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다 성경 : 절기 이야기 - 성경의 비밀을 푸는 절기이야기 열린다 성경
류모세 지음, 권혁승 감수 / 두란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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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사복음서 중에 <요한복음>이 우리에게 없었다면 어떨까? 예수님의 공생애는 최소 6개월에서 1년으로 사역이 끝났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을 3년 반으로 알고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바로 '요한복음' 때문이다. 요한복음에 보면,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고 총 3회의 유월절이 언급되고 있다. 공관복음, 즉 마태, 마가, 누가가 전하는 복음서에는 유월절이 한 번밖에 언급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유월절'이라는 유대인의 절기가 예수님의 사역 기간을 증언해주는 강력한 증거가 되는 것이다. 만일 '유월절'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은 풀지 못한 수수께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성경> 책은 일반적인 책 읽기만으로는 그 깊은 의미를 다 헤아릴 수 없는 책이다. <성경>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책이 아니다. 성경은 이스라엘 땅을 배경으로 이스라엘 민족이 써 내려간 유대적인 책이다. 다시 말해, 특정한 민족의 특정한 역사를 배경으로 기록된 책이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과 언어와 문화라는 장벽이 존재한다. 해설과 자막이 필요한 드라마 '사극'처럼, 성경의 언어, 역사, 문화, 지리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있을 때 성경이 전하는 메시지가 입체적으로 살아날 것이다. 
 
<열린다 성경> 시리즈는 성서 시대 유대인들의 문화적 장벽을 제거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그중 <열린다 성경>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인 ’절기 이야기’는 시간적 배경이 되는 ’절기’와 공간적 배경이 되는 ’성전’을 중심으로 요한복음의 스토리를 드라마 포맷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가 공감하듯이, 따분하고 지루한 성경 공부가 아니라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생동감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다.

특별히 '절기'라는 키워드를 선택한 저자는 성경의 절기가 지닌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절기들은 단지 유대인들의 명절이 아니라, 하나님이 직접 제정하신 ’여호와의 절기’이고 그 안에 하나님의 인류 구속의 계획들이 암호화 되어 있다."

<열린다 성경> 시리즈는 목차만 읽어도 집어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목차에서 제시하고 있는 질문이 상당히 흥미롭기 때문이다. 나는 주변 사역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을 하며 이 책을 읽었다. "최후의 만찬에서 베드로는 어디에 앉았을까?", "예수님의 부활과 관련된 절기는 무엇인가?", "시편 기자는 죄사함을 왜 동이 서에서 먼 것에 비유했을까?", "간음한 여인이 현장에서 잡혔을 때와 관련이 있는 절기는 무엇인가?", "예수님은 왜 소경에게 실로암 못에서 눈을 씻으라고 했을까?", "나사로가 죽었던 살아난 계절은 언제이며, 그 사건은 어떤 절기와 관련이 있을까?"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나사로가 죽었다 살아난 것이 겨울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죽은지 나흘이 되어 냄새가 난다'는 구절 때문에 이것이 여름에 일어난 일이라고 그저 막연하게 생각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예수님께서 왜 이틀을 더 지체하시고 나흘만에 나사로를 살려 내었는지, 그 문화적인 배경도 처음 알았다.

 

유대인의 절기는 그 기원이 하나님께 있다. 기념할 '날'을 정하시고, 그 절기에 대한 의미 부여를 하나님께서 직접하셨다는 말이다. 절기 속에 이렇게 깊은 구원의 계획과 비밀이 숨겨져 있었는데 그것을 여태 모르고 성경을 읽었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요한복음을 적어도 수십 번은 읽었는데, <열린다 성경> '절기 이야기'를 통해 요한복음에 기록된 절기에 관한 어떤 성구는 마치 처음 읽는 듯 그렇게 생소할 수가 없다. 성경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캐어도 캐어도 다 캐낼 수 없는 보화가 가득하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도, 마치 이제는 다 아는 내용이라는 듯이 무심하게 흘려 읽으며 그것을 캐내는 데에 게을렀던 나의 교만을 회개한다.


