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성 城 - Anachronistic Zone - 조선 최대의 스팀펑크
홍준영 지음 / 멘토프레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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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재밌는 SF역사 소설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하지만 마땅한 단어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수 많은 패러디와 오마쥬, 기막힌 상상을 통해 독자들을 때론 놀랍게도 하고 당혹하게도 만들기 때문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로는 주인공으로 나오는 ‘크눕 하드니스’는 청년의 얼굴을 가졌지만 실제로는100년이 넘게 살고 있고 홀로 세상과 싸웠고 결국은 세상과 동떨어져 하늘에서 살고 있다 그가 만든 커다란 저택은 인공지능과 같이 공전하면서 살아가고 아무나 그 집에 침입 할 수가 없다 그런 그를 싫어하고 적대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세계평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세계 곳곳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디오게네스클럽’이다 그리고 2010년을 기준으로 삼았지만 여전히 왕이 있고 마마가 있는 <조선>이 주 무대이고 이들을 위한 극좌테러리스트인 ‘어깨동무’도 있다 

간략한 줄거리는 어느 날 조선에 살고 있는 아빈현주는 초능력을 가진 디오게네스클럽의 일원인 존D에게 부탁을 해서 주인공인 하드니스를 찾아간다 그녀는 그의 집을 구경하고 그를 자신의 나라로 초대를 한다 자신의 나라인 <조선>에서 열리는 연회를 초대한다 주인공은 조선이라는 나라를 인공지능인 ‘넬슨경’과 함께 찾아 간다 그는 조선의 왕인 합선대군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다 왕은 그에게 조선에서 함께 일하기를 청하지만 주인공은 거절을 한다 주인공은 왕과 함께 각설이 공연을 보는 도중 폭발음과 함께 ‘어깨동무’라는 좌파 테러리스트들이 각설이로 위장을 해서 일을 벌인벌인 것이다 그들은 주인공이 만든 ‘혁명화장치’를 손에 넣고 싸움을 시작하는데..



이 책은 SF소설보다는 판타지로 분류해야 할 정도로 손에 땀을 쥐면서 흥미 진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 이 작품은 편견과 오해, 의심으로 이뤄진 도시전설에 관련된 이야기임을 밝힌다 또한 자신도 이 책의 장르를 규정 지을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그렇듯 이 작품은 수 많은 요소들이 한데 모여 있다 재밌는 요소는 이 책에서는 선한 사람은 거의 없다 악한 사람들만 있고 누가 누가 덜 악한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자신의 상상력과 능력으로 장난감을 만들고 그것들을 팔면서 히히낙낙 거리는 주인공은 모습은 인간들의 전쟁과 폭력에는 무관심 하지만 극도로 예의를 차리는 영국인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의 모습을 반영하는 듯 하다 또한 존D로 나오는 인물은 방정 맞고 재미난 모습을 유지하지만 자신의 임무를 위해서 사람들을 무참히 죽이는 잔혹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디오게네스클럽이나 어깨동무 같은 단체들도 자신들의 입장을 위해서 폭력을 정당화하는 악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는 악을 통해서 우리에게 선이 무엇인지 악이 무엇인지 반문하는 것 같다

책은 다소 두껍지만 판타지 소설처럼 빠르게 읽혀 나가고 중간 중간 오마쥬와 패러디에 대해서는 설명이 있어서 읽는데 큰 무리는 없을 듯 하다 정말 조선이라는 나라가 현재까지 실존하였고 장영실 같은 위대한 과학자가 많이 존재한다면 저자가 상상하는 모습이 되었을까? 이러한 재미난 설정만으로도 너무나 재밌는 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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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제국 가야 - 제4의 제국, 광개토대왕에 날개 꺾이다 새로 쓴 가야사
서동인 지음 / 주류성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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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에 대해서 알아보자


