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지 - 제왕들의 인사 교과서 Wisdom Classic 2
박찬철.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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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를 알아보고 등용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인재를 얻고 싶지 않은 리더가 어디 있겠는가. <인물지> 역시 이렇게 반문한다. "인재를 구함에 총명하고자 애쓰지 않고, 인재를 임명함에 그저 편안하고 한가로움이나 얻고자 한 분이 누구 있었던가?" 그렇다. ’사람을 얻는 자, 천하를 얻는다’는 진리에 반기를 들 리더는 없다. 

그러나 정작 현실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는 인재가 없음이 아니라 인재를 알아보지 못함이고, 인재를 구하지 못함이 아니라 인사 ’정책’의 실패이다.  인사 청탁이나 가족 경영, 부자 세습 등과 같은 현상만 보더라도 그 자리에 합당한 인재인가 보다 사적인 사유가 중요한 인사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고 만다. 뿐만 아니라,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인재를 증명해주는 각종 ’서류’들이 실제 실력과 다를 때도 많기 때문이다. 토플 만점자가 오히려 영어 구사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보도처럼 말이다. 또한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고생을 하다 나중에야 그것을 알아보고 발탁해준 은인을 통해 성공한 사례들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인간의 마음이란 얼마나 간사한지, 인사 결정권을 가진 위치에 선 자들이 때로는 자기보다 잘난 후배의 앞길을 의도적으로 막기도 하고, 나보다 상대가 더 적합한 인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대를 밟는 일도 서슴치 않는 것이 인간 조직이다. 때문에 우리는 ’인사가 만사’라는 것을 알면서도 인사를 제대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역사를 보더라도 충신보다 간신이 많고, 어떤 조직체이든지 능력이 없는 자들이 섞여 들어와 허명만 갖춘 인사들의 폐단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인사 교과서’의 고전으로 통하는 <인물지>는 바로 인사가 통치의 요체임을 보여준다. <인물지>는 올바른 인사를 위한 노력의 결과로 쓰인 책이다. <인물지>는 조조가 세운 위나라의 명신인 유소(劉邵)가 쓴 인사 교과서라고 한다. 유소는 조조의 인사참모였다. 그는 권력의 중심에서 기밀과 인사를 처리하는 직책을 역임했으며, 그 자신이 학문적으로 인물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주위로부터 인정받은 인물이라고 한다. 

<인물지>는 인물을 파악하는 방법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원리들을 실용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정리해놓았다. <인물지>는 전반적으로 "사람의 타고난 재질은 다 다르고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구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올바른 인사’를 위해서는 재질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인재를 배치할 것"을 강조한다. 관건은 조직에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를 아는 것이며, 인재들의 본성을 어떻게 파악하느냐이다. 이것이 바로 <인물지>가 이야기하는 ’지인’(知人)과 ’용인’(用人)의 기술이다. 무엇보다 <인물지>는 눈에 보이는 증빙 서류보다 인물을 꿰뚫어볼 줄 알았던 선인들의 지혜와 통찰력을 살뜰하게 일러준다.

인재를 얻으려는 사람은 많지만 인재를 알아볼 수 있는 리더는 적고, 인사를 고민하는 조직은 많지만 정책에 성공하는 조직은 많지 않다. 인재를 알아보고 등용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을 얻고자 하지 않는다면 천하를 얻으려 하지 말고, 인재를 등용하는 훈련을 하지 않는다면, ’인재’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말하지 말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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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킹 IDEA 쏘스북
김재헌 지음 / 두앤비컨텐츠(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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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만 다지는 제자리 걸음 영어, 스피킹 실력에 날개를 달아보자!
 

