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여행 - 성경 인물과 함께 떠나는
전성수 지음 / 두란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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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속에 온전한 치유가 있다!

 
내적 치유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독자들에게도 이 책은 꼭 한 번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나 역시 내적 치유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이 책은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어떤 내적 치유 프로그램은 신비적인 성향을 띠고 있기도 하고, 어떤 프로그램들은 비성서적인 사상이 교묘하게 섞여 있기도 해서 '내적 치유'는 분별력을 가지고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내적 치유'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성경 인물들의 심리를 읽어내며, 성경 안에서, 그리고 믿음 안에서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하시는 예수님과의 만남으로 독자를 인도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성경 인물들이 매우 친숙한 이웃으로, 나와 같이 상처를 가진 한 사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해준다는 데 있다. 성경인물이 입체적으로 살아나고 있다. 가장 재밌게 읽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다윗의 가정사이다. 저자의 해석이 탁월하고 독특하다. 다윗과 바세바 사이의 자녀들은 다윗에게 반역하거나 패륜을 저지르지 않았다(89). 그러나 다윗의 첫째 아들 암논은 자신의 여동생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고, 동생에게 사랑받고 싶어 했다. 압살롬 역시 자신의 형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고, 아버지의 사랑을 끊임없이 요구하며, 자신의 어머니뻘인 아버지의 후궁들을 범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려 했다. 아도니야 역시 아버지에게 반역하고, 아버지를 모시던 아비삭을 자신의 아내로 달라고 요구했다(88). 암논도, 다말도, 압살롬도, 아도니야도 사고가 터졌을 때 다윗과 의논하거나 대화하지 않았다. 하나님께 "내 마음에 맞는 사람"이라는 극찬까지 들었던 다윗인데, 그의 가정은 어째서 이렇게 되었을까?

저자는 그 이유를 부모와 자녀의 애착관계에서 찾고 있다. 이른 나이에 험한 도피 생활을 해야 했던 다윗이 자녀와 건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라는 것이다. "왕이 되기 전에는 쫓기는 생활 때문에, 왕이 된 다음에는 정복 전쟁과 나랏일에 바빠서 자녀들과 따뜻한 사랑의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88-89). 또한 저자는 압살롬을 그렇게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마음속으로는 이미 용소한 다윗이 그것을 표현하지 않은 점에 주목한다. "내가 너를 용서한다"는 말 한마디를 하지 않았던 다윗에게서 한국 아버지들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것이 한국의 아버지들이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가 아니던가?"(54-85)

이밖에 남편 다섯이 있었고 지금 있는 자도 남편이 아니었던 사마리아 여인에 대한 해석도 새로웠다. 저자는 이 여인의 사연이 창녀였거나 문란했기 때문이 아니라, 수혼법이라는 율법에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즉, 첫 남편과 결혼했는데 남편이 일찍 죽었기 때문에 율법에 따라 남편의 동생이나 친척들과 차례로 결혼을 했고, 그때마다 엘이나 오난처럼 남편이 죽어 다섯 남편을 두고, 지금 여섯째 남편과 살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여인은 '남편 잡아먹는 여자'가 된 것이다(164).

저자는 야곱의 예를 들며, 믿음과 상처는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믿음이 있어도 상처를 치유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믿음과 상처는 다른 것이다. 믿음이 있어도 상처는 치유 받지 못할 수 있다. 야곱은 하나님과 씨름을 하고 복을 받고 이름을 이스라엘로 고치게 되었다. 이후 야곱은 가는 곳마다 제단을 쌓고 하나님께 제사를 지냈다. 요셉이 평생 이집트에서 하나님을 신뢰하고 믿음을 지킬 수 있도록 믿음을 심어준 사람이 야곱이다. 하지만 야곱은 평생 동안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했다"(44-45).

성경에는 이처럼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불행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남편의 충분한 사랑을 받았음에도 평생 불행하게 산 아내의 모델이 라헬이다. 이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느냐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자신의 마음이며, 내적 치유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46). 