가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몇 안될 것이다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가야에 대해서 배울 기회가 극히 적다 물론 가야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소설, 드라마도 거의 없기에 더욱더 가야에 대해서 알 길이 없다 검색창에 ‘가야’라고 검색을 해도 크게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저자는 가야에 관한 유물과 서적과 자료를 바탕으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서 가야사를 집필 했다

고구려.백제.신라와 함께 ‘제4의 제국’으로 불리는 가야에 관해서 이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 되어 있고 책도 400페이지가 넘는 결코 얇은 책은 아니지만 일관되게 가야의 모든 것을 총마라 하면서 설명하고 있다 또한 가야에서 발굴된 수 많은 유적, 유물들의 실물 사진과 발굴 과정, 현재 위치를 사진으로 배치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높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기엔 나의 사전 지식이 너무나 부족해서 막힘없이 술술 수월하게 읽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저자가 최대한 읽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더디지만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한국인의 뿌리를 찾아가는 노정의 한복판에 가야와 가야사가 있다고 주장한다 적어도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3세기까지의 가야는 한국인의 형성과정을 추리해볼 수 있는 표면적인 대상이 된다 저자는 3세기 중반경까지의 함안과 김해를 포함한 변진의 역사는 고조선 유민들의 역사다 고구려.백제.등과 달리 가야(변진)는 그 구성원의 상당수가 고조선 사람들이었다 여기에 부여인을 포함하여 선비계 및 흉노인 그리고 일부 고구려 사람들이 섞였을 것이라고 하면서 가야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하였을까? 무엇을 먹고, 어떤 옷을 입었으며 어떤 집에서 살았을까? 그들의 말과 글은 어떠했으며 마을과 사회, 나아가 국가는 어떤 체제를 갖고 운영되었을까? 라는 물음을 던진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제1장 : 가야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 에 상세히 설명 되어 있다

가야인들의 농업과 식생활, 가옥 구조, 의복과 장신구, 언어와 습속.음악, 수렵과 어로생활, 죽음과 장송의례, 종교와 믿음, 문자생활과 정보교환, 병장기와 전쟁에 관해 하나씩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고 있다 또한 고구려.백제.신라와 함께 가야는 고대 한국인과 한국 문화의 원형을 일구어낸 나라였다 성장기의 가야는 인접국 백제에도 꽤 많은 영향을 주었고, 신라에 병합된 뒤로는 신라 문화의 원형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고구려와 신라의 연합군이 가야를 정벌한 가야 대전 전쟁으로 고구려와 신라는 백제.가야.왜의 연합세력을 약화시켰으며, 김해가야(임나가라)가 쇠락하고 가야권은 여러 지역 세력으로 분산되었다 전쟁 이후 한반도 남부지방에서의 패권은 가야에서 신라로 옮겨갔다 전쟁 뒤에 북에서는 고구려, 남에서는 신라가 부상하게 되었으며, 고구려는 후연을 멸망시키고 서쪽으로 진출하여 북경 이남에 이르는 광대한 영역을 아울렀다 이는 과거 고조선 영역의 상당 부분을 회복한 것으로 저자는 주장한다 가야 대전 이전의 가야는 신라보다 월등한 힘과 국력을 갖고 있었지만 가야가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까닭은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약한 데 있던 게 아니라 외교적 실패에 있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가야의 지배층이 가 계급층이었으며, 가야 사회는 이들 가 계급을 중심으로 한 소국들의 분립체라는 견해를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가야는 6세기 중반까지 영남지방에 존속했던 한국의 고대 국가이다 그러나 가야는 하나로 통일된 국가를 완성하지 못한 채, 신라에 통합되었다 그래서 가야를 ‘미완의 왕국’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가야는 3~4세기 이전에 이미 한국 남부 지방에서 풍요로운 문화를 일구었으며, 2~3세기에 영남의 패권을 쥔 세력으로 성장하였다 가야 사람들은 해양과 대륙의 문화를 매개로 하여 새로운 금속혁명을 주도 하였다 그들은 이 땅에서 처음으로 철의 생산과 교역을 주도하였다

