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바이러스 H2C
이승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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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C = How to Create?


총성 없는 전쟁터라고 했던가. 나는 매일 백화점과 대형 할인매장이 밀집해있는 거리를 지난다. 대기업 간의 보이지 않는 혈투가 오늘도 치열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늘 이 거리는 소비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창조 바이러스 H2C>는 그 치열한 전쟁터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업계 꼴찌였던 홈플러스를 4년 만에 업계 2위로 올려놓고, 10년 만에 매출 10조 원대 선두기업으로 성장시킨 이승한 회장의 승전보를 알리는 책이다. 홈플러스 신화를 이룩한 이승한 회장의 성공 노하우를 ’6가지 창조 바이러스’라는 이름으로 정리해놓았다. 자기계발서처럼 읽히기도 하는데, 이승한 회장의 생애사를 따라 서술되어 있어 전기를 읽듯 술술 읽힌다.

솔직히 대형할인매장에 자주 갈 일이 없는 나는 홈플러스의 성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근무지와 가까운 곳에 있던 까르푸 매장이 홈에버로 바뀌었고, 그것이 어느 날 홈플러스가 되었다는 사실만 겨우 인식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매장의 변천사를 돌이켜보니, 먹고 먹히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홈플러스가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면 홈플러스가 가진 경쟁력은 무엇인가? 이 책은 그것을 한마디로 이렇게 평가한다. "시장의 주류였던 창고형 할인점을 쾌적한 공간에서 모든 생활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가치점’ 개념으로 바꾸어 세계 유통 시장에 세대교체 신드롬을 일으켰다." 홈플러스 매장이 눈앞에 그려진다. 이승한 회장이 할인점에서 가장 비싸고 중요한 위치인 1층에 문화센터를 비롯한 각종 생활 편의시설을 배치하고자 했을 때, 외부 유통 전문가들은 "미친 것 아니냐"며 비웃었다고 한다. 이때 이승한 회장이 내놓은 대답은 이것이었다. "CEO가 결정했습니다. 고객이 바로 CEO입니다"(140). 말뿐이 아니라 진정 고객을 CEO로 생각하는 경영 마인드라면, 누구보다 고객이 우선 알아볼 것이다. 홈플러스의 성공은 그러한 진심을 고객에게 인정받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대기업의 경영방식이 양산하고 있는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은 차치하고, 유통시장을 맡고 있는 리더가 매장을 고객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감성을 자극하고, 즐거움을 주는 공간으로 꿈꾸며, 매장 자체를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적인 자산으로 디자인한다는 발상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식상한 감성 코드로 가식적인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열을 올리는 것보다 참신하고 애국적인 발상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이 자기계발서로 읽히는 것은 ’창조 바이러스’에 담긴 메시지가 경영 분야를 넘어 인생 전반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어느 자리, 어느 위치에서, 무엇을 담당하든 최선을 다해 달려온 이승한 회장의 정직한 땀과 성실한 삶의 자세와 열정적인 태도가 오늘의 홈플러스 신화를 가능하게 한 것이라 본다. "인생의 어느 한때, 너무 몰입해 코피를 흘려본 적이 있는가? 원인은 결과의 거울이다.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내가 거울에 비춰진 모습이다"(54).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배운 것이 있다면, 겨우 걸음마를 뗀 홈플러스를 세상에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대한민국에서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상’을 공략한 전략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시상하는 상이란 상은 모조리 조사하고, 우리가 공략할 상의 쇼핑 리스트를 먼저 정했다. 그 상을 받을 만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 모든 부문에서 각고의 노력을 시작했다. 수상의 목표를 먼저 정하고 노력한 덕분에 경영의 수준까지 몰라보게 끌어올릴 수 있었다"(94). 이승한 회장의 전략은 멋지게 적중하여 회사의 이미지와 브랜드 인지도를 단기간에 엄청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한다. 우리 조직에도 응용해보고 싶은 전략이다.

