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살림의 여왕 - 건강한 우리 집 만드는 똑똑한 살림 비법
헬스조선 편집팀 지음 / 비타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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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집이 당신을 병들게 한다면 무엇부터 대처해야 할까?(10)

 

 

이 책을 통해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집 안이 바깥보다 더 오염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4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나 초등생 천식환자의 10% 안팎이 실내 공기 오염과 관련한 것으로 추정한다. 결국 대기오염이 심각한 바깥보다 집 안이 안전할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은 오산에 불과하다. 집 안 공기에 더욱 신경 써야 할 때다"(11).

 

청소를 하다 보면, 사무실이고 차 안이고 집 안이고 실내에 쌓이는 시커면 먼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대기가 얼마나 오염 되어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검은 먼지를 보며 창문 열기가 겁났었다. 그런데 <친환경 살림의 여왕>은 지금 당장, 최소한 하루 3번씩 30분간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 필수라고 말한다(14). 집 안의 공기를 오염시키는 유해물질이 집 안에 가득하다는 충격적인 사실과 함께 말이다. 주방, 욕실, 현관, 침실, 거실할 것 없이 공기를 오염시키는 유해물질이 집 안에 가득하단다. 알고 보니 새집만 위험한 것이 아니었다.

 

살림의 고수들과 달리 나와 같이 살림에는 영 관심이 없고, 별 상관도 없고, 지식도 완전 꽝인 독자라면, <친환경 살림의 여왕>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초보들의 눈높이에 맞춘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간별 청소와 관리의 법칙, 친환경 세탁의 법칙, 실내 가드닝의 법칙, 친환경 인테리어의 법칙, 에코 라이프의 법칙, 식품 보관과 활용의 법칙, 가족 건강의 법칙, 화장품 활용과 피부관리의 법칙까지 친환경 살림 여왕으로 거듭날 수 있는 노하우를 전하는데, 꼭 알아두어야 할 상식에서부터 재밌는 아이디어까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미용실에 가면 자주 뒤적이게 되는 잡지의 특집 기사 같은 분위기이다.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는 이제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되었고,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책임일 것이다. 그러니 살림을 전담하는 전업 주부가 아니더라도 '친환경'을 추구하는 살림의 지혜는 '누구나' 배우고 실천해야 할 하나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친환경 살림의 여왕>은 집 안 '살림'에 그 초점을 두고 있다. 책의 시작에서 "집 안이 바깥 보다 더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이 특별히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그 어느 곳보다 가장 안전하고 건강하고 편안해야 할 공간이 '집 안'이여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 안의 공간만 안전하고 건강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마음은 버려야 하겠지만, 모든 사람이 각자 자기 집 안부터 친환경적으로 관리를 하고 가꾸어나가는 습관을 가진다면 그것이 사회적인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그런 뜻에서 <친환경 살림의 여왕>은 주부들의 책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이런 책은 주부들(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자!

 

