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발의 오르페우스 - 필립 K. 딕 단편집
필립 K. 딕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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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발의 오르페우스>는 딕의 단편을 모은 책이다. 이전 단편집인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와 비교하면 결이 다르다. <도매가>가 인간 정신에 여전히 강한 의문을 품고 있다면 <진흙발>은 식은땀이 나는 농담 같다고나 할까? 


예를 들어 <무한자>를 보자. 우주비행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다 불의의 사고로 방사선에 노출된 일행. 그들은 손톱과 머리털이 빠지고 머리는 비대해지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 되는데. 알고 보니 그건 진화였다. 여기까지는 매우 흥미진진한 전개다. 그러나 더 지속될 것 같다가 이야기는 더욱 진화한 인류가 나타나면서 삼천포로 빠져버린다. 짧은 스토리에 반전에 반전을 집어넣다보니 마치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처럼 변해버렸다. <포기를 모르는 개구리>나 <갈색 구두의 짧고 행복한 생애>는 그야말로 거품 빠진 맥주처럼 미지근하기 짝이 없다. 


이해한다. 말년에 이르러 그는 장편을 써나갈 기력을 잃었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기계처럼 글을 써야했고 망상증과 강박증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조차 힘에 겨웠다 그럼에도 그의 문장은 빛이 난다. 마구 써 갈기는 것 같지만 창작의 신은 그에게 부여한 재능을 거두어들이지는 않았다. 


"그는 떨리는 손을 입안으로 넣었다. 이빨이 잇몸에 간신히 달린 채 헐겁게 흔들렸다. 그대로 당기자 이빨 몇 개가 손쉽게 빠졌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죽어가는 걸까? 자신만 이런 걸까? 다른 사람은 어떻게 된 걸까?' _<무한자>중에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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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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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두고 책에서 말한 감정이 떠오를 때마다 펼쳐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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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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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는 필요한 반응이지만 적개심은 쓸모없는 망상을 낳는다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마스크가 필수이고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집에 오면 손을 꼬박꼬박 씻는 건 물론이고 깨끗하게 샤워를 한다. 그럼에도 쉽게 안심이 되지 못한다. 혹시 나에게도. 문제는 공포가 적개심으로 번지는 거다. 혹시 주변에 진원지인 우한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있나 찾게 되고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함부로 욕을 해댄다.


시인 김소연은 말한다.


"공포의 감정은 '얼른 피해라!'라는 명령을 포괄한다. 이 명령을 즉각적으로 이행하는 한 우리는 위험을 모면할 수 있다. 이렇게 육체가 함께 반응하는 공포는 우리에게 경계심을 갖도록 하고, 경계심을 통해서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를 보호해주는 선한 감정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지나가길 기다리는 거다.


<마음 사전>은 잘 쓴 책이다. 곁에 두고 책에서 말한 감정이 떠오를 때마다 펼쳐보면 스스로를 돌아보면 안정을 취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집단, 지성, 마녀사냥>이 가장 좋았다.


"여러 사람이 함께 내리는 판단이 더 이성적이며 부조리한 감정들을 걸러낸 생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때로 우리는 집단이 이루어내는 감정의 과장을 경험할 때가 있다. 대게의 집단이 이루어내는 최종의 감정 상태는 '광란의 축제'에 해당한다. (중간 생략) 같은 가치를 추구하지 않는 사람에게 우리는 은근히 배타적이다. 존경은 오로지, 같은 판단을 하고 같은 노선을 걸었던 군중 안에서 가장 탁월한 결과를 낳는 자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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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해당 업체를 포함한 어떠한 단체나 기관의 후원없이 썼습니다. 직접 사용해보고 정보차원에서 올리는 것입니다. 


