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배리 젠킨스 감독, 키키 레인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억울한 일을 당하면 단계별로 감정이 진화한다. 처음엔 너무 황당해서 어이가 없다가 점차 분노하게 되고 그러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체념하고 받아들인다. 영화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은 이 과정을 처절하면서도 따스하게 묘사한다. 티시와 포니는 꿈 많은 연인이다. 흑인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팽배하지만 둘은 약혼을 하고 함께 살아갈 희망에 부푼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포니가 성범죄자 누명을 쓰게 되면서 둘 사이는 나락에 빠지게 되는데. 


시놉만 보면 이 영화는 흑인을 다른 전형적인 영화와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감독은 미스터리 기법을 도입하여 내내 궁금증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곧 문제를 풀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가족들의 분투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조마조마하다. 그럼에도 결국 …….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더 이상의 스토리는 생략한다. 


어찌 보면 식상한 주제를 매우 로맨틱한 러브스토리로 펼쳐나가는 능력은 전적으로 베리 젠킨스 감독의 역량 덕이다. 그는 <문 라이트>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았다. 그 영화를 보면서도 소금 빠진 설렁탕을 먹는 기분이었는데 집에 와서 계속 슴슴한 맛이 맴돌았던 기억이 있다. 빌 스트리트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음악으로 악센트를 주었다. 레트로 플레이어로 재생하는 재즈 넘버 엘피의 선율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즈원은 허튼 짓 그만하고 당장 활동을 중단하라. 


아이즈원이 2월 17일 새 앨범을 발매한다. 당초 작년 11월 출시 예정이었다. 지난 4개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참고로 아이즈원은 <프로듀스 48>이라는 프로그램을 거쳐 데뷔한 여자아이돌그룹이다. 국민투표 방식임을 내세웠지만 전원 조작임이 밝혀졌다. 같은 경우인 남자그룹 엑스원은 데뷔를 하긴 했지만 결국 해체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똑같은 케이스인데 왜 다른 결론이 났을까? 해당 방송국과 소속사는 합의여부를 내세운다. 곧 남자그룹 소속사는 협의를 거쳐 해체를 결정했지만 여자는 다른 길을 택했다. 


한 때 <프로듀스 48>을 열심히 시청했다. 문자투표도 했다. 비록 마음이 드는 연습생이 최종선발 되지 않아 아쉬웠지만 데뷔 후에도 응원했다. 앨범까지는 아디더라도 상품권 카드를 사기도 했다. 그러나 조작그룹임이 밝혀지고 나서는 더 이상 후원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다른 사람의 꿈과 희망을 앗아버린 이들이 어떻게 떳떳하게 무대에 다시 설 수 있을까? 물론 선발된 멤버들 스스로 잘못한 건 없을지 모른다. 그들 스스로도 노력했을 테니까. 그러나 소속사가 로비를 통해 부정하게 선발시켜준 상황을 알았다면 당연히 그만두겠다고 하는 게 상식이다. 


일각에서는 일본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체를 못한다는 주장이 있다. 어차피 2년 6개월 한정판 그룹이었으니 남은 기간 팬덤을 중심으로 장사를 하면 되지 않느냐다. 어찌 보면 아이즈원 구성원들도 피해자라는 이야기까지 한다. 그들 스스로도 하고 싶지 않더라도 소속사와의 관계 때문에라도 억지로 강행하는 측면이 있다는. 


모두 헛소리다. 부정입학이 밝혀졌는데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계속 다니게 해달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설령 학업을 마쳤더라도 취소하는 게 상식이다. 아이즈원은 허튼 짓 그만하고 당장 활동을 중단하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건 개요


우리는 하루 종일 수많은 사건사고 뉴스를 보고 들으며 살아간다. 그럴 때마다 놀라고 두렵고 겁이 나지만 정작 내 일이라는 생각은 쉽게 들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내가 그 사건 속의 당사자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남의 소식을 접하며 한껏 냉정한 척 평가하던 태도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오늘 내게 사건이 일어났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경찰까지 출동했다. 내내 흥분 상태였다. 아직도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집에 오자마자 든 생각은 글로 쓰자였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혹시 비슷한 상황에 처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기에. 세상은 사건사고의 연속이며 그 중에는 나와 여러분도 있다.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퇴근 후 저녁시간에 동네 근처 공원에서 산보를 하곤 합니다. 가방을 들고 있을 때는 메고 다니기가 불편해 잘 보이지 않는 나무 뒤에 두고 근처를 걷거나 조금 뜁니다. 혹시 몰라 가방이 시야에 들어오도록 반경 25미터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곧 같은 구간을 왕복하는 거지요.


