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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서울산책 - 쉽고 가볍게 즐기는 서울 걷기 여행 레시피 38 ㅣ 동네 한 바퀴 시리즈 1
이하람 지음, 이동천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두근두근 서울산책?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게 서울 거리는 '두근두근'거릴 만한 '세상'은 아니었다. 몇 년 전, 직장 때문에 서울을 벗어나 근교로 옮겨앉은 후에는 가끔 "서울 투어 버스를 타보고 싶다"고 장난스레 말을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나는 서울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서울은 내게 지구상에서 가장 익숙한 거리이면서,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서울 산책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바로 서울 여행이 가진 가장 큰 매리트이면서, 동시에 여행지로서 서울을 관심밖으로 밀어내는 요인이리라. 지루한 일상이 바로 그 서울에서 계속되고 있고, 세상살이의 온갖 시름이 달라붙는 곳도 서울 아닌가. 더구나 혼잡한 출퇴근 시간에 시달리거나 움직이는 주차장이라고 할 만큼 꽉꽉 막히는 교통 지옥을 반복해서 경험하다 보면, 마음속에서 하루에 열두 번도 더 탈출 욕구가 널을 뛴다. 그러니 여행이나 휴가, 휴식이라는 개념과 만날 때 '서울'은 떠나야 하고, 벗어나야만 하는 그 어떤 곳이었을 뿐이다.

서울을 다시 만나다!
많은 여행 서적이 쏟아지는 가운데 <두근두근 서울산책>이 눈길을 끄는 것은 '여행지로서의 서울'을 다시 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서울이 가진 멋과 재미와 생기와 가치를 제대로 담아내었다. 무엇보다 '서울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나' 감탄할 만큼 책이 아름답다. 감성적인 한 컷 한 컷이 서정적인 포토 에세이를 읽고 있는 느낌을 준다. 사진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등에 짊어진 삶의 짐이 스르르 풀려질 것만 같다. 바쁜 일상에 좇겨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서울의 본래 모습이 우리의 조급한 마음을 붙잡는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망치질하는 사람'이 시선을 끄는 '광화문 씨네큐브', 사진으로는 절대 서울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메타세퀘이아길', 서울에서 몇 십 년이 넘게 살면서도 한 번도 가본적 없는 부암동의 카페 <산모퉁이>, 바로 앞에 있는 사무실에서 2년 정도 근무를 했으면서도 이런 곳이 있었는줄 몰랐던 삼릉공원의 '정현왕후릉 소나무 숲길'을 보고 생각했다. 어디가서 서울이 내게 지구상에서 가장 익숙한 거리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말이다. 서울이 이렇게 낭만적이고 전원적인 도시였던가! 서울의 공기가 갑자기 청량하게 느껴지니, 생경한 서울 모습이 마법처럼 신기할 뿐이다.

도시를 걷다!
<두근두근 서울산책>은 책의 '구성'에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다. 서울을 감성도시로 다시 태어나게 만든 기획력이 탁월하다. '상상의 도시를 가다', '사랑의 주문을 걸다', '친구야 젊음을 누리자',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녹색 공간', '문화와 역사가 눈앞에 펼쳐지는 곳', '아련한 골목길을 추억하다', '서울에서 탈출하다', '밤이 더욱 멋져'라는 여덟 개의 범주 안에 각각 새롭게 뜨고 있는 핫한 플레이스, 달콤한 데이트 코스, 캠퍼스, 가족들과 떠나는 나들이 코스,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 어릴 적 뛰어놀던 추억의 골목길, 이국적인 거리, 서울의 야경을 테마로 서른 개가 넘는 산책 길을 내었다. 여기에 '아주 특별한 서울 이야기'까지 읽을 거리도 풍부하게,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책을 활용하여 서울산책을 즐기는 방법이 책의 앞 부분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지만, 여기에 다시 옮겨보면 이렇다.
한 눈에 보이는 일러스트 지도 - 오늘 산책할 걷기 코스 동선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완벽한 산책이 되도록 도와주는 상세한 교통편 정보 - 찾아가는 방법, 돌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산책 전에 알아두면 좋은 각 지역별 프롤로그 - 어떻게 산책하면 좋을지 전체적인 개념을 잡아준다.
상세하게 구분하여 소개하는 산책 코스 1, 2, 3 - 내 맘대로 골라 걷는 재미가 있다.
산책이 지루해지면 바로 이곳으로! 주변 명소, 맛집, 쇼핑 숍 - 놓치면 아까운 주변 장소들을 소개한다.
친절하게 알려주는 각 장소별 여행 정보 - 여행의 생명줄과 같은 정보가 꼼꼼하게 담겨 있다.
랜덤하우스에서 발간되는 여행 책의 최대 장점은 언제나 따끈한 최신 정보라는 것! 서울산책은 외국 여행과 같은 두려움은 없지만,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만큼 여행자의 마음을 안심시키는 것도 없을 것이다.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서울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사람들도 이 책을 만나면 서울살이가 즐거워질 듯하다. 정보도 있지만 건조하지 않고, 익숙한 장소도 많지만 지루하지 않다. 낯설지 않은 전경, 낯설지 않은 삶의 모양,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히려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나의 눈길과 나의 발길을 잡아끄는 구석구석 부지런한 수다가 익숙한 곳이라 여겼던 서울을 다시 보게 만들어준다. 서울이 가진 '멋'이라면 어떠한 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저자의 열심이 그대로 눈에 보인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어떤 자부심과 뭉클함이 차오를 만큼 서울의 멋과 가치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서울은 참 소중한 곳이었다! 솔직히 서울시에서 만든 어떤 홍보책자보다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시에서 만든 홍보책자를 다 본 것은 아니지만, 분명 그런 확신이 든다. 내게 외국인 친구가 생긴다면, 이 책을 선물해주어야겠다. 반드시 산책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