이 책은 목회자를 상당히 긴장시킨다. 입체적이고 역동적으로 성경을 가르치고 전하고자 하는 목회자라면 이 책을 읽고 흥분하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누구보다 먼저 목회자가 읽기를 권한다. 동역자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며, 나도 곧바로 다른 시리즈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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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개오의 고백
E.K. 베일리 지음, 문지혁 옮김 / 가치창조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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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어 보고싶어 예수님 얼굴 / 그렇지만 키가 작아 보이지 않아 / 삭개오는 엉금엉금 올라갔어요 / 뽕나무 가지 위로 올라갔어요 / 잘보인다 잘보인다 예수님 얼굴 / 사랑많은 그 얼굴이 잘도 보인다 / 삭개오는 불이나케 내려왔어요 / 예수님을 제 집으로 모시었어요"

어릴 때 찬양으로 배운 ’삭개오’라는 성경 인물의 첫인상은 매우 밝고 경쾌했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알게 된 ’삭개오’라는 이름의 세리는 역시 세리였던 ’마태’와 함께 깊고 깊은 고독과 어둠 속에서 신음했던 불행한 과거를 가진 남자였다.

예수님 당시 세리라는 직업은 로마 정부를 일하는 매국노 취급을 받는 매우 모욕적인 직업이었다고 한다. 일제 식민 치하에서 그들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친일파와 비슷하다고 할까. 당시 세리들은 세금을 거둬들이면서 수수료를 마음대로 붙일 수 있었기 때문에 동포들을 희생시켜 부를 쌓는 부정한 사기꾼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유대 공동체에게 모멸의 대상이었던 '세리'의 사회적 신분의 자리는 '문둥병자'와 동등했다. 부정한 자 취급을 받아서 성전이나 회당의 출입이 금지되었고, 제물을 바치지지도 못했다. 사회적으로 심한 냉대를 당하며 증오의 대상이었던 세리는 아마도 그래서 더욱 재물에 집착하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학자들은 재물은 많으나 멸시의 대상이었던 세리들은 죄인과 창기들과 어울리며 더욱 부패와 타락을 늪에 빠져들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성경에서도 세리와 짝하는 친구들을 보면 그들의 삶의 자리를 추측해볼 수 있다. "많은 세리와 죄인들"(마 9:10)이 친구로 등장하며, 죄를 짓고도 회개하지 않는 자를 "이방인과 세리와 같이 여기라"(마 18:17)고 가르치며, "세리들과 창기들"(마 21:31)을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다.

<삭개오의 고백>은 이러한 삭개오가 예수님을 만나기까기의 과정을 작가적인 상상력으로 재구성해낸 책이다. 작가는 삭개오가 예수님을 만나기까지 겪었던 그의 내면을 탐구하며, 그의 이야기를 한편의 감동적이고 예쁜 동화로 만들어냈다.

이야기는 작가의 다음과 같은 물음에서 출발한다. "무엇이 삭개오로 하여금 뽕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게 했는지 궁금했다. 잘 차려 입고, 많이 배웠으며, 멀쩡히 잘 살고 있던 부자가 대낮에, 그것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무 위에 기어 올라갔다는 것은 정말로 이상해서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른 채 가지들을 붙잡고 나무 사이를 기어서 말이다. 무엇이 삭개오에게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 사람들의 비웃음과 조롱을 견디게 만든 것일까? 그리고 평소의 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던 돌발행동을 하게 만든 것일까?"

세금 징수원이었던 삭개오는 세금을 걷기 위해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모든 소망이 끊어지고 살아갈 힘을 잃은 네 사람을 만나게 된다. 눈이 먼 거지, 12년 동안 혈루증을 앓고 있는 여인, 귀신 들려 무덤 사이에 기거하는 남편을 둔 아내, 아들이 죽어 장사 지내러 가는 과부.
그러나 한 달 후, 세금을 받기 위해 그들을 다시 찾아갔을 때, 삭개오는 너무도 극적이고 놀라운 변화를 목격한다.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삭개오에게 그들은 한 목소리로 이렇게 고백한다. "예수님을 만났지요!"