소파 대신 탱탱볼 


우리 집에는 소파가 없다. 그 자리에는 책장이 있다. 큰 불편은 없었다. 그러나 다리를 다치고 좌식생활이 힘들어지자 곤란한 일들이 생겨났다. 이런 저런 고민 끝에 탱탱볼*을 새로 하나 샀다. 예전에도 하나 있었는데 어디에 찔렸는지 바람이 자꾸 뼈져 버리기 일보직전이었다. 꽤 튼튼하고 표면이 딱딱해서 마음에 들어 했었는데. 아무튼 새 볼에 적응하고 있다. 허리를 기댈 때나 바닥에 누워 다리를 올려놓거나 배를 깔고 엎드리면서. 다소 푹신하고 지나치게 미끄러워 감촉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나름 만족하고 있다. 어차피 소파를 살 여력도 안 되고 사더라도 결국 바닥에서 생활하는 습관이 배어 있어 괜히 자리만 차지할 뿐이니까. 


* 탱탱볼은 아이들 용 놀이기구다. 짐볼이라고도 불리고 통통볼이라고도 한다. 손잡이가 있어 일반 에어로빅용 볼에 비해 들고다니기 편하다.


** 사진 출처: 지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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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유키즈 온 더 블록>에 나온 이 장면을 보고 낙곱새를 찾은 분들도 꽤 되리라. 

나도 그 중 한명이다.


* 이 글은 해당 식당을 포함한 어떠한 기관이나 단체의 후원을 받지 않고 썼습니다.

 

낙곱새, 적어도 내게는 새로운 맛


맛 집의 기준은 제각각이다. 맛이 빼어나든지 분위기가 좋든지 아니면 가성비가 좋든지 혹은 비싼 돈을 내고 먹을 만큼 가치가 있는지. 낙곱새는 이 틀에는 맞지 않은 음식이다. 낙지와 곱창, 새우를 섞어 끓여 밥에 비벼 먹는다는 색다름이 더 돋보인다, 물론 익숙하신 분들도 계실 것이다. 알아보니 부산에서는 이렇게 해서 드신다고 한다. 


판교에 들린 김에 유재석씨가 나온 방송에서 하도 맛깔나게 먹던 장면이 떠올라 낙곱새 식당에 갔다. 상호는 <사위 식당>. 오후 4시 30분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자마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오래된 괘종시계와 전신 거울이 비치되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밝고 산뜻한 분위기였다. 


다른 메뉴들도 있었지만 두말할 것 없이 낙곱새를 시켰다. 탁자위에 조리방법이 적혀 있었지만 종업원이 알아서 적절한 시기에 뚜껑을 열고 재료들을 섞어 주어 편리하게 먹을 수 있었다. 매운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보통으로 시켰는데 살짝 단 느낌이 들었다. 곱창에서 우러나온 맛 때문인가? 여하튼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한 조합이어서 신기하면서도 즐거웠다. 참고로 김이나 부추, 김치와 같은 반찬은 추가로 마음껏 가져올 수 있다. 


식사를 마치고 사리나 밥을 추가로 주문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과식은 부담이 돼서 미숫가루 우유를 시켰다. 12가지 곡물을 갈아 넣은 걸쭉한 밀크였는데 의외로 디저트로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벌꿀을 넣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주문은 1인분도 가능하니 눈치 보지 마시고 시키시면 된다. 다만 조금 더 푸짐하게 먹고 싶다면 2인 이상이 더 좋을 듯싶다. 대신 덮밥은 혼자서도 멋있게 먹을 수 있다. 다음에 홀로 온다면 주문하고 싶다. 이밖에 튀김과 같은 사이드 디시도 있는데 이런 메뉴는 역시 여럿이 와야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으니 이번엔 양보하기로. 


덧붙이는 말


아무래도 양념이 많은 음식이다 보니 옷에 튈 우려가 있다. 괜찮겠지하다가 패딩에 튀어 바로 앞가리개로 중무장을 했다. 혹시 방문을 계획하셨다면 식사 전부터 준비를 하시길.


사진 출처: 티브이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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