그런데 협찬을 받았는지, 정보를 가장하여 특정 상품을 광고하고 곳곳에 상표를 노출하고 있는 사진들이 좀 거슬린다. 객관적인 편집부의 순수 추천 상품이라고 해도 어쩐지 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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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100배 즐기기 - 2011~2012년 최신판 100배 즐기기
박진주.임서연.허보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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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러한 여행서적을 접했을 때는 굳이 여행 에세이도 아닌 이런 여행 정보를 책으로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어제의 세상이 오늘의 세상과 다를 만큼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다, 우리에겐 세상의 많은 정보가 빠르게 소통되는 '인터넷'이 있지 않은가. 그러니 굳이 '생생한' 여행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을 구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처럼 '실제적'인 여행 정보 책은 그 유통 기한이 짧을 것이라는 계산까지 해가면서 말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여행을 위한 휴가 기간이 짧을수록, 여행지가 낯선 곳일수록, 알찬 여행을 위해서는 더욱 치밀한 계획과 보다 정확한 정보가 필요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인터넷'에 의존하기에는 생각보다 문제가 많았다. 원하는 정보를 찾는 일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였고, 찾아도 그것이 얼마큼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인가도 문제였고, 같은 여행지인데도 평가와 정보가 천차만별이었고, 게다가 아무리 뒤져도 '내가 원하는' 그리고 '최신의' 정보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더구나 해외 여행은 믿을 수 있는 '여행 전문가'의 조언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래서 관련 카페까지 찾아 가입도 해보았지만, 그래도 역시 잘 만들어진 '책'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우선을 알아야 할 정보, 필요한 정보, 믿을 수 있는 정보가 한 곳에 모여있다! 그것도 일목요연하게! 정보의 바다를 절실하게 헤매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책은 현지에서도 그 가치를 발휘한다. 언제, 어디에서라도 참고가 가능하며, 다이나믹한 여행 상황에서 '기준'이 되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랜덤하우스의 "100배 즐기기" 시리즈는 내가 가장 선호하는 여행 서적이다. 여행을 위한 큰 그림에서부터 작은 그림까지 세심하게 그려주며, 전문가의 꼼꼼하고 친절한 안내가 정성스럽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알차고 실용적이다. 책 제목 그대로 "100배 즐기기"라는 컨셉에 딱 맞는 구성을 자랑한다. 더구나 내게는 여행지에 대한 막연한 동경보다, '실제적'인 여행을 설계하도록 확실한 동기부여를 해준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책이다. 

 



발리 여행을 꿈꿔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처음 발리에 대해 알고나서 나도 줄곧 '발리'를 꿈꿔왔다.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함께갈 '짝'을 찾을 데까지 미루어오다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하고 있지만,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포기할 수 없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발리 100배 즐기기>는 발리 여행을 위한 실제적이고 유용한 정보말고도, 막연하게 꿈꿔왔던 발리의 매력을 확실하게 알려주었다. 단순히 해변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뿐이었는데, 발리는 훨씬 다이나믹한 곳이었다. 발리에 대한 오해와 진실까지, 왜 발리가 "세계적으로 톱클래스의 여행지'인지 알고나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나의 꿈을 현실로 바꾸어주는 책, <발리 100배 즐기기>! 2010년 여름은 갔지만, 이 책이 나의 꿈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어줄지 기대감 100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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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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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스럽지 않은', 그러나 무라카미 하루키'스러운'!

 
느낌은 강한데 여운은 없다. 아니다. 반대인가. 느낌은 없는데 여운이 남는 것인가. 아무튼 어딘지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과 닮은 느낌이라고 생각되어지면서도,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을 생각하지 않고 읽었다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로 치부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의미를 읽어내려 한다면 무궁무진한 이야기 밭일 수도 있겠고, 굳이 의미찾기를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다소 환상적인 요소, 리얼리티를 간단하게 무시하는 황당함과 극한의 리얼리티가 만들어내는 오묘함이 그 두 가지 가능성의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듯하다. 


6편의 단편 중 가장 납득하기 어려우면서도 가능 많은 의미가 읽혀지는 이야기는 <빵가게 재습격>이다. 한밤중에 깨어난 부부는 참을 수 없는 공복감에 시달린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공복감이었다(10). 그것은 쉽게 채워질 것이 아닌 특수한 굶주림처럼 느껴졌다(12). '나'(남편)는 예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는 사실과 그때 단짝 친구와 빵가게를 습격했던 때를 회상하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려주자, 아내는 빵가게를 재습격하러 가자고 제안한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예요?"(31)
 
부부가 빵가게 대신 불 켜진 맥도날드를 습격했을 때, 점원은 이렇게 물었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예요?" 내 질문도 이것이다. 도대체 작가는 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일까? 부부는 문을 연 빵가게가 없어서라고 대답하고, 빵 외에는 아무것도 훔칠 생각이 없다고 대답한다. 오로지 '빵'에 집착하는 부부.

