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 과거 그리고 미래의 화폐
네이선 루이스 지음, 이은주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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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GOLD)을 선택하라!
세계 통화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금본위제로의 환원을 논하다.


"천정부지 금값, 최고치 경신!"
'과거 그리고 미래의 화폐'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골드>라는 책을 읽고 있는 요즘, 때맞춰 국제 금 시세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뉴스 보도가 연일 계속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달러화의 약세 흐름에다 미국 고용보고서 약세에 따른 투자자들의 안전 도피가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 시세는 올해 들어서 25% 이상이 올랐다고 하는데, 이같은 현상에는 무엇보다 미국 달러화의 지속적인 약세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그 값어치가 불안정해지니 믿을 수 있는 '금'(GOLD) 쪽으로 관심이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국제 간 금융거래의 가치 척도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달러의 불안정이 세계적인 경제불안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골드>는 세계 통화 위기가 근본적으로 달러에 연동된 '변동환율제'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국제통용화폐로 기능하는 '달러'의 막강한 힘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을 파헤치고 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화폐의 유형에서부터 설명을 시작하며 화폐의 기능과 원리를 상세히 설명해준다. 그러나 아무리 쉽게 설명한다 해도 익숙하지 않은 경제 용어나 경제 제도 등을 이해하며 그 원리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집중력을 요하는 독서가 될 수밖에 없었다.

화폐는 그 자체는 가치가 있는 무엇이 아니다. 물물교환의 수단이며, 가치를 환산하는 단위로 기능할 뿐이다. 문제는 저마다 가치가 다르고, 단위가 다른 화폐를 사용하는 국제 간 거래에서 세계 금융을 쥐락펴락하는 달러의 일방적인 폭행을 막고, 현재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통화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화폐의 가치를 설정해주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금본위제'를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금본위제는 화폐의 가치를 금의 가치에 고정하여 조율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처럼 달러의 가치가 불안정하다고 해서 자산을 안정적으로 보유하고 또 제태크의 개념으로 믿을 수 있는 금을 사재기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논의인 것이다.

저자의 의견을 반박하거나 비판할만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것이 아쉽지만, 하나의 경제이론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세계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게 된 것 같은 뿌뜻함이 생긴다. 전문서적이지만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관련된 논의이니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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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청소년들의 부자가 되는 공부
마크 빅터 한센 지음, 장인선 옮김 / 명진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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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청소년들의 글로벌한 꿈을 만나다!


청소년들에게 부자가 되는 공부를 시킨다고? <글로벌 청소년들의 부자가 되는 공부>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부자가 되는 공부법이, 그것도 청소년들에게 가르칠만한 부자가 되는 공부법이 있을까 의아했다. 더구나 한창 배워야 할 것도 많은 청소년들에게 부자가 되는 공부를 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괜히 좀 언짢았다. 높은 이상, 가치 있는 삶을 가르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청소년들의 부자가 되는 공부>는 생각의 크기, 꿈을 담는 그릇부터가 달랐다. 세상 물정 모르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글로벌 청소년들의 부자가 되는 공부>는 10대 창업에 성공한 세계의 청소년들을 소개해주고 있는데, 꿈을 향해 도전하는 청소년들의 진지함과 열정을 목격하며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책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의 공저자 마크 빅터 한센이 아직 꿈을 찾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멋진 꿈을 찾도록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쓴 책이다. ’부자’라는 동기부여를 통해 사실은 청소년들의 꿈을 찾아주고, 꿈을 키워주고, 그 꿈을 실현하도록 돕는 것이 진짜 목적인 것이다. 특히 ’학교 안에서’ 좌절된 꿈을 안고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학교 밖에도’ 꿈이 숨어 있음을 가르쳐주고, 꿈을 찾는데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저자의 말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배움과 꿈을 키워나가야 할 청소년들을 오히려 학교 성적이라는 견고한 울타리 안으로 몰아넣으며 스스로 꿈을 포기하게 만들고, 모든 가능성의 날개를 꺾어버리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글로벌 청소년들의 부자가 되는 공부>는 청소년들에게 ’부자의 꿈’을 심어주기 위해 미국에 있는 청소년 사업가들의 사례와 인터뷰를 실었다. ’어린 나이’에 놀랄만한 성공을 거둔 이 청소년들의 창의성과 열정과 실행력이 놀랍다! 창의력과 열정은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에게 넘쳐날 수 있다 해도 실행력은 좀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들이 보여주는 어른 못지않은 실행력이 놀라워 오히려 무서울 정도이다. 

