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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네요."(58)
내 친구는 후회할 겨를도 없이 떠났다. 돌연사라고 했다. 스트레스와 과로가 원인이라고 했다. 차갑게 식은 친구의 손에는 일감이 꼭 쥐어져 있었다고 했다. 추가 합격으로 대학에 들어와 독일 유학 후, 동기들 중에서 첫 박사가 된 자랑스러운 내 친구, 그 친구를 보내는 장례식장에서 친구 대신 내가 후회를 하고, 또 후회를 했다. 힘들다고 했었는데, 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고 했었는데, 이제야 찾아와 친구의 영정 앞에 선 나 자신을 용서하기 힘들었다. 가슴을 치며 울어도 시원해지지 않았다. 친구 앞에서 흘렸던 눈물은 아픈 이별의 눈물이 아니라, 헛 살아온 나를 스스로 원망하는 눈물이었다.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다. 친구를 그렇게 보내고 사는 일에 깊은 회의를 느껴 무기력증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내게도 닥쳐올 죽음을 생각할수록 후회 없이 살아야 한다는 긴장감이 온몸에 통증을 일으킨다.
한동안은 결혼을 한다는 친구들의 연락이 잦았고, 조금 지나니 아이 돌 잔치를 한다는 연락이 잦았는데, 요즘은 갑작스럽게 친구에게 연락이 오면 거의가 부모님의 부고를 전하는 소식이다. 조금은 먼 발치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가 떠나는 것을 지켜봤던 내가 어느새 부모님 세대를 보내드려야 하는 책임과 역할을 맡은 것이다. 장례식장을 찾을 때마다 생각한다. 언제라도, 친구처럼 나도, 매순간 가야 할 준비를 하며 살아야 하리라.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는 말기 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호스피스 전문의가 1000명의 죽음을 지쳐보며,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후회했던 ’공통분모’를 나누는 책이다. 더 늦기 전에, 후회 없는 인생을 살라고 말이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만나러 가세요. 산을 넘어 지금 당장 만나러 가세요."(97)
삶의 마지막 순간에 누구나 느끼는 후회, 인생에서 풀지 못한 숙제, 그 스물다섯 가지는 우리에게 말한다. 죽음 앞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고. 오히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는 우리가 ’성공’을 위해 미뤄두거나, ’성공’보다 하찮게 생각하거나, ’성공’만도 못하게 여기는 것들이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는 대부분 ’관계’와 관련된 것들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단 말을 하지 못한 것을, 겸손하지 못한 것을, 친절하지 못한 것을,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 연애를 하지 못한 것을,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아내려는 생명은 후회하지 않는다."(229)
우리는 왜 후회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꿈을 꾸지 못하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도 떠나지 못하면서 죽도록 일만 하며 살아갈까. 열심히 산다고 하면서 왜 삶을 즐기지 못하고, 감정을 폭발하고, 나쁜 짓을 하며 살아갈까. 그것은 우리가 진정한 ’가치’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값싼 성공을 얻으려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모르는 가장 어리석은 ’시간의 소비자’, 바로 성공과 성취의 노예가 된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진짜 열심히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언제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삶을 살기 위해 오늘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본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예수님께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하시며, "이보다 더 큰 계명이 없다" 말씀하신 뜻을 말이다.
"나는 장담할 수 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추억은 마지막 순간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이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실제로 죽음 앞에서 옛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며 행복한 표정으로 고백하는 환자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떠날 채비를 해야 할 때, 마지막 가는 길을 밝혀주는 아름다운 등불이 될지도 모른다."(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