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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의 초대장 - 죽음이 가르쳐 주는 온전한 삶의 의미
프랭크 오스타세스키 지음, 주민아 옮김 / 판미동 / 2020년 3월
평점 :



죽음이 가르쳐 주는 온전한 삶의 의미
이 책은 저자가 수많은 환자들의 임종을 지켜보며 알게 된 삶의 의미를 다섯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정리한 것이다. 죽음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은 아마도 중학교 2학년
시절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 같은 반 짝꿍이었던 친구에게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친구는 눈물 범벅이 된 채 교실 밖을 뛰쳐나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다. 나에겐 죽음이란 그냥 슬프고 무섭고 겁이 나는 것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가까운 친척분들이 하나 둘, 그리고 조부모님이
세상을 떠나고 나니 죽음이 성큼 가까이 왔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멀다고 느껴졌다. 그러던 중 재작년 여름 2년이 넘는 암 투병을 마치고 아버지께서 소천 하시고 나서야 죽음이 바로 목전에 왔음을 자각할 수 있었다. 죽음을 터부시하고 외면하고 생각조차 하는 것을 안 좋게 여기는 나 같은 많은 이들이 있을 것 같다. 그런 이들이 읽으면 좋을 <다섯 개의 초대장>이다.
이 책의 저자인 프랭크 오스타세스키는 1987년 미국 최초의 불교
호스피스 <젠 호스피스 프로젝트>를 창립하여 현재까지
수천 명의 사람들과 삶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불교 선사로서 평생 봉사에 헌신해 오며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마음챙김과 연민에 기반한 생애 말기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10대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몇 년 뒤에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죽음과 오랜 동반자로 지내오고 있는 듯 하다.
젠 호스피스 프로젝트는 영적 통찰과 실용적 사회 활동을 결합한 미국 최초의 불교계 호스피스이다. 명상 수행자들과 죽음을 겪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러운 어울림이 존재한다.
이 프로젝트는 2500년 역사의 명상 전통의 지혜를 빌리고자 했지만, 불교의 교리를 강권하거나 불교식 죽음의 방식을 알리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사람들에게 명상하는 법을 거의 가르치지 않았고 죽음이나 죽어감에 대한 생각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벼랑 끝에 선 삶, 그 자체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세상과 저 세상 사이 바로 그곳으로 초대한다. 진정한 삶은 다른
누군가의 죽음의 순간에 비로소 시작된다.
죽음과 웰-다잉을 다룬 책들과 다르게 이 책은 어떤 이론이나 우주론이
아니라 오히려 전통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이다. 탁월한 의식과 관심을 가지고 죽음을 지켜본 한 사람이
자신의 심오한 경험을 전하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성찰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심오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죽음은 아무런 후회나 미련 없이 잘 살아가고 죽어가는
길로 안내하는 좋은 동반자이다.
미국인 중 70%는 자신의 마지막을 집에서 맞이하고 싶다고 응답했으나, 실제로는 23%밖에 되지 않는다.
70%는 병원이나 장기 요양 시설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70%정도는 덜 적극적인 치료를
받고, 좀 더 자연스러운 죽음을 원한다고 밝혔지만, 42%가
생애 마지막 6개월 동안 상당히 공격적인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75세 이상 연령층의 절반도 채 못 미치는 사람만이 자신의 마지막을 어떻게 맞이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계획했다고
한다.
①죽음의
순간까지 기다리지 말자
②세상
그 무엇이든 널리 환영하고 아무것도 밀어내지 말자
③오롯이
온전한 자아로 경험에 부딪히자
④어떤
상황 속에서도 평온한 휴식의 자리를 찾자
⑤’알지 못함’, 초심자의 그 열린 마음을 기르자
다섯 개의 초대장은 죽음을 겪어 낸 수많은 환자들의 침대 옆에 앉아서 배웠던 교훈을 경외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다섯 가지 지침은 끊임없이 탐색하고 심화활 수 있는 무한한 연습이자 수행이다.
책의 내용은 수많은 사례들로 각각의 다섯 개의 초대장에 해당하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죽음이 코 앞에 닥쳐도 사람들은 의연한 척, 태연한 척, 건강한 척 하고 있고 그것을 주변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기도 한다. 수많은
죽음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는 듯 하다. 용서, 자유, 수용, 휴식, 마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