저자는 치유의 시작은 자신을 바로 보는 데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육체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영적인 것이든 모든 치유는 자신의 문제를 바로 인식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이다(120). 그런 점에서 <성경 인물과 함께 떠나는 치유여행>은 자존감이 낮고 부정적인 자아상을 가진 성경인물들을 통해,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하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통해,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하나님의 말씀이 상처를 회피하고 감추려고 하는 자기방어을 헤치고, 우리의 심령에 파고든다. 예수님의 사랑 앞에 우리의 저항은 무력할 뿐이다. 

의학이 놀라울 만큼 발달한 현대에도 마음의 병은 쉽게 치유되지 않고 있다. 상담학과 약학이 발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보이지 않는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마음의 병은 오직 우리의 깊은 곳까지 통달하시는 '영이신 하나님'만이 온전히 치유하실 수 있음을 믿는다. "현대처럼 의학이 발달한 시대에는 몸의 질병은 오히려 쉽게 치유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아직도 매우 어렵다. 그런 상처를 인식하기도 어렵고 진단하기도 어려우며, 그것을 인정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38년 동안 누워 있던 병자가 예수님을 만난 순간 바로 치유가 일어났듯이 성령이 역사하시면 너무나 쉽게 내적 치유가 일어난다"(122).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치유에서 한발 나아가게 해준다는 것이다. 보통 '치유' 자체에 목적을 둔 프로그램은 자칫 '과거'와 '상처'에 집중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래서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에는 계속해서 프로그램을 좇아다니는 중독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치유여행>은 치유와 교육을 병행한다. 하나님의 뜻 안에서 우리의 상처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시야를 열어준다. 하나님께 붙들린 사람에게 '상처'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쓰임받는 훈련의 도구가 될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의 상처까지 들어 사용하시며, 우리를 준비시키신다.

이 책은 성경인물을 통한 내적 치유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의미있는 관점까지 제시해주고 있다. 교회에서 성경공부 교재나 소그룹 나눔 교재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성경 인물들을 통해 말씀 속에 숨어 있는 치유의 힘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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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의 명상으로 10억을 번 사람들 - 성공한 사람들의 100가지 명상
오시마 준이치 지음, 박운용 옮김 / 나라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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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생각하고,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기다리는 마음에는, 좋은 일을 끌어당기는 일종의 자석과 같은 힘이 작용합니다. 당신이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원한다면, 잠재의식은 결국 좋은 기회를 잡도록 당신을 자연스럽게 이끌어줄 것입니다"(19).

 
이 책은 잠재의식이 일으키는 놀라운 기적으로 가득 차 있는 책입니다. 긍정적인 사고 방식,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는 믿음, 감사하는 마음, 마음속에 그리는 소망이 우리의 잠재의식에 작용하면, 잠재의식은 원하는 것을 얻게 하고, 병을 고치고, 소원을 이루고, 이상형의 배우자를 얻는 기적을 불러온다는 것입니다.

저자 오시마 준이치는 문학박사이며 영어학자라고 하는데, 청년이었던 런던 유학 시절에 알게 된 머피의 이론이 오늘의 그를 있게 만들었다고 증언합니다. 조셉 머피 박사는 세계적인 정신의학자이자 잠재의식의 대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자 오시마 준이치는 조셉 머피 박사의 어록 중에 100가지 핵심적인 가르침을 뽑고, 그의 가르침을 뒷받침할 만한 사례와 설명을 곁들여, 매일 5분의 명상을 통해 '스스로 삶을 선택하는 방법'을 일러줍니다.

