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민물고기 쉽게 찾기 ㅣ 호주머니 속의 자연
노세윤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민물고기 안내 도감,
엄마의 추억을 비밀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민물고기
’호주머니 속의 자연’이라는 예쁜 시리즈 이름을 가진 <민물고기 쉽게 찾기>, 대부분 자녀를 위한 학습도서로 구입을 하는데 나는 환갑을 넘긴 엄마를 위해서 선택했다. 언제부터인지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엄마는 그날 낮에 유선방송을 통해 보았던 ’민물낚시’ 이야기를 하신다.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는 한 번도 낚시를 가신 일이 없는 엄마이다. "엄마 ’민물낚시’ 방송이 재밌어?"라고 물으니, 하루 종일 무료한데 방송에서 민물고기를 보고 있으면 시간이 잘 간다고 하셨다. 늘 북적북적 대던 집이었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형제들이 독립을 하고, 사십 년 넘게 살던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를 오고, 직책을 맡았던 교회 봉사도 은퇴를 하시고, 어느 날 텅비어 버린 집안에서 엄마는 홀로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계셨다.
택배로 <민물고기 쉽게 찾기>를 받아들었을 때, 어렸을 때 엄마가 처음 사주신 컬러판 백과사전이 생각났다.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집을 줄여 이사를 한 후, 어린 우리도 눈치가 있었는지 엄마에게 무엇을 사달라고 조르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도서 외판원 아저씨가 마루에 펼쳐 놓은 책들을 구경하며 좋아하는 우리를 한참 보고 계시던 엄마가 그 비싼 백과사전 전질을 덜컥 외상으로 들여놓으셨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아저씨 설명에 흔들리고, 컬러판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보기 좋으셨던 것 같다. <민물고기 쉽게 찾기>는 그때 보았던 백과서전처럼 다양한 민물고기 사진이 있고, 설명이 붙어 있다.
엄마의 반응이 궁금해서, 정시에 퇴근을 하자 마자 엄마에게 책을 보여드렸다. 책 속에 민물고기 사진을 보시는 엄마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TV에서 봤던 것도 있다며 아는 민물고기가 나올 때마다 좋아하신다. 저녁식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엄마와 앉아 책을 보기 시작했다.
담수어 생태 사진 작가이신 노세윤 선생님이 민물고기를 찾아 전국의 강과 하천을 답사하셨다고 한다. 서식지를 발로 뛰며 직접 찍으신 사진은 사진 작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투명하고 선명하다. 팔닥거리며 곧 뛰어오를 듯이 선명한 민물고기 사진은 마치 맑은 계곡 물속을 직접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게 한다. <민물고기 쉽게 찾기>는 한반도 휴전선 이남의 담수역과 기수역에 서식하는 물고기 총 130종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것을 직접 담고 있지는 않지만 민물고기를 통해 부모님 시대의 추억까지 몰래 담아내고 있었다. 엄마는 민물고기 사진과 설명에 덧붙여 엄마의 추억까지 꺼집어 내어 설명해주시기 시작했다. 어떤 민물고기 이름은 엄마가 어렸을 때 부르던 이름과 달랐고, 엄마가 살던 고향 어디에 가면 어떤 민물고기가 많고, 또 어디로 가면 어떤 민물고기가 많았는지를 들려주셨다. 엄마는 내가 알지 못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 숲이 우거져 그늘진 곳에 아주 맑고 찬 물이 빠르게 흐르는 곳에서 민물고기를 보았던 팔닥팔닥거리는 추억과 흥분을 이야기하며 즐거워하셨다.
민물고기와 함께한 엄마의 추억 이야기에 오랫만에 엄마와 앉아 정말 긴 이야기를 나누며, 쉴새 없이 이야기를 하는 엄마를 보며, 마음으로 얼마나 많이 죄송하다고 고백했는지 모른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민물고기 쉽게 찾기>를 보며 자녀를 위한 교육 도서로 정말 최고라는 생각을 먼저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린 아이들의 호기심 만큼이나, 엄마도 설명을 읽으며 "오! 그렇구나. 그렇구나!"를 연발하신다. 민물고기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되는 것이 신기하신가 보다. 체형별로 민물고기를 구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에는 아주 감동을 하셨다. 부모님에게도 학습을 위한 책이 여전히 흥미롭고, 또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는 성인 자녀가 몇이나 있을까. 엄마가 외롭지 않기 위해 독립을 미루며 엄마 얼굴을 아침, 저녁으로 보고 사는 나도 무심했고, 몰랐으니 말이다.
<민물고기 쉽게 찾기>는 민물고기가 사는 자연 환경을 설명해주며, 사진과 지역을 함께 보여주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보며 이번 여름 휴가를 계획하기도 했다. 특별히 만경강 하구의 탁 트인 푸른 바다와 시원하게 흐르는 푸르고 넓은 강, 그리고 녹지가 어우러진 작은 사진(45)에 마음을 동시에 빼앗긴 우리는 오래도록 감탄했다.
<민물고기 쉽게 찾기>는 민물고기를 연구하는 전문서적이면서도 어류학 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쓰고 있어서 지겹지 않게 공부하며 읽을 수 있었다. 컬러판 백과사전처럼, 살아 움직이는 민물고기를 직접 촬영하여 살아 있는 민물고기를 관찰하며 그 생명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고, 부위별 특성 사진과 함께 필요한 설명에 따라 일러스트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민물고기의 형태와 색깔, 생활과 먹이, 분포 및 생태적 특징 등이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어, 흥미롭게 읽으면서 민물고기에 대한 지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또 필요하고 궁금한 질문을 빠르게 찾아볼 수도 있다.
오랫만에 엄마와 함께 공부하며, 어려운 살림에 덜컥 비싼 백과사전을 사주셨던 엄마의 은혜에 이렇나마 보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민물고기 쉽게 찾기> 이 책은 내게 너무도 특별했다. 엄마의 추억과 함께한 우리나라 민물고기와 생태가 아름답게, 그 시절 그때의 무공해 아름다움 그대로 우리 자녀세대에게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