데려가셨는가라는 우리 모두의 의문을 대변하듯이 말이다. 어쩌면 저자는 챔버스 목사님의 죽음마저도 철저한 순종의 길이었음을 보여주고자 의도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순종의 길>은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이 걸어간 길이 비전의 길이 아니라, 순종의 길이었음을 말한다. 그는 목표는 오직 한 가지, "주인을 위해 '찢겨진 빵과 부어진 포도주'가 되는 것"(22)이었음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순종의 길>의 저자는 묻는다. 장례식으로 챔버스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이 끝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았을까. 어떻게 보면 오스왈드 챔버스는 1차 세계대전 중에 사망한 수십 수백만의 영국 사람들 중 한 사람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바뀌었는데도 오늘날 우리는 왜 그의 이름을 알고 있고, 그의 글을 읽고 있을까. 그가 언급한 메시지가 마치 오늘 신문을 읽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인가(23-24). <순종의 길>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 '사람'의 성품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전기를 읽는 즐거움일 것이다. <순종의 길>은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의 숨겨진 매력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미술과 시를 사랑하는 예술적인 감각이 풍부했고, 극장과 소설과 같은 문화를 즐기는 여유가 있으며, 누구보다 지적이며, 재능이 많고, 적극적이고, 유머감각이 있고, 정확하고, 깊은 생각을 하는 하나님의 사람이었던 면모는 챔버스 목사님이 얼마나 멋진 '사람'이었나를 알게 해준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은혜는, 챔버스 목사님도 하나님과 함께 걷는 동안 때로는 갈등했고, 고갈되었고, 물질적 어려움을 겪었고, 어렸을 때부터 품어온 꿈을 어렵게 포기해야 했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길을 알고자 씨름했고, 인내해야 했고, 때로는 자신도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했고, 쉼을 필요로 하기도 했고, 비꼬는 가시 돋친 말도 들어야 했고, 뜨거운 헌신으로 시작한 믿음의 여정이 자아 절망이라는 잿더미로 끝나버린 적도 있고(109), 모함과 부풀려진 온갖 소문으로 상처받고, 수근거림을 견뎌야 했고, 오해를 받고 고립되었으며 사람들에게 외면도 받았고(117), 자신의 힘으로 다스릴 수 없는 무서운 교만이 숨어 있음을 고백하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일이었다. 주님을 위해서라면 억울한 일도 당하라 했던 챔버스의 가르침이 얼마나 뜨거운 것이었는지 마음에 생생하게 살아난다.
"언제나 성경의 진리를 매일의 삶에 적용하는 데 초점을 두었던"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의 가르침은 오늘 우리가 성경의 가르침과 얼마나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지 적나라 하게 보여준다. 하나님의 일에 '효율성'의 잣대를 사용하고 있는가.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내야 한다는 개념인 '효과성'은 챔버스와는 거리가 먼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방법은 언제나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아낌없이 헌신하며 전부 쓰임 받는 것'이었다"(239).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온통 들끊고 있는가. "미래에 대한 챔버스의 자세는 간단했다. "하나님을 신뢰하고 다음 일을 행하라." 지금 가장 가깝게 해야 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낮잠을 자는 것이다. 그는 담요를 두르고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284). 하나님과의 교제가 아니라, 하나님을 위한 일 때문에 분주한가. "오늘날 주 예수 그리스도의 가장 큰 원수는 성경이 요구하지 않는 어떤 실천들을 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그 실천들은 세상의 제도로부터 영입된 것으로 끊임없는 에너지와 활동을 요구하지만, 그 안에는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생명력 있는 교제는 없다"(300-301).
언제나 챔버스 목사님 앞에 서면 벌거벗겨지듯 숨겨진 내면의 죄악이 드러나는 경험을 한다. 짧은 한마디지만 '영적인 체하는 지적 게으름'(161-162), '훈련을 너무 가벼이 여기는 자세'(185)에 대한 경고는 서슬퍼런 칼처럼 가슴에 파고들었다.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의 가르침은 깊고 고상하지만, 그의 가르침을 따르면 삶은 훨씬 단순하고 명료해진다. '순종'이라는 오직 하나의 길만 남기 때문이다. 번제처럼 주님께 드려져야 할 '찢어진 빵과 부어진 포도주'가 되어야 한다는 오직 나의 목표만 남기 때문이다.

대학생 시절과 이집트의 사막 전쟁 가운데 가장 어려운 일을 도맡아 했던 때의 챔버스 목사님의 사진이다. 오른 편의 사진은 피곤으로 상하고 흡사 할아버지 처럼 깊은 주름이 패인 모습은 43세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2년새 달라진 모습이라고 하는데, 이 사진을 보고 너무 놀라고 가슴이 아파 왈칵 눈물을 쏟을 뻔했다. 얼마나 헌신된 삶을 살았는지 이 한 장의 사진이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평생 존경할 수 있는 한 사람을 만나고, 그 생애에 깊이 감동 받을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인생의 크나큰 자양분이며, 더할 수 없는 은혜라고 생각한다. <순종의 길>을 읽으며 평생 마음에 품고 살 수 있는 한 사람을 얻어 행복하다.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과 같은 목회자가 이 시대에 열 분만 더 나온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화될까.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이 있기까지 많은 믿음의 동역자가 있었고, 그 스스로도 좋은 믿음의 동역자였던 것처럼,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님의 생애와 가르침은 내게도 동역의 푯대가 되어주리라 믿는다.
"예수님께서 주님의 제자들에게 하신 가장 위대한 말씀은 '버리라'는 것이다. 제자로 부름을 받을 때 우리는 주님의 말씀에 삶을 걸고 주만 온전히 신뢰해야 한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모험을 하게 하실 때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잡으라." - [오스왈드 챔버스의 산상수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