학부 전공을 바꿔서 서울대학교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동료가 있다. 가끔 보면,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메일로 진학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친구가 가장 자신 있게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분야가 바로 영어 면접이다. 나름 치밀하게 준비하여 영어 면접에 응했던 동료의 전략이 제대로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동료가 전수해주는 영어 면접 전략은 이것이다. 기본적인 예상 질문의 답변을 준비할 때, 면접관들의 관심을 끌만한 독특한 대화 소재(단어)를 문장에 집어넣어 대화의 방향을 그쪽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실제로 면접을 볼 때, 좀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오빠를 소개하자 교수님들이 흥미를 보이시며 우리말로 보충 질문을 하시는 바람에 그 영어 면접은 결국 우리말로 마무리 되었다고 한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 따라 대화의 흐름을 결정하고,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말로 글을 쓰거나 대화를 할 때에도, 맞춤법이나 낱말(말)을 몰라서 대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유려한 문장이나 풍성한 대화를 이어가려면,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독서 등을 통해 어휘력이 풍부하다던가, 고급스러운 표현을 익히고 있다던가, 상식이 풍부하다던가, 이야기를 나눌 소재가 다양해야 할 것이다. 랜덤하우스에서 발간한 <스피킹 IDEA 쏘스북>은 바로 그런 이야기 '거리'를 모범답안으로 만들어, 대화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영어 표현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스피킹 IDEA 쏘스북>이 제공하는 아이디어들은 일상적이고 일반적인 사회 이슈에서 '주제'를 선정했다. 다루는 주제는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 Part 1에서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가, 우리는 왜 탄산음료를 마시는 걸까 등의 일상적인 16개의 대화 주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Part 2에서는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하철 상인으로부터 물건을 구입하는가? 이유는? 등의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는 16개의 대화 주제를 선정했다. 각 주제별로 제시되는 표현과 예문이 고급스럽다. 

전반적으로 <스피킹 IDEA 쏘스북>은 영어 단어, 어휘, 문법, 간단한 독해력 등 어느 정도 영어의 기본이 다져진 사람들이 활용하면 실력이 쑥쑥 성장할 학습 교재이다. 다양한 이야기 소재(주제)에 따른 고급스러운 어휘와 모범적인 표현이 논리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어, 독서 하듯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표현을 익힐 수 있다.  

진화하는 영어 교재를 보면 더 큰 긴장을 느낀다. 그만큼 우수하고 고급스러운 영어 실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들이 늘어간다는 반증일 테니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처럼, 영어도 어느 정도의 종잣돈이 모여지면 그것이 저절로 영어 실력을 쑥쑥 키워주는 것 같다. 늘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나의 영어 실력, 이 책을 통해 나도 이제 날개를 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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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가볍게 해주는 현명한 네거티브
모가미 유 지음, 이지연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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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긍정만능을 외치는 세상에 부정적 사고를 권장하다.

우스울 때는 크게 웃어라.
화가 날 때에는 크게 화내라.
슬플 때에는 크게 울어라(54).


<현명한 네거티브>는 가히 전 세계적인 열풍이라고 할 수 있는 ’긍정의 힘’에 대한 반동이다. 한마디로 ’지나치게’ 부정적인 것만큼이나 ’지나치게’ 긍정적인 것도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현명한 네거티브>는 긍정적 사고에 숨겨진 위험 요소와 함께 부정적 사고가 가진 강점을 증명한다. 

몇 해 전, 사랑하는 강아지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나보내야 했던 아픔을 겪은 적이 있다. 너무나 평화로웠던 날 아침, 동생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때 동생과 내가 정말 듣기 싫었던 위로의 말이 있었다. 바로 "괜찮아"라고 토닥여주는 말이었다. 모두들 걱정하는 마음으로 하는 소리라는 걸 알았지만, 상처난 마음은 "괜찮아, 괜찮아"라는 위로의 말을 거절했다. 마음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짐작도 하지 못하면서, 도대체 뭐가 괜찮다는 것인지, 우리는 도리어 그 위로의 말에 또 다른 분노를 느꼈었다. 특히 큰 충격을 받았던 동생은 참다 못해 이렇게 울부짖었다. "눈앞에서 끔찍한 사고를 목격했는데, 가족이었던 강아지를 떠나보냈는데, 눈앞에서 그 영상이 어른거려 견딜 수가 없는데, 도대체 뭐가 괜찮다는 거야? 전혀 괜찮지 않아."