참을 수 없는 공복감과 빵, 친구와 빵가게를 습격했던 기억, 바그너의 <서곡집>을 끝까지 묵묵히 다 줄어준다면 가게 안의 빵을 맘대로 가져가도 좋다고 했던 가게의 주인, 그 후의 저주, 자신의 공복과 결혼생활을 연결지어 생각하는 아내, 파트너가 되 빵가게(맥도널드)를 재습격하는 부부, 한밤중의 소동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곳(맥도널드) 데이블에 곤히 잠들어 있는 커플.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읽어내고, 무엇을 눈치채야 하는가?

한밤중 맥도널드 테이블에 깊이 잠든 커플을 보며 '나'는 "대체 그 무엇이 두 사람의 깊은 잠을 깨울 수 있을지 궁금했다"(32). 주인공 부부가 한밤중에 잠이 깬 것은 '공복' 때문이었다. 부부가 느끼는 허기는 살아 있음의 한 증거이고, 쉽게 채워질 것같지 않은 공복감은 살아 있는 욕망의 늪을 연상시킨다. 저주에라도 걸린 것처럼, 문 열린 빵가게를 찾아 새벽 두시 반의 도쿄 시내를 헤매는 허기진 부부의 괴상하지만 무심한 광기(?)는 우리 삶의 한 단면을 절개해 보여주는 듯하다. 욕망에 이끌리는 삶이 만들어내는 광기말이다. "날이 새면서 저 영원으로 이어질 것만 같던 우리의 깊은 허기도 소멸되어가고 있었다"(32). 결국, 하나의 질문만 덩그러니 남는다. "그렇지만 이럴 필요까지 있었을까?"(33) 마지막 눈을 감을 때, 우리도 이런 질문을 하게 되지는 않을까.

사족을 달자면, 공복과 결혼 생활의 상관 관계에서 '빵가게 재습격'을 제안하고, 주도하고, 회의하는 남편과 달리 이럴 필요가 있었다고 확신하는 쪽은 여자, 즉 '아내'이다. 몰아부치는 아내! 태초의 에덴동산에서처럼 여전히 욕망에 더 취약한 쪽은 여자라는 뜻일까? 결혼을 하면 욕심이 사나와지고, 돈을 더 많이 벌어오라고 남편을 내모는 아내의 모습을 압축한 것일까? 작가의 의중이 궁금하다. 

 
(여섯 편 모두 기묘하지만) 가장 미스테리한 이야기는 <코끼의 소멸>이다. 어느 날, 마을의 축사에서 늙은 코끼리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리는 '미스테리'한 사건이 발생한다. 어느 날, 증발해버린 코끼리와 사육사의 이야기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데 딱 하나의 대상만 사라져버린 느낌을 떠올리게 한다. 지구는 여전히 돌아가고,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데, 내게 소중했던 그 하나의 대상'만' 사라져버린 느낌.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모두 깡그리 잊어버리고 마는, 존재의 소멸 그리고 잊혀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와 함께 숨을 쉬고, 내 곂에 있던 생명이 단숨에 사라져버리는 미스테리. 그러나 어떤 의문을 제기하든, 어떤 논리를 내세우든 확실한 것은 한 가지이다. 코끼리와 사육사는 소멸해버렸고, 그들은 두 번 다시 이곳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68).

상실과 소멸의 대가라는 인식 때문인지, 존재, 시간, 상실과 소멸이라는 키워드가 머릿속을 떠돈다. 시간에 밀려가는 존재는 때로 어딘지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에 젖어든다. 그러다 문득 깨달아지는 상실.