자신의 마을에 그 '예수님'이 오셨다는 소식을 들은 삭개오는 내달렸다. 그의 마음속은 새로운 기대로 끓어올랐다. "예수님은 어쩌면 이런 텅 빈 내 영혼을 채워주실 수 있을지도 몰라."

<삭개오의 고백>은 예수님을 만나기까지 삭개오의 마음속에 일어났던 변화를 추적해내었다. 그리고 드디어 삭개오와 예수님이 만나는 그 극적인 순간을 포착해낸다. 삭개오에게 예수님이 건낸 첫마디는 이것이었다. "삭개오야 어서(속히) 내려오너라!" 작가는 삭개오가 올라갔던 나무의 의미를 은유적으로 해석해준다. 삭개오에게 향했던 예수님의 음성은 곧 나를 향해 다시 다가오며, 측량할 수 없는 놀라운 은혜를 우리에게 선물한다.

짧지만 긴 감동이 있는 <삭개오의 고백>은 교회에서 연극으로 공연되어도 좋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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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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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만으로도 혹 할만큼 소재가 독특하다. 
러시안 커피와, 커피를 좋아한 고종과,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라 할 수 있는 여인 따냐,
그리고 그녀가 사랑한 남자 이반.

러시아 공사관에 기거하며 매일 새벽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는 고종과 
고종에게 매일 커피를 올리는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여성,
스토리의 주요 핵은 이들을 둘러싼 정치적 음모와 희대의 사기극이다.
내용이 블랙 커피의 검은 액체처럼 무겁고 암울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의외로 경쾌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그 경쾌함과 박진감 때문에 ’스토리’와 ’사건의 구성’이 오히려 허술해 보일 지경이다.

스케일도 방대하여 조선은 물론 러시아, 청나라, 미국까지 넘나들며,
이완용, 민영환 등의 역사적 실존 인물을 비롯하여 다양한 캐릭터가 대거 등장한다.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이렇게 스케일이 큰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치밀한 묘사보다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커피’의 이미지에 기댄 감각적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독특하다.
간결하고 담백하다.
그래서인지 전혀 지루하지 않게 술술 잘 읽힌다.

또 하나의 특징은 사진으로 순간을 포착해내듯, 
하나의 사건이 전개되고 마무리 될 때마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릿속에 하나의 영상이 맺히는 듯한 착각이 든다는 것이다.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낭만적인 어떤 영상이 말이다.
(물론, 독자마다 느낌이 다를 수 있다.)

이렇듯 김탁환의 <노서아 가비>는 
독자의 어떤 고정관념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는 듯 하다.
역사적 소재를 다루는 방식도, 이야기의 전개 방식도, 소설의 언어도, 접근이 새롭다.

이외에 눈에 띄는 신선함은, (해설을 맡은 강심호 문화비평가도 주목하듯이)
’따냐’라는 예사롭지 않은 여주인공 캐릭터이다.
요즘 한창 ’미실’이라는 역사적 인물이 새로운 여성 캐릭터로 주목받고 있는데,
’따냐’는 그 미실을 대적할 만한 인물이다.
"천하를 덮는 조롱(鳥籠)이 등장한다고 해도 
나는 그 조롱 너머로 날갯짓하리라"(23), 마음먹은대로 
그렇게 천하를 향해 힘차게 날개짓을 한다.
여성에 대한 모든 고정관념을 짓이기고 일어서서 말이다.

처음 맛본 작가 김탁환의 <노서아 가비>.
순간의 맛은 감각적이고 신선한 것이 제법 탁월한데,
희대의 사기극이 치밀한 밀도를 갖지 못하여 전체적으로 약간 허술해보이는 것이 흠이다.
그러나 그 섬세한 순간의 맛이 중독성이 강하다!

