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능자의 그늘 아래 머물리라 1 - 하나님의 주권 전능자의 그늘 아래 머물리라 1
이재훈 지음 / 두란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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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약속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이 책은 믿음의 조상이라 일컬어 지는 아브라함의 삶을 통해 그리스도 복음의 시작이 태초부터였음을 알려준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아브라함은 성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본토 아비의 집을 떠나 낯선 곳을 향하였고 하나님께서 아들 독자를 통해 하늘의 별처럼 많은 자손을 주겠다는 약속을 성취하였고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유일한 독자 이삭을 바치라고 명령하셨고 아브라함은 칼을 들어 이삭을 죽이기 직전까지 믿음의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은 성경을 읽어보았거나 아브라함의 생애를 아는 이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은 처음부터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였던 삶을 살았을까?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여려 차례 보여주었기에 믿음의 조상이라는 수식어가 조금은 부끄럽게 들리기도 한다. 아브라함은 자신의 아내를 누이라고 속이기도 하고 하나님이 아들을 주시겠다는 명령을 기다리지 못해 하녀를 통해 자녀를 낳기도 하고 숱한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과연 무엇이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으로 만들었고 아브라함을 통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을까? 온누리 교회 2대 목사인 이재훈 목사의 <전능자의 그늘 아래 머물리라. 1>을 통해 알아보자.

전능하신 하나님의 역사에는 언제나 믿음의 사람들이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아브라함이다. 그는 마태복음 1 1절에서 예수님의 족보를 기록할 때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라고 하는 구절에서도 언급된다. 그가 이렇게 하나님께 귀하게 쓰임받은 것은 어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하나님 나라의 구속사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인물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어떤 시대, 어떤 상황에서 믿음의 조상으로 택하시고 역사하셨는가를 아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매우 중요하다. 하나님이 과연 어떤 분이신지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타락한 인류 가운데서 노아, 그의 후손 중 셈, 셈의 후손 가운데 아브라함이라는 한 사람을 선택하셔서 전능하신 그분의 은혜와 능력을 보이셨다. 하나님은 심판으로 종결될 수밖에 없는 인류 가운데서 한 혈통을 구별하시고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를 이어 가셨다. 이 구별된 혈통을 친히 축복하사 그 장막을 통해 모든 민족에게 하나님의 은혜와 구원이 전해지도록 하셨다. 하나님의 선택과 부르심에 아브라함은 순종함으로 따라나섰다.

아브라함이 기근을 피해 애굽으로 내려간 것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었을지라도 믿음의 탈선인 것이다. 그의 최선은 세상이 말하는 최선이었다. 세상은 상황에 얼마나 잘 대처했는가를 따져 최선을 다했는지를 평가한다. 그러나 부르심을 받은 사람에게 최선의 기준은 상황이 아니라 부르심의 약속이다. 전능자의 그늘 아래 머무는 삶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삶의 모든 해석의 기준이 하나님의 약속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상황에 얼마나 잘 대처 했는가를 보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든 부르심의 약속을 잘 붙잡고 인내했는가를 보신다.

성경에서 의인이란 어떤 사람인가? 성경은 노아를 의인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홍수 사건 후에 술에 만취되어 옷을 벗고 잠을 자는 추태를 보였다. 도무지 우리가 생각하는 의인의 삶이 아니다. 노아를 의인이라고 한 것은 그가 도덕적으로 훌륭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의인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다. 성경에서 라는 단어는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의미한다. 은혜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시는 선물이라면 믿음은 우리가 하나님께 돌려드리는 선물이다.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 것이 하나님과 가장 올바른 관계를 맺는 일이요, 의인의 길인 것이다. 따라서 믿음이란 하나님과의 관계이다. 하나님과 살아 있는 관계 속에 있는 사람을 가리켜 의인이라고 말한다.  

