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읽어라 - 하나님의 때를 분별하는 법
척 피어스 지음, 김애정 옮김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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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하나님의 때를 찾으라.


"당신의 삶에 있는 옛 주기의 체제에 하나님의 표적과 기사와 기적이 개입하기를 구하라. 때가 이르렀음을 확신하라. 과거의 모든 일들이 치유되고 회복되어 당신의 미래가 펼쳐질 수 있음을 선언하라. 고개를 들어 당신에게 열리고 있는 하늘의 창을 보라. 전략적인 전쟁에서 승리를 쟁취하라. 예배 중에 하늘에 오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지금은 하나님의 영광을 경험할 때이다"(218).

 
이 책에 선포된 영적인 선언들이 가슴을 뛰게 한다. 한편으로는 다소 신비주의적인 요소가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낼 독자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그러나 때를 분별하는 법을 배우면, 무엇보다 잃어버린 시간(과거)을 '되살 수' 있다는 선언을 읽으며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언자로 알려진 저자는 시간의 개념을 설명하며 여러 가지 질문을 내놓는다. 그리고 그중 한 가지 질문이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당신이 어느 한 시기를 망칠 때, 그분은 당신이 그 시간을 도로 찾거나 낭비한 시간을 되사도록(redeem) 만드실 수 있는가?"(13) 대답은 물론 "그렇다"이다!

저자는 자신과 아내의 경험을 들어 "잃어버린 것을 회복케 하리라" 하신 하나님의 약속을 전한다. '지금'이라는 시간 안에서 하나님을 만났을 때, 폭력적인 아버지와 함께 보낸 저자의 어린 시절이 어떻게 회복되었는지 증거한다. "하나님께서 '지금'이라는 이 시간에 나를 만나주셨기 때문에 나는 또 다른 시간과 장소를 돌아볼 수 있었고, 그 상황을 보는 하나님의 참된 관점을 알 수 있었다. 거기에는 정말이지 큰 치유의 능력이 있었다"(20). 저자는 이것이 구원과 해방의 능력이 발휘되며 일어나는 일 가운데 하나이며, 원수의 손으로부터 과거를 되찾아와 과거가 더 이상 우리를 해치는 무기가 되지 못하다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24).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구속을 받지 않으시는 하나님께서 나의 잃어버린 시간, 후회로 가득찬 과거를 현재적으로 치유하시고 회복해주실 수 있다는 사실을 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잃어버린 세월들을 회복하고 시간을 되시는 법에 대한 개념은 저자가 다음에 쓸 책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할 예정(24)이라고 하니 관심 있는 독자들은 그의 다음 책도 함께 읽으면 좋을 듯하다.)

 
"잇사갈은 새로움으로 나아가는 법을 아는 지파였다. 그들은 시세를 이해하는 지파였다. 그래서 나는 오늘날 이 땅에서 이 지파를 소개하여 하나님의 자녀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알고 이 땅에서 전진하기 위해 스스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깨우쳐 주고자 노력했다"(311).

<때를 읽으라>는 영적인 시계를 맞추는 성경적인 방식을 가르쳐준다. 자연의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시간을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것은 축복의 선언이면서 동시에 사명의 선언이며, 또 믿음의 결단을 촉구하는 선언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때에 맞춰산다는 것은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 이루어지이다"라는 기도에 대한 우리의 실재적인 응답이다. 하나님은 그분의 뜻을 하늘에서 이 땅으로 가져오는 데 필요한 연결고리로 당신을 선택하셨다(311).

나를 위한 하나님의 때를 찾고, 그 때를 분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점은 바로 '지금'이다. 저자는 믿음의 믿음은 늘 지금의 문제이며, 때때로 우리는 지금이라는 실재를 잃어버린다(25)고 경고한다. 우리의 나날들은 우리가 어떻게, 무엇을 섬길 것인가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세월을 아끼며 살아갈 수 있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때가 악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이것이라고 전한다. "당신은 그분의 계획을 듣는 법을 배우고, 그분의 때를 분별하며, 당신의 삶과 권세의 영역 안에서 당신에게 책임이 있는 일에 변화를 가져올 율령을 포고해야 한다. 당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 가운데 하나는 하나님께서 바로 지금 내게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가?"이다"(121).

