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소녀시대 - 미니앨범 2집 소원을 말해봐

소녀시대 - 미니앨범 2집 소원을 말해봐
소녀시대 노래 / SM 엔터테인먼트 / 2009년 6월

이 앨범에 수록된 ‘소원을 말해봐’로 소녀시대는 명실상부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다시 듣는 소녀시대

소녀시대 - 미니앨범 2집 소원을 말해봐
소녀시대 노래 / SM 엔터테인먼트 / 2009년 6월

소원을 말해봐 

소녀시대가 절정에 달했을 무렵 문화방송 쇼 음악중심의 마지막 엔딩은 늘 그들의 차지였다. 갑갑한 스튜디오를 벗어나 어떤 때는 건물 옥상에서 혹은 배위에서 심지어는 일본에서. 그 때야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지만 돌이켜보면 새삼 그리운 시절이다. 그러나 언제나 곁에 있을 줄 알았던 소녀시대도 뿔뿔이 흩어지더니 슬그머니 해체되고 말았다. 

나는 소녀시대 팬이 아니었다. 걸 그룹 자체에 큰 관심이 없었다. 정직하게 말하면 높게 평가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보면 내 판단은 틀렸다. 소녀시대는 외모나 퍼포먼스 보다 가창력이 더 뛰어났다. 의외로 이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팬들조차도. 리더 싱어인 태연은 말할 것도 없고 제시카도 특유의 맑고 투명한 음색을 들려준다. 역설적으로 이 둘이 같은 팀에 있어서는 안 되었다. 각자 한 팀의 대표적인 보컬로 나서도 손색이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맴버들이 노래실력이 딸리는 것도 아니다. 윤아는 대표적인 예다. 얼굴마담(?) 역할을 하며 과소평가된 측면이 크다. 기교는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소리는 곧고 깨끗하다. 다른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구멍이 없다. 실제로 각자 맡고 있는 파트의 노래를 들어보면 다들 힘이 넘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여성그룹과 비교하면 이 차이를 바로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트와이스는 지효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노래를 부르는 이가 거의 없다. 특히 일본인인 모모는 발성 자체가 매우 불안하고 찌그러지는 소리를 낸다. 미모 담당 쯔위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엠알(악기 연주)을 빼고 들어보면 실력이 형편없다. 조작 그룹 아이즈원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 팀은 도덕적인 문제를 떠나 제대로 라이브를 할 수도 없고 한 적도 없다. 반면 소녀시대는 생으로 불러도 흔들림이 없다. 그만큼 매우 탁월한 노래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미니앨범 2집은 소녀시대가 국민 여자 그룹으로 발돋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다시 만난 세계' 등으로 인기를 끌고는 있었지만 원 톱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앨범에 수록된 ‘소원을 말해봐’로 명실상부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일단 노래가 세련되었다. 실제로 어마어마한 공이 들어갔다. 단순히 작사 작곡, 편곡자뿐만 아니라 사운드 엔지니어까지 참가했다. 구체적으로 노래 도입부를 들어보면 좌우로 소리가 분리되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퍼를 동원하여 매우 웅장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안타깝게도 자동차 키의 삑삑 거리는 소리는 뮤직비디오와 무대에서는 사라졌다. 일종의 노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이었는데. 대신 아리비아 풍의 멜로디가 덧붙여졌는데 이거야말로 옥에 티다. 노래가 끝날 무렵 멤버들의 수다들이 이어지는 부분도 기가 막히게 좋다. 노래가 멜로디로 끝나지 않고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것은 단순히 아이돌의 후크송이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탁월한 완성도를 입증하는 증거다. 그 결과 2020년에 들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늘 새로운 느낌을 주는 음악이 되었다. 

[100자평] Karl Richter - Johann Sebastian Bach : Mattha"us-Passion

Karl Richter - Johann Sebastian Bach : Mattha"us-Passion
칼 리히터 (Karl Richter) 지휘 / 유니버설(Universal) / 1998년 5월

칼 리히터도 울먹이고 있었다

죽고 싶은 마음이 드신다면 일단

Karl Richter - Johann Sebastian Bach : Mattha"us-Passion
칼 리히터 (Karl Richter) 지휘 / 유니버설(Universal) / 1998년 5월

내가 다니던 대학교에는 음악 감상실이 있었다. 주로 클래시컬 음반을 틀어주었다. 종종 이용하곤 했다. 어느 날 새로운 오디오장비를 들여왔다며 감상회를 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한번 가볼까, 라는 마음을 먹었다가 금세 까먹었다. 한창 바빴다. 그러나 우연히 정말 의도하지 않고 멍청하게 구내식당에서 줄을 서고 있는데 문득 떠올랐다. 가만 오늘 아니었나? 바로 감상실로 달려갔다. 내부는 바흐로 가득차 있었다. 비록 피셔 디스카우의 우렁찬 도입부는 놓쳤지만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도리어 악기파트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금세 마음이 가라앉으며 음악에 젖어 들다 드디어 흐느껴 우는 장면이 나왔다. 지휘자인 칼 리히터가 울먹이는 듯 한 착각에 빠졌다. 

그 때 난 생각했다. 아, 이 음악을 듣지 못하고, 정확하게 말해 이런 분위기에서 감상하지 못하고 죽었다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이후 바흐의 <마태 수난곡>은 내게는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속된 말로 죽기 전에 반드시 들어야 하는 음악이 된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힘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 중에는 못된 상상을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 자체는 나쁘지 않다. 인간은 누구나 그런다. 그러나 실행에 옮기시려거든 일단 이 음악을 듣고 나서 하시라. 만약에 그럼에도 계속 그러신다면 그 때는 나도 방법이 없다. 

[100자평] 옛날에 내가 죽은 집

옛날에 내가 죽은 집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다소 어설프지만 훗날 대성공을 거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단초를 제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