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가장 언론에 많이 노출되는 인물은 아마도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일 것이다. 초기 확진자가 드문드문 발생했을 때부터 지금처럼 하루사이에 수백 명씩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변함없는 건 그의 태도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과학적인 자세다. 예를 들면 숫자를 제시하고 근거를 밝힌 후 확률로 추정치를 차분하게 말한다. 그의 말이 신뢰를 얻는 이유는 그만큼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질병예방과 응급의료에 특화되어 있으며 메르스 사태 때 이미 질병센터장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흰 머리가 늘고 체중이 빠지고 얼굴이 초췌해지는 게 뉴스가 되기보다는 정확한 그의 화술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믿을만한 전문가가 있어 다행이다.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않을 테니까. 


"현재 의심증상이 있는 많은 분들은 지역사회에서 단기적으로 검사를 집중해서 많은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당분간 확진환자 수가 상당히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빠르게 진단하고, 그 만큼의 격리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싸인(신호·sign)이기도 하다. 며칠 사이 환자 수가 100여명, 150여명 등 큰 폭으로 늘어나 불안과 우려 있으시다는 점 공감한다. 무거운 마음으로 엄중한 상황으로 보고 대처하고 있다. 의료진과 같이 협력해서 증상 완화 전 철저한 관리와 치료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 _ 2020년 2월 25일 브리핑 가운데 _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코로나 19가 시작된 후, 구체적으로 확진자가 급속하게 늘어난 2월 16일 이후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은 일상으로까지 스며들고 있다. 당장 나만 해도 주말이면 즐기던 수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동네 인근의 도서관도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겁이 난다. 외출 시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쓰는 생활도 이젠 습관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은 실제 병에 감염되었거나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거나 혹은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는 비교할 게 못된다.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자가격리자들도 피해자다. 열흘 넘게 갇혀 지내는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경험이 있어 그 처지를 이해한다. 하루 이틀은 어떻게 넘기지만 사흘쯤 되면 노이로제 증상이 생긴다. 시간과 밤낮구분이 애매해지며 몸이 한없이 무기력해진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지금 같은 감각 무중력의 상태에 들어선다. 


유튜브에서 슬기로운 자가 격리 생활이라는 제목의 콘텐츠를 보았다. 어떤 이들은 웬 유난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찬성이다. 그렇게라도 일상을 이어가는 게 건강에 좋아서다.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자막을 입히다보면 시간도 잘 흘러간다. 무엇보다도 집중할 일이 생기면 없던 활력도 돋아난다.


바이러스가 언제 종식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의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자의든 타의든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집에서 지내는 분들이 더욱 늘 것이다. 그런 분들께 권한다. 절대 일상을 잃어버리지 말라. 평소에 하지 못했던 휴식을 취한다고 티브이나 보며 쉬다가는 도리어 병이 도질지도 모른다. 한 가지 목표를 정하고 몰두하시기를. 그것이 무엇이든. 일상이 멈추는 날 인간은 좀비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겟 아웃
조던 필 감독, 브래들리 휘트포드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혼돈은 가속화될 것이다. 처지가 뒤바뀌며 서로에게 손가락질 하는 일은 더욱 더 많아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겟 아웃
조던 필 감독, 브래들리 휘트포드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영화 <기생충>을 극장에서 본 소감은 잘 만든 스릴러물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깐 영화제 대상 소식을 듣고 난 직후였지만 그 때 감정은 지금과 변함이 없다. 아카데미 상 작품상을 받아도 마찬가지다. 정확하게 말하면 독창적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겟 아웃>의 잔상이 지나치게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낯선 동네에 자신과 신분이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가 겪는 기상천외한 상황이 너무 비슷하지 않나? 조던 필 감독의 후속작 <어스>는 더욱 더 밀접하다. 엄마, 아빠, 아들, 딸이라는 상황도 똑같다. 이 두 영화를 보고 <기생충>을 관람한 사람은 아마도 데자뷰를 체험했으리라. 


<겟 아웃>을 다시 보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때라 그런지 울림이 남달랐다. 처음 보았을 때는 흑인차별이 눈에 들어왔지만 지금은 처지의 뒤바뀜이 더욱 돋보였다. 곧 자신을 적극적으로 변호하던 여자 친구가 돌변하여 자신을 노예로 만드는데 앞장을 선다거나 활짝 웃는 얼굴로 공포를 조장하던 하녀가 자신을 구해준 주인공에게 질서를 파괴했다고 행패를 부린다던가.


우리는 불과 일주일전만 해도 중국을 비웃었다. 세상에 저런 민폐국가가 있냐며 혀를 찼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들과 같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위험국가가 되었으며 도착하자마자 격리되거나 바로 되돌려 보내진다. 국내로 시선을 돌리면 대구경북은 완전히 이미지가 추락한 도시와 지역이 되고 말았다. 혼돈은 가속화될 것이다. 처지가 뒤바뀌며 서로에게 손가락질 하는 일은 더욱 더 많아질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02-25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이지 2020-02-25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게 좋은 영화죠. 언젠가 또다른 분석을 하게 되시기를.
 
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판과 달리 산뚯하게 단장한 모양새가 마음에 든다. 게다가 양장본이라 왠지 작가를 대접해주는 듯한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