 

<때를 읽어라>는 하나님의 때를 분별하고 하나님의 때를 사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런데 시간의 개념에 대해 상당히 포괄적으로 접근하며, 툭툭 끊어지듯 설명하는 방식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좀 어려웠다. 아무래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야 이 책에 담긴 메시지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이 책이 전하는 많은 메시지 가운데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한 문장이 있었다. "교회는 지금 교제에서 전쟁에서 나아가고 있다"(208)는 선언이 그것이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새로운 힘과 능력을 얻고 있고, 이 세상에서 전쟁을 치르는 세력이 되어가고 있다(207)고 말한다. 모든 성도는 영적인 군사로 부름받았다는 보편적인 가르침으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특별히 이 시대를 분별하는 예언적인 선언이 포함되어 있음을 느낀다.
 
 

 

 

<때를 읽어라>는 시간 속으로 내 삶에 개입해 들어오시는 하나님을 기대하게 만들어준다. 요즘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세상의 책들을 보면, 세상 사람들도 믿음의 법칙을 알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말과 생각과 꿈을 통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고 확실하게 믿으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며 많은 사례를 증거로 내놓는 책들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이 사용하는 믿음의 원리는 모든 꿈과 목표와 가치를 '성공'에 집중시키고 있다. 성도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믿음의 원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때를 읽어라>는 우리가 믿음의 눈을 들어 무엇을 바라 보아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려준다. 때를 읽는다는 것은 믿음의 눈을 들어 하나님께 초점을 맞추는 것이며, 하나님의 뜻을 찾는 것이며, 그 뜻을 이 땅에 이루어드리는 삶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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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생각의 재발견 - 모차르트에서 아인슈타인까지 창조성과 행복의 조건
위니프레드 갤러거 지음, 이한이 옮김 / 오늘의책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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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잘 살고 싶다는 열망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은 그만큼 삶에 여유가 생겼다는 반증 같다. 지구촌의 여러 삶의 모양을 생각할 때,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게 사는 것을 고민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인가 생각해본다. 허망하게 사그라지는 생명들도 많은데, 삶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다면 정말로 큰 축복이 아닌가. 얼마든지 달라진 삶을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놓친다면 그것처럼 또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이다. <몰입, 생각의 재발견>을 읽고 난 지금, 나도 더 이상 핑계할 수 없음을 느낀다. 


인생은 내가 집중한 것들의 총합이다.

행동과학 전문 칼럼니스트라고 하는 위니프레드 갤러거는 5년간 '주목'에 관한 연구에 몰입한 결과, 주목을 기술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원하는 대로 집중력을 적절히 발휘하여 행복하고 창조적인 삶을 구축해가는 '몰입의 메커니즘'을 과학적이고 분석적으로 밝혀냈다. 행동과학 뿐만 아니라, 뇌과학과 심리학까지 아우르는 이 책은, 어떤 대상에 주목할 것인가(주목 전환)를 선택하고 필요한 대상에 온전히 몰입할 때, 우리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밝힌다.

<몰입, 생각의 재발견>의 저자는 한마디로 이렇게 단언한다. "인생은 내가 집중한 것들의 총합이다"고. 우리는 각자의 개성에 따라 주목하는 대상이 다르고, 이와 동시에 우리가 주목하는 것이 각자의 개성을 결정짓는다. 하루 종일 우리들은 어떤 대상에 시선을 줄지를 선택한다. 그런데 문제는 집중하지 못한다면 정신은 삶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이끌지 못하고 잘못된 일을 하는 데 고착화되고, 이는 다시 정신의 프레임을 잘못된 방향으로 구성하게 만든다는 것이다(26). 무엇에 주목하고 있는가, 다시 말해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대상이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다면, 주목 대상을 관리해야 한다는 당연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저자는 전자제품들이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 할 대상을 공격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기계가 우리의 주위를 흐트러뜨린다는 것을 깨달으면 그냥 그것을 꺼버려야 한다고 충고한다(259). 현대의 기이한 워커홀릭 문화가 칭송하는 멀티태스크 능력은 신화에 불과하다(27).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 한 사람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항상 컴퓨터를 꺼놓는다. 집중력을 방해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루 종일 컴퓨터를 켜놓은 채 수시로 들락거리며 이것 저것을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내 입장에서 보면, 대단한 결단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아이폰을 단체로 구매한 타부서 팀원들이 수시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이 날 때마다 핸드폰을 조작하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그런 기계들이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갉아먹고 있는지 생각하니 오싹해진다. 


