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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사다리 - 불평등은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키스 페인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불평등은 나의 책임이 아니다
이 책은 불평등이 우리에게 끼치는 폐해들을 이야기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인이다 그렇기에 미국의 불평등을 바탕으로 쓰여졌지만 한국인이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닮아 있다 현재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면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로 손 꼽히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단어는 옛 시대의 전유물이 되어 버린 듯 하다 현재 세계 최고 부자 85명이 전 세계 빈곤층 35억명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 역사상 가장 부유한 나라인 미국에서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20%이상을 벌어들인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격차는 점점 심해지고 있어
예전에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본 기억이 난다 새로 입사한 총무과 여직원이 실수로 전체 직원들 연봉을 작성한 양식파일을 모든 직원에게 메일로 보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상당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고 불만으로 인해서 회사가 어려움에 빠졌다는 것이다 내가 얼마를 버느냐 보다는 내 옆에서 일하는 사람이 얼마를 버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점점 수치화 되어 가고 있다 그 사람의 겉치장에 들어간 시계, 벨트, 스마트폰을 비롯한 자동차, 사는 곳을 통해서 재산을 파악하고 사회적 지위를 짐작하는 건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현상이 되어 버렸다 운전자들이 공감하는 말 중에서 ‘나보다 빨리 가면 미치광이, 나보다 늦게 가면 멍청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만이 운전을 제대로 안전하게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돈을 ‘충분히’ 벌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자신을 남들과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중위 소득을 발표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중위 소득보다 못 버는 사람은 자신과 같은 사람이 주변에 넘친다고 하고 더 버는 사람은 평균 값이 낮을 걸 보니 속이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이렇듯 아무리 많이 벌어도 만족을 하면서 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학자들의 이론과 실험에 대한 내용이 인용 되었다 존 롤스의 정의론에서 가장 유명한 부분은 ‘무지의 베일’(특정한 정책안의 선택을 둘러싸고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어떠한 대안이 자신에게 유리하고 불리한지를 모르는 상황)을 이야기 하기도 하였다 저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더불어 친형의 이야기 그리고 삼촌의 이야기도 책 중간에 써서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더 현실감 있게 읽을 수 있게 저술 하였다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모습을 통해서 그들의 재산 유무를 판단했다는 실험에서 부유할수록 대화 중에 더 산만한 모습을 보이고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은 대화에 더 집중을 보였는데 부유한 사람은 대화에 신경 쓸 이유가 하나도 없는 반만, 가난한 참여자들은 상대에게 호감과 인정을 얻으려고 애쓰기 때문이라는 부분에서 씁쓸한 현실이 느껴지기도 했다 사회에 나와서 여러 사람을 만나보니 어린 시절 유복하게 자랐거나 돈에 대한 걱정이 없는 사람들은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시절 가난했거나 현재도 돈에 대한 염려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무리 밝은 표정과 과도한 몸짓을 보이지만 실상은 얼굴에 어두운 낯빛이 가득한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객관화 측량화 할 수 있는 현대를 살아가는 요즘, 불평등 자체에도 엄청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평균 소득은 살인 발생률, 유아 사망률, 비만, 범죄율처럼 사회적 문제나 기대 수명과 큰 연관성이 있지만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될 만큼 부유해지고 나면, 더 많이 번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불평등한 곳일수록 문제 발생률이 높았고, 평균 소득보다 불평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빈부 격차가 심한 지역에 사는 중산층은 빈부 격차가 덜한 곳에 사는 중산층보다 건강&사회 문제에 더 많이 시달린다 불평등은 사람들이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만들고, 불확실한 미래는 ‘빨리 살고 일찍 죽자’식의 충동적인 인생으로 그들을 내몰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근본적 귀인 오류’를 한다 마치 대졸자는 똑똑하다, 약물 중독자는 의지가 약하다, 기초 생활 수급 대상자는 게으르다 등 이러한 일반화된 편견을 사실인양 받아 들인다 왜냐하면 상황보다 사람을 생각하는 편이 더 쉽기 때문이다
포식자가 많은 곳에 사는 나비들은 성장보다는 번식에 더 많은 대사 에너지를 쏟아 부으며 일찍 번식을 시작한다 반면 포식자가 거의 없는 곳에 사는 나비들은 수명이 더 길어지기 때문에 반대의 전략을 취해 더 늦게 번식한다는 이야기는 요즘 N포 세대, 헬조선이라고 부르면서 자조하는 청년들과도 맥을 같이 하는 듯했다
보수주의자들은 대개 전통과 현상을 유지하고 싶어하기에 불평등 자체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능력, 책임을 중시하다 보면 불평등이라는 결과물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단, 계급제 자체를 수호하지 않는다 그들은 시스템 내의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다 또한 세상을 위협적이고 위험한 곳으로 보는 경향이 많다
진보주의자들은 사회의 변화를 원한다 개인의 권리와 책임, 시장 경쟁 같은 개념들에 적대적이지 않다 다만 경쟁에서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원인이 개인에게만 있는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시스템을 보고, 가난이 만연한 곳에서 빈곤이 계속 순환된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또한 세상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탐험과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많다
이 책에서 보수와 진보를 이야기 하는 것은 어느 것이 맞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으로 인해서 이 둘의 관계가 점점 더 멀어지고 대립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로 인해서 서로 건널 수 없는 강이 되는 듯한 그래프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곳이 고착되는 순간 책의 제목처럼 부러진 사다리는 다시는 고쳐지기 힘들어 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들었다
가난한 이들이 더욱더 종교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이러한 현상이 불평등으로 인해서 점점 가속화 되고 있다는 점은 놀랍기만 하다 아시아 국가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종교인의 증가가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그리고 노예 해방이 된지 350년이 되었고 백인과 흑인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생긴지도 5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미국에서 존재하는 흑인 차별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그로 인해 소득 불평등이 여전하다는 지적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흑인은 무섭고 가난하고 더럽고 게으르다는 관념, 혹은 인종의 문제가 아닌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것은 우리나라에게도 동일하게 적용 될 수 있을 듯 하다 부모의 재산과 사회적 지위가 자식 세대에게 대물림 되는 현상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자식은 그러한 것들에 대해 불평등을 가진 채 평생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불평등을 해결 하기 위해서 정부 입장에서도 여러 조건들이 행해지고 있다 불평등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해도 계층별 사다리 마져 끊어져 버린다면 소망,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는 이들이 많은 사회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루 속히 사다리가 견고해지길 바랄 뿐이다
인상 깊은 구절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유를, 불평등이 심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평등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과 다르게 행동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그래야 불평등이 어떻게 우리의 정체성을 바꿔놓는지 알아낼 수 있다』(80p)
『사람들이 빈곤감을 느끼면 근시안이 되어 지금 당장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을 취하고 미래를 무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지금 잘살고 있다고 느껴지면 미래까지 내다보게 된다』(89p)
『삶이 고달플수록 신은 더 기적적인 존재가 된다』(18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