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 - "상상조차 못한 것을 디자인하고 창조하라."
하르트무트 에슬링거 지음, 강지희 옮김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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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중심의 혁신!

 
애플에서 쫓겨났던 스티븐 잡스가 다시 복귀할 때, 이미 애플의 개인용 컴퓨터 시장점유률은 한 자리 숫자까지 추락하고 있었다고 한다. 경제분석가들은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애플의 매킨토시가 PC 브랜드들과의 경쟁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81). 그러나 잡스는 경쟁사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신제품을 내놓았을 때, 다른 PC 기업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프로그>의 저자 하르트무트 에슬링거는 이러한 잡스의 전략을 '제4의 선'이라고 말한다. 잡스는 첫째 전략으로 대중의 눈을 사로잡을 디자인과 새로운 작동 시스템을 갖춘 신제품과 둘째 전략으로 '통합 디지털 창조 자원'이 들어 있는 제품을 개발해서 내놓았는데, 첫 번째 결과가 아이팟과 아이튠 제품이었고, 두 번째가 바로 아이폰이었다. 잡스는 '제4의 선' 전략을 이용하여 경쟁사를 제압하였고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애플의 탁월함을 보여준 것이다(83).

<프로그>는 애플의 디자인 혁신은 물론 소니, 디즈니, 루프트한자, 아이다스, 루이뷔통 등과 함께 일하며 세계적으로 디자인 혁명을 일으킨 '프로그' 디자인의 창립자 하르트무트의 책이다. 그는 <프로그>를 통해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창조적 혁신 전략이 그동안 어떻게 비즈니스 세계의 판도를 뒤바꿔놓았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며,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과 기업의 지속적인 성공을 가능하게 하는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혁신 전략'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프로그>는 현재 비즈니스 환경을 이렇게 진단한다. "오늘날 비즈니스 세계는 폭락이나 소비자 지출의 감소보다 훨씬 더 엄청난 변화를 겪는 중이다. 사회적, 환경적 또는 경제적 손상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원가절감을 위해 가치 없는 효율성에 의해 움직였던 시장구조는 지금 새로운 창조경제에 길을 내주고 있다. 주문생산과 틈새시장은 대량생산 제품의 수요를 잠식하는 중이다. 기업들은 고객과 만날 수 있는 감성적 교감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적인 비즈니스 리더들은 고객의 감성에 호소하며 보람 있고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11). 또하나 <프로그>가 주목하는 것은 환경문제이다. "과거에 많은 기업이 무시했던 환경보호는 21세기 시장에서 안전한 발판을 찾고자 하는 모든 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었다. 따라서 오늘날 비즈니스 리더들은 환경에 대해 책임감 있는 브랜드 전략을 창조하는 디자이너를 찾는 중이다." 오늘날 소비자는 제조과정의 노동력 착취 여부, 유해물질 사용 여부, 탄소 배출량 등에 있어서 투명성을 요구하며 제품이 재사용되거나 재활동 수 있는 마지막 단계까지 알기를 원한다고 분석한다(137). 디자인의 중심의 혁신 전략 안에는 기업이 지켜야 할 윤리와 제품 생산방식의 지속성까지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얼마나 통합적인 작업인지 새삼 깨닫는다. 창의적이고 실용적이며 아름다운 것은 물론 가치와 윤리 정신까지 구현하는 작업이니 말이다.

<프로그>는 새로운 창조 경제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디자인이 위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41). 예전에 유명한 청바지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친구는 항상 자신이 감원 대상 일순위라고 말했었다. 회사가 어려우면 연구직에 있는 직원들부터 감원을 한다는 것이다. '당장'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급한대로' 경쟁력 있는 기존의 제품을 생산해서 팔면 되기 때문이다. 투자가들은 빠른 수익을 원하고, 일반적으로 연구나 개발에 기업 자원을 투자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66). 많은 기업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적은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하여 시장에서 성공하려 하지만, '투자'가 없는 기업은 지속적인 성공을 위한 생명선을 잘라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프로그>는 개혁과 성장에 대한 외부의 지속적인 보상 없이는 부서 간, 심지어 팀 간의 내부 경쟁에 빠지게 되어 국내 및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변화와 트렌드를 놓치게 되고, 결국 기업은 성공에 도달하기보다는 실패를 회피하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고 말한다.