"몰입하는 삶은 생의 모든 순간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무익하고 기괴한 일이다. 오히려 마음을 자신만의 소중한 정원으로 여기고, 그곳에 무엇을 심고 키워나갈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숙고해보는 일이다"(94).

이 책은 '오늘'을 사는 지혜, 내일을 열어가는 비결을 알려준다. 저자는 주목 대상을 전환하고 그것에 몰두하는 기술을 읽힘으로써, "과거나 미래, 혹은 사소한 돌발 상황이나 부정적인 사건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암에 걸렸지만 현재의 순간을 온전히 누려올 수 있었다고 말이다.

세상에는 우리가 배워야 할 많은 지식이 있고, 매일 새로운 지식이 쏟아지고 있다. 그 모든 지식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그 모든 것을 배워야 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같은 하루를 살아도 보다 충만하게 살기를 원한다면, 후회하지 않는 시간으로 인생을 채워나가고 싶다면, <몰입>의 기술은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할 지혜가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처럼 우리의 주목을 방해하고 몰입을 공격하는 수많은 기계들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더욱 절실한 지혜이리라.


"삶은 우리들이 집중한 대상들의 합이다. 현재에 일어날 일이 다음에 무슨 일을 발생시킬지, 그리고 그에 따라 삶의 질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능력을 잃지 않는다면, 현재의 위기는 보이는 그대로 위기만은 아니게 될 것이다"(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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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go 2010-09-17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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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소통법 - 신화의 나라, 이집트에서 터득한 대화의 기술 51가지
이정숙 지음, 조창연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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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신화의 나라, 이집트에서 터득한 대화의 기술 51가지'라는 독특한 컨셉의 책이야. 이집트 여행기 안에서 대화의 기술을 어떻게 풀어내었을까 하는 호기심에 책을 펼쳐 들었어. 그런데 처음 맞닥뜨린 충격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어투'였어. 이 책은 자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또는 친구에게 편지를 써보내는 듯한 '어투'를 사용하고 있지. 바로 이렇게 말이야. 내가 지금 저자의 어투를 흉내내고 있는 이유는 이 책의 느낌을 미리 맛보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야. 어투 자체가 독특하게 느껴지는 책이니까 독자들이 미리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독자에 따라 흥미롭게 느낄 수도 있고,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 독특한 어투 자체가 독자와의 소통을 위한 저자의 전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국내 최고의 대화 전문가라고 하니 어투 하나도 허투로 사용하지 않으리라 생각한 것이지. 그래서인지 처음엔 많이 어색했지만 어느 정도 읽어가다보니 적응이 되더라고.

여행과 소통이라는 주제는 생각보다 잘 맞아떨어졌어. 이국적인 향취가 물씬 풍기는 이집트 여행기를 읽는 맛도 좋았고, 핵심 포인트를 딱딱 짚어주는 대화의 기술을 배우는 재미도 있었지. 무엇보다 말하는 법도 체계적으로 배우고 연습해야 잘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완전히 설득당했어. 피아노나 테니스를 잘하려면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는 사실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말을 잘하기 위해서도 똑같은 연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거지. 저자는 말하기도 스포츠나 음악, 미술처럼 마음을 몸으로 표현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연습하지 않으면 잘하기 어렵다고 말해(80). 운동으로 몸매를 관리하듯 말하기도 배우고 연습하면 잘할 수 있다는 거야. 그러니까 말하는 못하는 사람이라고 좌절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타고났다고 핑계대지도 말라는 것이지.