이번 책은 창세기 11장부터 22장까지의 아브라함을 통해 전능자의 그늘 아래 머무는 것이 왜 중요하며 어떻게 머무를 수 있는 지 보여주고 알려준다. 아브라함에게 했던 약속은 우리에게 동일하며 아브라함이 저질렀던 실수들도 우리와 동일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브라함이 받았던 수많은 약속을 동일하게 받고 성취할 수 있다는 희망 속에 살아갈 수 있다.  

<인상 깊은 구절>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의 실패를 넘어선다

믿음의 삶은 결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전능하신 하나님을 따르는 일이며, 내게 익숙한 습관과 사고방식, 익숙하게 살아왔던 모든 것으로부터의 분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님이 나와 같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그분을 인간이 측정할 수 있는 수준 정도로 내려다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믿음의 삶이 힘들다. 그러나 믿음은 우리 생각으로 예측 할 수 없는 길을 따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믿음의 삶은 오직 하나님께서 당신 자신을 어떻게 우리에게 나타내 보여 주시는지를 통해서만 살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땅에 수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옳고 그림의 기준을 세워 놓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놀랍다. 자신이 익숙한 것을 옳다고 믿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옳은 것은 진짜 옳은 것이 아니라 다만 익숙해진 것일 뿐이다. 그러나 믿음의 삶은 단지 익숙하기 때문에 옳다고 여겼던 것들로부터 떠나게 한다. 그래서 믿음의 삶이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을 끌어내려 나에게 익숙한 수준으로 만들고 싶어하지만, 전능하신 하나님은 우리를 끌어올려 익숙한 것과 결별하게 하신다. 그리고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삶으로 인도하신다.

하나님은 믿음으로 살고자 하는 우리의 첫걸음을 축복하신다. 하물며 어린아이가 태어나서 첫걸음을 내디딜 때에도 부모들은 얼마나 기뻐하는가. 세상에 그런 기적이 없다. 그 기적을 목격한 부모는 주변의 많은 사람에게 이 사실을 전한다. 한 걸음 두 걸음 걷다가 쓰러진 아이를 정죄하거나 판단하는 부모는 없다. 이제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것으로 감사하며 앞으로 마음껏 달려 나갈 아이의 모습을 소망할 뿐이다.

아브라함이 갈대아 우르를 떠난 것은 아이가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마라톤을 할 수 있는 믿음까지 가기에는 아직 멀었지만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첫 믿음을 축복하셨다.(42~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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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바람 우리 작가 그림책 (다림)
김지연 지음 / 다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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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봄, 강원도 고성을 뒤덮었던 산불

이 책은 2019 4월 강원도 고성에서 일어난 산불 진화 과정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2019 4 4, 저녁 7시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불이 바람을 타고 속초 시내 방향으로 번진 대형 산불을 말한다. 당시 산불로 1757㏊ 면적이 불에 탔고 2명이 숨지는 인명 사고도 발생하였다.

나무드리 빽빽하게 우거진 높은 산을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높은성'이라고 불렀다. 새들이 아름다운 높은성을 노래한다. 별들이 하나둘 높은성을 보러 나온다. 높은성에 불이 났다. 소방차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어둠을 뚫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하지만 호랑이 바람이 매섭게 울부짖자 불길이 활활 화를 내며 일어난다. 성난 불이 산등성이를 타고 높이높이 하늘로 달려간다. 땅속도 시뻘겋게 타들어 간다. 나무가 쩍 고함을 지르고 새가 다급하게 날갯짓한다. 거센 불길이 순식간에 높은성을 뒤덮는다. 우렁찬 함성과 함께 소방관들이 불타는 높은성에 뛰어올라 왔다. 과연 불길은 잡힐 수 있을까? 높은성은 무사할까?

산불이 나서 산과 숲을 태우는 것은 몇 시간 며칠이면 가능 하겠지만 그 산과 숲을 다시 원상복구 시키는 것은 1, 10년 안에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자연을 보호하고 항상 조심해야 한다. 전신주에서 튄 불꽃으로 너무나 큰 피해를 입은 강원도 고성-속초 지역은 아마도 몇 십 년은 충분히 흘러야만 어느 정도 복원이 될 듯 하다. 당시의 참혹했던 참화의 과정과 폐허가 된 후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동화를 통해 아이와 부모는 자연의 소중함과 한 명 한 명의 수고와 노력으로 다시 복원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엿 보게 된다.