출간 즉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니 가상 캐스팅을 하며 읽는 맛도 괜찮다.
책과 영화와 직접 선택한 가상 캐스팅의 씽크로율이 어느 정도일지 기대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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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3 - 상 -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 밀레니엄 (아르테) 3
스티그 라르손 지음, 박현용 옮김 / 아르테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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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기다렸던가!
재미있는 책, 그러면서도 읽기에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을 원한다면 
바로 이 책 <멜리니엄>을 강력 추천한다!

<밀레니엄> 3부를 기다리는 동안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2008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작가 2위가 바로 이 책의 저자 ’스티그 라르손’이니,
당연히 영화에서 탐을 낼만하다.
영화로도 무척 기대되는 작품이다.
제발 ’미카엘 블룸크비스트’와 ’리스베트 살란데르’에 대한 나의 환상에 생기를 불어넣고,
그들의 매력이 살아 움직이는 배우가 캐스팅 되기를 정말 간절히 바란다!

<밀레니엄> 1부와 2부를 읽지 않았다면, 3부를 읽어서는 안 된다.
<밀레니엄> 3부는 1부와 2부의 완결판이다.
1부와 2부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고 이야기가 종결을 치달아갈수록,
주인공 ’미카엘 블룸크비스트’를 꼭 닮았을 것 같은 저자의 작품을 더 이상 만나볼 수 없다는
아쉬움에 책장을 넘기기가 아까웠다.

일단 <밀레니엄>은
복지국가로 명성이 높은 스웨덴이라는 나라의 복지 사각지대를 고발하는데,
피해자는 여성, 가해자는 철저히 남성이다.
1부는 사회의 가장 은밀한 곳이라 할 수 있는 ’가족 권력’ 안에서
2부는 좀 더 확장되어 사회의 ’조직 권력’ 안에서
3부는 이제 ’국가 권력’의 차원에서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폭행을 폭로한다.

3부는 국가적 차원의 권력이 개입되는 만큼 등장인물이 상당히 많고 다양한데다,
익숙하지 않은 외국 이름이라서 내용을 빠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옆에 ’등장인물’ 관계도를 그려가면서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1부와 2부의 설정이 여와 남,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로 철저히 이분법적이었다면,
3부는 초절정의 국가 상부 권력과 이에 대항하는 국민적 연합으로 볼 수 있다.
3부는 얽힌 실타래를 풀어주는 스토리이기 때문에,
1부와 2부처럼 특별히 분석하며 읽어야 할 새로운 스토리 라인은 없지만,
1부와 2부에서 속앓이를 하며 분노했던 ’악의 세력’에 속시원한 철퇴를 가한다.
3부의 초반에 병원에서 벌어지는 살해장면은 모두의 상상을 초월하고,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변호하는 법정 장면은 통쾌함을 넘어 극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그 자신이 기자였던 저자 ’스티그 라르손’은 정의로운 언론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언론인을 상당히 희망적인 눈으로 바라본다.
의인 10명이 없이 멸망한 소돔과 고모라처럼,
지금 우리 사회도 ’미카엘 블룸크비스트’와 같은 남성, 
그와 같은 언론인 10명의 존재가 아쉽다.

인간 사회의 ’선’과 ’악’, 그리고 ’정의로움’은 무엇으로 규정되는가?
남용되는 권력은 선과 악, 그리고 정의로움까지 지배하려 든다.
갈수록 옳음과 그름, 윤리적 잣대가 모호해지는 ’밀레니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밀레니엄>이 보여주는 권력과 정의는 상당히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재미와 통찰력, 그리고 메시지 모든 면에서 가히 천재 이야기꾼의 작품이라 할만하다!


