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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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일본 작가를 들라면 무라카미 하루키와 히가시노 게이고가 떠오른다. 둘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성향 때문에 애호가 층도 갈린다. 하루키가 매우 사적이며 감각적인 문체로 젊은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다면 게이고는 사회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논리적인 사고로 무장하여 남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 경계는 어느 순간 허물어지게 된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출간되면서 대중성면에서는 게이고가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국민작가가 된 것이다. 


<교통경찰의 밤>은 히가시노의 비교적 초창기 작품이다. 교통사고를 주제로 한 짧은 단편을 모은 책이다. 지금처럼 씨씨티브이나 블랙박스가 흔해진 시절이 아니라 애매모호한 상황을 던져놓고 추리를 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인간의 양면성을 놓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천사의 귀>에서는 앞을 못 보는 여성이 증인이 되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데 알고 보니. 


큰 부담 없이 쭉 읽히는 매력은 여전하다. 또한 구판과 달리 산뜻하게 단장한 모양새가 마음에 든다. 게다가 양장본이라 왠지 작가를 대접해주는 듯한 느낌이다.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게이고의 글은 거의 다 번역이 되었다. 앞으로는 컬렉션도 나오지 않을까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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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 당장 마스크가 없으니까.


방역 마스크가 딱 두 개 남았다. 작년 봄 미세먼지가 하도 극성이라 대량으로 사두었는데 바닥이 난 것이다. 혹시 하는 마음에 동네 대형마트와 약국을 가봤지만 KF94 대형 마스크는 단 한개도 구할 수 없었다. 남은 건 소형이나 면 마스크가 전부였다. 분명히 지난주만 해도 구할 수 있었는데. 지금 쓰고 다니는 제품이 아니어서 망설인 게 실수였다. 


대공황이 발생하기 전 미국인들은 투자에 열광했다. 그야말로 개나 소나 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만큼 수익률이 높았다. 당연히 흥청망청 돈을 써댔다. 자산가치도 급등했다. 그러나 버블은 언젠가 꺼지게 마련. 주가가 급전락하자 사람들은 그나마 은행에 넣어둔 돈을 찾기 위해 일시에 몰려들었다. 문제는 은행의 지급보증률이 매우 낮아 돈을 줄 수 없었다. 모두가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다. 미국인들은 졸지에 주식도 잃고 돈도 날려버리는 상황에 직면했다. 세계 리더국가인 미국경제라는 배가 침몰하는 순간이었다. 


모두가 마스크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은 물론이고 가게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처럼 우물쭈물 하던 사람은 졸지에 마스크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기에 들어가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호기를 놓칠 수 없다는 듯 누군가는 대량으로 마스크를 구매하여 폭리를 노린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천 원짜리였던 것이 오천 원이 넘게 팔린다. 화가 난다. 그럼에도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 당장 마스크가 없으니까.


어제까지만 해도 살롱에서 스테이크를 썰고 와인을 마시던 중산층은 미즈근한 스프 한 그릇을 얻어 먹기 위해 줄을 섰다. 그 길은 너무도 길고도 길어 새벽부터 나와도 못 얻어먹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이런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일인당 30매로 제한한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대구의 한 대형아웃렛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사스 때도 메르스 사태 상황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대통령은 총력 대응이라는 말만 남발할 뿐 구체적인 해결책은 내놓지 않는다. 당장 필요한 게 마스크며 가격통제를 통해 배급을 해서라도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이미 대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초창기에 했던 정책임을 알지 못한다. 대공황의 시간은 점차 촉각을 다투며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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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를 찾아라! 꿈상자 23
박수연 구성, 이희랑 그림 / 키즈엠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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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찾으라는 신데렐라는 신경도 쓰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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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를 찾아라! 꿈상자 23
박수연 구성, 이희랑 그림 / 키즈엠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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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아이였을 때, 정확하게 말해 말은 할 줄 알지만 글은 더듬더듬 쓰는 시기, 부모가 이 책을 읽으라고 했다면 표지만 보고 그냥 던져버렸을 것이다. 단지 남아아이라서가 아니다.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글은 비록 적지만 그림이 너무 다양해서 질려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꼼꼼히 그리고 천천히 한 페이지씩 읽어나가고 있다. 정작 찾으라는 신데렐라는 안중에도 없이 상상해 빠져든다. 이 성의 스타일은 무엇이고 그 때 시대 상황은 어땠는지 왜 작가는 이 그림을 그렸는지 하나씩 생각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물론 이 책을 좋아하는 어린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도리어 어른이 보면 더욱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우리나라 꼭두각시 인형은 왜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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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가씨>의 한 장면 


코리안 마스터피스 


영국의 일간신문지 더 가디언은 <현대 한국영화 베스트 20>이라는 기획기사를 실었다. 기생충으로 주가가 오른 우리 영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폭넓게 퍼진다는 증거다. 참고로 더 가디언은 좌파신문으로 우리 식으로 하면 한겨레나 경향과 같다. 반대편에는 더 타임스가 있는데 영국판 조선일보라고 보면 된다. 


더 가디언은 2000년 이후 현대 한국영화 가운데 볼만한 작품들을 선정했다. 그 중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영화가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것들도 섞여 있어 흥미를 유발한다. 예를 들면 <낮술>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는데 내용을 읽어보니 찾아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강원도로 놀러간 젊은이들이 낮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는데. 기회가 되면 감상하고 싶어 벼르고 있는 영화도 있다. 김보라 감독의 <벌새>가 그것이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품백화점이 붕괴한 1994년을 배경으로 한 성장영화다. 


1위부터 5위까지 순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위 아가씨

2위 기생충

3위 올드보이

4위 시

5위 봄, 여름, 가을, 겨울


나름 납득이 간다. 물론 김기덕 감독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논란이 많지만. 짬나시는 분들은 기사에 실린 영화를 찾아보는 재미도 느껴보시기 바란다.


기사 출처 : https://www.theguardian.com/film/2020/feb/13/classics-of-modern-south-korean-cinema-ranked


사진 출처 : https://www.theguardian.com/film/2020/feb/13/classics-of-modern-south-korean-cinema-rank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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