이 동화는 마블링과 판화의 콜라보로 이루어진 개성 넘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다소 낯설 수 있는 마블링은 물과 기름이 분리되는 원리를 이용하는데, 해초 가루를 넣은 물에 3~4가지의 물감을 넣어 바늘로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작가는 마블링 기법을 사용하여 만들어 낸 거세고 매서운 불의 이미지에 다양한 판화 기법을 사용하여, 마치 불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듯한 생생함을 전달합니다. 평소 만나 보기 쉽지 않은 마블링 기법의 그림은 그림책을 보는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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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 숲에서의 일 년 인생그림책 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지오반니 만나 그림, 정회성 옮김 / 길벗어린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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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는 고전

이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고전 〈월든〉을 안데르센 상 최고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으로 만나볼 수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소박한 삶을 예찬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작품 <월든>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주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1817년 미국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세속적인 명예나 물질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자연과 교감하며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살다 1863 45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미국의 철학자이자 동식물 연구가 겸 수필가로 알려져 있으며 그가 추구한 사상은 자연과 더불어 살며 물질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것을 중요시 하였다. 이 동화는 고전인 <월든>중에서 명문장들로 만들어낸 동화이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도와준다.

명문장들로 이뤄진 동화여서 약간은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고 시간의 흐름이 급변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월든>에 나온 감정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생각과 마음은 고스란히 느껴진다. 주인공은 월든 호숫가의 숲에 집을 짓고 혼자 살았다. 그 집은 가장 가까운 이웃과도 1.6km미터쯤 떨어져 있었다. 사람이 집을 지을 때에는 새가 둥지를 틀 때와 마찬가지로 어떤 목적이 있어야 한다. 주인공은 널빤지를 촘촘히 대고 석회를 바른 집을 한 채 갖게 되었다.

집에는 의자가 세 개 있었는데 하나는 고독을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 우정을 위한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한 것이었다. 나의 가장 좋은 방, 언제든지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응접실은 바로 집 뒤에 있는 소나무 숲이었다. 나는 언제부턴가 내가 새들과 이웃이 된 것을 알았다. 숲에서 맞이한 첫 번째 여름, 나는 책을 읽지 못했다. 콩밭을 일궈야 했기 때문이다. 날마다 맞이하는 아침은 내게 자연처럼 소박하고 순수한 삶을 꾸려가라고 권했다. 나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호수에서 목욕을 했다. 그렇게 주인공의 일상의 삶과 계절에 따른 일들을 보여주다 마지막 문장에서 눈길이 머문다. ‘비록 돈은 없었지만, 햇빛 찬란하게 빛나는 시간과 여름날을 마음껏 누렸다는 점에서 나는 부자였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역행하는 생각, 삶을 살았지만 본인 스스로 부자라고 여기면서 살아간다. 여기서 다시금 부자의 대한 정의를 해보게 된다. 국민의 60%이상이 서울, 경기에 모여 삶을 살고 있고 국민의 50%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현재 속에서 주인공의 삶은 괴리가 느껴지게 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MBN 대표 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아마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특별해 보이고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삶이지만 그 속에 조그마한 동경과 부러움이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산을 몇 개 넘어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고 당시 흔하지 않았던 휴대폰마저 터지지 않았던 큰 할아버지(삼촌) 집에서 보냈던 여름 방학, 겨울 방학 중 일주일은 너무나 행복했고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7살이 된 아들과 1년에 한 번쯤 시골에 방문하면 케이블 티비도 없고 근처에 슈퍼 마켓은 물론 놀이터도 없는 곳이지만 하루 종일 신나게 자연과 벗하며 노는 모습을 보면 어린 시절 나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자연과 벗하면서 사는 것이 무조건 행복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팍팍한 도시의 삶에 지쳐있다면 이러한 동화 책이 잠시나마 정신적 오아시스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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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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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하드보일드 소설의 탄생