동래 복천동고분군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들은 경주 다음으로 많은 유물이 출토되었다 종류또한 다양해다 그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토기류이며 그 종류 또한 가야 지역에서 가장 많고 모양도 특이한 것들이 많다 토기류 ,철기류, 청동기류에 대해서 각각 사진과 설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이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쓴 책에서 뭉클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은 바로 제9장 : 가야 소녀 ‘송현이’와 창녕의 지배자들 을 읽으면서 당시의 가야인의 삶을 엿 보았다 주인공은 경남 창녕에서 발견된 16세 가야 소녀 ‘송현이’이다 그녀의 유골은 온전하게 발견이 되어서 12개월의 복원 작업 끝에 그녀의 삶을 추적할 수 있었다 특히 뼈를 통해서 이 어린 소녀가 살아있을 당시 다공성뼈과다증을 겪었다는 사실을 통해서 빈혈을 만성적으로 앓았다는 것, 정강이뼈와 종아리뼈에 툭 튀어 나온 부분을 통해서 매일 무릎 꿇고 시중 들며 살아서 뼈가 툭 튀어나오게 된 사실을 밝혀냈다 그녀는 1500년전 창년 지역을 다스리던 지배자의 시녀였다 어린 나이에 견디기 힘든 질병을 몇 차례 앓았으며 뼈 빠지게 일하며 주인을 섬겼다 여러 개의 충치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그녀는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치통을 견디며 살았던 것 같다 

이 책 한 권이지만 가야에 대해서 아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제자는 다른 책 <영원한 제국 가야>를 통해서 가야의 흥망성쇠를 이끌었던 철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설명 한다고 하니 다른 책도 기회가 되면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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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년 남한산성 항전일기 - 왕은 숨고 백성은 피 흘리다
나만갑 지음, 서동인 옮김 / 주류성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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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욕스러운 역사를 통해 미래를 도모하자


영화 남한산성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엄청난 흥행을 한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역사의 한 장면을 영화로 만들었음에도 이렇게 큰 인기를 끈 것은 이 영화가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토대로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치욕적인 역사가 아직도 반복 되고 있음을 한탄하는 목소리가 들리기 때문인 거 같기도 하다 병자호란을 정확히 아는 사람도 많지만 시험때문에 이름과 연도만 외운 사람도 많이 있다 또한 병자호란과 더불어 척화파(죽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청과 싸우자), 주화파(일단 싸움을 멈추고 청과 협상하여 나라를 지키고 보자)로 대비되는 인물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병자호란[丙子胡亂]은 쉽게 말해서 1636년(인조 14) 12월부터 이듬해 1월에 청나라가 조선에 대한 제2차 침입으로 일어난 전쟁이다 그 중에서 남한산성 항전은 조선의 왕과 조정은 남한산성으로 몸을 피하지만, 청의 대군에 둘러싸인 채 성 안에 고립된다. 그 속에서 추위와 굶주림, 청의 거센 압박과 무리한 요구로 인해서 끊임없는 내분에 휩싸이게 된다

이 책은 12월 12일부터 1월 28일간 약 40일간의 기록을 적은 책이다 이 책의 원저자는 나만갑으로써 저자는 전란 중 식량을 책임진 관량사로서 인조를 보필했음으로 뼈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후세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일기체 형식으로 <병자록>을 기록했다 

