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핏 보면 그냥 녹지같지만 사실은 육교다. 계단을 없애고 잔디를 깔아 편하게 이동이 가능하다. 분당 중앙공원 주변에는 이러한 계단없는 육교가 4개 있어 인근 주민들이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계단없는 육교 걸어보셨나요?
분당에 대한 내 인상은 썩 좋지 못했다. 신도시 초창기 어수선한 모습과 불편한 교통이 기억에 남아서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다음에도 내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친척들이 살고 있어 가끔 방문하면서도 불만만 가득했다. 작년에는 몸이 좋지 않아 지인의 소개로 정자역 근처 병원에 다녔다. 일주일에 한번 가는 그 길이 내게는 고욕이었다. 일단 다리가 불편하니 지하철 타기가 힘들고 진료를 마치고 식사라도 하려면 어두침침한 분위기와 담배 쩔은 내가 진동해서 재빨리 옮기곤 했다. 이래저래 분당은 나와 맞지 않았다.
올해 또다시 전세계약기간이 찾아왔다. 이번에야말로 이사를 가자라고 마음을 먹고 대안을 찾다보니 분당이 레이더에 걸렸다. 아무래도 서울보다는 전세가가 싸고 공급이 많아 선택의 여지가 많아보였다. 게다가 아파트먼트를 무조건 벗어나자가 목표였기 때문에 분당 외에 다른 대안이 별로 없었다. 그렇게 찾은 곳이 000이다. 처음 가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주택단지가 있구나? 게다가 근처에는 교통시설과 상업 인프라, 그리고 공원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지난 토요일(3월 14일) 다시 한 번 분당을 찾았다. 출발지는 중앙공원. 코비드 19 여파로 많이 움츠러들었지만 그래도 시민들이 꽤 있었다.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샛별마을 쪽으로 쭉 걸어갔다. 지도에 육교를 건너라고 해서 찾아보니 자연녹지였다. 곧 경사로를 활용하여 윗면에 잔디를 깔고 밑으로 자동차가 지나가는 방식이었다. 그런 식으로 목적지까지 자동차의 방해 없이 계속 걸어갈 수 있었다. 분당은 공원 천국이구나, 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번에 반대방향으로 탄천 길로 한번 걸어보았다. 거의 직선방향으로 30여분을 가니 분당구청이 나오고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틀면 바로 서현역이었다. 정확하게는 에이케이 플라자 안에 지하철역이 있는 형태다. 컨디션이 좋으면 역에서 나와 곧바로 걸어서 집에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그렇게 분당 탐사를 마치고 돌아오니 오늘따라 우리 동네가 더 초라하고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아무리 바이러스가 퍼졌다고 어떻게 거리에 단 한 명만을 보다니. 게다가 오랜만에 찾은 식당은 코로나로 토, 일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세상에나? 가장 대목인 주말에 식당을 닫다니. 그것도 저녁 7시에. 고스트 타운이 따로 없구나?
사진 출처: https://blog.naver.com/psyops00/90094300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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