"나는 보트 바닥에 누워 눈을 감은 채, 밀물이 나를 적당한 곳으로 데려다주기를 기다렸다." <빵가게 재습격>

"나는 그 위에 누워 커튼 틈새로 달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대체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패밀러 어페어>

"그것을 상실한 지 대체 몇 년이 지났을까? (...) 상실한 뭔가에 대해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건, 그것을 상실한 날짜가 아니라 상실했다는 사실을 우리가 깨달은 날짜뿐이다. (...) 삼 년이다. 삼 년이라는 세월이 나를 이 11월의 비 오는 밤으로 데려다주었다." <쌍둥이와 침몰한 대륙>

"바람이 불든 불지 않든 나는 이런 식으로 살고 있다." <로마제국의 붕괴, 1881년의 인디언 봉기, 히틀러의 폴란드 침입, 그리고 강풍세계>

"하루에 한 번 태엽 감는 새가 찾아와 세상의 태엽을 다 감아놓고 간다. 그리고 나 혼자 그런 세상에서 나이를 먹고, 하얀 소프트볼 같은 죽음을 부풀려가는 것이다." <태엽 감는 새와 화요일의 여자들>

"내게 필요한 것은 결국 리얼리티라고 생각했다"(139).

시간 속에 존재하며 결국 소멸해버릴 생명을 (위태하게) 이어가고 있는 내게 필요한 것은 결국 '리얼리티'일까. 작가는 "아무리 선명한 꿈도 결국은 선명하지 못한 현실 속으로 소멸해가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런 꿈을 꾸었다는 것조차 나는 떠올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150)고 말한다. 여기서 선명한 것은 꿈이고, 선명하지 못한 것은 현실이다. 선명한 꿈이 선명하지 못한 현실 속에서 소멸해간다면 우리는 리얼리티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선명한 꿈에서일까, 모든 것이 소멸되는 현실에서일까.


작가는 이 여섯 편의 이야기를 한 권으로 엮어낼 계산을 미리 했던 것일까. 꼽씹을수록 여섯 편의 이야기가 하나의 '시리즈' 같다는 의심이 든다. 마지막 이야기인 <태엽 감는 새와 화요일의 여자들> 이야기가 그런 의심에 확신을 심어준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내의 부탁(!)으로 사라진 고양이 '와타나베 노보루'를 찾아나선다. 재밌는 것은 다른 작품 속에서도 '와타나베 노보루'가 계속 등장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이나 미친 존재감을 자랑하는 조연이 아니라, 행인 1, 행인 2 같은 비중으로 말이다. 주의 깊게 읽지 않으면 '와타나베 노보루'라는 이름이 작품에 계속해서 등장하는지도 알지 못할 만큼.

집에 돌아온 아내는 '와타나베 노보루'를 찾지 못했다는 '나'(남편)에게 "당신이 죽인 거야"라고 말한다(212). "적어도 당신만큼은 그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그 고양이를 괴롭힌 적도 없고, 매일 밥도 제때 챙겨줬어. 내가 밥을 줬다고.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고양이를 죽였다는 건 말도 안 돼"(213)라고 항변하지만, 아내의 생각은 단호하다. "언제나언제나 그래. 스스로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많은 것을 죽였어"(213). 어째서 아내는 남편이 고양이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혹시 이 책을 읽어오면서 여기 저기 등장하는 '와타나베 노보루'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면, 그래서 그 '와타나베 노보루'를 간단하게 무시해버렸다면, 그래서 그 '와타나베 노보루'가 내게 무의미했다면, 나도 '와타나베 노보루'를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죽인 것이 되는걸까.

와타나베 노보루, 너는 어디에 있느냐?(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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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와 코기
타샤 튜더 지음, 김용지 옮김 / 아인스하우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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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진심으로 교감해본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따뜻한 행복, 아름다운 추억 앨범!

 
얼마 전, 고양이 '은비 사건'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애완동물은 그저 하찮은 짐승에 불과하지만, 어떤 사람에게 애완동물은 인생을 함께하는 반려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특별한 교감을 나누는 동물을 '반려동물'이라고 부릅니다.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애완동물을 반려동물로 부르도록 처음 제안하였다고 합니다.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하여 애완동물은 사람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뜻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라 이름한 것입니다.