이승한 회장은 홈플러스 점포를 새로 열 때마다 신임 점장에게 구두 한 켤레와 점장의 이름이 새겨진 의자를 선물해왔다고 한다. 구두는 뒤축이 닮아 없어질 정도로 고객을 위해 일하라는 뜻이고, 의자는 스스로에게 긍지를 가지고 봉사하라는 뜻이다(108). 이승한 회장은 신바람 나는 팀워크를 다지면서 동시에 직원 개개인의 합리성과 유통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개발하는 기업 문화를 창출해왔는데, 그것을 한국의 ’신바람’(Synbaram)’과 서구의 ’합리성(Rational)’을 접목해 ’신바레이션(Synbaratoin)’ 문화라고 정의한다(109). 작은 조직이지만 팀장을 맡고 있는 나의 리더십을 성찰하게 해준다. "탁월한 리더는 대개 단기간의 높은 재무적 성과를 만들지만, 위대한 리더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문화와 시스템을 남긴다. 나는 기업문화가 기업의 마지막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111).

어느 분야이든 ’성공담’을 듣는 일은 언제나 유쾌하다. 편법이나 부정이 아니라, 정직한 성공이라면 말이다. 누구의 성공담이든 반드시 배울 것이 있다. 이유 없는 성공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유쾌한 교훈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창조 바이러스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내는 ’집념’이었다. 내 인생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경험의 상자 안에 갇히지 않고, 아무도 가지 않는 바깥쪽 트랙으로 거침없이 달려 나가며 스스로 대로를 만들어내는 불굴의 신화가 되기를 꿈꿔본다.

이승한 회장은 ’오늘’을 있게 한 창의의 씨앗을 그 뿌리에서 찾고 있다. 이 책이 이승한 회장의 어린 시절에서 시작되는 이유가 그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기 밥벌이를 하던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몸으로 일하던 수많은 기억 속에서 노동의 참된 의미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우리의 성장 과정은 함께 일하는 팀워크 속에서 강인함과 인내심, 지혜와 창의성을 키우는 여정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17).

창의성은 우리의 머릿속이 아니라, 삶의 자리 바로 그곳에 살아 숨 쉬고 있는 듯하다. "은혜는 겨울철에 자란다"는 고백에서 겸손과 감사를 배운다. 욕심과 불평이 아니라, 어떤 환경이든 겸손과 감사로 맞이하는 일상 속에 역경의 터널을 뚫고 지나갈 창조적 집념과 나의 삶을 빛나게 할 창조 바이러스가 배태됨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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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이 튀어오르는 공처럼 - 쓰러지지 않는 인생을 위한 심리학
존 니콜슨 지음, 노혜숙 옮김 / 오푸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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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회복탄력성 지수(Resilience Quotient)는 얼마입니까?


심리학에서 ’역경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이라 정의되는 리질리언스(회복탄력성)에 대해 처음 들었던 것은 몇 년 전, 청소년의 회복탄력성을 연구하고 있는 한 교수님에게서였다. 교수님은 MBC 방송국의 ’사과나무’라는 프로그램 출연자들 중에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리질리언스’를 연구하고 있다고 하셨다. 

리질리언스(회복탄력성)가 나의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모든 것을 다 잃었을 때 오히려 다시 시작하기 쉽다"는 교수님의 설명 때문이었다. 모든 것을 다 잃고 그야말로 인생의 밑바닥에 떨어졌을 때, 리질리언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높이 튀어 오르는 공’처럼 되튀어 오르는 삶의 탄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현실에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다 잃어버린 사람이 다시 시작하기 쉽고, 오히려 변화를 꾀하기 싶다는 이론이 내게는 매력적이었다. 인생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더 높이 튀어오르는 공처럼>은 본격적으로 ’리질리언스’(회복탄력성)를 연구한 결과물이다. 연구팀은 새로운 64개 항목의 니콜슨 맥브라이드 회복탄력성 질문표를 고안했고, "그후 영국와 유럽의 각 기업체와 재계, 교유계 등을 대상으로 특별한 도전과 좌절을 경험한 후 재기에 성공한 리더 26명을 선정해 심층 인터뷰팀을 조직했다"(8). 그리고 연구주제로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1) 회복탄력성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생기는 걸까?
2) 무엇이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을 구분할까?
3) 저마다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연구팀은 회복탄력성에서 최종적으로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핵심 요소를 찾아냈다. 그 핵심 요소를 중요한 순서대로 열거하면, 낙관성,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부터의 자유로움, 개인적 책임감, 개방성과 유연성, 문제 인식 순이다(24).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의 8가지 심리 특성(자존감과 자기효능감, 낙관주의와 위기활용주의, 자기주도력, 스트레스 반응도, 결정과 로스컷, 끊임없는 학습 욕구, 도움 구하기와 네트워킹, 갈등 관리)을 정리했다. 

