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 판도라의 역사와 생태에 관한 기밀 보고
마리아 윌헴.더크 매디슨 지음, 김현중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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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판도라의 역사와 생태에 관한 기밀 보고,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 서다.



14년 간 구상하고 4년 간의 제작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영화 ’아바타’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는데, 나는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다. 이 책은 162분의 영상만으로 모두 보여주지 못했던 ’아바타’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라고 한다. 영화를 보지 못한 내겐 어딘가 실재하는 행성의 생태학 보고서 같은 책이다. 마치 영화 속 이야기가 실제 세상으로 튀어나온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 생생한 느낌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희미하게 한다.

이 책 <아바타>는 영화 ’아바타’가 얼마나 견고하게 만들어진 가상 세계인지 알게 해준다. 단순히 영화적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허구의 세계’가 아니라, 마치 미래를 예견하기 위해 최고의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우주의 시뮬레이션을 보는 기분이다. 왜 이 영화에 그토록 열광했는지 영화의 분위기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인류는 고대 지구를 떠올리게 하는 ’판도라’라는 푸르고 아름다운 별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별의 모든 생명과 조화를 이루며 나비족이라 불리는 외계 인류가 살고 있다. 이들의 문명은 신석기 수준 정도이다. 지구는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도라에서 대체 자원을 채굴하기 시작한다. ’아바타’는 판도라에서 대체 자원을 채굴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판도라의 토착민 ’나비’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 원격 조정이 가능한 새로운 생명체이다. 주인공은 제이크는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자원 채굴을 막으려는 나비의 무리에 침투라하는 임무를 받은 부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이다. ’언옵티늄’이라는 놀라운 에너지를 얻기 위해 판도라를 침략하려는 RDA(자원개발위원회)와 그것을 막으려는 나비의 여전사, 그리고 그들의 피할 수 없는 대규모 전쟁 사이에 끼게 된 주인공 제이크, 이것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이 보고서는 "판도라의 위치와 환경적인 특성부터 독식물의 아름다움과 위험성, 나비족의 문화와 생활상까지를 총망라하고 있다. 우리가 그렇게 목매는 초첨단 기술 없이도 자연에 순응하며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나비족과 완전한 생태 균형을 이루고 있는 판도라는 인류와지구의 희망임에 틀림없다. 언젠가 판도라는 우리의 피난처가 될 수도 있다. 그때 이 보고서는 더욱 유용할 것이다"(15).

이 책은 ’판도라’와 ’아바타’의 모든 것을 밝히는 "기밀 보고서" 형식으로 저술되었다. RDA가 얼마나 용의주도하고 잔인하게 판도라를 파괴하고 있는지를 폭로한다. 이들이 RDA의 음모를 세상에 알리는 것은, 무분별한 자연 파괴와 탐욕으로 절박한 위기에 처한 지구와 판도라를 구하기 위해서이다. "파괴하지 않고도 우리는 판도라로부터 얼마든지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13).

하나의 영화를 14년 간 구상하고 4년 간 제작했다는 기록으로도 알 수 있듯이 <아바타>가 만들어낸 ’판도라’의 세계는 상상 그 이상이다. 예술과 과학과 상상력의 조합으로 치밀하게 디자인 된 판도라는 완벽한 생태계이다. 그런데 왜 제임스 카메론은 이 별을 ’판도라’라고 명명했을까. 줄거리로 알 수 있는 영화의 메시지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무분별한 자연 파괴와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문명을 파괴하고 종족의 잔인한 학살도 서슴치 않는 인간의 무자비한 욕심에 대한 경고라고 생각된다. 아름다운 생태계와 ’언옵티늄’이라는 놀라운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판도라’는 인류가 결코 열어서는 상자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발견하는 순간 인류의 탐욕과 파괴적인 본능이 깨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구세대적인 발언이지만, 가상 세계를 이처럼 리얼하게 디자인하고, 영화 속 이야기의 일부를 이렇게 책으로까지 발간했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유머러스하게도 느껴진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인류의 ’놀이문화’의 발전이라고나 할까. <아바타>는 가상 세계이지만, 진지한 예술이고, 치밀한 과학이며, 경이로운 상상력이 만들어낸 ’판도라’를 통해 인류의 자기 반성과 철학적인 희망을 담고 있는 책이다. 분명 아이들이 많이 좋아할 책인데, 너무도 치밀하게 하나의 세계를 탄생시킨 ’창조 설계도’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그 수고가 감탄스러울 뿐이다. 소문만 듣고 별 관심이 없던 영화인데, 꼭 영상으로 다시 <아바타>를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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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tzz55 2023-01-04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신의 딸님, 이 책 구하는 사람인데 혹시,,,

중고로 판매하실 생각 있으시면 01097600486 여기로 문자주세요 . 감사합니다 !!

