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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로버츠의 리얼 제자도
밥 로버츠 지음, 홍종락 옮김 / 두란노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지상명령, 다시 생각하라!
한국 교회의 제자 운동은 실패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교회가 사회의 본이 되지 못하고, 세상으로부터 칭찬받는 성도가 되지 못하고, 세상은 교회를 조롱하고, 교회가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 세상의 논리가 침투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때문에 우리의 제자 운동은 실패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대형 교회로 소문난 교회는 많지만, 그 교회로 인해 그 지역 사회가 변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탄식하며, 때문에 한국 교회의 제자 운동은 실패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특정 교회, 소수의 교회 지도자만의 잘못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잘못일 것입니다. 하나님은 대한민국에 풍요를 허락하셨고, 한국 교회의 세계적인 부흥을 허락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장과 번영에 취하여 '하나님의 백성답게 사는 일'에 게을렀습니다. 많은 성도가 '믿음의 눈을 들어' 세상적인 성취와 성공을 바라보느라 하나님을 잊고 있는 것입니다. 높아진 학력, 넘쳐나는 정보, 풍부한 프로그램으로 무장하고 자신이 아는 것을 자랑하느라, 하나님의 말씀에 무관심하고 하나님의 방법대로 살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 교회가 모욕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순수한 의미의 영적 핍박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라 생각됩니다. 세상은 다른 가치를 가지고 '튀게 사는' 기독교인들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기독교인들의 요란함이 싫은 것입니다.
<밥 로버츠의 리얼 제자도>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으로, 교회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로 살고 있습니까?"라고 말입니다. 밥 로버츠 목사님은 교회가 삶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근본적인 변혁을 불러오는 복음을 선포하면서도, 우리의 관심이 겨우 종교적 견해를 바꿨다는 뜻의 '회심'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합니다. "수 세기 전에는 전 세계의 문제에 개입하는 주된 세력이 교회"였으나, 지금은 교회 안의 교회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합니다. 전에는 세상을 소란하게 하는 세력이었으나, 지금은 "전 세계적 사명에 참여하라는 요청에는 남의 일처럼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고 안타까워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고통으로 인해 애통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사는 세계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습니다. 교회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안들을 어렵지 않게 내어놓으면서도, 현재 그리스도인들은 변화하는 세계의 실상, '세계화'라 불리는 새로운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밥 로버츠의 리엘 제자도>는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주어진 지상명령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현재 믿는 자들이, 교회가,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어떻게 오해하고 있는지 분석하며, 그 성경적 의미를 분명하게 밝힙니다. 단순한 회심은 복음 전도의 목표가 아님을 강력하게 선포합니다. 복음이 전파되지 않는 곳을 두루 찾아가 복음을 전하며 세상을 소란하게 하고, 모든 것을 뒤집어 놓으며 세상을 변화시켜야 할 사명은 '모든' 믿는 자들에게 주신 명령임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각인시켜줍니다. 그런데 왜 곳곳에 십자가를 세운 교회가 이렇게 많은데도 그 도시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까요? 밥 로버츠 목사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의 복음 전도가 제자를 삼는 일이 아니라 회심자를 만드는 일에 상당히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요지는 한마디로 이것입니다. 설교자와 교회가 더 생긴다고 해서 세상을 요란케 하는 변혁과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신자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제자 역할을 충실히 감당할 때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성경적 의미의 제자도란 무엇일까 제자가 된다는 건 하나님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을 섬기고, 기쁜 소식을 듣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것을 전하는 것이다"(30).
어찌 보면, 참 단순한 가르침입니다. 신앙생활에 열심을 내는 성도들 치고 이 정도의 진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왜 우리는 그렇게 살지 못할까요? 이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는 밥 로버츠 목사님의 '리얼'한 목회 간증에 큰 은혜와 위로를 받았습니다. 선교사로 헌신하고자 하는 간절함,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의 장벽 앞에 상처받고 좌절하는 모습, 선교사의 뜻을 접고 교회 사역을 시작했으나 "교회 사역의 환멸"을 느꼈다는 고백이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현재 내가 처한 삶의 자리, 그 답답함과 너무도 닮아있어서 말입니다. "오히려 자아를 잊어버리고, 미래를 하나님께 맡기고, 하나님이 지금 상황도 다스리고 계시며 그분의 뜻대로 나를 이끄실 수 있음을 받아들이라"는 조언이 제 마음에도 와닿았습니다.
"우리가 진행하는 제자화의 가장 큰 문제는 제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밥 로버츠 목사님은 멘토가 되어준 릭 워렌 목사님과의 만남을 통해 '목회적 전환'을 경험했다고 고백합니다. 목회자로서 "내가 속한 사회를 섬기는 방식"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고, 불신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바꾸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뜻대로" 풀리지 않는 목회 현장에서 실패와 깊은 좌절에 빠져 있을 때,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됩니다. "교회가 선교사라면 어떻게 하겠느냐?"(58) 그 자신이 선교사가 되려고 그렇게 노력을 하고, 프로 목회자가 되기를 꿈꾸면서도 교회 자체가 선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 음성을 계기로 밥 로버츠 목사님은 "완전히 거꾸로" 뒤집어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교인들에게 직업적 기술을 활용해 교회를 섬기라고 격려할 게 아니라, 그 기술로 국내외의 어려운 사람들을 섬기게 하고 그것이 교회의 임무라고 가르치면 어떻게 될까?"(60)
밥 로버츠 목사님의 <리얼 제자도>는 프로그램된 제자 훈련이 아닙니다. <리얼 제자도>는 삶과 인생과 세계에 대한 큰 그림입니다. 밥 로버츠 목사님이 소개하는 '앤디의 간증'은 <리얼 제자도>가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실패한 가장에서 세계적인 '글로컬'(지역 사회와 세계에서 함께 섬기는) 사역자로 거듭나는 앤디의 극적인 변화는 우리를 전율케 합니다. 예수님의 평범한 제자가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보고 반응할 때, 어떤 놀라운 일이 이루어지는지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은 "세상 모든 사람이 복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주님 안에서 세계를 품습니다. 세계가 변하는 꿈을 꿉니다. 그러나 그 시작은 '바로 지금 여기'입니다. <리얼 제자도>는 예수님의 제자로 살기 원하는 사람이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는지 알려줍니다. <리얼 제자도>를 통해 주님이 내게 다시 명령하고 계심을 느낍니다. <리얼 제자도>는 저를 다시 출발선에 서게 해주었습니다.
이 책은 제자 훈련 프로그램이 유행처럼 쓸고 지나간 한국 교회에 하나님이 보내시는 메시지라고 생각됩니다. 먼저 이 책을 함께 사역하는 동역자들과 같이 읽고 나누려고 합니다. 함께 회개의 자리로 나아가겠습니다. 하나님 앞에 다시 엎드리겠습니다. 성령의 비전을 다시 품게 해달라고 간구하려 합니다. 이 책을 통해 내 안에 자라기 시작한 이 목마름을, 이 영적인 갈망을 주님이 채워주실 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