<타샤와 코기>는 동화작가로 잘 알려진 타샤 할머니와 할머니의 반려동물이었던 '코기'와의 특별했던 추억을 담은 책입니다. 코기 없는 타샤 할머니의 인생은 생각할 수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나의 인생의 반 이상을 코기와 함께 생활해 왔습니다. 그 세월 동안 코기는 줄곧 나의 멋진 반려자였습니다. 코기가 없는 생활은 생각할 수 없지요"(105).

타샤 할머니는 1957년, 그녀의 나이 마흔두 살 때, 영국에서 코기를 처음 만났고, 인생의 반 이상인 50여 년을 코기와 함께 생활했습니다. 강아지의 평균 수평을 생각할 때, '코기'라는 강아지와 50년을 보냈다는 이야기가 처음에는 좀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코기'는 영국 왕실에서도 사랑받고 있는 왕실견으로 견종의 한 이름이었습니다. 책에 실린 타샤 할머니의 앨범과 삽화를 보면 대를 이어가며 타샤 할머니와 함께한 '코기'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에 금방 반해버리고 말 것입니다. 귀여운 눈망울과 배가 곧 땅에 닿을 정도로 짧은 다리와 동그스름한 몸집에 타샤 할머니도 홀딱 반해 버리고 말았답니다(72). 코기는 타샤 할머니의 가족이자 친구였을 뿐만 아니라, 할머니의 크리스마스카드, 책의 삽화, 그림책의 주인공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어머니(타샤)와 코기가 첫 인연을 맺게 된 사연, 그 이후부터 어머니와 코기가 함께 한 50여 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의 특별했던 나날을 여러 장의 사진과 그림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109).

<타샤와 코기>는 타샤 할머니와 코기의 행복한 추억 앨범입니다. 추억의 한 장 한 장마다 행복이 가득합니다.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는 듯해도 돌아보면 항상 곁에 있는 그런 최고의 반려자"(79)라고 하는 타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동생이 보지 않도록 이 책을 감추었던 마음이 부끄러웠습니다. 동생이 이 책을 보고 떠나 보낸 강아지를 추억하며 슬퍼할까 걱정이 되었던 것입니다. 5대로 이어지는 강아지를 키우는 동안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는데도, 떠나 보낸 슬픔이 다시 들춰질까 추억을 꺼내보기가 두려웠던 것입니다. 타샤 할머니의 딸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집 개들에게는 하나하나마다 흥미롭고 멋진 이야기가 가득했고, 세상을 떠날 때면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슬퍼했습니다"(106). 그리고 이제 타샤 할머니는 떠나셨지만, 혼자서 할머니의 곁을 지켰던 코기 메기는 여전히 건강하고 씩씩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사랑했던 강아지를 떠난 보낸 슬픔이 너무 커서 우리 가족은 더이상 강아지를 키우지 않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더 견딜 수 없는 것은 추억의 빈자리였습니다. 다시 강아지를 키우며 생각합니다. 다가올 이별의 순간을 두려워하기보다 그들과 나누었던 따뜻하고 행복했던 교감을 기억하며, 함께하는 오늘의 행복에 감사하자고 말입니다. 이렇게 인생을 배우는가 봅니다.

<타샤와 코기>는 반려동물과 한 번도 따뜻한 교감을 나눠보지 못한 독자에게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시시한 책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작은 병아리 한마리라도 제손으로 키우며 교감을 나눠본 독자라면, 반려동물과 함께한 추억이 가득한 인생을 살았거나 살고 있다면, 이 책은 슬프도록 아름다운, 특별한 책이 될 것입니다. 코기와 함께한 타샤 할머니의 인생이 따뜻한 행복으로 가득한 한 편의 동화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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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 한국편 - 김유신과 김춘추에서 김대중과 김영삼까지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시리즈 1
함규진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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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의 소나무여, 이득한 세월을 견뎌
몇 만 겹으로 둘러싼 산속에서 자라났구나.
다행히도 훗날 다시 보게 되려는가.
인간 세상의 만남은 잠시 지나간 자취 되는 것을.

