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일 아침 행복을 부탁해
김흥길 지음 / 물푸레 / 2010년 4월
평점 :
"이 책은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10).
얼마 전, 엄마(어머니라는 호칭은 거리감이 느껴져서)를 모시고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아버지가 미국에 다녀오시는 동안 혼자 텅빈 집을 지키셔야 하는 엄마를 위해 특별 휴가를 얻어 다녀온 것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엄마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이 아닌가. 성산일출봉에 오르며 무심히 내뱉는 엄마의 말에서, 나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전에 아버지와 함께 이곳을 올랐다는 엄마는 "내가 다시 이곳을 걸어서 올라갈 수 있을까"라고 혼잣말을 하셨다. 나는 그제야 엄마를 괴롭히고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제주도를 여행했던 지난 시절의 기억과 오늘의 여행이 겹쳐지면서, 세월의 무상함이 쓸쓸하고 다시 또 이곳을 여행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노년이 안타까웠던 것이다. 즐겁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왜 그리 쓸쓸한 생각만 하시냐고 볼멘소리를 했지만, 나도 마음 한구석이 아렸다. 쓸쓸한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우리는 일부러 좋은 것들, 감사한 것들을 계속해서 꼽아보았다.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내가 깨달은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행복하기로 작정하면 행복해지지만, 행복하기로 작정하지 않으면 충분히 행복한 상황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외부적인) 환경이 주는 행복은 수명이 짧다. 외부적인 환경에 기댄 행복한 느낌, 행복한 기분은 얼마나 순간적인가. 진정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행복하기로 작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행복하기로 작정을 하면, 똑같은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 행복한 기분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해지자'라고 작정을 하면, 책상 위에 놓여진 향긋한 커피 한 잔, 읽으려고 쌓아둔 책들, 예쁜 볼펜과 메모지 한 장에도 따뜻한 행복을 느낄 수가 있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이지만 벅찬 행복에 젖어들 수 있는 것이다.
<매일 아침 행복을 부탁해!>는 '나는 지금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던져준다. 잠시 멈춰 서서 '나는 지금 행복한가' 스스로 질문해보도록 여유를 주는 마음의 여백 같은 책이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꼭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작고 귀여운 초록잎을 가진 세잎 클로버이다. 네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지만, 세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감전된 듯 마음에 퍼져나가는 어떤 울림이 있었다. 이 책은 그때의 그런 울림을 모아놓은 지혜서라고 하고 싶다.
"욕심을 낼수록 행복하다"(143)
욕심을 낼수록 행복하다.
무언가에 몰입하면
행복한 느낌을 만들어주는
호르몬들이 생겨난다.
열정을 제대로 알고,
열정과 더불어 살며,
열정을 즐겨라.
- 슈테판 클라인, <행복의 공식> 중에서
이 세상에서 반드시 우리가 욕심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매일 아침 행복을 부탁해!>를 읽으니 행복에 욕심내는 욕심쟁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을 욕심내자!
<매일 아침 행복을 부탁해!>가 알려주는 행복의 키워드는 다섯 가지이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now), 생각대로(mind), 열정(passion), 가볍게 때로는 천천히(light & slowly), 더불어(together)"가 그것이다. 미래의 행복을 준비하는 데에만 가치를 두어 오늘의 행복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행복은 내 안에 있다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알아볼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행복은 서로 나누는 사랑 속에 있다고, 그렇게 잠자고 있는 우리의 행복을 흔들어 깨워준다.
"오늘 사랑한 만큼 행복이 차오른다"(46)
오늘 해가 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오늘분의 사랑을 다 쓰는 것이다.
남기지 말고
고이게 하지도 말자.
여기저기 다 사용한 빈 가슴으로
자리에 눕자.
밤새 샘물처럼 차오를
새날 그리고 사랑.
- 정용철, <오늘의 사랑> 중에서
<매일 아침 행복을 부택해!>를 읽으며, 새롭게 얻은 지혜는 이것이다. 행복은 바로 서로 나누는 사랑 속에 있다는 것! 나에게 집중된 이기적인 시각만으로는 온전한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우리는 행복의 이유, 불행한 이유를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나 스스로도 '나는 지금 행복한가'를 물었을 때, 그것을 가늠하는 기준이 온통 '나' 중심이었다. "오늘 사랑한 만큼 행복이 차오른다"는 글은 무엇인가를 성취함으로써 얻어지는 행복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사랑을 끊임없이 퍼서 나눌 때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우물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행복은 자신 스스로가 짓는 것이다"(162)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누구인가?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은 누구인가?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인가?
지금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언제인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내 앞에 있는 사람이다.
- <탈무드> 중에서
<매일 아침 행복을 부탁해!>를 읽으니 행복도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쁨을 발견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알고,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마음을 지키고, 생각을 다스리는 능력말이다. 이 책은 행복의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으로 얻어지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갈고 닦고 연마할수록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참 지혜는 행복한 인생의 비결을 깨우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인가를 많이 아는 것이 지혜가 아니라, 마땅히 품어야 할 생각을 품고, 길러야 할 마음을 기르고, 해야 할 일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곧 지혜이리라. 행복을 품고, 행복한 마음을 기르고, 행복한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이제 지혜자인가? ^^
<매일 아침 행복을 부탁해!>는 후다닥 읽어버리면 의미가 없는 책이다. '늘 곁에 두고 되새기고 싶은 행복한 구절'이라는 부제처럼, 마음에 두고 되새김을 해야 짧지만 긴 여운을 가진 글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크게 다섯 가지 주제로 행복에 관한 글을 묶다 보니, 내용(메시지)이 좀 겹치는 것이 흠이다. 비슷비슷한 메시지가 많다. 그러나 행복의 비결을 일러주는 가르침인데, 잔소리 좀 들으면 어떠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