찬란했던 이집트 역사와 문화, 유적 그리고 오늘의 이집트를 교차하며 길어내는 대화의 기술은 아주 생생하게 와닿았어. '이집트에 기록의 파워를 선사해준 파피루스'를 통해 소통의 도구를 장악하라는 조언을 듣고 아이폰을 구매할까 심각하게 고려해보기도 하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방문한 저자를 통해 기록의 중요성도 배웠지. "적자생존"이 무슨 뜻인지 알아? 저자의 대답은 "적어야 산다"야! 외국의 기업에서는 해외로 파견 근무를 나가는 직원들에게 현지 음식에 적응하는 훈련부터 시킨다는 이야기를 듣고 유난히 현지 음식을 못먹는 나의 여행 태도를 돌아보기도 했고, 대화로 신뢰를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관성 있게 말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에는 고개가 끄덕여졌고, 관광지에서 바가지를 쓰지 않기 위해 한푼이라도 더 깎으려는 저자와는 달리 기분 좋게 속아주고 넉넉하게 팁을 제공하는 외국인의 모습에서 한수 배우기도 했어.

그런데 문제는 재밌게 읽은 이 책이 왜 나에게는 감동을 주지 못할까 하는 것이야. 이집트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대화의 기술까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는데, 다 읽은 뒷맛이 영 개운하질 않아. 그것은 아마도 저자와의 소통 자체에서 거리감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해. 여행기를 읽으면 여행자의 삶의 철학과 가치관이 스펙트럼이 되어 여행지를 여과해서 보여주지.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집트의 거대한 신전과 거대한 석상, 거대한 기록 등 '거대한' 것에 열광하며, 이름 없는 사람들의 눈물과 땀보다는 정복자에 대한 황홀한 시선이라든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적과 동지를 구분하지 말아야 하다든지, (팁을 통해) 사람을 다룬다는 표현들이 어쩐지 마음에 걸리는 거야. 소제목은 "당나귀도 마음으로 대화를 한다"인데, 당나귀 타는 법을 설명할 때도 교감보다는 제압하려는 모습이 어쩐지 싫었어. 보통 여행을 통해 욕심을 덜어내고 삶을 성찰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지. 전체적으로 '성공이 곧 옳은 것'이라는 투의 사고방식이 불편했어. 책을 잘못 읽은 내 오해일수도 있지만,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고, 그 점이 아쉬운 책이야. 

<여행 소통법>을 읽으니, 여행은 참 무궁무진한 배움의 세계라는 생각이 들어. 낯선 사람들과 낯선 풍경 속으로 섞여들며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경험하든지, 아주 사소한 경험 하나에서도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야. 어떤 깨달음의 열매를 얻느냐는 순전히 여행자의 몫이지만. 이집트를 직접 보고 체험한다면 나는 또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난 정말로 이집트에 꼭 가고 싶어졌어. 이 마음은 모두 이 책 덕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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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go 2010-09-17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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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독스
엘모어 레너드 지음, 최필원 옮김 / 그책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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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믿을 것인가? 

 
글쎄. 내 취향은 아니다. 굳이 개인적인 취향을 밝히는 것은, 나의 취향은 아니지만 작가인 '엘모어 레너드'에게 따라붙는 수식어가 굉장하기 때문이다. "미국 범죄 소설의 대부이자 펄프 픽션의 제왕", "범죄 소설 분야의 대가", "가장 쿨하면서 가장 정열적인 작가", "하드보일드의 대가"라는 평을 들으며, 그의 작품 상당수가 영화와 TV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만큼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작가인 동시에, 1984년 미국추리작가협회의 에드거 상을 받았으며, 1992년에는 그랜드 마스터(거장)의 칭호까지 얻었다고 하니 이 작품에 대한 나의 평가는 순전히 개인의 취향인 셈이다.

 
"그가 어떤 인간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우린 교도소 뜰을 산책하며 서로의 뒤를 봐주는 사이였단 말입니다."
그녀는 여전히 이해를 못하는 듯했다. 아마 영영 이해가 안 될 것이다(328).