사실 매순간 잊고 살아서 그렇지 알고 보면, 인생이란 언제든지 끝장날 수 있는 위태로운 것이 아니었던가. 불행과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고, 언제든지 고난이라는 수렁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살다 보면, 고통의 무게에 짓이겨진 마음으로 내일 아침 눈뜨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와 함께 잠들게 되는 밤을 지난다. 이러한 인생의 사막을 건널 때, 가장 강력한 심리적 무기가 되는 것이 바로 이 ’리질리언스’(회복탄력성)이다. 고난의 무게에 짓이겨지지 않고, 낙심의 수렁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는 무기는 바로 마음의 힘(또는 생각의 힘)인 것이다. 

리질리언스는 고난을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로 만들어버린다. 책에는 놀라운 리질리언스를 보여준 3분의 한국인 사례를 추가로 소개하고 있다. 그중 두 팔이 절단된 뒤 화가로 제2의 인생을 사시는 석창우 화백님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팔이 있을 때에는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했지만, 팔이 없는 지금은 그림 하나하나를 작업할 때마다 성취감과 만족감, 그리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그 과정을 즐기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하신다. 똑같은 환경도 생각 하나만 바꾸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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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 (양장)
레베카 크누스 지음, 강창래 옮김 / 알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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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의 학살이 일어나는 메커니즘


"사실 책을 파괴하는 것은 그런 두려움을 표현하는, 즉 책의 힘을 찬양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11).

이 책은 내게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연상시킨다. 살인사건과 종교와 도서관과 권력의 비밀을 둘러싼 미스테리말이다. ’libricide’라는 단어(말)가 존재할 정도로 책의 학살은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요, ’전통’으로 인류 사회에 존재한다. 역사는 책을 학살했던 사건들이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임을 말해준다. 인간 역사에서 특정한 사상을 배격하여 책을 불태우는 책의 학살 사건은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고, 지금도 자행되고 있다. 인간과 같은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동물은 없다고 하는데, 왜 인간은 마치 자살을 하듯 자신의 문화를 스스로 파괴하는 것일까?

이 책은 책의 학살 역사와 현상을 고찰하며, 20세기 사례를 분석한 ’논문’으로 읽힌다. 이 책에서 사용되는 ’책의 학살’이라는 용어는 특히 20세기에 대규모로 저질러진, 정부가 승인한 책과 도서관 파괴를 가리키고 있다. 저자가 특별히 20세기를 구분하여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의 논제를 요약하면 이렇다. 20세기 이후에 벌어진 책의 학살은 종교를 대신한 국가에 의해 합법성과 사회적인 정당성을 부여받으며 책의 학살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대규모 학살 사건, 즉 독일, 세르비아, 이라크, 중국, 티베트에서 벌어진 다섯 가지 학살 사건을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논증을 펼친다. "책의 학살은 인종말살과 문화말살이라는 틀 안에서 일어난 종속적인 현상 또는 부차적인 형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31). 정부나 체제에 의해 주도되는 책의 학살 사건은 인종말살과 문화말살을 일으키는 동일한 메커니즘에 의해 벌어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학살이 일어나는 원인과 이유를 책이 가진 ’정치성’에서 찾고 있다. 체제를 강화하는 통치 방편이 될 수도 있고, 또 체제를 전복시키는 위협적인 힘이 될 수도 있는 책의 정치적인 속성이 ’무기’로 또는 ’적’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데올리기 시대라고 할 수 있는 20세기의 극단적인 정치권력은 자신들과 이념이 다르거나 그 이념을 방해하는 사상을 없애려 했다. 그 방법이 바로 ’책의 학살’이었던 것이다.