디자인 중심의 혁신 전략을 추구하는 <프로그>는 디자이너의 성향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104-108), 열정적 디자이너, 예술적인 디자이너, 대다수의 평범한 디자이너, 창의적이며 전략적인 디자이너가 그것이다. <프로그>에서 말하는 디자인 중심의 혁신에서 필요로 하는 디자이너는 바로 '창의적이며 전략적인 디자이너'이다. 이들은 융합 기술과 비즈니스에 능숙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융합을 소임으로 하는 디자이너로서 우리의 과제는 기업에 실행가능성, 아름다움, 사회적, 환경적 책임감을 제공하여 영감을 주고, 현실적인 제품을 창조하는 동시에 비즈니스 전략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제는 조직의 창조적 혁신 전략을 형성하고, 그것을 전술적으로 이행하게 한다. 혁신 주도적 비즈니스 방식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리더들을 위해서 전략적인 사고를 하는 디자이너가 꼭 필요하다"(107). "창의적이며 전략적인 디자이너"의 특징이 디자인 중심의 혁신 전략을 잘 설명해준다.

<프로그>가 말하는 디자인 중심의 혁신 전략은 매우 공격적이다. 가치 있는 고객 경험과 환경에 대한 책임까지 파고드는 열정과 융합의 과정이 놀랍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브랜드) 뒤에 가려져 있어 잘 몰랐지만, "세계적인 성공의 중심에는 프로그가 있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님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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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기억하는 세계 100대 사상 역사가 기억하는 시리즈
리즈쉬안 지음, 최인애 옮김 / 꾸벅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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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트랜드, 우리가 걸어온 길을 읽다!

 
생각에 하나의 정답이 있을 수 없겠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시대를 반영하고 역사를 이끌어온 생각의 트랜드가 존재한다. 인류는 아직 '어디에서 와서, 왜 살며,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생각의 트랜드'는 적어도 우리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지금 어떤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는 알 수 있게 해주는 듯 하다. 생각의 트랜드 안에 시대의 고민, 사회의 주요 쟁점, 추구하는 가치, 세상을 읽고 해석하는 방법, 그 모든 것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반응이 담겨 있다. 그 모든 것은 사상이 자라는 토양이 되고, 그렇게 형성된 하나의 혁신적인 사상이 문화와 사회와 역사를 바꿔놓으며, 그렇게 따로 떼어낼 수 없는 영향을 주고받으며 우리 삶을 구축해가는 것이다.

<역사가 기억하는 세계 100대 사상>은 '철학, 문학, 역사, 예술, 경제 등 다섯 개 분야에서 손꼽히는 유파 100개'를 추렸다. <역사가 기억하는 세계 100대 사상>이라는 주제가 거창한데, 그 100대 사상을 추린 기준이 완전히 '저자'(편저자) 마음대로이다. 편저이기 때문인지 저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것이 아쉬운데, 저자는 중국인의 관점에서(판권에 있는 계약 출판사가 중국의 출판사인 것으로 볼 때), 고전보다는 근대 중심의,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세계 100대 사상'을 꼽았다.