<글로벌 청소년들의 부자가 되는 공부>는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하고 있지만,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는 예민한 시각, 꿈을 이루기 위한 이론적 설명, 그리고 동기부여의 내용이 어른들을 위한 경영서적이나 자기계발서의 수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이미 글로벌 세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미 성공을 '부자'로 성공한 10대들의 이야기는 부러움과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 책에서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고자 하는 꿈은, 그저 돈만 긁어 모으는 부자가 아니다. 첫째는 꿈을 향한 도전과 준비이고, 둘째는 꿈을 이룬 부자, 셋째는 (다소 짧게 다루고는 있지만) 나누어주는 부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세계를 품는 그릇으로, 글로벌한 꿈을 꾸는 리더로, 풍요로운 삶을 사는 부자로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그들을 양육하는 부모세대, 즉 어른들이 먼저 생각과 행동 모든 면에서 넓고 자유로운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방해하고 도전의지를 꺾는 것은 그 자신이 아니라, 오히려 시대에 뒤쳐진 부모세대일 때가 많으니 말이다. 또한 높은 이상과 가치 있는 삶은 이 책의 주제를 넘어서지만 청소년을 제대로 응원하고 싶다면, 언제나 그렇듯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중요한 가르침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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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련의 이름은 자유다 - 모두가 포기한 고교 자퇴생이 10년 후 존스홉킨스 병원의 의사가 되기까지
김호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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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당신께 행복, 성공, 돈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한 번의 기회를 바라옵니다."

(1997년 2월 5일 밤에 중에서)

’단지 한 번의 기회’를 구하는 이 기도가 얼마나 애처롭게 들리는지, 차라리 죽여 달라는 울부짖음보다 내게는 더 처절하게 다가왔다. 부모님의 오래된 불화와 별거, 고등학교 자퇴, 결국 지워도 지워도 없어지지 않는 곰팡이 가득 한 방에 틀어 박혀 외톨이로 지냈던 김호경. 그리고 그에게 찾아온 단 한 번의 기회. 그의 간절한 기도는 뜻하지 않게 미국 이민을 떠나게 된 그의 절박함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말해준다.

역경을 이기고 일궈낸 모든 성공신화가 감동적이겠지만, <내 시련의 이름은 자유다>의 저자 김호경, 그의 성공신화가 내게 주는 감동은 조금 더 특별하다. 세상을 등지고 살았던 그의 가슴 속 어디에 이렇게 생동하는 꿈이 숨어 있었을까? 내가 경험했던 청소년기의 깊은 절망은 나를 지독한 무기력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나는 지금도 그 후유증을 앓고 있다. 무엇을 해도 안 되는 일에 대한 포기가 빠르다. 

그런데 <내 시련의 이름은 자유다>의 저자 김호경은 스스로도 ’가망 없는 녀석’이라 낙인 찍힐 만큼 지독한 절망 가운데 처해 있으면서도, 기회를 포착했고,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의지하지 않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은 채 10년 만에 세계 최고의 병원에 최고의 의사라는 인생 대역전을 일구어냈다. 사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공부인데, 그가 얼마나 지독하게 공부에 매달렸는지 그 고통이 절절하게 마음에 와닿는다. 그것은 홀로 달려야 하는 외로운 길이며, 끊임없이 자신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고독한 싸움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운명은 내게 최고의 기회를 선물했지만 
그 기회를 성공이란 이름으로 쉽게 바꿔주지는 않았다. 
일생 동안 찾아오는 기회는 단 몇 번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기회를 성공으로 바꾸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노력에 달려 있다. 
그래서 나는 책에 매달렸다"(p. 180). 

