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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딸
마크 탭 외 지음, 김성웅 옮김 / 포이에마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시련은 가혹했지만 믿음으로 일궈낸 행복한 결말!
우리에게 영원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좀 달랐을까? 내가 아는 한 분은 군대에 보낸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을 받아 몇 년을 소위 ’밤 문화’라는 것에 취해 보냈다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잃어버린 아들 생각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고.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이었던 선생님은 1년 후 나와 동갑이었던 큰아들이 돌연사한 아픔을 겪었다. 장례식이 끝난 후, 갑자기 화려한 옷을 입고 진한 화장을 하고 나타나 모든 것이 허무하다고, 살아갈 의욕을 잃었다고 하는 선생님 때문에 혹시 선생님이 잘못되시지는 않을까 모두가 긴장하며 지켜보았던 기억이 난다. <뒤바뀐 딸>을 읽으니 그런 질문이 생긴다. 우리에게 영원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좀 달랐을까?
<뒤바뀐 딸>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제 이야기이다. 어느 날, 갑자기 빛나는 청춘의 나이에 아름다운 꿈을 간직한 사랑하는 딸이요, 동생이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테일러 대학교 학생과 교직원을 태운 승합차가 졸음 운전을 하던 트럭과 충돌하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다. 어떤 가족은 슬픔 속에 딸의 장례를 치뤄야 했고, 어떤 가족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딸을 극진히 간호하며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사고 소식보다 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은 그렇게 한 달하고도 또 한 주가 지나고 있을 때였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로라'를 간호하던 가족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로라'가 '로라'가 아니었던 것이다. 신원 파악을 하는 과정의 실수로 로라와 휘트니의 신원이 바뀐 것이다!
뒤바뀐 딸, 어쩌면 사고보다 더욱 가혹한 현실이었을지 모른다. 나의 기쁨이 고스란히 다른 사람의 아픔이 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딸의 장례를 치뤄야 했던 '휘트니'의 가족은 '휘트니'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다시 딸을 잃어야 하는 '로라' 가족의 슬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얼마전 그렇게 '휘트니'를 보냈으니까. 나에게 기쁨이 다른 사람에게는 끔찍한 고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떻게 전적으로 좋을 수만 있겠는가. 끔찍한 사고에서도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로라'를 돌보며 감사했을 '로라' 가족은 뒤늦게 자신이 돌보던 환자가 '로라'가 아니었음을 알고 더 큰 충격과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로라'는 이미 죽고 '휘트니'가 살았다고 해서 그것을 원망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슬픔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큰 기쁨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슬픔 가운데서도 함께 위로하며 기뻐했다. 그들의 감동적인 사랑 앞에 숙연해진다.
휘트니 가족과 로라 가족이 크나큰 시련 가운데서도 서로를 부둥켜 안고 그렇게 함께 울고 함께 기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영원을 믿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땅에서의 삶이 전부가 아니라는 하늘 소망, 즉 천국을 바라보는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대상을 잃고 상실의 아픔이 덮칠 때, 그곳에서 나를 구원해준 유일한 밧줄은 바로 하늘 소망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고, 천국을 소망하며 산다고 생각했지만 그때만큼 절실하게 천국의 실존에 대해 생각하고, 그곳에 대한 살아있는 소망이 나를 채웠던 적이 없다. <뒤바뀐 딸>의 이야기는 나에게 그것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한 믿음과 온 마음과 온 몸으로 부딪혀내야 하는 시련의 고통, 그 사이의 긴장!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으로 눈에 보이는 세계를 살아내야 하는 신앙인들에게 ’시련’은 참 많은 의미를 내포한 그 무엇이다. 시련에 임하는 태도는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영광을 드러내는 기회이기도 하고, 믿음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믿음을 통해 더욱 큰 축복을 가져오는 복의 통로가 되기도 하고, 모든 것을 잃게 만드는 시험이 되기도 한다. 눈에 보이는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믿음의 크기와 순도는 오직 시련으로 측정되는 듯 하다.
시련 앞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구원을 베풀어주실 신앙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원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리에게 바로 그러한 고통을 허락하신 분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거절과 배신의 상처가 더욱 큰 것이다. 그 쓰라림은 절망의 무게를 넘어선다.
그러나 <뒤바뀐 딸>은 순도 100%의 정금 같은 신앙이란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뒤바뀐 딸>의 이야기를 통해 이 아름다운 두 가정이 세상에 증거하는 것은,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이 땅에서의 삶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과 그리고 장차 우리가 가게 될 천국에 대한 소망이다. 영원을 볼 수 있는 사람의 삶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아름다운 두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