2023-01-24 0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계 디자인 도시를 가다
김미리.최보윤 지음, 이덕훈 외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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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한민국 최초의 도시 디자인 프로젝트,
6개국 12도시 탐방 보고서!


도시 공간이라고 하면 높은 빌딩 숲과 복잡한 거리 먼저 떠오른다. 환경에 대한 관심과 디자인 기술의 발달은 도시 공간에 대한 새로운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 획일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도시 미관과 환경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시 공간을 재구성하고 새롭게 재생하기 위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계획적으로 만들어지는 신도시도 있지만, 도시라는 것이 본래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발전하는 것이며, 워낙 규모가 큰 생활 공간이기 때문에 접근도 쉽지 않을 뿐더러, 기술과 예술성이 역사와 현재와 미래의 연속선상 위에 조합을 이루어야 하는데다, 단기간에 완성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아니라는 어려움이 있다.

가까운 곳에 송도 신도시가 위치해 있어서 그곳에 가볼 기회가 자주 있다. 처음부터 국제 도시로 기획되어 전체를 하나로 설계한 송도 신도시는 공원과 녹지 등 자연환경과 아름답게 어우러져 건설되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것은 송도 신도시만의 예술적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세계 유명 도시를 본딴 듯한 디자인이 오히려 도시의 개성을 없애버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흉내가 아니라 도시의 고유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예술적 감성이 아쉽다.

<세계 디자인 도시를 가다>는 예술적 도시 디자인으로 유명한 6개국 12개 도시를 탐방하여 모범적인 ’공공 디자인’을 소개한다. 성공적인 공공 디자인으로 그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스페인, 독일,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유명 도시들을 탐방한 <세계 디자인 도시를 가다>는 성공적인 공공 디자인을 위한 중요한 참고서 역할을 한다. 각 도시의 공공 디자인 사례들이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준다.



 










이 책의 저자도 말하듯이, 디자인은 이제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높여주는 행위의 개념을 넘어, 생활의 질을 높여주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4). 공공 디자인은 생활 환경의 개선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 이어지며, 주민들의 자부심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페인의 우범지대였던 라발 지역은 예술적 감성의 도시로 새롭게 거듭나면서 삶의 만족도가 높아짐은 물론, 범죄율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세계 디자인 도시를 가다>를 읽으니, 공공 디자인은 도시의 정체성을 찾아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창조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시의 가치가 ’디자인’을 통해 극대화 될 수 있음을 배운다. 우리나라의 도시들도 저마다 도시 이름을 내건 문화 행사를 개최하는 등 도시를 상품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라기는, 경제적으로 고속 성장을 이루었듯이 도시 공간의 재구성도 초고속으로 해내려 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도시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그 재해석의 과정에서 그 도시만의 개성과 색깔이 결정된다고 본다. 거기에 예술적 상상력과 기술이 만날 때, 명품 도시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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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 경제학 - '짬짜면' 같은 경제입문서
오형규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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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작동하는 경제 원리를 배우다! 


학교 다닐 때, 가장 인기가 많았던 선생님은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 이론을 쉽고 재밌게 가르쳐주는 선생님이었다. 사실 강아지도 자기를 예뻐하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알아보듯이, 선생님이 어떠한 마음으로 학생을 대하고, 수업을 진행하는지, 철부지라 여겨지는 시절의 우리였지만 선생님의 배려와 열정이 충분히 감지되었다. 어떤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의 열정 속에 모르던 것이 이해되기 시작하는 순간의 희열이란 얼마나 숭고한 것이던가. "배움의 기쁨이란 이런 것이구나" 알게 해주신 선생님의 은혜가 새삼 가슴에 새겨진다. 