<현명한 네거티브>에서 지적하는 긍정만능주의의 문제점 중에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과도한’ 긍정적 사고는 감당하기 힘든 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사람을 몰아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무조건 긍정적 사고를 강요하는 것은 상대의 고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무관심한 처사이며 배려심 없는 태도임을 지적한다. 

’긍정’의 힘에 대한 과신은 ’부정적인 사고’를 무조건 부정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우리는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현명한 네거티브>는 과도한 긍정으로 스스로를 속이고, 현실을 회피하게 되면 오히려 큰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긍정적인 사고가 지나치면, 신속히 문제를 해결해야 할 위급한 상황인데도 무리하게 긍정적이 되려고 애쓴 나머지 문제를 바로잡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불리한 일에는 아예 눈을 감아버리고 부정적인 정보를 차단하는 긍정적인 사람일수록 심신의 센서가 마비되기 때문에 오히려 몸도 마음도 병들기 쉽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한다. 

<현명한 네거티브>가 부정적인 사고를 권장하는 것은, "아주 조금 부정적인 시각을 가짐으로써 현실을 직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을 직시할 줄 아는’ 부정적 사고는 특히 리스크 관리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고 설명한다. 개선은 잘못된 점을 찾아내지 못하면 실행하기가 어려우며, 그 잘못된 점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부정적 사고라는 것이다. 사물을 다각적으로 보고 많은 가능성을 생각하는 부정적인 사고에서 문제해결 능력이 나온다고 한다.

’과도한’ 긍정적 사고의 위험과 ’조금’ 부정적 사고를 권장하는 <현명한 네거티브>가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의 적절한 ’균형’이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긍정적인 사고로 힘차게 살아가거나, 어려운 환경을 긍정의 힘으로 멋지게 극복해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에게 도전이 된다. 그런데 요즘 ’긍정의 힘’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면, 건강한 노력보다 달콤한 ’성공’에 더 욕심을 내고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다 보니 ’긍정적 사고’ 자체가 하나의 우상이 되고 있다. 부정적인 감정이나 부정적인 사고에 매몰되어 살아가서도 안 되겠지만, 과도한 긍정적 사고도 경계의 대상임은 확실하다. 질리도록 긍정만능만을 외치는 세상이 귀담아 들어야 할 현명한 충고를 담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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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캐스팅한 사람들
맥스 루케이도 지음, 오현미 옮김 / 두란노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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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나님이 사람을 캐스팅하는 조건은 바로 ’부족함’이다.
하나님은 그 부족함을 사랑으로 메워 사용하신다.


세상 한 편에서는 ’신’이라는 초월적인 존재가 점점 잊히는 듯 하고, 그 반대편에서는 물질적인 세상에 지친 사람들이 영적인 세계에 탐닉하는 상반된 현상이 목격된다. 가끔 번화한 거리 한복판에 서서 높은 빌딩과 빠른 속도로 지나는 차들, 그리고 사람의 물결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믿고 있는 ’신’의 존재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세상은 진보한다고 믿고 있고, 이성과 학문의 논리로 성경을 부정하며, 종교를 문화의 산물로 취급하는 이들 앞에 서면 나 스스로 주변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첨단과학이 세상에 들어찰수록 초월적 존재를 의지하는 ’신앙’이라는 것이 어쩐지 철지난 옷처럼 촌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이런 저러한 것을 자랑하며 한 없이 당당한 누구라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위태한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높은 권세를 자랑하는 권력자도 하루아침에 벼랑끝에 몰리기도 하고, 세상을 다 가질 것만 같았던 인기인도 작은 실수 하나로 하루아침에 밑바닥까지 추락하기도 한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는 인생, 인간이 자랑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종교는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의 산물이라고 하지만, 세상과 인간을 보는 관점에 있어서 세상과 성경은 정반대의 관점을 나타낸다. 세상은 우주가 거대한 폭발과 함께 우연하게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성경은 우주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창조되었다고 설명한다. 세상은 인간이 아주 하찮은 미생물에서 진화되었다고 설명한다. 성경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존귀한 존재라고 설명한다. 인간을 존귀하게 창조된 존재로 믿지 않는 세상은 오히려 인간의 무한한 진보를 믿는다. 그러나 성경은 죄의 노예가 된 인간에게 완전하게 절망한다. 인간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인간의 무한한 진보를 믿는 세상은 보다 유능한 인재를 찾기에 혈안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부족한 자를 찾아 쓰신다. 세상은 인간의 능력을 ’자원’의 하나로 관리하지만, 하나님은 인간을 사랑의 대상이요, 하나님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동역자’로 대우하신다. 

