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를 잃어버렸다. 약 3년 남짓 쓴 듯싶다. 아주 비싸지는 않았지만 착용감이 좋고 시야도 시원해서 즐겨 썼다. 희한한 게 뭔가 의미가 있고 중요한 물건이 없어질 때는 전조가 반드시 있다.

 

지난 토요일 집을 알아보러 가면서 선글라스를 챙겼다. 갈 때는 날씨가 좋았는데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불어 썼다 벗었다를 반복했다. 케이스는 자동차 뒷좌석에 그리고 안경은 조수석 서랍에 넣고 나서부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동행자와 미리 헤어지며 가방에 챙겼는지 아니면 그대로 차에 두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집에 와서도 바로 확인하지 않았다. 이틀쯤 지나 어디 갔지 하며 늘 챙겨놓는 자리를 보았더니 없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차 안에 두었겠지, 하고 연락을 하니 알아보겠다고 한다. 그렇게 잊고 하루가 지나도 연락이 없어 전화를 하니 자기도 깜빡했단다.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다시 부탁을 하고 최종적으로 없다는 확답을 받은 게 어제 밤이었다. 뭔가 어수선하고 껄끄럽다.


순간 이런 일이 또 있었지하며 살짝 소름이 돋았다. 1년 전 머리에 익어 외출할 때면 챙기던 야구모자를 잃어버릴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여하튼 중요한 건 오랫동안 곁을 지키던 소중한 물건을 잊어버리거나 수명이 다해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되면 그 후유증이 꽤 오래간다. 괜히 조침문이 나왔겠는가? 고작 부러진 바늘을 보고 애달파 하며 조문을 올리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도울 김용옥 선생도 잃어버린 펜 하나 때문에 돌아버리기 일보직전이라며 글까지 남겼다. 선글라스여,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부디 좋은 길로 가기를. 그동안 고마웠어. 나와 함께 해줘서. 아참, 케이스도 멋진 것이었는데. 새삼 모든게 아깝고 안타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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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이렇게 맑고 푸르렀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난리다. 확진자가 속속 늘고 있고 안타깝게도 사망자수도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증가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어느덧 바이러스가 일상이 되어 버렸다. 


잊으셨을지 모르겠지만 작년 이 맘 때 뉴스는 온통 미세먼지였다. 잿빛하늘이 계속 이어지자 사람들은 이렇게는 도저히 살지 못하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산 주변에 살고 있어 상대적으로 덜했다고는 해도 집에 돌아오면 입속이 꺼끌꺼끌했다. 


오늘(2020/2/27) 하늘을 올려다 본 분들은 느꼈을 것이다. 하늘이 이렇게 맑고 푸르렀나? 정말 너무도 오랜만에 쾌청한 하루였다. 곰곰 이유를 생각해보니 바이러스 덕(?)이었다. 진원지인 중국이 한동안 공장을 돌리지 않으니 미세먼지 발생량이 준 것이다. 실제로 수치를 보아도 작년과 비교해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래도 중국이 주원인이 아니라고? 슬금슬금 신형 바이러스 진원지가 자기네가 아니라고 또 코리아 바이러스 운운하는 걸 보면 기가 찬다. 그 장단에 놀아난 현 정부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덧붙이는 말 


굳이 영어제목을 붙인 이유는 겉멋이 들어서가 아니다. 너무도 의외의 상황이라 낯선 느낌을 외국어로 표현하고 싶었다. 정말 맑고 푸른 하늘이 이다지도 귀하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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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없는 사나이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지음, 윤효은 옮김, 오석균 감수 / 새터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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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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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없는 사나이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지음, 윤효은 옮김, 오석균 감수 / 새터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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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림자 따위 살아가는데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은근히 많을지도 모른다. 사실 그림자와 대화를 할 일도 없고 막대를 꽂아 해시계로 활용할 것도 아니고 더 나아가 그림자를 하루에 단 한번이라도 쳐다본 적도 없는데 말이야. 슐레밀도 그랬다. 한 백만 원 정도만 줘도 팔아버릴텐데 그림자를 판 대가로 끊임없이 돈이 나오는 요술주머니를 준다니. 당장 예스.