반대로, 가장 인기가 없었던 선생님은 학생들을 무시하며 잘난 척만 하는 선생님이었다. 가르쳐주려 하기 보다 못 알아듣는 학생들의 실력을 탓하고, 가르치는 일에 게으른 자신의 모습은 반성하지 못하면서 배우는 일에 게으른 학생들만 꾸짖고, 그래서 대학은 가겠냐는 비웃음 속에 자신은 명문대를 나왔다는 오만함이 가득했던 선생님. 다시 생각해도 끔찍한 교실 풍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진짜 명강의는 쉬운 강의라는 말이 있다. <자장면 경제학>은 그런 면에서 명강의이다. 이 책은 어렵게만 느껴지는 경제 원리를 친근한 일상과 접목시켜 알기 쉽게 설명한 경제입문서이다. "경제학은 할머니가 꿰고 계신 속담이나 중국집 메뉴처럼 누구에게나 쉽게 이해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저자는 우리가 즐겨먹는 자장면처럼 친근한 사례를 접목하여 세상 흐름을 읽는 경제 원리를 설명해주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수요와 공급, 인센티브, 대체재와 보완재, 한계효용, 거래비용과 측정비용, 기회비용, 매몰비용 등 주류 경제학의 기본개념이 쉽고 재미있게 이해되기 시작한다.

거창한 경제이론이나 수식을 알아야 읽을 수 있는 경제서적이 아니라, 일상을 돌아보며 그 속에 작동하는 원리를 깨우침으로 경제원리를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아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실제를 이론으로 정리해내는 기법은, 일상 속에 숨어서 작동하는 경제현상에 대한 눈을 뜨게 해준다.

모두 재미있었지만,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들어갈 때, 나올 때 왜 마음이 달라질까’라는 제목으로 설명된 ’모럴 해저드’에 관한 가르침이었다. 사람들은 정말 아쉬울 때의 행동과 아쉬움이 해소된 뒤의 행동이 크게 달라지는 경향이 있는데, 경제학에서는 이런 행태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고 부른다고 한다. 얼마 전, 함께 일하다 그만 둔 팀원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그중 두 사람이 근무시간에 게임을 연결하여 함께 게임을 즐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팀장으로 있으면서도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모두가 힘들게 일하던 시기였는데, 두 사람이 몰래 게임을 즐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뒤늦게 사실을 알고 정말 나쁜 사람들이었다고 비난했는데, <자자명 경제학>은 근무시간에 딴짓을 하는 도덕적 해이는 인간의 선악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 사람들이 나쁜 사람이거나 부도덕한 인간이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인센티브에 반응하는데, 조직에서는 무엇이 직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했는지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경제학의 과제라고 하는 가르침에서 문제를 해결한 길을 발견했다.

전문가들은 어려운 말로 설명할수록 더욱 수준이 있어 보인다는 착각을 할 때가 많다. 자신이 아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다시 설명하더라도 일부러 어렵게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식의 수준이 높아서 어쩔 수 없이 불친절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자장면 경제학>은 무척 친절한 책이다. 경제학이라고 하면 무조건 어렵게 느끼는 일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수고해준 저자가 고맙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경제원리와도 일맥상통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며, 우리의 일상 곳곳에 숨어있는 경제원리를 발견하는 기쁨이 컸음을 전하고 싶다. 친절한 선생님에게 중요한 배움을 얻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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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심리학 - 당신은 어떤 생각에 끌려 다니는가
아우구스토 쿠리 지음, 김율희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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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지키라! 예수님처럼!


이 책을 읽으며 실제적인 치유를 경험했다. 얼마 전부터 어떤 생각과 불안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며 가볍게 지나칠 문제였지만, 나에게는 꽤 심각했다.

몇 년 전, 교육 관련 일을 하게 되고 중요한 강의가 시작되는 첫 날, 아침에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았다.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동생이 간신히 내뱉은 말은 "소망이가 죽었어"였다. 소망이는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였는데, 동생이 아침 산책을 데리고 나갔다가 자동차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뒤, 어느 늦은 밤 친구에게서 오랫만에 전화가 왔다. 놀라지 말라는 친구의 말에 오히려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결혼을 했고, 첫 아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전화 연락이 뜸한 그 친구에게 오랫만에 안부전화를 했다가 어머니로부터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들었는데, 세상을 떠난지 벌써 몇 개월이나 지났다는 것이다. 그 말에 더 멍해졌다. 소식을 전할 수 없었다는 어머니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져 울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그 소식을 들었던 다음 날은 몇 년 전 소망이가 죽은 날 아침에 처음 시작했던 그 강의를 다시 시작하는 날이었다. 