맥스 루케이도의 <하나님이 캐스팅한 사람들>은 이러한 인간의 한계와 전능하신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식을 잘 설명해준다. 무엇보다 철지난 옷처럼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현대적’이고 ’감성적’인 언어로 재해석해주는 탁월함이 언제나처럼 돋보인다. 그것이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목사님만의 절대 강점이다. 가히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기독교 작가, 기독교를 대표하는 저술가라 할만 하다. 

<하나님이 캐스팅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스스로에게 절망하고, 끝장나버린 듯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한없는 위로와 소망을 주는 초대장과 같다. 한 사람 한 사람, 하나님이 캐스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갈 때마다, 갈라지고 상처난 나의 심장 안으로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이 조용히, 그러나 넘치게 스며드는 듯한 환상에 사로잡혔다. 믿음으로 전진했지만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너무나 초라한 현실에 절망하여 하나님 앞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던 기억들, 어처구니 없는 실수 때문에 자책하느라 잠들지 못했던 수많은 밤들의 기억을 하나님이 다시 만져주시는 듯 했다. 하나님이 나를 선택하신 이유는 바로 나의 부족함 때문이고, 그 부족함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메워주고 계신다는 사실이 더할 수 없는 위로가 된다. 영원을 바라보며 현재를 이길 수 있는 믿음의 겨자씨 하나를 다시 심었다. 하나님과 함께 걷고 있는 이 길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길인지 다시 확인하며 말이다.

<하나님이 캐스팅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신의 존재를 모르거나, 거부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하나님’의 모습을 그려주리라 예상한다. 이런 하나님이 계시다면 ’나도 믿고 싶다’는 기대와 소망을 심어주지 않을까.

내가 실패한 그 자리, 내가 절망한 그 자리, 버려진 듯한, 잊혀진 듯한 그 쓰라림의 자리에 찾아오시는 하나님. 그리고 너무나 멋지게 역전시켜주시는 하나님. 그 하나님께 붙들린 인생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완전히 ’안심’할 수 있다. <하나님이 캐스팅한 사람들>에 등장하는 22명의 인물들처럼, ’지금’은 내가 맡은 배역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으나, 실로 놀랍고 위대한 역할을 내게 맡기셨음을 믿는다. 관객으로 있는 세상은 나를 조롱하고 비웃을지라도, 최고의 연출자이신 하나님의 사랑에 나를 완전히 맡긴 채 기쁘게 따르리라 다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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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심벌의 비밀
댄 버스틴.아르네 드 케이저 지음, 김홍래.황혜숙 옮김 / 타임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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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댄 브라운의 소설을 주석하는가?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가 영화화 되고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었을 때, 우리 교회 목사님은 1인 시위를 벌였었다. 일간에서는 교회의 그러한 대응이 오히려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자극하게 되고, 결국 영화를 홍보하는 역효과를 내는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었다. 또 소설이란 원래 ’허구’를 전제로 한 문학 작품인데, 종교계의 반응이 너무 민감하다며 그 ’유난함’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그런데 만일 일본이 우리나라의 실제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독도가 일본 땅이었다는 소설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그것을 읽은 독자들이 실제 역사와 ’허구적인’ 소설을 구별하지 못하고, 작가의 상상력이 있음직한 역사라고 느끼고, 나아가 실제 역사에 의문을 품었다면 어땠을까? 그런데 실제로 <다빈치 코드>를 읽은 많은 독자가 기독교 신앙의 기초를 이루는 예수에 대한 믿음과 성경이 전하는 ’역사적 예수’에 많은 의심을 품고, <다빈치 코드>의 이야기가 허구가 아니라 실제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었었다.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 하는 여러 주장들이 인터넷을 떠돌기도 했고, 교회에 문의하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다빈치 코드>가 흡입력이 강한 재미있는 소설이었고, 게다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기 때문에 그 파급 효과가 더욱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소설이 ’허구’로 읽히지 않을 만큼 실제적인 소재 위에 토대를 두었다는 것이다. 실재하는 예술 작품, 유명한 박물관,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과 건축물을 토대로 이야기를 꾸려나갔기 때문에 이야기가 더욱 ’리얼’하게 읽혔다. 그처럼 ’리얼’한 배경 위에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마지막 조각이 맞춰질 때에는 ’역사적 예수’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양상으로 이야기를 이끌었기 때문에 마치 진짜로 숨겨져 있던 역사적 비밀을 마주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댄 브라운의 소설이 얼마나 ’리얼’한 고증이었는지는 <다빈치 코드>의 추적과 논리에 반박하는 책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현상이 반증해준다. <로스트 심벌의 비밀>을 쓴 작가 댄 버스틴과 아르네 드 케이저는 <다빈치 코드의 비밀>을 쓴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면서, 댄 브라운의 소설에 있어 최고의 권위자고 할 만 하다.