그러나 그림자가 사라진 후 패테에게는 수상한 일들이 사라진다. 어떻게 알았는지 그림자가 없다는 게 알려지자 사람들이 슬슬 자신을 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연인인 미나 마저 떠나 버린다. 돈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내게 필요한 건 그림자야. 비통에 잠겨있는 그에게 악마는 또다시 달콤한 제안을 한다. 그림자를 돌려줄 테니 그렇다면 이번엔 네 영혼을 다오? 과연 페테 슐레만은 어떤 선택을 할까?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평소에는 전혀 눈여겨두지 않았지만 결정적일 때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금을 내서 운영하는 국가기관들, 예를 들어 소방소나 파출소, 보건소를 보라.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겨져 평소에는 필요를 크게 느끼지 않지만 위급상황에서는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때가 때이니만큼 <그림자 없는 사나이>도 다시 읽힌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편하고 값싸게 구매할 수 있었던 마스크를 이제는 웃돈을 줘도 살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정부에서 대량 공급한다는 소식도 있지만 해당 인터넷 사이트는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다운되어 버린 지 오래다. 우리에게는 그림자가 있고 영혼도 있으니까 더 큰 걸 잃어버리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덧붙이는 말 


이 책은 여러 버전이 있다. 원작이 출판된 지 오래되어 저작권이 소멸된 탓이다. 그 중에서 새터 판을 권한다. 청소년 대상이라 '~했습니다'체가 처음엔 낯설었는데 도리어 존중어법을 계속 읽다보니 주인공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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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월 1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관련해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문제는 이 말을 하고 난 후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여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청와대는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기 전이었으며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메시지였다고 답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한 나라의 대표가 종식이라는 표현을 했다는 건 단순히 위로차원의 덕담이 아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내린 최종 결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도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 대표적인 것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다. 쉽게 말하면 전자는 자신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을 벌였을 때 후자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벌이 더 많은 처벌을 받을 것 같은가? 흥미로운 건 둘 다 다툼의 소지가 커서 뇌물수수와 같은 명백한 범죄가 아닌 이상 실제로 법정형에 처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사실 죄인지 아닌지 칼처럼 정확하게 자르기가 애매하기도 하다.


정책실패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아이엠에프 사태로 경제 관료가 법정에 선 적이 있다. 김인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환란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구속까지 되었지만 결국 무죄로 풀려났다. 경제위기가 단지 몇 명의 관료 탓이라고 몰아불일 수는 없지만 국가적 위기상황을 자초한 이들이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건 아무래도 이해하기가 힘들다.


현 정부 들어 가장 대표적인 정책실패는 부동산이다. 출범 3개월 만에 내놓은 임대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하였다. 임대사업자는 일정 기간을 지키면 임대소득세, 양도소득세, 보유세를 거의 내지 않아도 되었다. 임대사업자가 내는 세금은 일반 자영업자나 근로소득자가 내는 세금에 비하면 고작 10%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최근에도 임대업자들이 사업자 등록을 했다. 종합부동산세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 정책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가격 폭등의 디딤돌이 되었다. 다주택자들의 보유 주택을 대거 전월세로 묶어 놓게 되면서 집이 부족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는다고 공급정책을 일시에 중단시켜버렸다. 가뜩이나 부족한 집이 더욱 줄어들게 되니 당연히 가격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 특히 서울과 같은 인기지역은 재건축재개발이 막히면서 금값이 되고 말았다. 금리도 낮으니 다들 막차를 타는 심정으로 집사기에 뛰어 들었다. 당초 전월세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부메랑이 되어 폭등을 불러온 것이다. 설계자는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어떻게 결말을 맺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정책실패 탓도 크다. 과연 누가 책임을 지고 벌을 받을 것인지 알고 싶다. 아니면 사과 한마디로 끝이 날지도. 혹은 죄송하다는 말 대신 함께 극복했다면서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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