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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생각은 어떻게 실현됐을까
스콧 벨스키 지음, 이미정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머릿속의 생각, 흩어진 생각을 어떻게 눈에 보이는 성과물로 만들 것인가?"
우리 조직의 보스는 '아이디어 뱅크', '이벤트 O'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타고난 창의성에다 '타산지석'을 인생 모토로 삼고 있는 우리 보스는 늘 남보다 앞서 새로운 것을 기획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좋은 것을 보면 바로 바로 도입하는 추진력이 있다. 그런데 내가 속한 조직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시작은 있는데 끝을 보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프로그램이 도입될 때마다 "이것도 좀 하다 말겠지"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보스는 열심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놓는데, 그것을 실행해야 할 조직원들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지쳐가고 있는 것이다.
애플이나 구글은 물론 가끔씩 회자되는 '억대 매출녀', '억대 연봉남'까지 성공한 기업이나 사람들을 볼 때, 우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대박을 터뜨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많은 자기계발서와 경영서적이 성공요인의 첫째로 '창의성'(아이디어)을 꼽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은 어떻게 실현됐을까>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한 성공요인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를 성공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아이디어의 '실현'이라는 사실이다. 건강하고 날씬한 몸매의 비결은 다이어트의 '방법'이 아니라, 다이어트의 '실현'인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천재는 1퍼센트의 영감과 99페센트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명언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아이디어 잉태'가 전체 과정의 1퍼센트라면, 나머지 99%는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방법이 좌우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이디어 자체보다는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법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머릿속의 생각, 흩어진 생각을 눈에 보이는 성과물로 만드는 기술은 무엇인가?" 이 책은 성공한 기업(조직)과 개인의 사례를 분석하여, 바로 이러한 기술을 탐구하는 책이다.
아이디어 실현 =
(아이디어) + 조직화와 실행력 + 함께하는 사람들의 힘 + 리더십
<그들의 생각은 어떻게 실현됐을까>가 밝혀낸 바에 의하면, 조직화와 실행력, 함께하는 사람들의 힘과 리더십, 이 세 가지가 바로 "뜬구름 같은 생각들을 지상으로 끌어내려 현실성을 부여"하는 핵심 요소이다. 아이디어 실현 능력은, 떠다니는 생각을 조직화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고, 보다 큰 공동체에 참여하면서, 리더십을 키우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그와 같은 실현 능력을 구체적으로 몸에 익힐 수 있는 세 가지 단계 - "Step 1. 생각을 직조하라", "Step 2. 함께 움직을 사람을 찾아라", "Step 3. 리드하라! 팀을, 그리고 나를" - 를 제시한다
특별히 나에게 유익했던 것은, 행동 항목, 참조 항목, 후순위 항목으로 나누어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방법(Setp. 1)과 아이디어를 숨기려 하기보다 공유하는 개방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Step 2), 그리고 팀의 창의성을 주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셀프 리더십'을 길러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다(Step 3).
인상적인 것은 디니즈에 있는 3개의 방, 즉 어떤 제지도 받지 않고 마음껏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는 제1호실, 제1호실에서 나온 무분별한 아이디어들을 모아서 조직하는 제2호실, '심문실'이라고도 불리며 제2호실에서 조직된 아이디어를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제3호실'에 관한 설명이었다. 물리적인 공간을 이용했다는 것도 재밌었지만, '된다'보다는 '안 된다'라는 말을 많이 해야 하고, 필요할 때 서슴없이 아이디어를 죽이는(학살) 팀과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124)는 가르침도 신선했다. 아마도 검증이나 성찰 없이 무조건 아이디어만 쏟아내는 조직문화에 질려버려서 그런 듯하다.
<그들의 생각은 어떻게 실현됐을까>가 가르쳐주는 중요한 교훈 중에 하나는 아이디어의 실현은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골몰하는 사람일수록 '이건 내 아이디어'라는 집착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조직에 새로운 아이디어는 넘쳐나지만 대다수가 별다른 결과물 없이 사라져버리고 마는 이유도 어쩌면 저마다 '제 아이디어' 실현에만 골몰하고, 다른 사람의 것에는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옛말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실현되지 않는 아이디어는 그것이 아무리 탁월한 것이라 해도 흘러가는 뜬구름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디어는 실현될 때 비로소 가치를 가지고,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생각은 무성한데 이루어지는 것은 없고, 아이디어는 가득한데 정작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변화와 성공은 아이디어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한걸음 내딛을 때, 다시 말해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바로 그 순간에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