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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꾸뻬, 인생을 배우다 ㅣ 열림원 꾸뻬 씨의 치유 여행 시리즈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꼬마 꾸뻬에게 배우는 인생, 나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어린 아이에게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교육’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주사 맞으러 병원에 갈 때도 겁 먹고 있는 아이에게 "하나도 아프지 않아!"라고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부모의 말을 믿고 안심하고 있다가, 주사를 맞을 때 아프면 심한 ’배신감’을 느끼기 때문이란다.
나이가 들고, 경험적으로 세상을 알아갈 때마다 나도 자주 그런 배신감에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부모님이, 선생님이, 어른들이, 그리고 교과서가 가르쳐주었던 것과는 너무도 다른 세상과 마주할 때마다 어떤 배신감이 내 마음에 충격과 울분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놓곤 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이점이 많다고 배웠고,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반도’라는 지형이 그리 좋은 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당혹감. 그때 이후로 나는 그동안 배웠던 일체의 지식에 ’의구심’을 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해한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우리나라가 지리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미리 알려주기보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며 꿈과 소망을 품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심정을 말이다. 더구나 정직한 것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 노력한 만큼 ’반드시’ 대가를 얻는 것도 아니라는 것, 착하게 살면 ’누구에게나’ 칭찬받는 것도 아니라는 것 등을 꼬마에게 이해시키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꼬마 꾸뻬’는 이처럼 오묘한 ’인생’을 벌써 배워나가고 있다. <꼬마 꾸뻬, 인생을 배우다>의 저자 ’프랑수아 를로르’는 오랫동안 정신과 의사로 일했고, 현대인들의 정신질환을 치유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꾸뻬 씨의 행복 여행>에서는 행복의 의미를 찾아 떠난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를 담아 출간과 동시에 유럽에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고 한다. 후속작인 <꼬마 꾸뻬, 인생을 배우다>는 아이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시시때때로 부딪혀 오는 인생의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가운데 인생의 숨은 법칙을 배우고 행복의 의미를 깨달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꼬마 꾸뻬’는 이러 저러한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부모님께 질문을 하고 그것을 다시 되새기는 가운데 자신만의 답을 얻는다. 그리고 깨달음을 하나씩 얻을 때마다 자신의 ’수첩’에 메모를 한다. 그렇게 인생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인 꼬마 꾸뻬의 아버지와 사람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것이 직업인(꼬마 꾸뻬가 이해하기에) 엄마는 꼬마 꾸뻬에게 참으로 정직하고 지혜로운 인생 선생님이다. 그들은 꼬마 꾸뻬와 충분히 대화를 한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는 것이 "하나도 아프지 않아"라고 말하는 대신, "주사는 아플 거야. 그렇지만 주사를 맞아야 진짜 병이 낫는단다. 주사 맞을 때 아픈 거 참을 수 있겠지?"라고 설명하듯 인생의 ’오묘함’을 가급적 진실되게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꼬마 꾸뻬는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삶, 친구들과 함께하는 삶, 선생님과의 삶, 그리고 방학 때 휴가를 떠나 갖게 되는 삶 등을 통해 세상의 ’현실’을 하나씩 마주하며, 서서히 세상에 눈을 떠간다.
덩치가 큰 친구의 괴롭힘을 통해서 친구들과 연합하는 힘을 배우고, 상사 때문에 괴로워 하는 엄마를 보면서 자신은 스스로 ’대장’이 되겠다는 꿈을 꾸고, 죽음을 맞이한 친구를 통해 죽음 이후의 세계를 생각해보고, 여자 친구로 삼고 싶은 아밍딘을 통해 사랑을 경험하고, 정의가 힘의 관계와 관련된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나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고, 친구들의 집과 부모님의 직업을 비교하면서 ’차이점’과 그것을 인정하는 일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그중, ’자격과 자유’의 문제는 나에게 오래도록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태어나는 순간 이미 결정되고, 타고나고, 주어진 환경의 영향을 생각할 때, "우리가 이런 건 ’부모님’(복합적인 의미로 읽힌다) 때문이다. 그러니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86)라는 가르침은 따로 깊이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
때로 꼬마 꾸뻬 아버지와 어머니는 의견 충돌을 보이기도 한다. 천주교 신앙을 가진 어머니는 칸트적인 윤리관을 가지고 있고, 아버지는 공리주의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꼬마 꾸뻬는 엄마와 아빠가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 과정을 통해 인생에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이 있고, 스스로 좀 더 지혜로운 의견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친구의 엄마가 아빠를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챈 꼬마 꾸뻬가 스스로의 판단으로 아빠와의 비밀을 지키고, 어른이 되고나서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그것을 처리할 자신만의 해법이 있었다.
꼬마 꾸뻬의 눈높이에서 인생을 다시 배우며, 내가 꼬마 꾸뻬의 나이에 이러한 인생을 미리 알았더라면 오늘의 내 삶이 좀 달라졌을까 하는 질문을 해본다. 꼬마 꾸베가 나보다 한수 위인 것은 확실하지만, 어차피 인생은 정답이 아니라 자기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꼬마 꾸뻬의 수첩이 좋은 참고서임에는 틀림 없다.
"인생에 있어 늘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좋은 면을 볼 필요가 있다"(45).
"삶에서 중요한 것은 존중받을 줄 아는 것이다"(121).
"인생에서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보상을 받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러면 다시 노력해야 한다"(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