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연에서 만드는 추억의 건빵


당연히 별사탕도 들어 있다 


군대에 다녀온 분이라면 다들 건빵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게도 있다. 사회에 있을 때는 거저 줘도 안 먹었는데 입소하자마자 완전히 입맛이 바뀌었다. 보충대에서도 나눠준 것 같은데 기억이 전혀 없고 신병훈련소 때는 뚜렷이 떠오른다. 보급 받은 건빵은 그날 모두 먹어야 하는데 원칙인데 워낙 딱딱하고 양도 많아 남기게 마련이다. 다음 받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남은 건빵은 관물대 구석에 짱박아 두곤 했다. 그러나 일석점호 시간에 매번 뺏기곤 했다. 얼차려는 덤이었다. 그 땐 그게 참 야속했다. 희한한 건 이런 아쉬움은 자대에 가면서 슬슬 옅어지다가 상병쯤 되면 사회인이었을 때와 똑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아, 이걸 뭐 매번 주냐, 야 신병 너나 먹어라, 하고 던져준다.


갑자기 건빵이 먹고 싶어졌다. 아쉬운 대로 동네 마트에서 하나 사왔다. 먹긴 먹었는데 그 맛이 아니다. 뻑뻑한 느낌을 없애려고 튀기는 바람에 고유의 느낌이 전혀 없었다. 곧 너무 부드러웠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비슷한 맛을 낸다고 선전하는 것이 몇 몇 있었다. 문제는 단가가 싸서 대량으로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냥 옛 정이 떠올라 먹고 싶었던 거지, 주식처럼 섭취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이마트에서 <추억의 건빵>을 발견했다. 봉투부터 고전적이라 호감이 갔다. 건빵도 적당히 퍽퍽해서 마음에 들었다. 절로 우유와 함께 먹고 싶은 맛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뻤던 것 별사탕. 별별 소문의 진원지라 더욱 흥미를 유발하곤 했는데. 흉내만 낸 것이 아니라 꽤 큰 비닐봉투 안에 무려 열 한 개가 들어있다. 참고로 색깔도 군대에서처럼 모두 하얗다. 예전 같으면 금세 한 봉지 비울 텐데, 입맛이 변했는지 아니면 늙었는지 조금씩 조금씩 나눠 먹었다. 그래도 과자를 거의 입에 대지 않던 내게는 놀라운 사건이었다. 다음에 마트에 들릴 일이 생기면 대여섯 개 구입해서 절반 정도는 어머니께 드리고 싶다. 참고로 개당 가격은 950원. 


* 이 글은 해당 업체를 포함한 어떠한 단체나 기관의 후원 없이 썼습니다. 직접 먹어보고 정보차원에서 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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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그냥 녹지같지만 사실은 육교다. 계단을 없애고 잔디를 깔아 편하게 이동이 가능하다. 분당 중앙공원 주변에는 이러한 계단없는 육교가 4개 있어 인근 주민들이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계단없는 육교 걸어보셨나요?


분당에 대한 내 인상은 썩 좋지 못했다. 신도시 초창기 어수선한 모습과 불편한 교통이 기억에 남아서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다음에도 내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친척들이 살고 있어 가끔 방문하면서도 불만만 가득했다. 작년에는 몸이 좋지 않아 지인의 소개로 정자역 근처 병원에 다녔다. 일주일에 한번 가는 그 길이 내게는 고욕이었다. 일단 다리가 불편하니 지하철 타기가 힘들고 진료를 마치고 식사라도 하려면 어두침침한 분위기와 담배 쩔은 내가 진동해서 재빨리 옮기곤 했다. 이래저래 분당은 나와 맞지 않았다. 


올해 또다시 전세계약기간이 찾아왔다. 이번에야말로 이사를 가자라고 마음을 먹고 대안을 찾다보니 분당이 레이더에 걸렸다. 아무래도 서울보다는 전세가가 싸고 공급이 많아 선택의 여지가 많아보였다. 게다가 아파트먼트를 무조건 벗어나자가 목표였기 때문에 분당 외에 다른 대안이 별로 없었다. 그렇게 찾은 곳이 000이다. 처음 가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주택단지가 있구나? 게다가 근처에는 교통시설과 상업 인프라, 그리고 공원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지난 토요일(3월 14일) 다시 한 번 분당을 찾았다. 출발지는 중앙공원. 코비드 19 여파로 많이 움츠러들었지만 그래도 시민들이 꽤 있었다.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샛별마을 쪽으로 쭉 걸어갔다. 지도에 육교를 건너라고 해서 찾아보니 자연녹지였다. 곧 경사로를 활용하여 윗면에 잔디를 깔고 밑으로 자동차가 지나가는 방식이었다. 그런 식으로 목적지까지 자동차의 방해 없이 계속 걸어갈 수 있었다. 분당은 공원 천국이구나, 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번에 반대방향으로 탄천 길로 한번 걸어보았다. 거의 직선방향으로 30여분을 가니 분당구청이 나오고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틀면 바로 서현역이었다. 정확하게는 에이케이 플라자 안에 지하철역이 있는 형태다. 컨디션이 좋으면 역에서 나와 곧바로 걸어서 집에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그렇게 분당 탐사를 마치고 돌아오니 오늘따라 우리 동네가 더 초라하고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아무리 바이러스가 퍼졌다고 어떻게 거리에 단 한 명만을 보다니. 게다가 오랜만에 찾은 식당은 코로나로 토, 일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세상에나? 가장 대목인 주말에 식당을 닫다니. 그것도 저녁 7시에. 고스트 타운이 따로 없구나? 