은행 강도인 '잭 폴리'는 교도소에서 만난 땅딸막한 쿠바인(쿤도 레이)의 도움으로 삼십 년형에서 삼십 개월로 감형을 받는다. 그가 삼십 년형에서 벗어나올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쿤도가 자신의 돈 3만 달러를 들여 유능한 변호사를 소개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잭 폴리는 어째서 쿤도가 자신에게 그런 호의를 베풀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교도소 안에서는 짝을 이루어 다니는 것이 관례였는데, 쿤도와 폴리는 서로의 뒤를 봐주는(로드 독) 절친한 사이었고, 쿤도는 폴리에게 "교도소 안이든 밖이든 끝까지 서로를 지켜줘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74).

폴리가 쿤도의 도움으로 먼저 출소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방향을 알 수 없는 쪽으로 흘러간다. 쿤도는 폴리에게 자신의 대저택에 머물며 자신의 여자를 지켜봐 달라고 부탁하고, 폴리는 쿤도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지닌 채 그의 저택으로 향하고, 쿤도의 정부인 돈 나바로는 폴리와 위험한 관계로 빠져들며 은밀한 제안을 해온다. 여기에 폴리가 또 다시 은행 강도를 저지를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그의 뒤를 좇는 FBI 루 애덤스, 루 애덤스의 지시로 폴리를 감시하게 된 티코, 쿤도 레이 밑에서 일하며 쿤도의 전 재산을 관리하는 리틀 지미가 가세하면서 '배반의 음모'가 서서히 정체를 드러낸다.

<로드 독스>는 '항상 곁을 지켜주는 좋은 친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73). 그러나 배반의 장미를 연상시키는 이 책의 노란 표지처럼, <로드 독스>는 배반의 음모로 가득차 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이렇게 묻고 있는 듯 하다. "누구를 믿을 것인가?"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알만한 조직 폭력배의 두목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는 실내에 들어가 자리에 앉을 때 항상 벽을 뒤로 하고 앉는다고 했다. 뒤를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언제 어디서 누가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 세상이다. 고인이 된 한 유명 배우는 믿었던 매니저의 배신으로 큰 아픔을 겪었다고 하고, 파이터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추성훈 선수는 의형제나 다름없는 선배에게 자신의 자금 관리를 맡겼다가 몽땅 사기를 당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들린다. 낯 모르는 사람에게 사기를 당해도 충격이 클텐데 믿었던 사람에게 당하는 배신은 그 충격과 아픔이 오죽할까. 우리 모두 이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로드 독스>는 바로 이러한 믿음과 배신 사이의 긴박한 긴장을 밀도 있게 보여준다.

<로드 독스>에서 보여주는 믿음은 폴리가 다시 은행을 털 것이라는 FBI 루 애덤스의 믿음이 유일하다. 'FB'I라는 그의 직업에서부터 '루 애덤스'라는 존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유머러스하게 비웃는 작가의 의도적이고 지능적이고 상징적인 장치가 아닐까(루 애덤스는 자신으로 인해 폴리가 구원받았다고 생각하지만, 난 그의 의견에 반대하는 바이다. 334). 참 슬픈 믿음이고, 참 슬픈 현실이다. 

"당신이 왜 그를 그렇게 챙기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당신은 그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요. 내가 얘기했었죠? 쿤도 보기를 당신이 털 은행 보듯 하라고."
"우리는 교도소에서 삼 년간 친구로 지냈습니다. 그는 내가 자신의 뒤를 봐주고 있다고 믿었어요. 그런데 난 유령 전문가인 척하면서 싸돌아다니기만 했죠"(327-328).

모두를 믿었지만 모두를 의심했던 쿤도, 그는 배반이라는 쓴 잔을 늘 두려워했다. 거액을 들여 폴리의 감형을 도울 만큼 '항상 곁을 지켜주는 친구'가 절실했다. 그러나 아무도 믿을 수 없었던 쿤도는 결국 쓸쓸하고 외로운 최후를 맞게 된다. 또 한 사람, 성적 매력을 이용해 거침 없이 남자들을 유혹하며 모두를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던 돈 나바로는 모두를 속이려다 자신이 쳐놓은 배반의 덫에 자신이 걸려들고 만다. 심지어 그녀는 '독심술을 구사할 줄 아는 여자'였는데도 말이다.

