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베니스의 죽음

베니스의 죽음
썬엔터테인먼트 / 2011년 4월

혼란은 어느새 가라앉고 도시는 침묵으로 빠져든다. 말러의 아디지오 선율과 함께.

바이러스가 퍼져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목을 매다

베니스의 죽음
썬엔터테인먼트 / 2011년 4월

이탈리아가 비상이다.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딱히 인연이 있는 건 아니지만 급속하게 퍼져나가는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보면 마음이 아리다. 영화 <베니스의 죽음>이 떠올라서다. 남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우리에게도 역병은 익숙하지만 유럽 국가들에게는 보다 각별하다. 페스트 때문이다. 얼마나 강력했으면 몇 백 년이나 지난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을까? 단지 병으로 사람이 죽은 게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트라우마에 빠지게 만들었다. 마녀사냥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영화의 배경은 베네치아다. 역병이 돌아 하나둘씩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그 가운데에서 주인공은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목을 맨다. 어린 남자 아이와. 절대로 겪어보지 못한 세상이 두개나 펼쳐진 셈이다. 매우 로맨틱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그래, 어차피 죽게 된 마당에 동성애가 대수야? 아니지, 신께서 분노하신거야. 저 쳐 죽일 놈. 좋아할 사람이 없어서? 그러나 혼란은 어느새 가라앉고 도시는 침묵으로 빠져든다. 말러의 아디지오 선율과 함께.

덧붙이는 말

이 영화가 유명세를 치른 건 배경음악 덕도 크다. 말러의 교향곡 5번 주 선율인 아디지오가 끊임없이 흐른다. 참고로 음악 역사상 가장 유명한 멜로디1위로 뽑혔다. 

미러클 시즌

모든 득점

모든 경기

모든 시합은

한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 

뻔한 이야기에도 눈물이 나는 까닭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다. 분명 소재 자체가 감동이 있거나 재미가 넘칠게 뻔하다. 그러나 함정도 있다. 스크린으로 옮겨진 만들어진 이야기는 마치 깡통에 들어찬 참치처럼 답답하기 짝이 없을 수도 있다. 곧 짜내기 전법을 쓰게 된다.

미러클 시즌은 진짜 있었던 일이다. 작년 주 챔피언에 오른 웨스트 고등학교 배구부. 올해는 왠지 심드렁하다. 정상에 올랐다는 안일함 때문일까? 선수들도 승리에 집착하기보다 즐기자며 힘든 훈련을 마다한다. 그 중심에는 주장 캐롤라인이 있다. 코치는 불만이다, 언제나 이기는 것에 목말라야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시즌 초반 연전연패에 빠져들며 위기감이 드는데.

어떻게 반전이 일어났는지는 스포일러에 해당하기 때문에 생략한다. 모든 역경을 거치고 또다시 트로피를 받게 된다는 것만 알려드리겠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심리 변화다. 서로를 이해하고 시너지를 내게 되는 스토리가 은근히 감동적이다. 물론 여전히 작위적이며 그다지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서너 번 울먹이게 되고 가슴이 짠해지는 순간이 온다. 실화가 지닌 힘은 무시할 수 없다. 

[100자평] A Wrinkle in Time

A Wrinkle in Time: Trade Book Grade 6 (Mass Market Paperback) ㅣ A Wrinkle in Time 3
매들렌 렝글 지음 / Square Fish / 2012년 12월

Nobody‘s going to publish it. SURE?

아무도 출판하려 하지 않았다

A Wrinkle in Time: Trade Book Grade 6 (Mass Market Paperback) ㅣ A Wrinkle in Time 3
매들렌 렝글 지음 / Square Fish / 2012년 12월

결국 원서까지 읽었다. 이로써 시간의 주름을 영화, 만화, 번역본, 오리지널까지 모두 섭렵했다. 그만큼 매력이 있다는 뜻이다. 또 한 가지 반가운 건 원서에는 작가와의 인터뷰가 포함되어 있다. 정작 글쓴이는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썼는지 알 수 있는 귀한 정보였다.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작가가 되기를 갈망했으며, 수학과 라틴 수업은 아주 싫어했다. 물론 좋아하는 과목은 영어였으며 소설가가 되기 전에는 식장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다. 렝글 여사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이며, 잎사귀의 색이 바뀌는 걸 사랑한다. 시간의 주름이 출간되는 데는 약 2년가량 걸렸으며 그 이유는 여러 출판사에서 거듭 퇴짜를 났기 때문이다. 오, 이럴 수가? 놀라운 사실인걸. 아니 이런 좋은 글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건가? 마지막으로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이 책의 원제는 저게 뭐야, 누구야, 어느 거나 아줌마! 하하하, 시간의 주름 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