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자 없는 사나이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지음, 윤효은 옮김, 오석균 감수 / 새터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림자 따위 살아가는데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은근히 많을지도 모른다. 사실 그림자와 대화를 할 일도 없고 막대를 꽂아 해시계로 활용할 것도 아니고 더 나아가 그림자를 하루에 단 한번이라도 쳐다본 적도 없는데 말이야. 슐레밀도 그랬다. 한 백만 원 정도만 줘도 팔아버릴텐데 그림자를 판 대가로 끊임없이 돈이 나오는 요술주머니를 준다니. 당장 예스.
그러나 그림자가 사라진 후 패테에게는 수상한 일들이 사라진다. 어떻게 알았는지 그림자가 없다는 게 알려지자 사람들이 슬슬 자신을 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연인인 미나 마저 떠나 버린다. 돈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내게 필요한 건 그림자야. 비통에 잠겨있는 그에게 악마는 또다시 달콤한 제안을 한다. 그림자를 돌려줄 테니 그렇다면 이번엔 네 영혼을 다오? 과연 페테 슐레만은 어떤 선택을 할까?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평소에는 전혀 눈여겨두지 않았지만 결정적일 때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금을 내서 운영하는 국가기관들, 예를 들어 소방소나 파출소, 보건소를 보라.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겨져 평소에는 필요를 크게 느끼지 않지만 위급상황에서는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때가 때이니만큼 <그림자 없는 사나이>도 다시 읽힌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편하고 값싸게 구매할 수 있었던 마스크를 이제는 웃돈을 줘도 살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정부에서 대량 공급한다는 소식도 있지만 해당 인터넷 사이트는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다운되어 버린 지 오래다. 우리에게는 그림자가 있고 영혼도 있으니까 더 큰 걸 잃어버리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덧붙이는 말
이 책은 여러 버전이 있다. 원작이 출판된 지 오래되어 저작권이 소멸된 탓이다. 그 중에서 새터 판을 권한다. 청소년 대상이라 '~했습니다'체가 처음엔 낯설었는데 도리어 존중어법을 계속 읽다보니 주인공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