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젼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기네스 팰트로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재난은 블록버스트 영화의 단골 소재다. 일상에서 체험하기 어려운 박진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현실이 된다면? <컨테이젼>은 코비드 19 사태로 인해 새삼 주목받는 영화가 되었다. 바이러스의 발생과 전파경로, 대처와 극복방안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역설적으로 너무 실제 같아서 도리어 영화는 재미가 떨어진다. 과학자와 정부 관료, 그리고 제약 회사 간 갈등은 주먹이 아닌 말로 이루어진다. 결국 2천만 명이 넘는 희생을 딛고 백신은 개발되고 세상은 다시 평화를 얻는다. 감독은 어쩌면 이러한 사태를 예건했던 게 아닐까? 제이피모건이 한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확진자 만 명 선에 이르러서야 기세가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을 때 '맞아, 그래' 하며 고개를 끄덕인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전문가들조차. 그러나 어느새 우리는 그 숫자에 육박했고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나 언제 어디서 또 다른 집단감염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있다. 우리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섰고, 다시 옛날로 돌아갈 방법도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렘이라는 기억을 소환해 준 박하우스 전집. 어렵사리 구했기에 더 애착이 간다. 


잠을 줄여가며 클래시컬 음악을 듣던 시절 


가장 최근 설랬던 기억을 떠올려 보니 딱히 없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현재 같은 삶을 살았다. 먹고 자고 읽고 쓰고 듣고 일하고 쉬고 걷고 뛰고 춤추고 수영하는 나날이었다. 나름 충실한 하루하루였지만 솔직히 설레지는 않았다. 


설렘이란 뜻밖의 기대가 충족될 때 생긴다. 이를 테면 첫 눈에 반한 여성 혹은 남성과 어렵사리 첫 데이트 약속을 받아내고 약속장소로 향할 때의 기분같다고나 할까? 물론 그 정도는 아니지만 사소한 일에도 느낄 수 있다. 어제 내가 그랬다. 사고 깊은 음반이 있었다. 아차 하는 순간에 품절이 되고 말았다. 재입고 되겠지하고 기다렸는데 아뿔싸 절판이란다. 곧 다시 판매할 계획이 없다는 소리다. 아마도 한 장 초판만 내놓은 모양이다. 어렵사리 중고물건이 나와 구매직전까지 갔는데 판매자의 변심으로 그만 중단. 이판사판 심정으로 웃돈을 7만 원이나 더 주로 해외직구를 하려고 뒤지는데 그마저도 취소. 그놈의 코로나 코로나 코로나 때문에. 


이쯤 되면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려는데 우연히 구글을 검색하다 용산의 음반 판매점에 있단다. 확인해 보니 틀림없었다. 택배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기쁜 마음에 직접 방문하겠다고 했다. 순간 내 시계바늘은 거의 10년 전으로 돌아갔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구체적으로 일주일에 두 번은 용산에 들렀다. 엘피판을 사기 위해서였다. 직장이 신촌이고 집이 인천이었으니 오고가는 데만 해도 벅찬데 그 와중에 음반가게 들어 음악도 듣고 판도 고르며 점원이 건네준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정말 그 때는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클래시컬 음악을 들었는데. 하도 오랜만이라 길이 헷갈릴 법도 한데 신용산 역에 내려 굴다리를 보자마다 옛 기억이 바로 떠올랐다. 얼마나 자주 오고갔는지 셀 수도 없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예전에 가곤 했던 그 가게는 애써 찾지 않았다. 그대로 있든 사라졌던 추억은 추억일 뿐이니까. 


결국 음반을 구입하고 집에 돌아왔다. 아직 비닐도 뜯지 않은 채 고이 모셔두고 있다. 언젠가 듣게 되겠지만 당분간은 그 모습 그대로 보존할 생각이다. 왠지 포장을 벗기는 순간 설레는 발걸음의 여운도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다. 이 기분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첫 음반부터 들어봐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차은우, 핸섬 타이거즈의 가장 큰 수혜자. 

잘생긴 외모뿐만 아니라 성실한 자세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020년 3월 27일 <진짜 농구, 핸섬 타이거즈>가 막을 내렸다. 아마추어 농구 팀의 도전기를 다룬 이 프로그램은 의외의 사태를 맞아 나름 인기를 끌었다. 스포츠가 사라진 세상에서 예능에서나마 제대로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방송은 다큐에 가까웠다. 제작진의 의도인지 아니면 서장훈 씨의 출연 조건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웃음기 싹 빼고 그야말로 경기장면 위주로 편집했다. 덕분에 쓸데없는 간섭 없이 오로지 농구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첫 방송에서의 이상한 연애설정만 빼고.  