"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로 또는 도덕적 판단을 전면적으로 거부한 비개인적인 시점을 묘사하는 것", "불필요한 소식을 일체 빼버리고, 신속하고 거친 묘사로 사실만을 쌓아 올리는" 하드보일드의 수법이 이 책에서도 엿보인다. 그런데 그 냉혹한 서사 한편으로 낭만적인 싹이 하나 피어오른다. 돈 나바로와 대조적인 두 여인의 존재가 그것을 상징하고 있다고 본다.

거액의 자산가인 쿤도를 중심으로 얽혀든 남자들 사이를 오가는 '음녀' 돈 나바로가 거짓과 불신의 화신이었다면, 다른 두 여인은 희망과 사랑의 씨앗을 잉태한 '성녀'라 할 수 있겠다. 폴리는 돈 나바로의 계획대로 '카르마노스 부인'에게 사기를 차기 위해 접근했지만, 곧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만다. 결국 그 정직함이 폴리를 구한다. 또 한 여인, 이야기 초반 폴리의 형량이 줄어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었던 '캐런 시스코'의 존재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그녀는 폴리를 믿어주었다. 쿤도의 장례식장에서 "주변을 찬찬히 훑으며 염색한 머리에 짙은 색 선글라스를 쓴 여자를 찾아보기 시작"(334)하는 폴리의 시선이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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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돌보심에도 우리는 왜 불안해 하는가
한나 W. 스미스 지음, 김진선 옮김 / 두란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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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어릴 때부터 암송해왔던 시편 23편 말씀이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이신데, 그런데 내 생활에는 왜 이렇게 부족한 것 투성이인지 모르겠다. 하나님께 기도하기 위해 눈을 감으면 온통 없고, 없고, 없고, 내게 없는 것들만, 부족한 것들만 잔뜩 머릿속에 차오른다.

"맑고 깊은 영성으로 '19세기 잔느 귀용'이라 불리는 신실한 여인"이라고 소개되는 저자 한나 W. 스미스는 바로 이러한 문제를 다룬다. <하나님의 돌보심에도 우리는 왜 불안해하는가>.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져보았을 의문이다. "하나님은 자기가 주는 멍에는 쉽고 짐은 가벼울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셨는데, 정작 그의 자녀들의 영적 삶은 왜 그토록 괴롭고 힘든가? 끝없는 의심에 시달라고 불안과 염려에 짓눌리며 고통스러워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하나님이 진정으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확신을 지켜 내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10). 저자는 이러한 질문에 과감하게 도전하다. 명쾌한 답변을 얻을 수 있을지, 기대가 컸다. 요즘 "장관 딸 특혜 파문"이 확대되면서 사회 곳곳에서 "장관 딸로 태어나지 못해 억울하다"는 성토가 터져나오고 있는데, 나의 형편을 돌아보면 신의 딸로 살아가는 내가 장관 딸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 말이다.

"그토록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생활에서 평안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하나님을 불신하는 데 있다"(39).

우리의 평안의 근거를 하나님의 이름에서 찾고 있는 저자는 우리의 불안을 철저히 믿음의 문제로 풀이한다. "하나님의 돌보심에도 우리는 왜 불안해하는가", 저자는 한마디로 하나님에 대한 오해와 불신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복잡할 게 아무것도 없다. 단순하게 믿고 믿음대로 살면 된다.

"목자의 보호하심을 가로막을 수 있는 방해물은 두 가지밖에 없다. 양이 자기를 신뢰하지 않거나 그분의 보호를 거부하는 경우다. (...) 사실 양 중에는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할 녀석이 한 마리도 없다. 하지만 양보다 훨씬 똑똑한 인간은 끊임없이 이런 행동을 한다"(70).