이 책은 병자호란 당시 인조 곁에서 조선의 여러 대신들과 함께 병자호란을 직접 겪고 나서 당시의 처참했던 사실들을 기록한 나만갑의 <병자록>중 일부를 번역한 것이다 저자인 나만갑은 지배층의 시각에서 쓴 것임으로 일반 백성이 몸으로 겪은 피눈물 나는 사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겠지만 병자호란을 직접 겪은 당사자가 남긴 일차 사료라는 데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사초에 버금갈 정도로 매일매일 청나라의 외교.군사 및 인조의 여러 가지 정치행위와 조선의 동정 등을 자세히 그리고 매우 정확히 적고 있어서 가치가 크다 [병자년 남한산성 항전일기] 이 책은 <병정록> 1~5권의 요약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번역서를 기획하게 된 이유를 현재 남과 북으로 나누인 상태에서 중국과 미국.일본.러시아에 둘려 싸여 있으므로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에 따라 나라의 안위가 달려 있다 우리가 정치.외교적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고 중심을 잡아나가지 못하면 자칫 파멸에 이를 수도 있다 역주는 미국과 가까운 만큼 중국과도 가까워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과의 관계도 될 수 있으면 원만한 관계를 이루어 그들의 협력을 얻어야 마땅하다 380여년전 이 땅에서 벌어졌던 피눈물 나는 사건은 평형외교에 실패한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명분과 지나친 자존, 우물 안 개구리 식의 외교 감각, 실리 외교의 실종이 문제 근본적인 원인은 명나라 및 청나라와의 등거리 외교를 추진하던 광해군을 인조반정이 몰아냄으로써 명나라에 편향된 외교정책을 밀어부친 데 있다 물론 당시 조선은 군사.경제적으로 보잘 것 없는 나라였으므로 14만 청나라 군대. 그 중에서도 기병의 기습전에 속절없이 당한 것이었지만 외교와 전쟁에 반드시 힘만이 전부는 아니다 정모호란과 병자호란은 어찌보면 겪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미숙한 대처와 편협한 시각으로 일으켰을지도 모르겠다 병자호란이 일어나기 40년 전 임진왜란은 비록 참혹했으나 조선이 이긴 전쟁이었다 하지만 병자호란은 임진왜란보다 더욱 참혹하였고 그 결과는 비참하였다

이 비극의 씨앗은 인조반정이었다고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은 담담히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셰익스피어 햄릿을 읽는 듯한 이질감이 너무나 심했다 문체를 비롯해서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것이 지금으로써 돌이켜 보면 너무나 안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일기체 형식의 짧은 책에서 반복되는 토론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말 장난과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급급한 모습들은 아연실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또한 이 책에서 임금의 무능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 너무나 많음에 고개를 흔들게 만든다


12월 14일 

강화도는 경성(서울)에서 걸어서 이틀이 걸리는 거리인데, 적의 기병이 추격해올 것이 두려워 임금의 수레는 수구문을 거쳐 남한산성으로 갔다

임금은 새벽에 몰래 강화도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남한산성에 들어가니 이미 모두 그것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12월 28일 

(나만갑이 임금에게 충언을 하였지만)

임금께서는 대답을 하지 않으셨다

1월 11일

예조판서 김상헌이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임금께서는 그의 말을 따르셨다


이러한 대목들을 읽으면서 멈칫 거리게 만든다 임금은 도망칠 궁리만 하고 도망을 치지 못해서 남한 산성으로 피신을 했지만 오로지 신하들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임금은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김상헌을 비롯한 자들의 의견에는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은 읽기가 매우 수월한 책은 아니다 무수하게 많은 낯선 직책과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지명들로 하여금 다소 집중력을 떨어트리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책 중간중간 현재의 위치와 설명에 대한 사진을 통해서 380년전 역사를 지금 현재로 단번에 가지고 온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영화 <남한산성>을 보고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다시금 읽어 보았다 역사의 소용돌이를 더욱더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극한으로 치닫는 대립은 실제로는 없었지만 어쩌면 영화나 소설보다 더욱더 참혹한 현실은 나만갑의 <병자록>이 더욱더 생생하게 그려진 것 같다 이 책은 두고두고 읽어 봐야 할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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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 -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와 함께한 딸의 기록
하윤재 지음 / 판미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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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랑 같이 살고 있는 엄마