"정권이 권력을 강화하면서 이념은 전체주의를 위한 이론적 근거가 된다. 이념의 정통성은 필요하다면 폭력을 써서라도 모든 이견과의 차이를 몰아내고 순응할 것을 요구한다. 책과 도서관은 기억을 보존하고 증거를 제공하며 다양한 관점이 유효하다는 증거를 보관하고 지적인 자유를 누리게 해주면서 집단의 정체성을 지원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통제되고 검열되며 광범위하게 숙청되기까지 한다. 만일 변혁을 방해하거나 이념의 목표를 더 이상 이루지도, 이룰 수도 없게 만들 집단으로 판단되는 적과 텍스트가 너무나 밀접하다면 그것들은 배신자 집단과 함께 공격을 받는다. 사람의 목소리를 없애려 할 때 그 목소리를 물질적으로 표현한 텍스트도 함께 파괴된다. 짧게 줄이면 이것이 책의 학살의 역학 구조다"(156).

이 책은 ’책의 학살’을 예방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로 나아간다. 제도와 합법성 하에서 자행되는 책의 학살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막을 제도와 합법성을 보완하고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이 분석한 사례는 모두 외국의 것이지만, 우리에게도 책의 학살은 낯설지 않은 경험이다. 그런데 책의 정치적 속성과 정치 권력의 대응과 반응을 읽으며, 현 정치권의 방송장악 논란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20세기에 자행된 책의 학살 사건보다 우리의 방송장악 논란이 더욱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의 싸움은 더 이상 신념(이념)이나 높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다. 원시로 퇴보하는 느낌마저 든다. 

이 책은 한 편의 논문처럼 책의 학살을 이해하기 위한 이론 틀과 사례 분석이 논리적이다. 이떤 주제에 대한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이해와 통찰을 원할 때 가장 먼저 ’논문’을 찾아보는 습관을 가진 내게는 더 없이 만족스러운 책이다. 또 하나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500페이지가 넘는 책인데, 가볍다는 것이다! 주제와 내용, 그리고 부피의 무거움에 비해 실제 무게는 상당히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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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행사전 - 아름다운 우리나라 가고 싶은 1000곳!
유연태 외 지음 / 터치아트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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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일탈을 꿈꾸다!


한 직장, 한 사무실에서 햇수로 16년을 보냈다. 건물 증축으로 사무실이 한 차례 이동을 하긴 했지만, 큰 변화의 느낌은 없다. 사무실에서 창밖을 내다볼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작은 공간 안에서 내 청춘이 다 가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에 마음이 울렁거린다. 숨 막힐 듯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생경한 세상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 말이다. 그런 충동이 지독한 날이면 함께 공부하는 동기들과 무작정 밤새 고속도로를 달려 경포대를 다녀오기도 했고, 남한산성의 한 카페에서 밤새 수다를 떨다 출근하는 날도 있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여행이 하고 싶어졌다. 요즘은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도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거의 강박처럼 나를 괴롭힌다. 처음엔 한비야 씨처럼 세계 여행을 떠나볼까 꿈꾸며 설레기도 했다. 그러나 겁이 많은 내게는 계획과 준비만으로 또다시 청춘이 흘러가버릴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국내여행’으로 관심을 돌렸다. 사실 돌아다니는 것을 천성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국내에서조차도 혼자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다. 여행을 가서도 매일 마음속으로는 집으로 돌아갈 날을 헤아리고 있을 때가 많았다. ’몇 밤 자면 집에 간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아마도 스스로 계획하고 떠난 여행이 아니라 끌려간 여행일 때가 많았고, 휴식을 목적으로 떠난 여행보다는 업무의 연장이거나, 의무적인 가족 모임, 또는 빡빡한 일정으로 떠나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몰려다니다 돌아오는 친구들과의 여행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내가 꿈꾸고 있는 국내여행은 사색할 수 있는 조용한 여행이다. 시간과 일정에서 자유로운 느긋한 여행이다. 혼자 걸어보는 외로운 여행이다. 그래서 위험부담이 큰 해외보다는 국내 여행지를 다녀보고 싶다. 국내라고 해서 무작정 떠나는 여행보다 나름의 주제를 가지고 움직이고 싶었는데,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 여행사전>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책이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여행 고수들이 엄선했다는 대한민국 여행지 1,000곳이 ’주제별’로 소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주제별 목차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문화유산의 향기(왕릉과 궁궐 / 사찰 역사유적 / 등록문화재)
체험, 학습 여행(박물관, 미술관 / 체험여행 / 축제)
자연 속으로(산 / 휴양림 / 캠핑장 수목원과 숲 / 해수욕장, 계곡 / 섬)
가벼운 나들이(공원, 테마파크 / 리조트, 온천 / 드라이브 코스 / 시티투어, 유람선)
건전한 취미생활(자전거여행 / 걷기여행 / 출사여행 / 낚시)