어차피 투표에 부칠 것도 아니고, 학자들간에 완벽한 의견의 일치를 볼 수 있는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저자가 추린 '세계 100대 사상'의 보편적 객관성에 굳이 딴지를 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세계 100대 사상을 추려낼 만큼 '사상'의 흐름이나 역사에 대해 해박한 독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역사가 기억하는 세계 100대 사상>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의외'라고 생각되는 '사상'이 더러 보인다(그 의외성이 신선하기는 하다). 가장 '의외'라고 생각했던 파트는 문학이다. 르네상스 문학, 홍학, 바로크 문학, 낭만주의 문학, 감상주의 문학, 사실주의 문학, 상징주의 문학, 자연주의, 블랙유머, 의식의 흐름, 유미주의 문학, 초현실주의, 잃어버린 세대, 마술적 사실주의, 블랙마운틴 운동, 부조리 문학, 패배의 세대, 비판적 사실주의, 포스트모더니즘이 그 목차이다.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목차의 객관적 타당성을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은 없지만, 많이 접할 수 있는 카테고리는 아니어서 신선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스스로 '상식과 앎의 즐거움, 역사와 문화에 도움을 주는 청소년 필독서'라고 소개한다. 가장 폭넓은 공부를 하는 시기가 '고등학교' 때라고 하는데, 그 말이 어느 정도 실감이 된다. <역사가 기억하는 세계 100대 사상>은 잘 정리된 '요점 정리 노트' 같은 느낌을 준다. 컬러 화보와 간결한 설명이 '상식 수준에서' 사상의 특징을 잘 짚어준다. 이 책에서는 '흐름'과 '쟁점'을 읽는 것을 목표로 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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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바로보기 - 감추어진 이슬람 1500년 역사를 찾아서
류모세 지음 / 두란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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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탄생에서부터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인티파다(민중 봉기)까지!


한국이 다문화 시대를 맞아 다인종, 다종교 사화로 접어들면서 가장 활발하게 한국에 들어오는 종교인이 이슬람교도라고 한다. 한국이슬람중앙회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한국 이슬람 신자의 수는 15만 명인데, 이중 한국인 이슬람 신자가 5만 명이다. 인천 지역에 이슬람의 거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떠돌고, 선교적인 목적을 가진 무슬림들이 한국에 여러 모양으로 정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 기독교 선교사님으로부터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는 무슬림의 숫자에 선교 진영이 긴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이슬람' 하면 '먼' 중동 지역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느새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다. <이슬람 바로보기>를 읽으며, 이슬람이 "13억 56개 국을 휩쓸고 지구촌의 4분의 1일 차지"하고 있다는 수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슬람 바로보기>는 "중동 갈등의 핵, 더 나아가 전 세계 분쟁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책이라 할 수 있다. 9.11 테러 이후 중동 지역의 분쟁은 더욱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상대적인 약자'의 자리에 있는 팔레스타인에 대해 동정론을 일으키는 책들도 자주 보인다. 그러나 '이스라엘 편이냐, 팔레스타인 편이냐'의 편가르식 사고 이전에 먼저 진정으로 평화로운 공존을 원한다면, 왜 이런 분쟁이 계속되는지 그 근원부터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슬람 바로보기>가 시도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슬람 바로보기>는 먼저 역사 인식의 사각 지대에 놓인 이슬람 문명과 이슬람 역사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도모한다. 저자는 인류 문명의 발상지인 '고대의 중동'과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서구 열강에 의해 제멋대로 국경선이 그어진 '현대의 중동' 사이에 존재하는 '수 천년의 공백'이 이슬람에 대한 오해를 낳는다고 지적하며, 그 공백을 메우는 작업을 시도했다. 저자는 서구와 미국을 향한 극도의 지식 편중 현상에서 벗어나, 거의 무지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가 갑자기 '자살테러'의 일그러진 모습으로 등장한 이슬람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약속한다. "7세기 이후 아라비아 사막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이슬람 문명은 오늘날 우리들이 접하는 이슬람 테러단체들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이해해야 한다"(22).