 

치매에 걸렸다고 표현을 쉽게 한다 마치 감기에 걸렸다는 식이다 하지만 치매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애써 모른 척 외면하고 싶어진다 현재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평균 수명은 80세를 넘었다 치매는 피할 수 없는 병이 되어 버렸다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은 일명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서서히 발병하여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악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병이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겐 ‘치매’로 명명된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치매는 바보가 되는 병이라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6%는 ‘그렇다’라고 대답했을 정도로 대다수 국민들은 치매에 대해 무관심 하고 또한 남의 일처럼 여긴다 하지만 머지 않은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치매인구는 1억명이 된다 그리고 이미 치매는 세계적으로 'Common disease' 이 되었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일반적인 질병으로 분류되고 있는 현실이다 치매는 한번 발병이 되면 100%완치가 불가능한 질병으로 알려져 있어서 사람들의 막연한 공포심을 자극한다 현재 대한민국 치매 환자는 70만명에 이르고 65세~75세 노인 중 10명 중 3이 치매 환자이지만 하지만 88세 이상 노인 중 10명 중 5명으로 급증한다 치매 환자 1명을 치료하는데 드는 연간 비용은 2천만원으로 환자 한 명으로 가족 모두 파탄을 경험 하기도 한다 2025년되면 대한민국 치매 인구는 대략 1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치매 증가율로써 심각한 국가적 재난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제 19대 대통령인 문재인 대통령 보건복지 공약1호는 일명 치매국가책임제로써 국가가 치매환자를 책임 지겠다는 것이다 사람이 치매에 걸리면 즐거운 기억은 남겨두고 괴로운 것부터 순서대로 잊어간다고 한다 남성 환자들에게 아내의 이름을 물어보면 거의 기억을 하는데, 많은 여성 환자들은 남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여성 환자들에게 남편이란 즐거운 기억이기보단 괴로운 기억으로 남아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으로써 설명한다

이 책은 막내딸인 저자와 10년전 치매 진단을 받은 엄마가 함께 혹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을 적나라하게 이야기 해준다 저자는 치매 환자의 상태를 손쉽게 판단하는 데 있어서 시간, 장소, 인물은 중요한 잣대가 된다고 설명 한다 초기, 중기, 말기로 환자를 분류 할 수 있는데 시간 상실이 초기 단계이고 장소 상실이 중기 단계이며 인물 상실이 말기 단계라는 것이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 되어 있다 시간, 장소, 인물 순으로 배치함으로써 마치 치매의 흐름에 따라서 읽어 나갈 수 있다 2007년 저자는 어머니가 나물 반찬을 하지 않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겨서 억지로 병원을 가서 검사를 받고 치매 초기라는 진단을 받고 나서 치매에 대해서 마음으로 행동으로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외할머니, 친할머니가 치매를 앓았기에 저자는 엄마가 받을 충격으로 인하여 비밀로 부친다 저자는 치매초기인 엄마와 10년간을 동거동락 하면서 시간, 장소, 인물에 대해서 어떻게 상실되어 가는지 여러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치매하면 막연하게 떠오르는 괴성을 지르고 새벽에 돌아다니고 벽에 똥칠하는 모습만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준다 물론 소리를 지르고 새벽에 돌아다니고 벽에 똥칠을 하는 모습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마트에서 사온 치약 한 묶음이 한달 뒤 소파 밑에서 발견하는 이야기, 세탁해 드린 속옷 개수와 남아 있는 개수가 달라 진걸 알고 나서 집 안 곳곳에서 실수를 범한 엄마의 속옷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등은 독자들로 하여금 기억의 상실로 초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해서 상상이 아닌 현실임을 인지 시켜 준다

