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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애들이랑 똑같이 할 수가 없어
유아사 쇼타 지음, 이시이 기요타카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22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현직 소아과 의사가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쓴 책
이 책은 장애가 있는 동생을 둔 형의 솔직한 마음을 잘 보여준다. 책의 저자는 현직 소아과 의사이며 자신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씌여졌기에 장애를 가진 형, 누나, 언니, 동생을 둔 이들이 읽으면 많은 공감과 위로가 될 듯 하다. 서문에 있듯이 ‘너는 혼자가 아니야’ 라고 말해주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을까? 장애가 있는 동생을 둔 형의 진짜 속마음은 어떨까?
나는 동생이 좋다. 하지만 같이 있으면 내 마음은 구겨진 공이처럼 엉망이 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나쁜 아이일까? 동생은 예전부터 좀 이상했다. 다들 춤추고 있는데 동생만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굳은 듯 서 있기만 하다. 휘청대며 뛰다가 넘어지기 일쑤고 말은 더듬고 글씨는 흐늘흐늘. 그런 동생을 보면서 아이들은 웃고 수군댄다. 그럴 때마다 나도 어쩐지 창피하다. 동생은 뭘 하든 느리다. 체육복 챙기는 것, 신발 신는 것 등등. 집에서는 엄마, 아빠 모두 동생만 챙긴다. 늘 외톨이가 된 기분이다. 동생은 그저 싱긋거리며 나에게 말을 걸고 내 마음은 아랑곳없이 나한테 들러 붙는다.
어느 날 동생이 친구들에게 쫓겨 정글짐 속에 숨어들어 있었다. 동생은 이마를 들이밀어 꾹 대고는 이렇게 말했다. '형아 나는 다른 애들이랑 똑같이 할 수가 없어‘ 그날 후회의 눈물이 솟구쳤다. 동생을 좀 더 알고 싶어졌다. 동생을 눈여겨보니 동생 마음에 손을 대 보니 동생을 잘 알 수 있었다. 늘 교실 한구석에 혼자 가만히 있는 건 다른 애들이랑 같이 잘 놀 수 없어 미움 받을 까 두려워서라는 걸, 누군가 혼나고 있을 때 무서워 떠는 건 꼭 자신이 혼나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라는 걸, 아이들이 놀려도 싱긋싱긋 웃기만 하는 건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몰라 있는 힘껏 참느라 그런 거라는 걸,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장애인 혐오는 유서가 깊다. 속담은 옛말이고, 옛말 그른 것 하나 없다는 얘기도 하지만 속담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장애인에 대한 비하와 혐오의 정소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귀머거리 들으나 마나'
'벙어리가 서장질을 해도 제 속이 있다'
'장님이 넘어지면 지팡이 나쁘다 한다'
'문둥이 죽이고 살인한다'
귀머거리, 벙어리, 장님, 문둥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혐오다. 귀머거리는 청각장애인으로, 벙어리는 언어장애인으로, 장님은 시각장애인으로, 문둥이는 나환자로 불러야 한다. 비장애인들은 흔히 장애를 결핍으로 본다. 이 때문에 장애인은 기피의 대상 혹은 동정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조금만 인식을 바꾸면 장애는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장애는 결핍이 아니라 '차이'다. 비정상이 아니라 또 다른 정상, 무능이 아니라 또 다른 능력이다. 장애인은 모자란 존재가 아니라 또 다른 존재라는 것을 잘 알려주는 동화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