이 책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 택배기사가 세상과 부딪히고 화해하며 살아가는 법을 그리고 있다. 한국형 하드보일드 소설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우선, 하드보일드[hard-boiled] 1930년을 전후하여 미국문학에 등장한 새로운 사실주의 수법이다. 하드보일드는 장르(genre)라기보다는 스타일(style)을 말하는 것으로 자연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주제를 냉철하고 무감한 태도로 묘사하는 특징을 가진다. 문학이나 영화 등 예술 텍스트에서 비정하고 건조한 세계의 일면을 미니멀한 스타일로 담아내는 제반 수법들을 지칭한다. 여기서비정함의 속뜻은 캐릭터나 사건이 비정한 것이 아니라 작가(감독)의 표현이 건조하고 냉정하다는 의미이다. 곧 세계를 대하는 태도 혹은 스타일을 뜻하는데 이는 작가(감독)가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즉 부조리한 세계의 단면을 응시하는 예술가의 냉소적인 시선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드보일드 스타일은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감정적이고 도덕적인 판단을 배제하고견해를 덧붙이지 않은건조한 스타일을 구축했다 라고 백과사전에 나와 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고 과거에 대해서도 단편적으로 몇 가지만 얼핏 알려준다. 작가는 주인공의 경력, 과거를 언급하지 않은 채 현재에만 집중하도록 만든다. 주인공은 시니컬하고 냉소적인 말투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한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소설들의 대사를 인용하여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출한다.

무일푼으로 서울 강남버스터미널에서 구직란을 보면서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몸을 쓰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을 찾다 택배 기사 직업을 하기로 한다. 몸은 고되었지만 사람들과의 접촉은 최소한 한 상태로 일을 하기에 만족하면서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익숙해지면 여유가 생기는 법, 매일 같은 코스를 돌아다니다 보니 점점 눈에 익은 사람들이 보이고 말을 걸기 시작하는 사람이 생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여자, 거리를 방황하는 남자, 경제 철학을 알려주겠다는 할아버지, 게이 바를 운영하는 게이, 또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도 점차 친분을 쌓게 된다. 주인공이 원했던 삶은 아니지만 거절을 못하는 성격 때문에 점차 관계를 맺게 되고 그로 인해 오해를 당하고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책은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기도 과거를 통해 무언가를 내포하지도 않는다. 묵묵히 하루하루를 견디는 이가 어떤 식으로 버티는지 처절하게 알려주는 듯 하다. 주인공의 과거는 책의 맨 마지막에 단편적으로 나온다. 마치 영화 <아저씨>와 넷플릭스 미드 <퍼니셔>의 주인공들의 과거를 짬뽕 시켜놓은 듯 하다.

화려한 액션도 숨박히는 추격전도 복잡한 두뇌 싸움도 벌어지지 않는다. 터미널이라고 하는 택배회사 집화장에서 까데기를 하며 오늘 돌릴 택배를 생각하고 다른 구역 택배 기사가 일이 생기면 서로 십시일반 도와주는 모습과 일이 일찍 마치는 날엔 술을 마시면서 오늘의 고된 일을 잊으려고 하다가 결국은 술판에서 개싸움으로 끝나는 모습을 반복한다.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는 사람이 몸을 쓰는 직업을 할 것이라는 어쩌면 당연하게 여기는 편견에 맞서 주인공은 화려한 화술로 비상식적인 고객들에게 당당하게 외친다. 또한 같은 택배 기사 동료로 알았던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말해주면서 서울대를 나왔지만 학생 운동에 가담했던 과거를 숨기기 위해 동대문 시장에서 지게꾼으로 일한 아버지 밑에서 역시 서울대를 나와 성공가도를 달리다 친구의 배신으로 배임횡령으로 교도소에 다녀와 택배 일을 한다고 밝히는 장면은 인생의 밑바닥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밑바닥이 아니다라는 저자의 책의 일부 내용이 떠오른다.