이 책은 우리의 잠재의식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긍정적인 사고가 긍정적인 삶의 결과를 불러오고, 부정적인 사고가 부정적인 삶의 결과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의자를 만든 사람은 먼저 그 의자를 머릿속으로 그렸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생각은 우리가 그리는 마음의 설계도라는 것입니다. 진심으로 원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우리의 잠재의식이 반응하여 우리의 삶을 그 설계도대로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생각의 힘, 말의 힘, 믿음의 힘, 꿈의 힘을 말하는 비슷한 책들이 많습니다. 그것을 증명하는 많은 사례는 이것이 우주를 지배하는 한 힘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긍정적인 사고, 잠재의식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또다른 희망을 줍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만 있다면 좌절하고 절망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책이 유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습니다. 생각의 초점을 오로지 '(개인적인) 성공'에만 두게 하는 것, 무한한 욕심을 심어주는 것, 무조건 원하는 것을 얻는 삶이 최고의 삶이라고 생각하는 가치관이 위험해보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생각만 잘 다스리면) 이 모든 것을 거저 얻을 수 있다는 잘못된 삶의 태도도 양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생각(잠재의식, 믿음)의 힘을 믿습니다. 성경에서도 믿음대로 될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잠재의식이라는 것이 도깨비 방망이처럼 어느 순간 짠 하고 저절로 우리 삶에 기적을 일으켜준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긍정적인 사고 방식,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는 믿음, 감사하는 마음, 마음속에 그리는 소망이 우리의 삶의 자세와 태도를 바꾸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포기했던 마음에 내일을 기대하는 희망을 심어주고, 주저 앉은 자리를 털고 일어설 힘을 주고, 땀과 열정으로 달려갈 의지를 심어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도 있듯이, 어차피 똑같은 상황이라면 희망을 노래하고, 긍정적으로 사고하며, 소원을 품고, 꿈을 그리며 사는 것이 한숨 쉬고, 낙담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라 생각됩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될 일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뿌린 대로 거둔다고 믿습니다. 그러므로 인생의 좋은 열매를 거두려면, 먼저 생각에서부터, 마음으로부터 좋은 씨앗을 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낫다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저자의 의견도 있지만) 혹시 지금 깊은 절망 중에 있거나, 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가졌거나, 삶에 대한 불평불만이 마음에 가득하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사람이란 그가 하루 동안 생각한 그 자체이며, 사람의 일생이란 그가 인생을 어떻게 생각했나를 보여주는 것입니다"(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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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장
신란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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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절하다. 핑크빛도 부족한 핏빛 사랑 이야기. 전에는 이런 책을 읽으면 사랑을 꿈꾸었으나, 지금은 외로워진다. 사랑에 삼켜지고, 그리움의 불꽃에 통째로 살라져버린 한 여인의 삶이 내 가슴에 남긴 것은 뜨거운 잿더미도, 붉은 정열도 아니다. 그 무엇으로도 절대 채워지지 않는 저주에라도 걸린 것처럼, 텅비어버린 허공 하나 남았다. 시린 가슴을 달래줄 달달한 코코아라도 한 잔 마셔야 할까. 사랑은 죽음 같이 강하다지만 이기적인 집착을 사랑으로 착각하고 가벼운 사랑 게임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철지난 유행처럼 촌스럽기만 하다.

<풍장>은 실화처럼 꾸며져 있다. 저널리스트로 일하며 평일 야간에는 중국 여성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한 여인이 등장하여(이 여인은 실제로 저널리스트이자 라디오 진행자로 활동했다는 저자를 연상시킨다), 청취자의 제보로 알게 된 한 기묘한 여인과의 인터뷰를 들려준다. 그 여인은 낡은 가죽, 썩은 우유, 짐승 배설물 냄새를 짙게 풍기는 티베트 옷차림을 한 중국 여인이었다. '그런데 왜 티베트인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녀의 이름은 '수원'이었고, 인민해방군의 군의관이었던 남편 '커쥔'은 결혼한 지 삼 주 만에 소집 영장을 받고 티베트로 파병되었다. 그리고 두 달 후에 남편의 사망통지서를 받았다. 남편이 죽었다는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원은 남편이 어딘가에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직접 티베트로 남편을 찾아나서게 된다. 그를 티베트에 홀로 버려둘 순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남편을 찾아 티베트의 고원을 떠돌게 된다. 삼십 년이나 말이다.