이번에 출간된 <로스트 심벌의 비밀>은 댄 브라운의 소설 <로스트 심벌>을 ’읽어내는’ 또다른 작품이다. 아직 <로스트 심벌>을 읽지 못했기 때문에 이 책이 재밌게 읽힐지 조금은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역사학자, 종교이론가, 과학자, 철학자, 기호학자, 암호 전문가, 미술사가 등 세계적 권위자들을 한 팀으로 묶어서 ’원작의 배경과 현실을 넘나드는 방대한 인문백과사전’이라는 스스로의 설명처럼, 실제로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과 만나는 재미가 있다. 솔직히 <로스트 심벌>을 읽고 이 책을 읽었다면 재미가 배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다빈치 코드>를 읽으며 소설적 허구와 문화 예술적 사실을 가려내고 싶었던 독자라면 충분히 흥미로운 책이다. 다루어지는 논쟁이 인류 문명사의 가장 심오한 이슈라는 점에서 종교와 과학, 예술, 철학을 넘나드는 대화를 읽으며, 교양과 상식의 폭도 넓히고, 비판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나에게는 이 책의 ’9장’에서 다루어지는 ’댄 브라운과 움베르토 에코’의 싸움이 흥미로웠다. 댄 브라운이 에코의 아이디어를 도용해 그의 소설적 재미를 더 했기 때문에, 에코가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댄 브라운에게 보복을 가했을 정도로 기분이 상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대가들의 반응은 물론, 댄 브라운의 소설에 숨어 있는 ’코드’와 ’수수께끼’를 주석하는 책들이 출간되는 것을 보면 (약삭빠른 인물로 보이기도 하지만) 댄 브라운이라는 소설가가 대단하긴 대단하다. 

<로스트 심벌의 비밀>이 밝혀주는 것을 역으로 추적하면, 댄 브라운의 소설에 등장하는 ’프리메이슨’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되고, 수많은 상징과 역사와 예술을 간직한 ’워싱턴 D.C.’의 매력에 끌린다. 솔직히 댄 브라운이 <다빈치 코드>에서 건드린 것은 치명적인 ’신성’이었고, 종교적 믿음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러나 허구적인 소설을 ’리얼’하게 만드는 댄 브라운의 기가 막힌 솜씨는 정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로스트 심벌의 비밀>을 읽으며 허구와 실제 사이의 균형을 잘 익힌다면, 보다 비판적인 시각에서, 그리고 지혜로운 독자의 위치에서 댄 브라운의 작품에 담긴 재미를 한층 깊이, 그리고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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