(*밀레니엄 3부를 기다리는 독자가 많아서 너무 서두르다 보니 오탈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읽은 책 하권 297페이지는 4줄 정도 글자가 안 보입니다. ㅠㅠ
저는 초판 3쇄를 읽었는데, 워낙 인기가 많으니 계속 인쇄 될텐데
다음번 인쇄 시에는 오탈자와 인쇄 상태를 좀 더 꼼꼼하게 살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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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50가지 이야기 - 생각의 크기를 쑥쑥 자라게 하는, 미국판 탈무드 생각 쑥쑥 어린이 시리즈 1
제임스 M. 볼드윈 지음, 김희정 옮김, 이정헌 그림 / 스코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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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역사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고, 
가르침과 지혜를 ’이야기’ 형태로 전수해왔다.
나는 ’이야기’가 지닌 교육의 힘을 알고 있다.
이야기는 재밌고 감동적이며,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에 한번 들은 이야기라도 쉽게 잊어버리지 않으며,
시간과 공간과 문화를 뛰어넘어 구전되고 전수되는 전달력도 강하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 훈계를 듣고 야단을 맞았던 기억 중에, 
이야기를 통해 가르쳐주신 것들은 어른이 된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예수님도 제자들을 가르치실 때에 비유를 들어 이야기로 말씀하셨다.

’미국판 탈무드’라고 소개되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50가지 이야기>는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저자 제임스 M. 볼드윈은 어린이책 저술과 심리치료로 많은 공을 세운 분인데,
누구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고,
아이들의 놀라운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뛰어난 이야기꾼이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50가지 이야기>에는 
고전, 역사, 우화, 신화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는 이야기로 재구성한 
50가지 이야기가 들어있다.

’유명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50가지 중에 내가 아는 이야기는 10가지도 안 되었다.
아이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골랐는데, 모르는 이야기가 많으니 갖고 싶은 욕심도 살짝 생긴다.
요즘 어린이 도서를 읽고 그 수준이 상당함을 느낄 때마다, 은근히 긴장하게 된다.

이 책은 <생각의 크기를 쑥쑥 자라게 하는>이라는 부제에 맞게
50가지 이야기마다 제목에 이야기가 담고 있는 
핵심 가치(용기, 배려, 약속, 지혜, 믿음, 사랑, 자기계발 등)를 주제어로 제시해주고,
이야기 사이사이에 <역사 속으로 폴짝!>이라는 코너와 <생각꾸러미>라는 코너를 넣었다.
그런데 이러한 장치들이 원서에도 동일하게 있는지 궁금하다.
<역사 속으로 폴짝!>에서 간혹 한국적인 상황을 따로 설명하고 있는 것을 보면,
번역 출판할 때 새롭게 구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굳이 원서와 동일한 코너인지, 새롭게 구성한 것인지를 따지는 것은
<생각꾸러미>라는 코너가 좀 아쉽기 때문이다.
이야기에 대한 보충설명을 담고 있거나, 질문을 통해 생각해볼 꺼리는 제공하는데,
나는 이것이 오히려 ’이야기’가 주는 상상력을 제한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본다.
내용이 틀에 박히게 계몽적이고 지시적이며,
어떤 적용 질문들은 이야기가 전하는 감동과 교훈을 벗어나는 것도 있다.
나라면, 이야기의 무궁무궁진한 세계를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도록 
그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이야기’를 통해 감동 받고, 무엇인가를 스스로 깨닫도록 말이다.
(물론, 교육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라 조심스럽기는 하다.)

또 한가지 ’아메리가 대륙을 찾아서’(pp. 166-168)라는 이야기를 보면, 이런 표현이 있다.
"당시 아메리카 대륙에는 백인이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국토는 온통 숲으로 덮여 있었고, 지금의 커다란 도시와 멋진  농장들이 들어서 있는 곳에는
당시 미개한 인디언들과 들짐승들이 어슬렁거리는 숲과 늪만이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미국인 저자다운 표현이다.
다문화, 다인종 시대에 역행하는 이러한 표현에는 좀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앞에서 다룬 ’포카혼타스’의 이야기 제목은
’포카혼타스의 작은 용기’이다(그냥 용기도 아니고 작은 용기!).

재미있게 읽었는데 두 가지 딴지를 건 것이 좀 미안하지만,
교육하는 어른들이 함께 고민해보자는 뜻에서 용기 있게 의견을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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