또 하나의 장점은 여행지마다 여행 ’point’를 짚어준다는 것이다. 무작정 돌아다니는 여행은 쉽게 지치지 않을까 염려된다. 테마 가지고 시작하면 목적의식도 생기고,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그 나름대로 또 다른 의미를 스스로 부여할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주제 중에 가장 먼저 시작하고 싶은 여행은 ’체험, 학습여행’ 파트에서 소개되는 ’축제’ 여행이다. 

테마가 있는 국내여행을 계획하는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여행 사전답게 군더더기 없는 정보를 담고 있고, 색인도 잘 정리되어 있어 목적하는 여행지를 찾기도 간편하다. 국내여행을 계획하기에도 좋고, 돌발적인 일탈을 꿈꿀 때에도 원하는 여행지를 바로 바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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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츠낫 그래머 라이트 It's Not Grammar Light - 부담제로 기본충실 군살없는 영문법
정재영 지음, Time E-Lab 기획 / 타임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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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권합니다! 


거의 10년 만에 다시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내가 만난 첫 번째 장벽은 바로 영어였다. 전공을 바꾸다보니 새로운 분야의 학문적 용어를 새로 익혀야 했고, 무엇보다 원서를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려가는 것이 관건이었다. 늘 기초가 부족하다 느껴왔기 때문에 영문법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사실 가장 지루한 영어 공부가 바로 ’문법’이고, 또 영어 관련 시험을 볼 때도 영문법은 배점이 낮기 때문에 영문법을 건너뛰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다. 그러나 단어를 아무리 많이 알아도 영문법이 약하면 엉뚱한 해석을 할 위험이 있고, 실제로 문장이 조금만 길어져도 금방 해석의 길을 잃고 헤매기 다반사였다. 아무리 지루하다 해도 영문법의 기초가 약하면 영어 실력이 ’도약’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영문법은 길을 닦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길을 닦는 작업은 고되고 더디고 지루하지만 일단 길이 잘 닦이면 그다음부터는 마음껏 달릴 수 있고, 그렇게 달리다 보면 가속도가 붙는 것이다. 

이 책은 <It’s Not Grammar!>라는 영문법 책의 군살을 뺀 라이트 버전이다. <It’s Not Grammar!>를 보지는 못했지만, 외국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만큼 명성이 대단했다는 소문은 들었다. 이 책은 영어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독자에게보다,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독자에게 더 안성맞춤일 듯하다. 영문법을 총 36개의 주제로 나누고, 주제에 따라 알아두어야 할 핵심적인 영문법을 ’100 point’로 간추렸다. 

제목 그대로 군더더기 없는 설명으로 문법적 포인트를 짚어주고, 예문과 영작에 직접 응용하는 실습문제가 제시된다. 이미 알고 있는 문법은 읽고 지나가며 확인하고, 잘 몰랐던 부분은 따로 체크해두면 기초적인 영문법을 빠른 시간에 점검해볼 수 있다. 심플한 설명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영작에 직접 응용가능한 실습문제가 마음에 든다. 일상에서 사용되는 짧고 간단한 문장으로 문법을 연습하며, 자연스럽게 간단한 회화도 익힐 수 있다. 예문도 짧고 쉽다. 다시 말하면, 기초적인 영문법을 빠르게 점검하며 핵심적인 포인트를 익힐 수 있고, 더불어 영작과 기초적인 일상회화까지 가볍게 연습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책의 맨 뒷면에 부록으로 달려있는 연습장이 있는데 잘라서 가지고 다닐 수 있다. 내게는 기초 영작을 연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영어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쉽고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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