<이슬람 바로보기>는 많은 이슬람 관련 서적들이 간과하고 있는, 아라비아에 정착한 유대인들과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와의 관련성을 추적하며 시작한다. 유대인들이 아라비아 사막으로 들어와 정착하는 과정과 아라비아에 정착한 유대인들이 이슬람교 탄생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읽을 수 있다. 무함마드의 전 생애에 얽힌 유대인들과의 관계에 대해 추적하며 이슬람교의 탄생 과정에서 유대인과 유대교가 끼친 역할을 밝히고 있다. <이슬람 바로보기>를 읽으며 새삼 이슬람교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슬람 바로보기>를 읽으며 가장 궁금하고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한 손에는 칼, 다른 한 손에는 꾸란'이란 슬로건은 이슬람의 급격한 전파를 설명하기 위해 서구인들이 만든 용어다. 서구인들은 이슬람의 호전성과 종교의 강압적 전파를 강조하기 위해 이런 문구를 만들어냈지만, 이슬람의 질풍노도와 같은 전파 속도와 관련된 신비는 단순히 이 슬로건 하나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오히여 이슬람이 한 번 거쳐 간 지역이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이슬람으로 남아 있는 역사적 현실은 이슬람 전파를 '꾸란 아니면 칼'로 외쳐댄 서구인들의 주장을 오히려 궁색하게 만든다"(75). 다시 말해, 소수의 아랍인들이 주축이 되어 창시된 이슬람교가 어떻게 그토록 급속도로 거대 제국을 형성할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에 대해 몇 가지 대답을 제시하고 있는데, 기독교 신앙인의 입장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이것이다. "토착 문화를 흡입하는 거대한 용광로와 같은 이슬람의 관용성이다. 기독교와 조로아스터교를 국가 종교로 표방한 비잔틴과 페르시아 제국은 종교에 대한 간섭이 지나쳤고 종파 간의 차별과 목숨을 건 이단 논쟁으로 백성을 힘들게 했다"(77). 초기 이슬람 전파의 기적은 군사적인 정복이 아니라, 피정복민의 자발적인 이슬람화였다는 것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78). 다양한 문화를 흡수해서 하나로 만들어내는 용광로와 같은 관용성은, 빠르게 글로벌화 되고 있는 국제 사회에서 어쩌면 가장 강력한 무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슬람 바로보기>는 중동 지역 갈등의 핵인 예루살렘 현지에 살면서 '인티파타'(민중 봉기)를 직접 목격하고 있는 '내부자의 목소리'이다. 이슬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는 아니지만, 생동감이 있다. 이슬람과 중동 지역 분쟁에 대한 시사적인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역사를 지루해거나 시사를 어려워하는 독자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너무 무지했던 탓인지, 나에게는 모든 이야기가 새로웠고, 이제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속사정에 대한 그림이 좀 그려지는 듯하다. 세계시민의식이 요구되는 국제사회에서, 지구촌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라도 꼭 관심을 가지고 알아둘 필요가 있는 이야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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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가 이끄는 삶 - 불평이 그치고 기쁨이 넘치는 인생
낸시 레이 드모스 지음, 오현미 옮김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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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나님!
저는 제 몸의 가시에 대해 한 번도 당신께 감사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장미에 대해서는 수없이 감사를 드렸지만
제 가시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감사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진 십자가의 영광에 대해 가르쳐 주옵소서.
제 가시의 가치에 대해 가르치옵소서.
제가 고통의 길을 통해 당신께 기어가고 있는 것임을 깨닫게 하옵소서.
제 눈물이 저의 무지개를 만든다는 것을 보여 주옵소서.

 
사춘기 무렵 뚜렷한 이유 없이 시력을 잃어 가기 시작하더니, 스무 살 무렵 완전히 실력을 잃고, 그로 인해 약혼녀에게 파혼까지 당했던 스코틀랜드의 설교자 조지 매티슨의 기도라고 한다(183-184). <감사가 이끄는 삶>, 이 평범해 보이는 제목의 책은 첫 장부터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팔다리 없는 장애인으로 태어난 닉 부이치치는 "하나님은 내게 팔다리를 주지 않으셨지만 하나님의 팔다리로 나를 사용하셨습니다"라고 감사를 고백한다. 교통사고로 몸의 절반 이상에 3도 화상을 입은 이지선 씨는 "하나님이 우리 몸을 얼마나 정교하게 만드셨는지 그 몸을 잃고 나서야 할게 된 것, 감사합니다"라고 고백한다. 의사의 실수로 소경이 된 패니 크로스비, 끔찍한 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딸을 잃은 한 사업가, 그리고 역시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동생을 떠나보내야 했던 저자 등 이 책은 끔찍한 불행과 고통과 절망과 상실의 자리에 처해 있으나 하나님께 감사하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책을 읽기 전까지 온갖 불평들로 가득차 있던 마음이 갑자기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들의 처지가 그렇게 만들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를 말하는' 그들의 모습이 그렇게 만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시대를 이렇게 진단한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물질적으로 가장 큰 복을 누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점점 냉혹하고 교만하고 화를 잘 내며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다"(226). 저자는 한 믿을만한 통계를 제시한다. "평균적으로 서구인은 지구상에 존재했던 사람들의 99.4퍼센트보다 더 잘 산다"(123)고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입에는 왜 불평이 가득할까?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 치고 '범사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범사에' 감사하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우리는 그것이 생각만큼 이행하기 쉬운 믿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감사가 이끄는 삶>을 읽으며 나는 감사의 위력에 감격하기보다 훨씬 더 많이 회개해야 했다. 이 책을 읽기 바로 직전까지, 내 마음을 가득 메우고 있는 불평들, 그리고 그로 인한 우울한 감정 때문에 기도의 자리에서도, 예배의 자리에서도 나는 하나님께 반항하고 있었다! 그렇다. 반항하고 있었다! 새벽 기도회에 참석했으면서도 상한 마음을 안고 있었던 나는 기도 시간 내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하나님께 아무것도 구하지 않기로 작심한 것이다. 그런데 그날 아침, 사무실 건물 전압기 고장으로 전기가 끊겨 오전 근무를 할 수 없게 된 나는 팀원들과 함께 가까운 커피전문점을 찾았고, 그곳에서 바로 이 책을 읽었다!