내가 저자의 대답을 듣고 느낀 감정은, 그녀가 직접 경험했던 한 일화와 닮은 것이었다. 그녀는 신앙 여정에서 심각한 의심에 빠져 극심한 혼란을 겪을 때가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다 우연히 깊은 신앙심으로 명망 옾은 한 부인과 몇 주간 가까운 곳에 살게 되어, 용기를 내서 그 부인을 만나러 갔단다. 깊은 관심을 가져 주며 자신을 돕기 위해 진정으로 애를 써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그 속의 어려움을 모두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마치고 깊이 공감해주며 위로해주길 기다리는데, 그녀는 간단히 이렇게만 말했다고 한다. "그래요, 자매님이 한 모든 말이 정말 맞을 수도 있겠어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하나님이 계시잖아요"(277). 그녀는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고, 필요한 말을 다 했다는 듯 앉아 있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한나 스미스가 그녀에게서 들을 수 있었던 대답은 "그렇겠지만 하나님이 계시답니다"가 전부였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대답이요, 결론이다. 하나님으로 충분하다!

"우리가 배워야 할 궁극적이며 가장 중요한 교훈은 오직 하나님으로 우리의 모든 필요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270).

저자의 삶의 이야기를 몰랐다면, 어쩌면 이러한 대답은 공허하게 들렸을지도 모른다. 한나 스미스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일곱 명의 자녀들 중 네 명이 요절했고, 남편의 사역 실패와 사고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기도 했고, 노년에는 재정난과 건강 문제가 그녀를 괴롭혔다고 한다. 이 책에 담긴 영적 통찰과 권면은 고난의 샘에서 길어올려진 은혜의 단비이며, 그녀가 부른 평안의 찬송은 고난의 한가운데서 선포된 믿음의 고백인 것이다.

한나 스미스는 불안에서 평안으로 가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을 일러준다. 그녀에게 배운 평안의 비결 중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가르침은 바로 "자기 반성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자아란 '나'라는 거대한 존재 중심에 위치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156). 우리는 자주 자신을 점검하기 위해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나는 정말 진지하게 하고 있는가? 충분히 회개했는가? 내가 가진 감정이 타당한 것인가? 종교적 진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는가? 영적인 일에 대해 마땅히 쏟아야 할 관심을 갖고 있는가? 뜨거운 열정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가? 다른 것에서 못지않게 성경에서 기쁨을 얻는가?"(156)

그러나 한나 스미스는 이런 경향이 지속되면 비참한 감정에 사로잡히고 만다고 경고한다. "성경에 자기 점검을 요구하는 명령이 많다는 생각이 팽배한 나머지 이 작업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참으로 진정 어린 경건한 행위라고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자기 점검 작업은 우리를 비참한 상태로 떨어뜨린다"(157).

자기 점검의 함정에 빠져 무력감과 절망감에 삼킴을 당하지 않으려면, 시선의 방향을 전환하라고 권면한다. 그것은 '나'가 아니라 '그', 즉 주님 바라보기이다! 우리가 할 일은 나를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바라보는 것이다. "옛사람"(자아)은 개선시키고 훈련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벗어 버려야 할 대상이라고 말한다. "자기 점검에 대한 성경적 법칙은 자아를 살피고 점검해서 더 나아지라고 하지 않고 아예 자아를 벗어 버리라고 권한다"(161-162).

"천성으로 가는 데는 오직 즐겁고 확신에 찬 믿음만 있으면 된다"(165).

자기 반성의 결과로 오는 자기 비하라는 늪에 나는 얼마나 자주 빠져들었던가. 한나 스미스는 "자기 반성에 집착하는 것은 식품을 구입하러 시장을 가지 않고 텅 빈 냉장고만 들여다보며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과 같다"(164)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자기 비하의 늪에서 건짐을 받고 보니, 그동안 나를 불안하게 했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 깨달아졌다. 자아를 벗어버리고 오직 주님을 바라보리라는 생각 하나만으로도 내 영혼은 말할 수 없는 평안과 자유를 느낀다.

한나 스미스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도, 가는 곳마다 침울함과 불안함을 전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에게 묻는다. 이 책은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뜻을 우리의 가슴에 새겨준다. 어떠한 형편에 처하든지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고 선포할 수 있는 믿음의 내공을 기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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