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안84의 찌질한 모습은 연출이 아니라 실제 모습에 가깝다.
그렇다고 건물주가 된 게 이상한가?
그는 잘나가는 웹툰 작가다.
만화가가 건물주가 된 게 이상한가?
한 때 기안84를 좋아했다. 틀에 박힌 연예인들과 다른 예측 불가능한 말과 행동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런 점들이 나를 질리게 만들었다. 특히 시상식장과 같은 공개 장소에서 벌어지는 기행(?)에는 넌덜머리가 났다. 자연스레 그를 멀리하게 되었고 <나 혼자 산다>도 시청을 끊었다.
기안84가 상가를 구입하여 화제가 되었다. 석촌동 소재의 건물인데 매입가는 46억 원 가량이라고 한다. 연예인들이 건물을 사들이는 게 뉴스가 되는 건 당연하지만 문제는 기사 제목이다. "기안84, 월수입이 얼마길래?" 마치 기안84가 상가건물을 산 게 매우 의외라는 뉘앙스다. 더 깊게 들어가면 웹툰 작가의 수입이 어느 정도기에 강남 건물을 구입할 수 있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내가 만약 기안84라면 화가 날 듯싶다. 그는 일급 만화작가이다. 정확한 재산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강남상가를 사들일 재력은 차고도 넘친다. 단지 그가 방송에서 보여주는 이미지가 왠지 어설프고 좀스러워 보여 가난한 예술가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번듯한 직장에 대한 환상도 기안84를 저평가하는데 기여했다. 이른바 사자 돌림 직장에 대한 선망이 기자들에게는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자신들은 좋은 대학을 나와 뼈 빠지게 일을 해도 한 달 살기 빠듯한데(그래도 상대적으로는 잘 벌겠지만) 대학 중퇴한 만화작가가 억대 수입을 올리고 30대 중반에 건물주가 됐으니 배가 아프겠지?
그러나 기안84가 놀고먹으면서 돈을 번건 아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정말 마지막이다 하고 도전을 한 작품이 대박이 나서 고수익자가 됐을 뿐이다. 게다가 마감전쟁을 치르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안다면 그런 제목을 감히 달지 못할 것이다.
기안84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창작자를 폄하하는 시선은 거두어야 마땅하다. 개인적으로는 학력과 경력으로 쌓아올린 소위 전문직의 대우는 지나치게 높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만한 노력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진입장벽을 치는 건 반칙이다. 제발 부탁이니 맨바닥에서 시작해 무한경쟁체제에서 독자들에게 인정받은 기안84에게 돌을 던지지는 말아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