그가 보여준 가능성은 거저 얻은 것이 아니었다. 그가 이룬 놀라운 성공은 대가를 지불한 것이었다. 그래서 더 당당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노력한다는 것, 최선을 다한다는 것,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가 꿈을 이루기 위해 지불한 정직한 수고에 집중하기보다는, 가슴 뛰는 일을 발견한 그가 부럽고, 그가 이룬 눈부신 성공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고통을 이겨내야만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그의 교훈이 내 놀부 심보에 가시처럼 박혀서 따끔거린다.

운이 좋으면 아이디어 하나로 대박이 나는 세상이고, 계층간의 벽이 두터워지면서 개천에서 용나는 시절은 지났다고 할만큼 타고난 환경이 미래를 결정하는 세상에, 저자 김호경 같은 인물이 있어서 나는 살맛이 난다. 나의 꿈을 응원하듯, 그의 뜨거운 꿈과 치열한 도전에 찬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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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철학 스케치 1 - 이야기로 만나는 교양의 세계
김선희 지음 / 풀빛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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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대가 철학을 낳고, 철학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다.


풀빛에서 발간한 <동양철학 스케치>를 읽으며, 편협한 자기주장을 넘어 시대를 통찰하고 이끌어갈 철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각종 미디어의 발달로 다양한 논평이나 논단이 쏟아지고, 네티즌의 목소리도 높지만, 그 요란함에 비해 귀 기울여 들을만한 대안적인 목소리나 이권을 뛰어넘는 진지한 성찰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동양철학 스케치>는 "고대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를 이끈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철학자들이 주장한 철학적 개념이나 이론에만 치우치지 않고, 어떠한 시대적 토양을 배경으로 그러한 철학이 배태되었는지 철학자들이 처한 시대적 상황을 함께 고찰한다. 그렇게 한 시대를 이끈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시대가 어떻게 철학을 낳고, 다시 철학이 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갔는지를 보여준다. 철학에는 시대 정신이 담겨 있으며, 동시에 시대 정신을 앞서 나갔던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고대사에서부터 시작되는 <동양철학 스케치>는 한편으로는 중국사 읽기처럼 느껴지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통치 철학을 공부하는 느낌을 준다. 요임금부터 주나라까지 이어지는 중국 고대의 신화와 사상, 그리고 공자, 노자, 장자, 맹자, 묵자의 철학까지 ’정치의 중심에 선 철학자’라 이름붙여도 좋을 만큼, 국가의 통치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 새삼 흥미롭다. 중국의 역사와 시대적 배경에 초점을 두고 철학 사상을 설명해서 그런지, 중국의 철학은 정치와 함께 발전되어 왔고, 정치에 영향을 미쳐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치적인 분열은 사상적 분화로 연결된다. 일방향 소통이 아니라, 정치와 사상의 쌍방향 소통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고대 철학을 통치 철학이나 정치 철학으로 불러도 좋을 듯 하다.

총 2권으로 이루어진 <동양철학 스케치>는 ’동양철학’이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사상적 변화와 경향의 차이를 기준으로 크게 여섯 갈래로 나누고, 이를 다시 세 개의 결로 세분하여 동양 사상의 흐름과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중국 고대의 사유를 지나, 종교를 중심으로 한 인도의 사상과 불교가 중국에 전파되며 미치는 정치적 파장, 불교 사상의 발전을 살피고, 유학 사상의 부흥을 살펴본 뒤, 맨 마지막 장인 6부에 가서야 조선과 일본의 사상적 흐름이 조금 다루어진다. 동양철학의 자리에 우리나라의 사상적 입지가 좁은 것이 새삼 아쉽다(이런 아쉬움 때문에 ’한국의 철학은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물음이 생겼는데, 책의 뒷날개에 풀빛의 <한국 철학 스케치 1, 2권>이 소개되고 있어 반가웠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철학의 뿌리와 흐름을 배우고 익히는 것을 뛰어넘어,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우리나라의 사상가가 나와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절로 생긴다. 

