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쓰지 않던 뇌 부위를 움직이고 싶으시다면
일을 보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살짝 시간이 떴다. 예전 같으면 가까운 도서관이나 커피숖에 들어가면 되었는데 요즘은 그럴 수 없다. 다들 아실 것이다. 지난 주말 늘 사람들로 붐비던 동네 맥도널드에 손님이 단 한명도 없는 것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이었다. 혹시 문을 아예 닫았나 싶어 살짝 밀어보았더니 열리는 게 아닌가? 화들짝 놀라서 문을 바로 닫고 발걸음을 되돌렸다.
다행히 날이 풀려 공원 벤치에 앉아도 되는 날씨였다. 문제는 휴대폰을 두고 와서 그야말로 볼 게 하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버스정류장 가판대에 가서 뭐가 없나 기웃거리다 문화일보를 샀다. 조간은 죄다 들어가고 석간만 있었기 때문이다. 참 오랜만이다. 귤색깔 종이니 뭐니 하며 선전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도 많겠다 첫 장부터 꼼꼼히 보았다. 정부, 학원도 사실상 강제휴원. 흠, 예상대로군. 한 장을 넘기니 역시 코로나 19 초비상. 숭숭 뚫린 국민안심병원, 울산대 이어 분당제생병원서도 확진. 그렇다면 정치면은? 통합당 피의 일요일, 아, 이런 일이 있었나? 롯데백화점이 전면 광고를 냈네. 대한민국 의료진, 공무원 여러분, 힘이 됩니다. 든든합니다. 농협도. 함께의 힘으로 이길 수 있습니다. 무슨 지령이라도 내렸나? 왜 갑자기 비싼 지면 전면 광고를. 여하튼 연이어 킹덤 2 소식과 김광현 선수의 시범경기 성적, 그리고 사설까지 보니 어느덧 40여 분이 훌쩍 지났다.
새삼 깨달았다. 종이 신문은 정말 재미있구나. 인터넷 기사의 정보 양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내가 평소 쓰지 않던 뇌를 움직이게 하기 때문이다. 곧 온라인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끔 만드는데 오프라인은 설령 관심이 없어도 중요한 사건을 빠짐없이 알려준다. 누군가는 종이 신문은 한 물 갔으며 조만간 없어질 거라고 한다. 글쎄? 전자책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