작년의 일이다. 그 강의를 다시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런데 나는 주저했다. 소망이와 그 친구에 대한 기억 때문에 두려웠다. 당시 우리집에는 ’사랑이’라는 강아지가 새끼를 배고 있었다. 사랑이는 소망이 새끼였는데, 괜히 사랑이가 잘못될 것 같은 비이성적인 나를 짓눌렀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듭되는 요청이 있었고 계속 거절할 수 없는 입장이었던 나는 내가 느끼는 불안감은 이성적인 것이라 스스로 타이르며 강의를 수락했다. 그런데 거짓말 처럼 사랑이가 죽었다. 새끼를 낳다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을 하면서 어떤 병균에 감염이 되었다고 했다.

얼마 전부터 나를 괴롭히고 있는 불안감은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나라의 큰 어른에서부터 존경하는 사회적 인사의 장례와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을 지켜보며 삶과 죽음에 대한 사색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죽음’과 ’후회’ 코드를 접목시킨 신간을 몇 권 읽으면서 ’죽음’을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나에게도 곧 닥칠 현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어느 새, 60을 넘기신 부모님을 뵈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닥칠 슬픈 이별에 대한 공포가 아무 때고 불쑥불쑥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출퇴근 길에 있는 병원을 지날 때도 꼭 ’장례식장’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오고, 괜한 불길함을 떨쳐버리고자 의도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애쓴 적도 많다. 얼마 전부터 부모님이 외출을 하시면 전화가 울릴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면서 심각한 불안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순간 나쁜 소식이면 어쩌나 하는 긴장이 꽉 들어차기 때문이다. 

<생각의 심리학>을 읽고 리뷰를 쓰면서 이렇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고 있는 것은, 나에게 불안감을 가져다 주는 생각의 실체에 정면으로 직면해보고자 함이다. 시간 관리나 돈 관리에 대한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었는데 생각도 관리해야 한다는 개념은 가지고 있지 못했다. 생각의 힘이 얼마나 크고 놀라운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꾸만 나를 공격하는 불길한 생각이 더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생각의 심리학>은 표지에서 이렇게 묻고 있다. "당신은 어떤 생각에 끌려 다니는가?"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생각 관리를 못해서라고 단언하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생각의 주인이 될 수 있는 12가지 생각 관리의 비결’을 정리해놓았다.

언젠가 친구가 자살을 심각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방송에서 "생각대로 하면 되고"라는 CM송이 흘러나왔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브라질의 유명한 정신과 전문의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저자 아우쿠스토 쿠리는 "생각대로" 살려면 생각부터 감독하라고 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내 생각의 주인이라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는 생각에 끌려다니는 노예일 때가 더 많다.

<생각의 심리학>은 생각 관리의 중요성과 함께 그 원리를 ’다초점 심리학’의 틀 안에서 제시하고 있다. 생각은 자아의 ’의식적 결정’뿐 아니라, 기억 촉발, 자동 흐름, 기억 창문이라는 ’무의식적 현상’이 합쳐져 형성된다고 한다. 다초점 심리학은 불쑥불쑥 우리를 괴롭히는 부정적 생각과 감정을 관리할 수 있는 원리를 제공해준다.

<생각의 심리학>은 특이하게도 생각 관리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를 성경의 ’예수’에게서 찾고 있다. 성경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간 예수’의 사례를 분석하여 생각 관리의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이것을 종교적으로 받아들이면 거부감을 보일 독자들도 있겠지만, 신앙적 차원을 떠나서 ’예수’를 한 사람의 위인으로 설정하고 읽어도 흥미로운 연구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내가 치유의 도움을 받은 기법은 생각을 감독하는 DCD(의심-비판-결심) 기법이다. 두려움을 가져다 주는 힘을 ’의심’하고, 머릿속에 떠오른 괴로운 생각을 ’비판’해보며, 자유와 통제력을 잃지 않기로 ’결심’하는 과정을 실천해보았다. 부정적인 생각에 대응하고 그것을 관리하는 훈련을 배운 것이다.