기어이 티베트로 가겠다는 그녀의 고집을 꺾지 못한 한 장교는 원에게 이런 말을 해준다. "전쟁은 공부할 시간도, 적응할 기회도 주지 않네. 사람들간에 사랑과 증오를 확실히 구분 지어 주지. 군의관들이 직업적인 의무와 군명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는 내 알 바 아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든 한 가지만 명심하도록.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승리라는 걸"(40). 그러나 과연 그럴까? 과연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승리일까? 행방불명된 남편을 찾아 티베트 고원을 떠돌았던 '원'의 삼십 년은 예상했던 것보다 스펙타클한 모험도 아니었고, 여정의 절절함이 밀도있게 묘사되고 있지도 않다. 티베트의 고원에 갇혀 허망하게 흘러가버린 시간이었다. 티베트에서 보낸 그녀의 삼십 년은 텅 빈 하늘처럼 그녀의 인생에서 텅 비어버리고 만다. 사랑에 이끌린 삶이었지만, 그곳은 전쟁터였고, 황량한 고원이었고, 모든 것이 생경한 낯선 이방의 땅이었다.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은 역사와 정치의 소용돌이 휘말려버린 두 문명의 충돌에 있었다. <풍장>은 티베트의 한 유목민 가족과 생활하는 원을 통해 중국의 것과 충돌하는 티베트 유목민의 생활상과 가족문화를 보여준다. 티베트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사원이라 할 만큼 불성으로 가득한 문화 안에서, 모든 것을 함께 나누며 조용히 자급자족하고 시간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그 무한한 공간을 떠돌며, 원은 욕심을 버리고 운명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마침내 삼십 년이라는 잔혹한 세월을 건너 남편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티베트의 '풍장' 문화를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자연히 세상에 태어나 자연히 세상을 떠나지요. 생과 사는 윤회의 일부입니다. 죽음은 두려워할 일이 아니에요. 우리는 내세를 간절히 고대하지요. 풍장 터에서 뽕나무 가지를 태우면 그 연기가 하늘과 땅 사이의 오색길로 피어올라 영들을 제단으로 이끕니다. 우리는 영들에게 시신을 제물로 바치고, 시신의 영혼을 하늘로 데려가 달라고 빌지요. 뽕나무 연기가 썩은 고기를 먹는 독수리 같은 신성한 새들을 불러 오면, 그 새들이 시신을 먹어요. '호랑이에게 육보시한 석가모니'를 본받은 겁니다"(184-185).

넌더리를 칠 만큼 풍장의 풍습을 두려워하는 중국 여인 '원'과 풍장의 의미를 설명하는 티베트의 여인 '줘마'의 대화는 이 책의 또다른 주제라는 생각이 든다. "원은 가족이 니의 장례를 풍장으로 지낼까 봐 겁이 났다. 줘마의 아버지가 숨을 거둔 후 그 시신을 절단하고 산속 제단에 남겨 독수리에게 육보시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원이 넌더리를 치자, 줘마는 풍장이란 티베트의 하늘과 땅, 자연과 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표현이니 혐오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답했다"(128-129).

중국의 티베트 침공이라는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한없이 불편한 책이다. 중국의 티베트 침공이 비판적인 문제의식 없이 얼버무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인의 삶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랑이라는 코드로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을 이루어낸다. "어머니 세대의 사람들이 젊은 시절 이토록 뜨거운 사랑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16).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철지난 유행처럼 촌스럽기 그지 없지만, 비웃는 마음 한 편으로 여전히 그것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랑에 대한 환상이 클래식하게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짧은 편지 한 장의 여운이 날 잠못들게 하고 있다. 

 

사랑하는 쥔

잘 지내고 있는 거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한 마디밖에 없어. 미안해. 여태 당신을 못 찾아서 미안해. 혼자 힘으로 고원을 구석구석 뒤지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미안해. 은혜를 갚을 길이 없어서 줘마와 티베트 가족에게 미안해(104). 

 

사랑하는 원에게

내가 오늘 돌아오지 못하면, 내가 어떻게 됐는지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전해주겠지. 부디 날 이해하고 용서해주길.

