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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에 울이 있다 - 4학년 2학기 <국어> 나 교과서 수록도서 ㅣ 푸른 동시놀이터 6
박방희 지음, 김미화 그림 / 푸른책들 / 2018년 1월
평점 :



랩 대신 동시
유치원 재롱 잔치에서 언젠가부터 아이들은 TV에서 나오는 아이돌(idol) 춤과 노래를 부르고 요즘은 랩을 부르기도 한다 그러면 부모님과 조부모님들은 아이들의 귀여운 몸짓과 노래 소리에 박수를 쳐 흥을 돋아 주곤 한다 이러한 현상이 시대를 반영하는 모습인 것을 알고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만 한다 아이들은 이제 동요를 부르지 않는다 가요를 부른다 아이들은 이젠 동시를 외우거나 읽지 않는다 영어 노래나 랩을 외운다 5살만 되어도 아이들 입에서 ‘짜증나’ ‘죽고 싶다’ ‘미친’이라는 단어가 튀어 나온다 물론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어른들이 하는 일상의 대화에서 나온 단어를 듣고 따라 하는 것이겠지만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때론 섬뜩 하기도 하다
동시(童詩)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어린이를 독자로 예상하고 어린이의 정서를 읊은 시, 어린이가 지은 시라고 나와 있다 어린이가 읽을 수 있게 지은 시라는 이야기인데 어린이들이 시를 읽지 않으니 점차 동시는 사라지는 추세이다 동시집인 <우리 속에 울이 있다>는 그런 의미로도 귀한 책인 것 같다 동시하면 보통 윤동주의 ‘서시’, 나태주의 ‘풀꽃’ 정도를 떠 올릴 것이다 그 만큼 동시에 대해서 무관심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의 감수성을 키우는 좋은 방법으로 동시를 읽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이 책은 동시기에 읽는 내내 미소를 머금고 볼 수 있다 또한 아련한 옛 추억에 잠기게 만들기도 하고 현실에서 나오는 소재를 통해서 시를 구성 하여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읽어주어도 아이들이 직접 보아도 지루하게 느끼지 않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동시 중 <엄마랑 아기랑>에 나오는 탯줄 통신, 무선 통신 이라는 대비가 무척 인상 깊었다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 무선 통신 세계를 접할 수 밖에 없다 TV 채널을 바꾸기 위해서 TV앞으로 가서 직접 손으로 바꾼 경험을 기억하는 사람은 전부 80년대 생으로써 30대 이상의 아저씨, 아줌마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무엇이든 리모콘을 통해서 제어를 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TV, 에어컨, 선풍기, 무선청소기, 드론 심지어 장난감조차 리모콘으로 작동을 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와 유선 환경, 아날로그 환경에서 자란 어른과의 공통점은 아마 어머니의 ‘탯줄’을 통해서 자라고 성장하고 출산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이 점을 대비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또한 ‘옥수수 빌라’와 ‘실 공장’이라는 표현도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과 자연의 것들을 섞음으로써 이질적이지 않음을 강조하는 듯해서 좋았다 이 책에서는 수 많은 자연 속에 존재하는 곤충, 나무의 이름들이 열거 된다 봄, 햇빛, 뭉게구름, 폭설 등을 비롯해서 개구리, 백로, 달팽이, 반딧불, 매미, 두더지, 두꺼비, 제비, 가창오리, 부엉이, 거미, 잠자리, 참새, 다람쥐 등등 그리고 감나무, 상추, 파, 오이, 옥수수, 사과, 허수아비 등을 통해서 일상 생활에서 볼 수 있거나 혹은 직접 보지 못했어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들을 통해서 묘사를 했다 한편 통신, 시집, 군사, 다림질, 경포대, 빌라, 공장, 불경기, 알파고, CCTV등 동시라는 이미지에 어쩌면 어울리지 않은 법한 단어들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친숙한 느낌을 주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융합, 통합, 창의성을 강조해야 한다 말은 많이 하지만 정작 아이들의 감수성을 비롯한 그 나이 때에 지녀야 할 것들에 대해서 무관심했던 건 아니었는지 돌아 보게 되었다 아이에게 읽어주고 부모도 어린 시절의 느낌으로 돌아 가는 동시를 통해서 깊어지는 겨울을 훈훈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엄마랑 아기랑>
배 속에선 탯줄 통신
태어나선 무선 통신
딱 맞는 주파수로 어디서든 삐리리릭
엄마랑
아기가 쓰는
배꼽 안테나랍니다
<우리 속에 울이 있다>
우리, 우리 하는 사람
저들끼리 울 만들지
우리, 우리 해 쌓이며
울 속에 갇히고선
저희도 모르는 사이
우리 속 짐승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