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마련한 올가을 강좌 중에, 아주 기특하고 참신하며 실용적이고 감동적이기까지 한 강좌가 있다. 바로 <눈코입이 행복한 맥주 이야기>. 참여연대 소식지에 난 커리큘럼- 맥주의 역사와 문화사, 제조공법, 공장견학 등- 을 본 순간 곧장 등록했다. (왜 아니겠어요.) 지금까지 두 강을 했고 이제 두 강이 남았는데 수업(의 내용과 선생님과 수강생들)이 주는 재미와 기쁨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다. 마침 요런 책이 나와서 친구가 사주었다. 강의를 가기 전후에 예습 삼아 복습 삼아 과외 삼아 (응?) 놀기 삼아 보고 있다. 필자의 맥주에 대한 애정도 강좌에 임하는 사람들의 그것과 같다 보니, 읽다 보면 시원한 맥주 생각이 절로 난다.

나는 마른 몸은 아니지만 그래도 몸무게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은 사람이었다. 플러스마이너스 1kg정도? 그러던 어느날 지난봄까지 입었던 청바지가 가을에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는데, 오래간만에 만난 선배에게 너 좀 쪘니? 하는 말까지 듣고 두려움에 떨며 동거녀의 체중계에 올라섰더니 아악! 체중계 바늘이 내 인생 최초의 숫자를 가리키는 게 아닌가! 물론 내 꿈은 나중에 뚱뚱한 할머니가 되는 것이지만, 벌써부터 이러면 이건 너무 슬픈 일! 그렇다고 그 좋아하는 고기와 술을 끊을 수도 없다. 그러느니 빨리 할머니가 되길 비는 게 낫지! 고심 끝에 운동을 하기로 했다. 먼저 디지털 체중계를 구입한 다음 매일매일 몸무게를 적기 시작했다(스트레스 효과랄까!) 그리고 이 두 권의 책도 샀다. 일주일에 두 번은 50분씩 호수공원을 빨리 걷고, 매일 자기 전에 15분씩 덤벨 운동을 했다. '끊는 것'은 있을 수 없으므로 타협안으로, 식사량을 아주 조금 줄이고 저녁은 조금 더 줄여 보았다. 원래 군것질은 거의 안 하지만 배가 고플 때는 초콜릿을 한두 조각 먹었는데, 그걸 당근으로 바꾸었다. 동거녀가 날 보고 "호랑이가 당근을 먹고 있구나."라고 했다. 그러기를 한 달, 몸무게가 3kg 정도 준 것을 확인하고 예의 그 청바지를 입었더니 음하하하하! 이제 겨우 옛날로 돌아온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정말 더 긴장해서 관리를 해야겠다고 결심결심. (* 참고: 맥주는 늘 마시던 대로 그냥 마셨어요. 회식 땐 고기도 나오는 대로 다 먹었어요. 친구들과 저녁 약속도 평소대로 있었어요. 전 변절자가 아니에요! 결론은 이 책들의 도움이 컸다는 것. 특히 오른쪽의 <덤벨 다이어트>는 정말 좋은 책이더라고요!)

'동화'라는 말이 환기하는 정서가 다분히 유년의 것임을 생각할 때 어쩌면 소위 '저학년 동화'라는 것이야말로 동화의 본령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고, 요즘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의인동화'의 매력은 시간을 뛰어넘는 고전적인 것인데, 요즘 그렇게 반짝이는 의인동화를 보기 어려워서 무척 아쉽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알게 된 이 책은 외국 책이고 또 신작도 아니지만 무척 반가웠다. 장사를 나간 아빠를 기다리며 외롭지만 씩씩한 며칠을 보내는 아기 여우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그 아기 여우를 돌보는 이웃들도 푸근하고, 아기 토끼, 아기 너구리 등 현실에서라면 여우가 잡아먹었을 동물들이 아기 여우와 함께 노는 것도 귀엽고(하하!), 특히 그림은 정말이지 오려서 갖고 싶을 만큼 다정하고, 그 와중에 아기 여우가 빈 집에서 느끼는 쓸쓸함과 두려움이 오늘날 빈 집을 지키는 아이들을 대변하는 것이 기특하고, 돌아온 아빠의 깜짝 선물이 동화답다.
'방구 탐정'은 강마루의 별명이다. 그런데 좀 억울한 별명이다. '탐정'은 맞지만, 방구는 뀌지 않는다. 그러면 왜 이런 별명이 붙었느냐. 마루네 집이 문방구를 하기 때문이다. 하하, 이 설정부터가 얼마나 귀엽고 친근한지. 키도 작고 별 말이 없고 별명은 방구인 마루는 침착하고 꼼꼼하게 둘레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해결해간다. 이 작품의 미덕은 '추리동화'라는 이즈음 잘 보이지 않는 장르의 물꼬를 새로이 텄다는 점도 있지만 더 반가운 건 작가가 나름의 서사전략을 아주 잘 짰다는 것이다. 네 사건을 각각 다른 아이의 시선에서 풀어낸 점, 그러면서 '마루'라는 캐릭터의 '실체'에 점점 다가가게 하는 점, 어른들이 이야기 밖에 물러나 있고 아이들이 사건에 바짝 다가가는 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탐정 일이 마루만의 것이 아니라 아이들 모두의 것이 된다는 점 등이 그렇다. 이야기의 단서를 마루만 알고 있다거나, '추리'보다 '탐구'에 가깝다거나 한 점이 아쉽지만 아무튼 우리 동화의 장을 넓혀줄 아주 반가운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연작이 나왔으면!
그리고

그 유명한, 그렇다, 제주 올레를, 드디어 다녀왔다! 솔직히 말하면 책의 본편보다는 부록인 지도책이 전부였다. (출판사께 고맙고 죄송.) 하여간 쉬워 보이는 길은 잘도 피해서 더 좁은 길 더 바깥 길 더 헷갈리는 길로만 우리를 이끄는 파란 리본이 나중에는 얄미워지기까지! 물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풍경이 곳곳에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무튼 게 짬뽕, 제주 흙돼지 오겹살과 돼지갈비, 전복죽, 갈치조림(일행은 고등어구이), 옥돔구이 외 15가지 반찬이 나오는 정식, 해물탕 등을 먹었다. 우위를 가리기는 어렵지만 '전국 최고가 확실'한 <삼성혈해물탕>의 해물탕이 그중 최고가 아니었나 하고 대충 결론이 났다. 사실 지난 여름 제주도에 사시는 분들께 이 해물탕집을 소개받아 간 거였는데, 택시기사님도 '아주 잘 가셨다'고 인정해주셨다. 그리고 맥주는 또 얼마나 마셔댔는지. 숙소 일대의 맥주는 우리가 다 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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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내 집인 줄 알면서도 얼마간 마음을 두지 못해 잘 들어오질 않았다. 어지러운 일들이 너무 많은 여름을 보낸 탓이었다. 그런데도 이따금 들러주시는 친구들께 부끄러웠다. (반성.) 올해의 마지막 석달. 정말로 무탈하게 즐겁게,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 당연히 나의 알라딘 친구 여러분을 포함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