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희망보다 정직한 진실
잠시만 방심하면 잔뜩 쌓이는 건 먼지만이 아니다. 신문도 그렇다. 아니 세상에 아직도 종이신문을 보는 사람이 있나요? 유감스럽게도 내가 그렇다. 딱 두 종류, 한국일보와 뉴욕타임즈만 구독한다. 참고로 한국일보는 한국스포츠경제라는 신문도 보너스로 넣어준다. 또한 가끔 직장에서 전자신문과 이데일리도 가져온다.
지난 신문들을 정리했다. 평소에는 일주일 단위로 묶어 버리곤 했는데 이번엔 좀 늦었다. 이래저래 마음도 심란하고 바빠 미처 하지 못했다. 흥미로운 건 시국이 시국인지라 코로나 바이러스 기사들을 보다 더 자세히 보게 되었다. 일단 국내신문은 초기에는 심각성은 알리면서도 강 건너 불구경 심정이었다. 중국의 후진적인 음식문화와 위생미비, 그리고 부족한 의료시스템을 은근슬쩍 비난하는 식이었다.
반면 '국내 소식은 별 거 아니다',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식의 논조가 강했다. 특히 대통령이 나서 대놓고 선전을 해댔다. 그럼에도 질별 본부장은 그 때도 중국이 변곡점을 넘었다고 해서 우리도 그런 건 아니다. 아직 정점을 이야기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지내놓고 보니 과학자의 말이 맞았다. 뉴욕타임스는 의학 기사자 주를 이루었다. 신종 바이러스의 염기서열까지 열겨하며 팬데믹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한 달 전으로 돌아가 정확한 사실과 예측을 정책결정자에게 할 수 있었다면 결과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아유 감사합니다. 당장 봉쇄조치를 하지요'라고 했을까? 아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귀를 닫고 사는 사람은 언제나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을 믿으니까. 그러니까 지금도 '힘내요 대구' 같은 방송을 지시하고 있는 것이겠지. 지금은 섣부를 희망보다 정직한 진실을 전달해야 할 때다. 코로나는 정점이 없으며 변종만이 있을 뿐이다. 함께 잘 잘 지내는 방법밖에 없다. 지난 한 달여간의 관련 기사들을 읽으며 내린 결론이다.
관련 기사: 국제 공중보건 위기 상황 선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전자신문, 2020, 2.10)
- 박쥐에서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중간 숙주를 거쳐 옮겨왔을 것으로 추정
- 비말 감염으로 전파, 감염 속도 빨라
- 돌연변이 큰 RNA 바이러스,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은 어려워
https://www.etnews.com/20200207000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