이 소설은 아마도 자전적 느낌이 많이 묻어 나올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분명 저자는 주인공처럼 택배 관련 일을 하면서 아무런 생각도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었을 것이다. 주인공과의 차이라면 주인공은 내일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없지만 저자는 수많은 소설들과 영화, 음악을 들으면서 견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전체 직장인 중 1/3은 월 200만원 미만의 급여를 받는 다는 기사를 보았다. 여전히 월 200이라는 숫자는 크게 다가온다. 하지만 유튜브, SNS를 보면 억,억하는 소리는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중년, 노년들도 여전히 많다. 그러기에 하루하루 버티는 삶을 사는 것이 필요 할 듯 하다. 어느 날,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여자와 대화 말미 주인공은 힘내라는 말 대신 죽지 말라는 말을 한다. 지금 이 시간도, 순간에도 많은 이들에게 힘내라는 말보다는 죽지 말라는 말이 더 절실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술술 잘 읽혔지만 책을 다 덮고 나서 밀려오는 알 수 없는 감정은 오랫동안 기억될 듯 하다.

<인상 깊은 구절>

내가 생각하는 서비스업의 정의는 간단하다. 나는 고객에게 불친절하지 않을 의무가 있고(친절까지는 의무가 아니다) 고객은 나에게 불친절할 권리가 없다(내가 먼저 불친절하지 않는 이상). 그뿐이다. 물론 일반 직장이라면 직장에 다니는 것조차 위태롭겠지만 다행히 택배는 그렇지 않다. 욕설을 하지 않는 이상, 물건의 분실이나 파손이 아닌 이상 내가 손해 볼 것은 없다.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활용 하고 살아야 한다. 난 노동을 팔러 온 것이지 감정을 팔러 온 것이 아니니까. 굳이 팔라고 하면 못 팔 것도 없겠지만, 그럼 자본주의의 윤리에 맞게 대가를 주든가. 하지만 감정노동에 대한 대가 따위는 없다. 이런 걸 착취라 하고, 눈 뜨고 당하고 있는 걸 바보라고 한다. 가난하게는 살 순 있어도 바보로 사는 건 싫다.(75~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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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말 - 우리 아기 첫사전 알맹이 그림책 14
솔다드 브라비 지음, 최윤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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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 첫 사전

이 책은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돌쯤이 되면 몇몇 단어를 발음하게 된다. 보통 엄마를 먼저 시작한다. 그리고 귀에 낯익은 의성어(擬聲語- 사람이나 사물의 소리를 흉내 낸 말)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으로 <소리말>이 제격일 듯 하다. 책에는 총 56개의 의성어로 구성되어 있다. 동물, 사물 소리, 동작을 나타내는 소리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것들로 구성 되어 있다. 책을 통해 아이는 말을 더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줄 듯 하다.

유아가 사용하는 책답게 모서리는 딱딱하고 날카롭지 않게 둥글게 만들었고 크기나 두께도 아이가 무척 좋아하는 크기이며 알록달록한 화려한 색상으로 아이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의성어로 된 동요 중 가장 먼저 생각나는 동요는 단연 <작은 동물원>이다. 삐약삐약 병아리 음매음매 송아지 따당따당 사냥꾼 뒤뚱뒤뚱 물오리 푸 푸 개구리 집게집게집게 가재 푸르르르르르르 물풀

병아리, 송아지, 사냥꾼, 물오리, 개구리, 가재, 물풀을 차례로 등장시킨다. 병아리, 송아지, 물오리, 개구리, 가재는 쉽게 이해가 되지만 사냥꾼과 물풀은 언뜻 표현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노래를 몇 번 따라 부르다 보면 자연스레 연관이 지어지고 무엇을 표현하는 지 알게 된다. 마찬가지로 <소리말>에 나온 56개의 의성어를 통해 젖병은 쮸쮸처럼 다소 안 어울리는 듯 하지만 아이는 금방 받아들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아직 한글을 완벽하게 떼지 못한 7살 아들에게 책을 보여주자 단숨에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다. 몇 달 뒤 태어날 둘째에게도 재미있게 읽어줄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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