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중권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그가 쓴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를 읽고 나서였다. 이전까지의 진보진영이 대부분 비분강개형이었던 반면 진중권은 재치발랄해서 인상이 깊었다. 구체적으로 상대의 텍스트를 역으로 이용하여 스스로를 무안하게 만들었다. 


9년 여의 보수정권이 무너지고 진보가 들어서자 다시 중용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노무현 정권에서 진중권은 필력과 말빨을 내세워 종횡무진 활약했다. 그럼에도 내가 알기로는 정보의 주요 보직을 맡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곧 자기 진영과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진중권이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정권을 겨냥하는 칼이 되어. 발단은 조국사태였다. 하필이면 조국 전 장관의 부인과 같은 학교에 근무했다. 아무래도 소속된 곳이 교육기관이다 보니 몸을 살짝 사리던 그가 사표를 던지자마자 예전의 투사로 되돌아왔다. 


일부에서는 그를 모두까끼라고 비난한다. 아무리 진보가 잘못해도 그래도 같은 진영인데 보듬어야 되지 않나? 과거 보수정권이 한 짓거리에 비하면 양반이다. 글쎄, 내 생각은 다르다. 이념이 진보라고 해서 불의를 그대로 넘길 수는 없지 않는가? 도리어 건강한 비판이 진보를 더욱 활기 있게 하는 건 아닐까?


진중권이 한국일보에 연재하고 있는 칼럼을 꾸준히 읽고 있다. 진보정부의 허점을 뼈아프게 구석구석 찌르고 있다. 겉으로는 촛불혁명(?)을 이어받았고 속으로는 노무현 정신의 계승자라고 자처하지만 실상은 진보기득권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물로 진중권의 생각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지만 날카로운 글쟁이로 돌아온 그를 바라보는 마음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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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쯤 손아랫사람이 내 이름 뒤에 씨를 붙여 누구누구 씨라고 부르곤 했다. 정직하게 말하면 매우 거슬렸다. 차라리 선배라고 했다면 더 좋았을 뻔 했다. 물론 씨는 엄연히 존칭이다. 그럼에도 기분이 나쁜 이유는 뭘까? 국립국어원에서는 묘한 해석을 내놓았다. 어떤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쓰는 표현은 맞지만 주로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쓴다. 아, 유레카.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누구누구씨 하면 친근한 표현이지만 아랫사람이 내게 쓰면 무례하구나. 


한 개그맨(이름은 알지만 밝히지 않겠다)이 과거 현 대통령을 문재인 씨라고 호칭하여 논란이 되었다. 민주국가에서 무슨 문제냐고 반발하는 이들도 있고 그래도 국가원수에게 씨를 붙인 건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있다. 정답은 없다. 어떻게 부르건 그건 개인의 자유니까. 그러나 누군가의 이름을 성까지 붙여 그것도 한참 나이 많은 사람에게 씨를 붙이는 건 비하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물론 잘 몰라서 실수한 것일 수도 있다. 


덧붙이는 말


이참에 씨라는 호칭을 없앴으면 좋겠다. 일본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씨라고 명기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나빴다. 정치적 호불호를 떠나 한 나라의 대표에게 직함을 빼버리고 그리고 존칭의 어미인 상さん도 아닌 씨를 쓰다니. 참고로 일본에서 누구씨는 뉴스에서 주로 사건 용의자 등을 언급할 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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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 치즈 고다 슬라이스 10장짜리 180그램. 원 플러스원으로 4,100원에 샀다


치즈를 즐겨 먹지 않는다. 아무래도 느끼해서다. 그러나 이런 편견을 깬 제품이 있다. 상하치즈 고다 슬라이스다. 이승기씨가 체험 삶의 현장을 흉내 내어 다니는 프로그램에서 치즈공장이 나온 적이 있다. 회사명은 나오지 않았지만 찾아보니 고창의 상하치즈였다. 치즈를 만드는 사람들의 노고와 소신을 보고 나니 왠지 먹고 싶어졌다. 


아쉽게도 집 근처 마트에는 방송에 나온 제품은 없었지만 같은 회사에서 나온 고다 치즈가 있길래 구입했다. 원 플러스원이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했다. 별 기대 없이 늘 발라 먹는 필라델피아 치즈 대신 고다 슬라이스를 얹어 먹어보았다. 세상에나. 고소했다. 치즈가 원래 이런 맛이었구나라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알아보니 치즈도 우리 김치만큼이나 아니 더 많은 종류가 있어 맛과 향이 제각각이었다. 


그 중에서도 고다는 네덜란드 전통 치즈로 저온 살균된 우유를 열을 가하지 않고 압착하여 만든 제품이다. 숙성정도에 따라 간단하게 샌드위치에 올려 먹기도 하고 메인 요리에 이용되기도 한다. 참고로 고다는 지명이다. 다른 고다 치즈를 맛보지 못해 비교를 하지 못하겠지만 상하치즈 고다 슬라이스는 감칠맛이 빼어나다. 먼 거리에서 들여온 값비싼 치즈도 좋지만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제조한 치즈를 즐기는 것이 건강에는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개다가 가격도 싸다. 


* 이 글은 해당 업체를 포함한 어떠한 단체나 기관의 후원 없이 썼습니다. 직접 먹어보고 정보차원에서 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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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핀 천상의 음악
이용숙 지음 / 샘터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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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빨리 집으로 달려가 문과 창문을 다 닫아걸고 음악을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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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핀 천상의 음악
이용숙 지음 / 샘터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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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문장이 머릿속에 박혀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다면 그건 진짜배기다. 내게는 <지상에 핀 천상의 음악>이 그렇다. 그대로 옮겨보겠다. 


"살다 보면 가끔은 '피가 거꾸로 솟구친다'라는 표현을 실감할 정도로 화가 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엉뚱한 데서 '대형사고'를 저지르기 전에 재빨리 집으로 달려가 문과 창문을 다 닫아걸고 오디오 볼륨을 있는 대로 높인 다음 모차르트의 <레퀴엠> 음반을 걸어놓고 3번을 입력한다. 그리고 갇힌 짐승처럼 방안을 미친 듯이 배회하며 3번 <진노의 날>만 열 번쯤 되풀이해 듣는다."


이 문단이 너무 마음에 들어 피가 거꾸로 솟구치기를 기다리다가(?) 이 때다 싶은 순단 냅다 집으로 내달려 그대로 해보았다. 역시였다. 우리에게는 명랑 쾌활의 대명사로 불리는 모차르트가 작정하면 이렇게 무섭게 휘몰아칠 수도 있구나를 깨달았다.


이 책은 기독교 음악에 대한 평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종교를 믿거나 무교이신 분들께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음악을 관통하는 고귀한 정신에서 위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이에게 권한다.


참고로 절판이 되었다. 아쉽다. 다행히 중고서점에는 몇몇이 남아 있으니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개인적으로는 내 글쓰기의 원칙을 세우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해당 글이 없어 헤맸는데 결국 찾았다. 머리말에 있었다.


"작품 하나를 골라 놓고 원고를 쓰기 전에, 우선 조용히 앉아 음악에만 집중한 채 전곡을 듣는다. 그 다음에는 곡에 실려 있는 가사 혹은 대본을 읽고 그 음악과 작곡가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읽은 뒤 다시 듣는다. 그리고 여러 지휘자의 음반을 비교해 보며 반복해서 듣고 또 듣는다."


비단 음악평론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서평이건 영화평이건 어떤 분야든 남의 작품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제대로 읽고 듣고 느낄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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