<동양철학 스케치>의 저자 김선희 선생님은 "철학은 근본적으로 미래를 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불안과 혼란이 가중되는 이 시대야말로 철학이 필요한 시대라는 믿음이 생긴다. 시대를 이끌어가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이 살아나야 모두 함께 행복한 사회와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으리라. 김선희 선생님은 또한 "철학적 언어는 세계를 바라보는 창이며 틀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과 어떤 해결 방식이 옳은가 그른가를 결정하는 힘까지 담겨 있다. 그래서 자기 생각과 언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나는 현재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오늘’이라는 시대를 살아가는지 질문해본다. 쉽게 답이 찾아지지 않겠지만, 가치 있는 인생, 주도적인 삶, 헛되지 않은 시간을 살고 싶다면 끈질기게 질문하며 끊임없이 성찰해야 할 나의 과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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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코넬 울리치 지음, 이은경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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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09년에 다시 읽는 1945년작 누아르 소설!


매일 밤, 한시쯤에. 그 남자는 매일 그 시간에 강을 따라 걷는 그 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 남자는 스물여덟 살의 젊은 형사 ’톰 숀’이다.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휘파람을 불며 강 옆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했겠지만, 오직 그와 별뿐이었던 바로 그 밤에 인생의 나머지를 송두리째 바꿀만한 사건이 일어난다.

숀은 그 밤에 다리 난간 위에서 막 자살을 시도하려는 한 여인을 구한다. 그녀의 이름은 ’진 레이드’이다. 딱 봐도 부유층으로 보이는 이 스무 살의 아가씨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들지 않고 있다. 진은 지금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별빛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중이다! 별빛이 두려워 떠는 진, 그리고 시작되는 진의 고백, 검은 먹물처럼 무엇인가 불길한 예감이 스며든다. 평화로운 밤의 분위기는 서서히 드리우는 차갑고 암울한 공포의 그림자에 의해 잠식 당한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고리는 죽음에 대한 예고이다! 진은 어느 날, 자신의 시중을 드는 ’아일린 맥과이어’라는 하녀로 인해 불길한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출장을 간 진의 아버지 ’할란 레이드’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리라는 예언 때문이다.

숀이 이 이야기에 개입하게 되는 것은 아일린의 도움으로 사업까지 승승장구를 하며 아일린을 절대 신뢰하게 된 할란에게 청천병력 같은 예언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죽음 예고! 만일 누군가가 "당신은 3주 안에, 정확히 자정에, 그것도 사자의 아가리에서 죽을 것이다!"라는 예고를 한다면? 숀은 이 예고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고자 한다. 누군가의 예언처럼 진정 불길한 운명의 그림자가 할란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조작에 지나지 않는 사기일까? 

읽은 책의 줄거리를 잘 쓰지 않는 내가 이렇게 길게 줄거리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이 소설이 누아르 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가장 존경하는 작가라는 코넬 울리치의 1945년 작품이기 때문이다. 즉, 누아르의 시조요,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코넬 울리치 작품의 플롯(plot)을 살펴보고자 함이다. 초기 누아르 작품은 주로 범죄와 탐정을 테마로 했다고 하는데,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역시 무엇인가 악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초월적인 공포스러움과 탐정으로 구성된다. 당시에는 굉장히 파격이었을 이 작품이, 이제는 이미 다양한 누아르를 경험한 2009년의 다른 독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그리고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는 책의 줄거리를 이렇게 길게 이야기한 둘째 이유는, 줄거리 말고 달리 더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생각하는 소설이라기보다, 읽으며 ’느끼는’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긴장과 불안 속에서 온 몸으로 그 악몽 같은 분위기에 젖어들며,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 채 이야기가 어서 끝나주기만을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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