사진 출처: https://blog.naver.com/psyops00/90094300465


사진 개제는 별도의 허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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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 일하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


한 여름에 마스크를 쓰고 다닐 때 사람들은 나를 이상하게 보았다. 특히 지하철 안에서. 유해한 먼지는 물론 각종 세균이 범벅인 지하공간에 대한 경각심으로 한 것인데 시대를 너무 앞질러 갔다. 최근엔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은 이들을 보기 힘들다. 


큰 일이 터지면 처음엔 놀라고 당황하다가 어느새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코비드 19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 1월 20일이었으니 벌써 두 달 가까이 되었다. 그동안 과연 우리의 일상은 얼마나, 어떻게 바뀌었을까? 그 중에는 재택근무도 있다. 과거에는 심심찮게 시행한 적이 있으나 여러 이유로 정착하지 못했다. 단지 기술 문제 때문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모여 일하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을 이겨내지 못한 탓이다. 


뉴욕 타임스도 바이러스가 미국의 문제가 되자 다양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우리와 다른 점은 다각도로 살펴본다. 예를 들면 재택근무로 얻는 것과 잃는 것과 같은 내용이다. 글쓴이는 우선 집에서 일하게 되면 효율이 높아진다는 점을 장점으로 든다. 출퇴근에 낭비하는 시간이 줄고 일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진다. 이러한 특징은 양날의 칼이 된다.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해지니 업무를 더 많이 하게 되고 건강을 상하게 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창의적인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아이디어는 우연한 만남과 대화에서 촉발되기 마련인데 혼자 있게 되면 아무래도 자폐적이 된다. 곧 외로움으로 인해 혁신적인 일을 하지 못한다. 맞는 말이다. 해법은 균형을 찾는 거다. 재택근무와 대면접촉을 함께 하는 거다. 이를 테면 아침 9시부터 낮 12시까지는 집중 근무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사람들을 만나 업무를 공유하는 식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기는 한데 현실에서는 어떨지? 개인적으로는 이 방법을 선호하다. 실제로 오전에는 주로 글 쓰는 작업을 하고 오후에는 되도록이면 바깥으로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거나 새로운 걸 경험한다. 그러고 나면 또 다른 글감이 생기고 창의력과 의욕이 새롭게 돋아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확산세는 다소 주춤해지고 있고 언젠가는 끝이 있다.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이 과연 후유증을 나을지 아니면 진화를 불러올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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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변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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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뇌란 무궁무진한 영역이라. 끔찍하지만 매혹적인 상상속의 세계를 하가시노 게이고는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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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변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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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은 말했다. 왜 마구 쓰지 않는 거지? <양들의 침묵>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토마스 해리슨을 빗댄 표현이다. 그는 정말 몇 작품밖에 쓰지 않았다. 물론 해리슨에게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난 완벽주의자거든. 글쎄? 배우인지 씨에프 주인공인지 이젠 구분조차 어려워진 원빈을 보는 느낌이랄까? 다행히 히가시노는 킹 파였다. 데뷔한 이후 꾸준히 여러 소설을 발표하고 있다. 그 덕에 초창기 작품까지 볼 행운이 생기고 있다. 역시 뜨고 봐야해. 


<사소한 변화>는 1991년 탄생했다. 지금 보면 낯선 상황전개가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스마트폰 하나면 다 해결되는데, 억울하게 총까지 맞고 이런저런 오해를 받게 되고. 그럼에도 역시 게이고는 게이고다. 초기 시절부터 인간, 구체적으로 뇌에 관심이 있었음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뇌란 무궁무진한 영역이라 아주 사소한 변화만으로도 급격하게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뇌이식이라면. 


어렸을 때 읽은 공상과학소설이 떠오른다. 뇌를 통째로 바꾸어 다른 사람의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 끔찍하지만 매혹적인 상상속의 세계를 하가시노 게이고는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비록 어설픈 표현이나 어색한 대화가 자주 보이지만 그래도 창의력은 별빛처럼 반짝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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