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2disc) - 할인행사
브래드 실버링 감독, 짐 캐리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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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상 최후의 안식처는 아이들의 마음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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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2disc) - 할인행사
브래드 실버링 감독, 짐 캐리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대중 활동을 열심히 하는 작가를 보면 저건 가짜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방송에 나와 입담을 풀거나 저자 강연회를 핑계 삼아 돈을 챙기거나 하는 이들은 소설가 타이틀을 내려놓고 본격적인 예능인의 길을 걷길 바란다. 어쭙잖은 지식이 행세 하지 말고. 


레모니 스니켓은 미스터리한 라이터다. 스스로의 정체를 단 한 번도 드러낸 적도 들킨 적도 없다. 독자들은 그 점을 더 마음에 들어 하겠지만 나는 보는 시각이 다르다. 그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한다. 곧 마케팅용 은둔이 아니라 진짜 그런 거다. 이유는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나 등장인물은 부끄러운 자기 모습이거나 분신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건 가짜다.


<위험한 대결>은 소설이 나왔을 때부터 영화화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핵심은 누가 울라프 백작을 맡느냐했다. 결론은 싱겁게 내려졌다. 짐 케리 말고 누가 그 역할을 하겠어? 예상은 적중했다. 짐은 역대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안타깝게 영화가 아동용이라는 편견으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하루아침에 고아가 되어버린 삼남매. 친척집을 전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만 어이들에게는 유산이 있었다. 이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접근하는 악마가 있었으니 바로 울라프. 그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삼남매 주변을 돌며 괴롭히기 시작하는데.


영화는 괴기스럽기보다 코믹을 택했다. 원작 특유의 그로테스크함은 엔딩 크레딧의 애니메이션에서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뚜렷하게 전해진다. 삼남매가 갖은 고난을 겪으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최후의 안식처를 찾기 위한 갈망 덕이었다. 그 피난처는 결국 아이들의 마음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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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


평소 교훈하면 고리타분한 느낌이 든다. 늙은이들이 습관적으로 되뇌는 레파토리같다고나 할까? 그러나 어느 정도 나이를 들고보니 교훈이야말로 살아가는 지혜라는 생각이 든다. 코비드 19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여전히 진행 중이고 과연 언제 끝날지 불분명하지만 한국이 성공사례인건 분명하다. 그 이유는 사망률이나 확진 속도 저하가 아니라 일상과 경제활동을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방어하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 발원인 바이러스가 한국에서 대규모로 퍼질 때만 해도 우리는 스스로를 자책하기에 바빴다. 왜 중국인들을 바로 막지 않았느냐? 종식운운하며 돌아다니라고 했느냐? 맞다. 실수였다. 그러나 그 때 지금처럼 전 세계가 바이러스 공포증을 앓게 될 곳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매를 먼저 맞았을 뿐이다. 


뉴욕 타임스가 공식적으로 한국을 바이러스 퇴치 성공국가로 꼽았다(How Korea Did It?, 2020년 3월 25일). 지나친 자화자찬이라기에는 기사가 매우 분석적이다. 무엇보다 중국과 같은 강제격리나 도시봉쇄 조치가 없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자유국가들 처지에서 보면 중국처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항에서 한국은 모범사례임에 틀림없다. 신문은 한국에서 배울 교훈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정부의 조기 개입, 광범위한 테스트, 감염자 추적분리, 국민들의 협조. 어쩌면 당연한 것 같지만 지나고 보니 참 대단한 일을 해냈다. 문제는 다른 나라들이 한국의 경로를 따를 수 있느냐이다. 전문가들은 거대한 세 개의 허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의지, 국민들의 지지, 그리고 타이밍. 앞의 두 가지는 어떻게 해서든 흉내낼 수 있겠지만 마지막 조건은 이미 늦었기 때문에 뒷북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불행한 일이다. 


관련 기사 : Coronavirus in South Korea: How 'trace, test and treat' may be saving lives

https://www.bbc.com/news/world-asia-51836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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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을 한결같이 한 자리를 지켜온 배철수씨에게 박수를 보낸다.


