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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말말 말 속에 숨은 차별
하루 지음, 박미나 그림 / 주니어단디 / 2021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아이들이 매일 마주하는 차별과 혐오
이 책은 우리가 모르고 사용하는 많은 차별과 혐오 표현들을 알고, 그런 표현이 왜 쓰이면 안 되는지, 그 표현 대신 어떤 말을 쓰면 좋을지 함께 고민하도록 도와준다. 최근 젠더 이슈와 미투 운동을 비롯해 그동안 남녀차별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 되면서 다른 차별들도 같이 부상하고 있는 듯 하다. <말말말 말 속에 숨은 차별>은 아이들의 시각으로 일상에서 사용하는 많은 언어들, 습관들이 어떤 차별을 일으키는 것인지 잘 알려주고 더불어 어떻게 대체하면 좋은 지 같이 고민 하도록 되어 있다.
남녀차별, 장애인 차별, 나이 차별, 인종 차별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자신은 전혀 차별하지않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은연중 쓰는 다양한 말들은 이미 차별을 내포하고 있다. 대표적인 차별의 언어로는 ‘다문화’가 있을 수 있다. 다문화 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개 외국인이나 동남아 사람을 떠올린다. 특히 이주 노동자, 이주 여성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본인은 다문화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다문화는 영어로 ‘multicultural’을 번역한 말이다. 즉, ‘한 사회 안에 존재하는 여러 문화적 또는 민족적 집단과 관련된’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문화 가정이라고 부르는 용어의 뜻은 부모 중 적어도 한 사람이 외국인인 가정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의 정확한 명칭인 국제결혼가정이다. 세계에서 국제결혼가정을 다문화가정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의 다문화교육은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이지만 한국의 다문화교육은 ‘극소수 학생’을 위한 교인 것이다.
지금 우리 모두는 다문화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다문화 라는 단어의 의미부터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다문화는 한 사회 안에 여러 민족이나 여러 국가의 문화가 혼재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볼 때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점이지대이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많은 민족들이 혼재해 왔다. 단지 외모가 비슷해 섞여 있어도 표시가 나지 않을 뿐이었다.
한국인들이 쉽게 하는 말 중에 ‘단일 민족’ ‘한 민족’ 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우리는 하나의 고유한 특성을 가진 민족으로 구성 되어 있지 않다. 수 많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인종, 민족, 문화가 섞여서 지금껏 살아 온 것이다. 우리주의는 한국인의 선천적인 특성이 아니다. 어린 나이에 해외로 입양된 한국인은 우리주의 경향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우리주의는 한국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으면서 생긴 것이라고 봐야 한다.
화냥년, 호로 새끼 같은 단어가 바로 우리주의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병자호란 때 오랑캐에게 끌려갔던 여인들이 다시 조선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을 ‘고향으로 돌아온 여인’이라는 뜻의 환향녀(還鄕女)라고 부르던 데서 유래했다. 호로(胡虜)는 오랑캐 혹은 오랑캐의 포로라는 뜻으로 환향녀들 중에서 아이를 낳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렇게 태어난 사람들을 ‘호로새끼’, ‘호로자식’이라고 불렀다 한다. 한국인은 민족을 혈연공동체로 보는 반면에 서양인은 의지의 공동체, 상상의 공동체로 보고 있다. 21세기 지구촌 시대를 맞아 다양한 민족이 점차 더 많이 교류하는 시점에서 우리의 독특한 민족 개념을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여성에게 '예쁘다'고 칭친하는데 그것이 왜 여성 혐오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여성에게 못생겼다고 하건 예쁘다고 하건 상관없이, 외모를 두고 품평하는 것은 모두 여성 혐오다. 사람을 물화시킴으로써 그가 가진 인격과 존엄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인 혐오는 유서가 깊다. 속담은 옛말이고, 옛말 그른 것 하나 없다는 얘기도 하지만 속담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장애인에 대한 비하와 혐오의 정소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귀머거리 들으나 마나'
'벙어리가 서장질을 해도 제 속이 있다'
'장님이 넘어지면 지팡이 나쁘다 한다'
'문둥이 죽이고 살인한다'
귀머거리, 벙어리, 장님, 문둥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혐오다. 귀머거리는 청각장애인으로, 벙어리는 언어장애인으로, 장님은 시각장애인으로, 문둥이는 나환자로 불러야 한다. 비장애인들은 흔히 장애를 결핍으로 본다. 이 때문에 장애인은 지피의 대상 혹은 동정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조금만 인식을 바꾸면 장애는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장애는 결핍이 아니라 '차이'다. 비정상이 아니라 또 다른 정상, 무능이 아니라 또 다른 능력이다. 장애인은 모자란 존재가 아니라 또 다른 존재다.
어릴 때부터 들어온 말들, 어른들이 사용하는 말들, 속담을 비롯한 관용구를 전부다 일일이 확인 하면서 사용하긴 어렵다. 또한 무조건 고정관념, 선입견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에 집착하고 매몰되는 순간 다른 사실을 맞닥뜨릴 때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미처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수 많은 차별의 언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