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 가더라도 제대로 가자
어린 시절 나는 꿈이 없었다.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른들이 습관적으로 물어봐도 글쎄요 하고는 회피했다. 그러나 잘 살고는 싶었다. 물론 경제적인 부문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보다는 삶을 충실하게 보내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잘한 결정이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잘살기는 매우 어려워진다. 삶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아니면 스스로가 그렇게 만드는지도.
수학을 못했다. 객관적으로 점수가 나빴다. 중학교까지는 어찌어찌 외워서 풀곤 했는데 고등학교에 가자 한계가 왔다. 선생 핑계를 댔다. 학생인 내가 보기에도 원리를 잘 모르는 분이었다. 뒤늦게 온 사춘기와 학교에 대한 반항심으로 수학을 내려놨다. 다른 과목으로 보충하여 전체적으로는 꽤 상위권을 유지했다. 주변에서도 내가 수학을 못하는 줄 모르고 있었다. 조마조마했다. 언제 들통이 날지 몰랐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학에 와서는 수학을 모른다고 욕하는 이들이 없었다. 모두가 운동(?)을 할 때였다. 그깟 숫자나 기호가 지금 웬 말이냐? 독재타도가 사명이다.
콤플렉스는 깊숙이 잠재되어 있다가 뜻밖의 사건으로 돌출되기 마련이다. 첫 직장에서 나는 숫자를 다루었다.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생계가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선배들을 찾아 수소문해보았지만 성과는 없었다. 그들도 몰랐다.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해당 분야에서 꽤 오래 경력을 쌓은 사람들인데, 그냥 매뉴얼대로 해.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게 싫었다. 더디 가더라도 제대로 가자. 이사 중 한분이 교수로 있는 대학에 찾아가 무작정 통계수업을 들었다. 지금 보면 어떻게 그런 만용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운이 좋았던지 받아줬고 한 학기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수포자들이 너무 많다. 마치 자랑삼아 말하는 이들도 간혹 있지만 사실은 가슴 깊이 수치심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교단에 불려나가 칠판 앞에 서서 낮선 숫자와 기호를 마주볼 때의 막막함은 간혹 꿈속에서도 등장한다. 통계수업으로 자신을 얻고 서너 차례 수학공부를 시도했다. 그럴 때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끝을 보지 못했다. 이 나이에 무슨 수학이람? 돈 되는 것도 아니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지루한 재택근무가 이어지고 있다. 유일한 장점은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 역설적으로 무엇인가에 몰두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때마침 교육방송에서도 온라인 강의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당연히 수학도 포함되어 있다. 단계도 다양하다. 초등부터 고등까지. 어느 정도 수학에 자신이 있다면 고등부터 하면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중학교 수준부터 추천하다.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다. 그마저도 어렵다면 초등수준부터 시작해도 좋다. 창피할 게 뭐 있는가? 어차피 온라인인데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자, 다들 시작해보자, 그래야 나도 힘이 난다.
수학은 중도에 포기하기 딱 좋은 과목이다. 급한 마음에 서너 달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최소 3년 이상은 꾸준히 해서 감을 익혀야 한다, 원리만 안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계속 풀어야 한다. 특히 응용문제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과연 이렇게까지 수학을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그래도 적어도 치매 예방은 되지 않겠어요?
관련 사이트
초등수학 www.ebsmath.co.kr/
중등수학 https://mid.ebs.co.kr
고등수학 www.ebs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