당신을 사랑해. 내가 천국에 갈 수 있다면, 당신이 무탈하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보살피며 당신을 기다릴게. 지옥에 간다면, 우리 두 사람이 살면서 진 모든 빚을 갚고 당신이 생을 다했을 때 천국으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야. 귀신이 된다면, 밤마다 당신을 지켜주고 당신을 괴롭히는 모든 혼을 쫓아줄게. 갈 곳이 없다면, 난 허공으로 흩어져 당신의 모든 숨결과 함께할 거야.

고마워, 내 사랑.

우리 둘 모두 잊지 못할 날에

밤이든 낮이든 당신만을 생각하는 남편 커쥔이(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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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리더를 따를까 - 리더와 추종자의 심리를 파헤친 책
마이클 맥코비 지음, 권오열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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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따라 리더십의 역할이 다르다

 
한 때, 리더십 책을 책상 위에 쌓아놓고 탐독하던 시절이 이었다. 나의 리더십 자질에 스스로 심각한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인간관계의 어려움 앞에 적잖이 당황했었다. 진심은 통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아니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리더십 책을 펼쳐 들었지만, 리더십 이론이 생각만큼 만만치 않았다. 리더십은 리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리더의 자질은 물론이고 적어도 '팔로워'와 '상황'이라는 세 가지 변수가 고려되어야 했다. <우리는 왜 리더를 따를까>에서 제기하는 문제도 바로 '상황'의 변화이다. 

"사람이 살고 일하는 환경과 사회적 성격이 급격히 변모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리더를 바라보는 방식(그들이 리더에게 원하는 것) 역시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의 여러 리더십 이론들은 상이한 환경에서 형성되었다. 리더들, 특히 가장 발전된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더 이상 예전 방식으로는 추종자를 끌어 모을 수 없다"(32).

한마디로, 과거에는 통했던 리더십이 이제는 안 통한다는 것이다. 시대와 환경에 따라 리더십 스타일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이 책에 첫째 질문은, 과거에 통했던 방식이 변모하는 사회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 스타일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은, 사람들이 어떻게 리더를 따르는가 하는 것이다(21).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는 간단하게 말해 "자신이 속한 환경이 요구하는 리더"(22)라고 말한다.

과거 우리 사회를 이끌었던 리더십은 '관료주의자형' 스타일이었다. 목표를 제시하고, 추종자에게 자율권을 주어 그것을 수행하도록 하며, 리더는 결과를 평가해주는 스타일이 관료주의자형 리더십이다. 그러나 비디오 게임을 하며 자란 세대에게는 이런 관료주의자형 리더십이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비디오 게임을 하며 자란 세대들은 일을 게임하듯 즐기며, 자기개발에 관심이 많은 상호주의자들이라고 분석하며 이들이 필요로 하는 리더의 역할과 리더십 유형을 제시해준다.

최근 '이끼'라는 영화를 감명 깊게 보았다. 그 영화에서 가장 나의 주목을 끈 것은 바로 유목형이라는 지도자였다. 저마다 죄를 지은 과거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새로 태어나기 위해 한 마을을 형성한다. 그들이 모여 형성된 마을의 정신적 지주이며 지도자 역할였던 유목형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점점 그를 멀리하기 시작하며 그에게 했던 한마디가 잊혀지지 않는다. '신'(神)을 추구하는 그의 옳음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죄책감을 갖게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리더를 따를까>는 사람들이 왜 리더를 따르는지 그들의 심리를 분석해냈다는 점이다. 리더와 추종자와 상황이라는 삼박자를 통해 발현되는 리더십 유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연구 성과를 높이 평가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리더십 이론은 주로 리더의 자질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통해 추종자의 심리와 그것을 감싸고 있는 상황을 읽어낼 수 있는 균형있는 시각을 훈련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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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포인트 - 선택과 결정의 힘
마이클 유심 지음, 안진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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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 예스 아니면 노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 다른 사람의 운명이 걸려 있는 상태에서 어느 방향으로 뛸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4-5)