"믿음으로 사는 사람은 불운을 불평하지 않고 행운을 창조하는 사람입니다"(9).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의사의 실수로 소경이 된, 찬송가 작사가로 유명한 패니 크로스비의 말이다. <감사가 이끄는 삶>은 '감사'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임을 강조한다. 감사야 말로 "은혜가 고취시켜 준 치열한 성경적 라이프스타일"(38)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선택과 훈련에 의해 감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질 수도 있고, 투덜거리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질 수도 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배운 것은 진정한 감사에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 희생 없는 감사는 없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매순간 감사를 택하는 전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향긋한 차 한 잔이라든지, 싱그러운 아침 햇살이라든지,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우리 마음이 감사를 느낄 때, 감사를 드리는 분명한 대상이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감사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감사드리는 일은 '돈이 들지 않는'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아니다. 감사에는 희생이 따른다! 그리고 감사를 말하는 일은 '전쟁'이다!

<감사가 이끄는 삶>은 익숙한 주제의, 평범한 책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첫 페이지에서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강렬하게 나를 사로잡았다. <감사가 이끄는 삶>은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었고, 한없이 행복하게 만들었고, 한없이 설레이게 만들었다. 이 책이 비춰주는 나의 배은망덕이 부끄러웠고, 책을 읽을수록 감사로 충만해지는 마음이 행복했고, 이 책을 통해 깨달은 감사의 위력이 나를 설레이게 만들었다. 저자 '낸시 레이 드모스'의 이름을 기억해두려 한다. C.S. 루이스, 필립 얀시, 맥스 루케이도와 같이 특별한 신앙적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기독교 작가로 말이다.

지금 도저히 감사할 수 없는 상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당장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평소에 시비 걸기를 좋아하고, 사납고, 비판적인 사람이면, 그에게도 이 책을 당장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감사가 이끄는 삶>은 많은 이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지만, 무엇보다 먼저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깊이 감사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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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도의 탄생
오지 도시아키 지음, 송태욱 옮김 / 알마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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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을 표현하는 세계도(世界圖)에서, 세계를 표현하는 세계지도로의 변화
지도가 표현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은 지도에 관한 특별한 관심이나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전공자들이 읽어야 할 책인 듯 하다. 대중적 교양도서로는 내용이 다소 어렵다. 사실 지도에 관한 가벼운 인문적 지식 정도를 기대하고 책을 펼쳤다가 '지도를 독해하는' 전문적인 설명에 주눅이 들고 말았다. 어렸을 때부터 지도를 읽어내는 데는 재능도 없고, 흥미도 없기 때문이다. 각종 기호와 수치로 축소된 지도만 보아도 현기증이 나는데, 그것을 '글'로 읽는 것은 사실 대단한 인내를 요구하는 작업이었다.