오늘도 여느 때처럼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걷고 있는데, 순간 느낌이 싸했습니다. 제 가방 주변에 그림자가 어른거렸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가로등이 있기는 한데 껴져 있을 때가 많아 어두운 편입니다. 깜짝 놀라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혹시 기웃거리기만 하면 “그 가방 제겁니다. 그러지 마세요”라고 쫓고 말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나 제 가방을 뒤져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는 모습을 정면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순간 화가 치밀어 상대를 밀치고 뭐하는 짓이냐고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사과를 하거나 혹은 실수를 했다고 말만 하면 혼만 내고 보내려고 했습니다. 상대는 저보다 더 소리를 지르며 가방이 버려져 있어 신고를 하려고 지갑을 꺼냈다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반복해 하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을 불러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했더니 적반하장 격으로 저를 도둑으로 몰며 저기가 먼저 신고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그 사람이 경찰을 불렀고 10분쯤 지나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경찰은 양쪽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여전히 똑같은 주장을 했고 저는 제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는 장면을 직접 보았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맞받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택시운전기사였고 잠시 차를 정차시키고 노상방뇨를 하다 제 가방을 발견했습니다.


경찰은 중재를 요청했고 제게는 혹시 잃어버린 것이 없으면 별도의 처리가 곤란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저 또한 운전기사에게 처벌을 요구하기 보다는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답했습니다. 경찰은 제 의견을 받아들여 운전사를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찜찜한 마음만 남은 채 별도의 처벌 없이 사건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곧 운전사는 차를 몰고 가버렸고 저는 집으로 왔습니다.


그냥 액땜한 셈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화가 나고 놀라고 황당했습니다. 물론 가방을 보관소가 아닌 야외에 그냥 둔 제게도 잘못이 있습니다. 그러나 엄연히 범죄현장을 목격했고 다행히 돈을 꺼내서 착복하기 전에 발각되었다고 해서 범죄자를 처벌할 수 없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아직도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습니다.


                                                    2020년 2월 13일 목요일 OOO


* 참고로 주변에 씨씨티브이가 있었지만 제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는 장면까지 잡아내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혹시 몰라 택시운전기사의 차량번호도 적어두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한 때 문화방송 <피디 수첩>의 팬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는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드러낼 줄 알았기 때문이다. 광우병 파동 때도 다소 심한 느낌은 있었지만 미처 몰랐던 문제를 부각시킨 효과가 더 컸다고 생각한다. 역설적으로 이 보도는 이명박 정권의 위기와 맞물려 이후 내내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곧 정부가 작정하고 압박을 가했다. 그럼에도 끝끝내 살아남아 자금도 방영되고 있다. 


2월 11일 화요일 피디 수첩은 부동산 문제를 다루었다. 기획 방송이라고 하는데 알고 보니 이미 몇 차례 비슷한 주제를 언급했다. 핵심은 일부 지역의 아파트먼트 값 상승은 비정상이며 지난 정권의 투기 장력 정책과 다주택자를 포함한 투자세력의 농간 탓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러한 결과를 도출해내는 과정이 매우 미흡했다. 방송에서 동원한(?) 전문가들은 이미 한쪽 편을 들기로 작정한 듯 말을 맞추었고, 뜬금없이 사례로 든 동경도 비교하기에는 부적절했다. 게다가 인터뷰 대상자로 유주택자를 선정한 건 결정적 잘못이었다. 무주택자의 설움을 담겠다면서 정작 가진 자(?)를 내세운 것이다. 심지어 그는 9억 원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전세 값이 올라 힘들다는 이른바 갭투자자였다. 


물론 방송국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해명자료를 보니 인터뷰 당시 아직 집을 취득하기 전 단계였다. 혹시라도 방송에서 주택보유자라고 나가면 계약에 문제가 있을까봐 서로 합의한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더욱 문제다. 결론을 미리 정하고 거기에 맞게 내용을 짜집기했음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조사를 할 때는 인터뷰의 객관성과 타당성이 핵심이다. 피디 수첩은 이 원칙을 어겼다. 만약 유주택자임을 알고 해당 부문을 방송에 내보내지 않았다고 해도 과실을 피할 수 없다. 방송국에서 정한 결론에 이미 어긋나는 사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곧 방송자체를 내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미리 내린 결론을 의심했어야 옳았다.  


좋은 언론은 정부와 줄곧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어떤 정권 아래에서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다른 정부에서는 정책을 옹호하는 앞잡이가 되어서야 누가 신뢰하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오페라의 연인들 : 한국인이 뽑은 오페라 로망스 베스트
Various Artists 작곡 / MFK(뮤직팩토리코리아)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숨은 대가들이 부르는 오페라 향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