유행가 가사처럼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저자네 집에는 100년된 감나무가 있었고 그 감은 참 맛있어서 먹고 싶어하는 친척들이 많았다 하지만 엄마는 식구들에게 먹으라고 강요하기만 할 뿐 본인이 감을 먹는 법은 없었다 감을 싫어하는 줄로만 알았던 엄마가 실은 매우 감을 좋아한다는 것을 재작년에 우연히 엄마에게 한 번 드려봤더니 얼른 접시를 받아 들고는 껍질까지 다 먹어 치웠다 그날 이후 나는 엄마에게 매일 감을 드리기 시작했다라는 문구는 먹먹하게 만든다 평생을 자식과 남을 위해서 숨겨놓았던 식성을 기억의 상실로 인해서 드러난 순간이다

또한 어느 날 새벽 엄마가 소변 실수를 한 것을 발견 했다 옷장 속으로 숨으려는 사람 같았다 30년 넘게 드나들던 방문의 위치를 잊고 엄마가 스스로 얼마나 당황했는지 안방의 상태가 말해 주고 있었다 엄마를 씻겨 드리는 동안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부터 엄마 방에 스탠드를, 화장실에는 전등을 밤새도록 켜 놓기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저자는 숨죽여 운 사실을 고백한다 저자는 요양 보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4주간의 이론 수업, 5일간의 요양원 실습, 5일간의 재가 실습을 통해서 요양 보호사 자격증을 따기도 한다 이러한 저자의 지극한 정성 덕분인지 엄마의 상태는 아주 천천히 나빠지고 있어서 10년이 된 지금 3기에 접어 들고 있다고 한다 치매는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두려워 하거나 미리 겁낼 필요도 없다 현대 의학이 아무리 좋아진들 사람은 결국은 병들고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애써 담담히 주어진 삶을 살면 될 것 같다 그 어떤 병에 걸리든

 

 

 

 

 

 

인상 깊은 구절들

 

『엄마의 치매는 이 세상에서 어느 누구보다 엄마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내 오만에 대해 하나하나 일깨워 주고 있다』(85p)

『엄마는 치매에 걸려도 영원한 엄마이기에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식에게 먼저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처지였을 것이다』(1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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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에프 클래식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송아리 옮김 / F(에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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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걸 잊고 살고 있지는 않을까?


어린 왕자로 유명한 생텍쥐페리의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산문집은 소설 같은 느낌을 강하게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이 녹아 있는 글이어서 그런지 구체적인 묘사가 일품인 책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90여년 전인 1926년을 중심으로 책의 내용은 전개가 된다 세계 1,2차 대전을 몸소 겪은 저자여서 그런지 전쟁에 대한 언급과 삶,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지금도 야간 비행은 어렵고 힘들겠지만 당시의 기술로는 생명을 건 비행이지만 저자는 끊임없는 비행을 통해서 자신이 느낀 경험을 잔잔하게 그려 낸다 특히 저자는 책을 통해서 전쟁으로 인해서 감성이 메마른 사람들에게 별, 사막등과 같은 자연으로 하여금 다시 감성에 불을 지피려고 하는 노력이 엿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은 소설처럼 읽히지만 자전적 에세이로 보아야 더 정확 할 것 같다 비행을 주 내용으로 삼고 있지만 각 인물들간의 대화, 독백을 통한 인간미를 마음껏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어서 읽는 동안 조금은 갸우뚱 하게 만들었지만 이내 저자가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 특히 사막 한가운데에서 추락을 하고 인질로 잡히고 협상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부분은 마치 소설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저자가 경험을 한 것이라고 하니 더욱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시대가 변함으로써 이제는 점점 흐릿해지는 삶을 대하는 태도, 열정, 우정, 사랑등에 저자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고 불변해야 될 것임을 보여주는 듯 하다 책의 마지막 문장이 전쟁을 겪고 있는 독자들에게, 그리고 그로부터 90년이 지나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울퉁불퉁한 저 사람들도, 저 추함도 아니다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각자의 내면에서 살해당한 모차르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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