이성계와의 첫만남에서 정도전이 손에 피가 흐르도록 소나무 껍길을 벗겨내고, 하얗게 드러난 나무 속살에서 쓴 시이다(57). 저자는 이것이 이성계의 뇌리에 자신과의 만남의 의미를 똑똑히 새겨두려는 정도전의 퍼포먼스였다고 풀이한다. 정도전은 "인간 세상의 만남은 잠시 지나간 자취 되는 것"이라고 만남의 덧없음을 노래했지만, 이 노래로 그 덧없음을 극복해냈다.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은 한국 역사를 돌아보며, 역사적으로 '유의미'한 만남의 순간들을 포착해내고 있다.

역사의 (숨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욱 흥미를 가질 만한 책이다.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은 한국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역사적 만남의 한 장면을 '소설적인 서술'로 재현하며, 그 역사적 함의를 풀어내고 있다. '소설적인 서술'이라 함은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역사의 한 장면을 극적으로 재구성했다는 뜻이다. 이 책을 읽으며, 역사는 역시 '이야기'로 배워야 재밌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게 된다.

이 책은 한국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역사적 만남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묶어내고 있다. 각각의 카테고리는 그 안에서 서로 짝을 이루는 인물들의 만남에 대한 하나의 '평'이기도 하다. 카테고리만 보아도 그 만남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짓고 있는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만남을 통하여 비로소 역사에 큰 획을 긋게 된 <물과 고기의 만남>, 만남 이후 서로 용납할 수 없는 사이가 됨으로써 당사자들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역사의 물줄기까지 바꿔놓은 <불과 얼음의 만남>, 만나자마자 서로에게 죽고 못 사는 존재가 되고 그 열정이 지나쳐서 시대의 틀마저 불태우거나 그을음을 잔뜩 묻혀버린 <불과 나무의 만남>, 서로 만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를 존중하며 좋은 영향을 남기고 돌아선 <산과 바다의 만남>, 한때는 단짝이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서로의 갈 길로 떠나가버려, 그 때문에 많은 기회와 희망이 아쉽게도 스러지고 만 <구름과 구름의 만남>이다"(6-7).

이 책의 카테고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만남은 <불과 나무의 만남>이었다. 시대가 인정하지 않은 사랑으로 무너져버린 진성여왕과 김위홍의 만남에서부터 정치적인 야심이 컸던 박마리아와 이기붕과의 만남까지 시대가 허락하지 않은 열정으로 자신을 송두리째 태워버린 '여성'의 삶을 역사적인 만남이라는 시각에서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성여왕은 사랑에 겨워 정치를 부담스러워했다. 정난정은 한없는 파격과 일탈을 사랑의 표시로 여겼다. 홍랑은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불사했다. 자신의 총명함을 저버릴 수 없었던 이예순은 종교에 열중했고, 나혜석은 그림에 매달렸으며, 박마리아는 정치적 야심을 불태웠다. 그러나 그 모든 열정과 사랑은 불행히도 시대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 그녀들이 일으킨 불꽃이 시대와 세상의 낡은 틀을 다만 얼마라도 태워버리고, 새로운 역사를 쓰도록 하긴 했지만"(225).

이제는 어찌해볼 도리 없이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이고 굳어져버린 사건인데도, 역사가 다이나믹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것을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떠한 기준으로 해석해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고, 전혀 다른 교훈을 길어낼 수 있기 때문이리라.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 책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같은 역사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가장 극적인 장면을 포착해내는 탁월함이 있다. 역사적 깊이 보다는 이야기적 재미에 만족할 수 있는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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