결과는 다소 아쉬웠다. 예선전은 통과했지만 6강 전에서 바로 탈락했다. 나름 농구 좀 한다는 연예인들을 모았지만 몇 년간 손발을 맞춰온 팀들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예상된 결과였지만 지면 프로그램이 종영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아쉬웠다. 이제 좀 어느 정도 팀다운 팀이 된 것 같았는데.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락커룸에서 일부 선수가 눈물을 쏟았던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은 서장훈과 차은우다. 서장훈씨는 이미 <우리들의 공교시>에서 고등학교 아마추어 팀을 지도한 적 있다. 방송을 보면서 스스로는 물론 학생들에게도 매우 엄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에도 변함이 없었다. 방송임을 감안하면 후보 선수들을 승패가 결정된 마지막 경기에 투입할 만도 한데 꿈적도 하지 않았다. 차은우씨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얼굴천재라는 말답게 외모로 한몫 본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은근히 승부욕이 강하고 열심히 배우려는 자세도 돋보였다. 실제로 방송 초반에는 실력이 가장 떨어지는 팀원 중 한명이었는데 갈수록 기량이 늘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심지어는 3점 슛도 한 경기에서 네댓 개 정도 터뜨릴 정도로. 


스포츠 중계가 없어 아쉽다는 이들이 많다. 우리나라뿐만 다른 국가에서도 올 스톱되었으니 답답할 만도 하다. 문제는 보는 행위뿐만 아니라 하는 것도 중단되었다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매주 습관처럼 하던 수영도 발걸음을 끊은 지 두 달이 되어가고 삶의 서너가지 낙 중 하나인 댄스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은 뼈아프다. 대신 등산은 꾸준히 하고 있다. 다행히 집주변에 크고 작은 산이 있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루트를 개발해 되도록 혼자 다니고 있다. 


사진 출처 : 스포츠 경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거칠고 투박하게 쓴 글은 스스로를 부끄럽게 할 뿐이다


송인 박지윤씨가 소설네트워크에 남긴 말로 곤욕을 치렀다. 가족끼리 조용히 여행을 다녀온 듯 한데 그 사실을 개인계정에 올린 것이다. 누군가 사회적 거리를 실천해야 할 공인께서 이런 글과 사진을 올리는 건 자제해야 하지 않냐고 하자 그만 박 씨가 폭발하고 말았다. 여기까지가 내가 아는 내용이다. 혹시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란다. 


개인적인 영역과 사회적인 부분을 헷갈리고나 말과 글을 혼동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곧 자신은 개인적으로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사회적인 글로 전달된다. 인스타그램을 일기장이나 낙서장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은 모두가 보는 공개노트임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알더라도 깜빡하거나. 아무리 비밀계정을 걸어 소수가 공유한다고 하더라도 해킹 한방이면 바로 뚫린다. 굳이 비밀로 하지 않더라도 혼자 있는 계정이 아닌 이상 누군가는 볼 것이고 그 사람이 과연 퍼뜨리지 말라는 법도 없다. 


나는 에스엔에스를 포함한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일절 이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카톡마저. 오로지 휴대전화의 문자 기능과 인터넷 이메일만 활용한다. 이유는 여러가지이지만 그중 으뜸은 허비하는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곧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일뿐만 아니라 언제 올지 모르는 메시지들을 확인해야 하는 긴장된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큰 불편을 겪지 않고 살아간다. 


글은 남는다. 이곳에 남기는 글도 사실은 바로 적는 게 아니다. 우선 한글에서 초벌을 쓰고 기본 맞춤법 검사를 한다. 그러고 나서도 어색한 표현이나 미처 보지 못했던 에러를 찾아내 서너 번 정도 수정하고 최종본을 올린다. 물론 잘못된 내용이나 적절한 지적을 받으면 언제든 고친다. 왜 이런 수고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글은 말과 달리 언제나 남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우리가 조선시대 왕들의 행태를 알 수 있는 이유도 기록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곧 글자로 남아있어 가능했다. 만약 글 없이 말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부풀리거나 왜곡되어 전달되었을 것이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건 글이다. 


내 글에도 댓글이 달린다. 무조건 고마운 일이다. 누군가의 글에 자신의 의견을 표력하는 건 꽤 수고스러운 일이다. 칭찬이든 비판이든. 문제는 표현이다. 답글을 쓰기 전에 그 글을 자신이 읽는다고 생각하면 심한 말은 하기 어려울 것이다. 만약 곁에 있다고 상상해보라. 그럴 수 있겠는가? 글은 익명의 그늘에 숨어 마구 뿜어내라고 있는 게 아니다. 문자로 전송되는 순간 그 글은 영원히 남는다.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하고 얼버무릴 수도 없다. 거칠고 투박하게 쓴 글은 스스로를 부끄럽게 할 뿐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20-03-28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이지 2020-03-28 10:29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알라딘에서는 아무래도 편안하게 속마음을 나누기도 하지요. 모두 글로 맺어진 친구들이니까요.
 
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작품 하나로 이미 히가시노 게이고는 자신의 작품 세상을 완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