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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핀 천상의 음악
이용숙 지음 / 샘터사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책을 읽고 문장이 머릿속에 박혀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다면 그건 진짜배기다. 내게는 <지상에 핀 천상의 음악>이 그렇다. 그대로 옮겨보겠다.
"살다 보면 가끔은 '피가 거꾸로 솟구친다'라는 표현을 실감할 정도로 화가 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엉뚱한 데서 '대형사고'를 저지르기 전에 재빨리 집으로 달려가 문과 창문을 다 닫아걸고 오디오 볼륨을 있는 대로 높인 다음 모차르트의 <레퀴엠> 음반을 걸어놓고 3번을 입력한다. 그리고 갇힌 짐승처럼 방안을 미친 듯이 배회하며 3번 <진노의 날>만 열 번쯤 되풀이해 듣는다."
이 문단이 너무 마음에 들어 피가 거꾸로 솟구치기를 기다리다가(?) 이 때다 싶은 순단 냅다 집으로 내달려 그대로 해보았다. 역시였다. 우리에게는 명랑 쾌활의 대명사로 불리는 모차르트가 작정하면 이렇게 무섭게 휘몰아칠 수도 있구나를 깨달았다.
이 책은 기독교 음악에 대한 평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종교를 믿거나 무교이신 분들께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음악을 관통하는 고귀한 정신에서 위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이에게 권한다.
참고로 절판이 되었다. 아쉽다. 다행히 중고서점에는 몇몇이 남아 있으니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개인적으로는 내 글쓰기의 원칙을 세우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해당 글이 없어 헤맸는데 결국 찾았다. 머리말에 있었다.
"작품 하나를 골라 놓고 원고를 쓰기 전에, 우선 조용히 앉아 음악에만 집중한 채 전곡을 듣는다. 그 다음에는 곡에 실려 있는 가사 혹은 대본을 읽고 그 음악과 작곡가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읽은 뒤 다시 듣는다. 그리고 여러 지휘자의 음반을 비교해 보며 반복해서 듣고 또 듣는다."
비단 음악평론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서평이건 영화평이건 어떤 분야든 남의 작품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제대로 읽고 듣고 느낄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