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리스도교 상징사전 - 성서와 전승의 개념어 소사전
미셸 푀이예 지음, 연숙진 옮김, 최현식 감수 / 보누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성서와 전승의 개념어 소사전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상징의 세계
종교는 상징을 사용하여 진리를 함축적으로 전달하기도 하고, 신앙공동체가 진리를 암시하는 상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상징은 보이지 않는 신앙(영적) 세계를 눈에 보이는 어떤 것으로 구현해내기도 하고, 진리를 함축하고 있는 상징은 폭넓은 해석을 통해 종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통합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또 상징을 서로 공유함으로 신앙공동체의 결속이 다져지기도 한다. 따라서 종교의 상징을 이해하는 일은 그 종교가 전하는 (영적) 진리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 할 수 있겠다.
신앙공동체를 통해 만들어지고 구현된 모든 종교의 상징들이 저마다의 종교적, 역사적, 문화적, 예술적 의미를 지니고 있겠지만, <그리스도교 상징사전>은 특별히 그리스도교의 상징이 갖는 의의를 이렇게 말한다.
"이 상징들은 주로 유다교에서 유래했고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통합적이고 암시적으로 표현한 것들로, 지중해와 대서양의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서양의 예술적이고 지적이며 영적인 유산들을 제대로 평가하고,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철학적이고 도덕적인 가치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상징들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5).
그리스도교의 상징이 문화와 예술에 반영된 예를 찾아보면, 상당히 흥미롭다. 나는 특별히 건축물에 관심이 많은데, ’완전’을 상징하는 숫자 ’7’를 응용한 창과 기둥, 십자가 비례에 적용된 황금비를 응용하여 그려진 성당의 평면도 등 건축물에도 종교적인 상징들이 무궁무진하다.
<그리스도교 상징사진>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다. "정삼각형은 삼위일체를 상징"(140)하는데, 다른 자료를 찾아보니 이것을 응용하여 ’삼각형 방패’가 탄생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세 꼭지점에서 방패 중앙방향으로 읽어 보면, 성부는 하나님, 성자는 하나님, 성령은 하나님이라는 삼위일체론이 완성된다. 동시에 세 등변에 ’non est’라는 단어가 삽입되어 "성부는 성자가 아니다. 성자는 성령이 아니다. 성령은 성부가 아니다’라는 말이 된다.)


<그리스도교 상징사전>이 이처럼 실제 예술이나 문화의 사례와 연결하여 상징의 의미를 보여주었다면 훨씬 흥미로운 책이 될 뻔 했다. 그것이 좀 아쉽지만, 이 책은 말 그대로 용어 ’사전’이다. "이 사전에 실린 500여 개가 넘는 상징들은 주로 4복음서에 등장하는 것들로, 개괄적으로 보면 성경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5). 또한 "숫자, 색깔, 도형, 동물, 식물, 사물, 자연 현상, 그 밖의 수많은 여러 실체들을 목록화하여 그리스도교의 전통, 폭넓게는 유다-그리스도교 전통에 따른 상징들의 의미를 밝히고자 했다"(6).
용어의 상징적인 의미를 풀이하는 데 있어서 이 책은 성경의 용례와 신앙공동체에게 받아들여지는 의미를 정리했다. 신학적인 의미보다는 문화적이고 예술적인 용례에 더 초점을 두고, 상징에 담긴 깊이 있는 의미 해석보다 ’일반적인’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상징에 담긴 영적 진리의 진위(상징을 해석하는 일이니 논란의 여지가 많겠지만)보다, 교회사적인 전통 안에서 ’상징되어어 온’ 용례 설명에 더 가까운 사전으로 보인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각각의 상징이 성경의 문맥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로 쓰였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포도주’(252)도 문맥에 따라서는 ’기쁨과 환희’를 뜻하기도 하고, 정반대로 ’진노와 징벌’을 상징하기도 한다.
용어 ’사전’이기 때문에 ’독서’로 즐기기에는 좀 지루할지 모르지만,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사전적 활용가치가 높다고 본다. 어떤 단어들은 전혀 ’상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인데, 그 안에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