<세계 지도의 탄생>이 탐구하고자 하는 주제는 "세계관을 표현하는 세계도(世界圖)에서 세계를 표현하는 세계지도로 변화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과학성, 실용성, 사상성, 예술성이 원래 지도가 갖추어야 할 네 가지요소라고 말한다. 그런데 지도의 역사를 크게 보면, 지도는 현대에 가까워지면서 그 이야기나 표현이 사상성, 예술성에서 과학성, 실용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천해왔다고 한다. 현대 지도에서는 과학성과 실용성이 중시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지도의 탄생>은 "지도가 표현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이러한 지도 변천사를 고찰한다. 먼저는 유렵과 아시아의 비교를 위해 불교적 세계관이 반영된 일본의 '오천축도', 현존 최고의 '헤리퍼드 세계지도', 세계 최오의 인쇄 지도인 중국의 '고금화이구역총요도', 근대를 선취한 중세의 '이드리시 세계지도',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를 대표하는 '프톨레마이오스 세계 지도' 등 각 문명과 문화를 대표하는 중세 세계도를 비교한다.

다음으로 관심있게 살펴보는 지도는 1502년에 제작된 '칸티노 세계지도'이다. <세계의 지도의 탄생>이 '칸티노 세계지도'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 지도를 기초로 세계관을 묘출하는 세계도에서 세계지도로의 변화",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세계관을 표현하는 세계도에서 세계지도로의 이행을 보여주는 '칸티노 세계지도'에는 사상성과 예술성, 과학성과 실용성이라는 지도의 네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계 지도의 탄생>이 보여주는 지도의 네 가지(사상성, 예술성, 과학성, 실용성) 요소 중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바로 '사상성'이다. 지도는 집단이 공유하는 경험 세계뿐만 아니라, 경험으로는 지각할 수 없는 가상의 세계까지 이야기하고 그려낸다. "특히 전근대에 가상 세계를 이야기하고 그리는 데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세계에 대한 관념, 즉 세계관이나 우주관이었다"(29). 세계관이나 우주관이라는 '관념'과 '가상'을 틀로 하여 '경험'과 '현실'을 그리는 것이다). 이것을 다시 지도의 구도와 작도라는 관점에서 표현한다면 '관념'과 '가상'이라는 구도 안에 '경험'과 '현실'을 작도해나가는 것이다(54).

개인적으로는 종교적인 관심 때문인지 현존하는 최고의 지도라는 '헤리퍼드 세계지도'의 독해가 가장 흥미로웠다. '천상에 대한 동경'으로 수직성을 강조한 고딕 건축과 마찬가지로 구조를 지탱하는 기둥과 들보, 스테인드클라스로 구성된 지도의 모습이 재밌다(93). 창세기 2장 8절을 근거로 동쪽을 성스러운 방위로 여기는 방위관, 예루살렘이 원향의 중심에 위치하는 것 등 기독교 신앙(신학)이 반영된 모습이다. 지도의 여백에 담긴 독해의 실마리 또한 신학적 지식이 없으면 정확하게 읽어내기 어려운 요소이다. 기독교 신앙(신학)을 반영하고 있는 '헤리퍼드 세계지도'는 역으로 중세 기독교 신앙(신학)을 이해하는 '지도' 역할까지 담당한다. 지도를 연구하여 중세 기독교 신앙(신학)의 특징을 밝히는 연구 논문이 나와도 상당히 흥미로울 것 같다.

과학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며 지금처럼 '있는 그대로, 사실 그대로의 실제'를 반영하는 현대의 지도보다, 오히려 사상성과 예술성이 반영된 근대 이전의 지도가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다. 현대의 것에 비해 실용성은 떨어질지 몰라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그 시대를 이해하는 귀한 자료이면서 예술품의 하나라고 생각되어진다. <세계 지도의 탄생>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 가운데 하나가 "지도도 회화와 마찬가지로 걸작이나 명작이라고 말할 수 없을까 하는 것이었다"(312)고 밝힌다. 지도의 예술성이 명화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할지 몰라도, 명화와 마찬가지로 축소된 현실 세계는 물론 보이지 않는 사상까지 표현하는 예술작품으로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문자의 역사보다 오래되었다는 지도(의 역사)에 숨어 있는 연구 가치가 새삼 높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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