내 생애 최고의 선택은 무엇이었으며, 또 최악의 의사결정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을 읽으니 몇 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인생극장'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갈림길에 선 한 주인공이 의사결정의 순간에 다른 선택을 했을 때, 그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주인공이 "그래, 결정했어!"라고 외치는 바로 그 순간, 그의 미래가 결정되는 것이다. <고 포인트(Go point)>는 바로 이러한 결정의 순간을 의미한다. "고 포인트는 '예스 혹은 노'의 선택이 이루어지는 바로 그 찰나이다. 즉 생각이 행동으로 이동으로 바로 그 순간이다"(20). 

저자는 생생한 사례를 통하여, 바로 그 순간에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들, 나아가 우리 사회와 국가에 커다른 변화를 안겨줄 것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며, 고 포인트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저자는 미 신림청 역사상 최악의 재난이었다는 몬태나 지역 산불 현장과 삶과 죽음의 사투가 벌어졌던 히말라야 최고봉 그리고 남북전쟁의 현장, 기업의 회의실 등으로 우리를 인도하며, 때로는 0.17초를 다투는 의사결정의 순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그 영향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에서도 지적하듯이, 그 누구도 나쁜 결정을 내리고 싶어 하지 않지만 우리 대다수는 때로는 최악의 의사결정을 한다. 영국의 방송인 데이빛 프로스트가 발표한 '최악의 빗나간 결정들'을 보면(285), 똑똑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멍청한 선택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 포인트>는 잘못된 결정들을 바로잡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 템플릿'을 제시한다. 단순한 원칙과 도구를 활용하여 결단의 기술과 실행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긴급한 상황'에서의 의사결정 템플릿은 스트레스를 받는 긴급한 상황에서의 고 포인트의 원칙과 도구를,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를 위한 의사결정 템플릿은 낯설고 두려운 상황을 타파하는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고 포인트의 원칙과 도구를, '네트워크 활용'을 위한 의사결정 템플릿은 능력밖의 일이 주어지거나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했을 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활용하기 위한 고 포인트의 원칙과 도구를, '앞을 내다보기'를 위한 의사결정 템플릿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고 포인트의 원칙과 도구를, '의사결정'을 위한 의사결정 템플릿은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고 포인트의 원칙과 도구를, '이기심을 뛰어넘는' 의사결정 템플릿은 이기심을 버리고 조직과 사회, 나라까지 생각하는 옳은 결정에 도달하기 위한 고 포인트의 원칙과 도구를, 끝으로 '안 해도 될 실수 줄이기'를 위한 의사결정 템플릿은 실수를 죽이기 위한 고 포인트의 원칙과 도구를 제시한다.

<고 포인트>가 제시하는 의사결정 템플릿의 원칙과 도구들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위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면, 긴급한 상황에서의 의사결정 템플릿의 제4원칙은 "우선순위를 명백하게 확립한다"이고, 도구는 "긴급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우선순위를 검토하라"이다. 잘 생각해 보면 너무도 당연한 원칙이고 도구이다. '의사결정의 순간들과 그 결과'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례들은 너무도 생생하고 흥미진진하지만,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한 원칙과 도구들은 그리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이론의 힘을 알고 있다. 사람들은 컬럼버스가 달걀을 세우기 전까지 사람들은 달걀 세우기는 아무도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컬럼버스는 달걀을 세웠다. 컬럼버스가 달걀을 세웠을 때, 그런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지만, 과연 그럴까? 중요한 것은 컬럼버스가 달걀을 세우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지극히 당연한 원칙과 도구라고 생각되는 것도 눈에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인식되는 것이리라. 문제는 그 지극히 당연한 원칙과 도구들을 실전에서 활용하지 못한다는 데 있는 것이다. 이론은 복잡하고 어렵게 인식되는 문제를 단순화시키고 밟아나가야 할 단계를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고 포인트>는 기업과 경영 관련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겠지만, 대중적인 도서로도 충분한 재미와 의미가 있는 책이다.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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