정신적인 불안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논리적으로 잘 공감되지 않는다. 전에는 나도 그런 고백을 들으면 "힘들겠구나"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을 뿐이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여러 가지 사건, 사고로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많이 경험하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고, 관리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이러한 책이 꼭 필요한 친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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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블랙 장르의 재발견 1
오스카 와일드 지음, 서민아 옮김 / 예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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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인 책이라거나 부도덕적인 책이라는 것은 없다.
책은 잘 썼거나 잘못 썼거나이다. 
- 작가 서문 中에서 -


처음 출간될 당시에는 상당한 논란과 비판을 몰고 다녔다고 하는데, 지금은 ’고딕 호러의 고전’(고딕 호러가 무엇인지 찾아보니, 소설의 음산함과 공포 전달을 주 목적으로 하며, 악당을 사회 고위층이나 귀족의 일원으로 설정하거나 그들의 그릇된 망상이 가지고 온 결과물로 설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등장 인물들의 내면의 갈등, 성적인 잠재의식 등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는 특징을 가진 문학이라고 한다)이라는 호평 속에 이 책을 원작으로 수많은 영화가 제작되기도 하고, 권장도서로 지정되는 등 문학사에 확실히 자리매김을 한 작품이다. 작가의 표현대로 하면, "잘 쓴 책"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논란과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이유는 지나치게 탐미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옮긴이의 글에서 힌트를 얻은 바에 의하면) 유미주의 대 도덕주의, 또는 예술성 대 도덕성의 대결로도 볼 수 있겠다. 유미주의 운동은, 영국에서 산업국가로서의 기반을 다진 후 경제적인 평화가 오래 지속되던 시절, "청교도 정신과 공리주의, 산업화로 인한 물질주의에 반기를 들고, 아름다움 자체에 눈을 돌려 예술을 위한 예술을 추구하자"는 움직임을 말한다고 한다(411).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예술과 도덕을 전혀 별개의 영역으로 본 오스카 와일드의 유미주의적 예술관을 잘 보여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의 살인자’인 도리언 그레이와 그가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젊음을 유지하는 동안 그의 초상화가 대신 늙어간다는 ’환상’적인 요소는 작가의 문학예술이 지향하는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시대를 통찰하는 날카로운 사회 비판이라든지, 도리언 그레이의 아름다운 외모와 대조적으로 죄와 그것의 추악함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 또한 도리언 그레이의 삶과 죄를 반영하는 초상화가 ’양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쾌락과 파멸이라는 이야기 구도는, 여전히 이 작품이 도덕성의 틀 안에 있음을 말해준다고 본다. 게다가, 계속해서 도리언 그레이를 쾌락에 빠져들게 하는 헨리 경의 역할은 우리의 귓가에 들려오는 악마의 속삭임을 연상시킨다.

늙음을 곧 추악함으로 인식하는 사고방식에 오스카 와일드는 대비적으로 내면의 아름다움과 괴리된 아름다운 외모의 허망함을 보여준다. "기묘하고, 잔혹하고, 퇴폐적인" 이야기를 읽으며, 독자는 쾌락과 파멸, 선과 악, 천박함과 고귀함의 대비 속에 눈에 보이는 추악암과 아름다움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추악함과 아름다움의 근원과 마주할 것이다. 

이상하다. 내가 책을 잘못 읽은 것인지, 알려진 그의 작품 성향과는 반대로 나는 왜 그의 이야기가 이토록 ’보수적인 교훈’으로 읽히는 것일까. 그야말로 ’고전적’이지 않은가! 우리가 이 기묘한 주인공에게 거부감이 아니라, 동정심을 갖게 되는 이유도 아마 그것이 아닐까 싶다. 동성연애 혐의로 2년간 감옥생활을 했다는 그의 생애사를 보면 좀더 파괴적이고 반항적일 만도 한데 오히려 그는 쾌락이 인간의 영혼을 어떻게 찢어놓는지, 욕망의 끝이 얼마나 허망한지 그리고 있다. 출소 후 곤궁하게 살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는 작가 자신의 결말을 예견하듯 말이다. 혹시 그는 쾌락을 탐닉한 자신의 동성애를 후회했던 것일까.

오늘날 아름다운 외모와 젊음에 대한, 광기에 가까운 현대인들의 집착을 오스카 와일드가 목격한다면, 혹시 현대 사회를 ’지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너무 오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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