1990년 우리나라에서 팝 음악의 사양기 때 출발했지만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방송 30주년을 맞았다. 정확하게는 1990년 3월 19일 첫 전파를 탔다. 한 프로그램이 이름을 바꾸지 않은 채 이토록 오래 지속되는 건 놀라운 일이다. 더욱 충격적인 건(?) 진행자가 교체되지 않았다. 곧 배철수씨가 계속 디제이를 했다. 물론 중간 중간 휴가로 빠기거나 대타로 다른 사람이 들어온 적은 있지만 그건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정직하게 말해 이 방송을 꾸준히 들었던 편은 아니다. 말 그대로 오며가며 주파수를 돌리다 듣곤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저녁 6시에서 한 시간 동안은 교육방송 라디오의 잉글리시 고고를 꼬박꼬박 챙기기 때문에 이 시간에는 전혀 접하지 못한다. 참고로 이지지EGG도 이번 주가 마지막이다. 14년 동안 터줏대감 같은 프로였는데 매우 안타깝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이 방송의 진행자도 단 한 번도 교체되지 않았다. 공동 디제이는 바뀌곤 했지만. 그럼에도 꼭 챙겨듣는 코너는 있다. 월요일의 '김세윤의 영화음악', 목요일의 '임진모의 스쿨 오브 락'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만약 못 들으면 다시듣기로라도 챙긴다.

 

음악캠프는 팝 음악을 전문으로 틀어준다. 다시 말해 가요는 취급하지 않는다. 작년 비티에스 노래가 빌보드에 오르자 음악이 흘러나온 기억이 있다. 대중가요가 아닌 코리안 팝 대접을 받은 것이다. 그렇지만 비티에스가 예외적일 정도로 줄곧 서양 팝만 전담했다. 한 때 팝송의 전성시대가 있었지만 90년대 들어 축이 가요로 돌아섰다. 역설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팝의 사양기 때 출발했다. 초창기에는 배철수씨도 오래 가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다. 한 1년만 잘리지 않고 방송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데. 


한 우물을 오래 파면 어떤 형태든 결실을 보게 마련이다. 팝 음악을 전문으로 하다 보니 어느새 독자적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를 찾는 이름 있는 서양 가수나 밴드는 무조건 이 프로에 출연하고 싶어 한다. 유일한 창구가 된 셈이다. 올해는 무대를 비비씨로 옮겨 영국에서 라이브로 진행하기도 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거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올라간 것이겠지만.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언제까지 하게 될지, 디제이는 교체되지 않고 계속 하든 안하든 내 관심사가 아니다. 언제나처럼 친숙한 시그널 송을 듣고 항상 당대의 음악을 들으면 젊은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배출수씨의 힘찬 목소리를 듣고 싶을 뿐이다. 오늘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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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알아본 디터 람스 다자인 턴테이블. 일명 백설공주관. 


Less BUT Better


제이티비씨의 유랑마켓을 보다 깜짝 놀랐다. 초대 손님으로 나온 빽가의 안목에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본업은 가수이지만 사진작가로 더 잘 알려진 그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구체적으로 그가 살고 있는 집은 매우 심플하면서도 취향이 잘 드러나 있다. 화려한 인테리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포인트로 사진을 배치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정작 내 마음을 끌어당기건 엘피와 오디오다. 아직도 오래된 레코드로 음악을 듣고 즐긴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특히 턴테이블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누가 봐도 디터 람스 작품이었다. 람스는 현대 산업 디자인의 아비지로 불린다. 우리가 현재 흔히 접하고 있는 애플 디자인도 사실은 그의 작업에 영감을 받았다. 그만큼 영향력이 대단하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예술가인척하며 명품 다자인만 한 게 아니다.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계산기나 면도기, 알람시계, 헤어드라이어, 라디오 같은 생활용품도 디자인했다. 이들 제품은 이후 하나의 표준이 되어 누구나 따라하는 시그니처가 되었다. 오늘 글은 맛보기에 불과하니 다음에 기회를 만들어 그의 작품세계를 차근차근 풀어보겠다.


사진 출처: 이뉴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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