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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현장은 구름 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6월
평점 :
대화로 모든 걸 설명하라
취미가 독서라고 하면 구식인 시대가 되었다. 지하철을 타면 종이책을 읽는 사람은 가뭄에 콩 나듯 보인다. 이해한다. 휴대폰만 켜만 볼거리가 잔뜩 있는데 누구 무거운 책을 비좁은 객차 안에서 읽을 엄두가 나겠는가?
그러나 책이 처음 대중화되었을 때는 그만한 오락거리가 없었다. 특히 열차승객에게는. 펭귄은 출발역에서 산 다음 내릴 때 버려도 아깝지 않은 문고판을 만들어 대박을 쳤다. 이들 책은 대부분 싸구려 책이라고 업신여김을 받았지만 두세 시간 즐길 거리를 제공했으니 그 값은 한 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특징은 술술 읽힌다는 거다. 어어 하며 페이지는 넘기다보면 어느새 종착지에 다다른다. 문제는 그렇게 잘 읽고 나서 군소리를 한다. 에이, 별 내용 없잖아. 뻔하다 뻔해. 과연 그럴까? 작가에게 그런 비난은 최대의 찬사다. 적어도 책을 읽을 동안 잡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는 증거니까.
주인공은 콤비. 여승무원이다. 한 명은 예쁘고 지적이지만 다른 한명은 반대다. 이들에게는 크고 작은 갖가지 사건들이 발생하는데.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오사카 탐정소년단>이 떠올랐다. 이른바 일상의 작은 일들을 해결하는 생활탐정의 출발을 알린 책이었다. 다른 점은 단지 직업이 교사에서 스튜어디스로 바뀌었을 뿐, 사건 전개는 흡사하다. 일단 일을 터트리고 순식간에 수습한 후 또 다른 먹을거리를 찾아 달려든다.
자, 그럼 이쯤에서 쉽게 읽히는 글의 비결을 알려드리겠다. 게이고가 이놈하고 달려들지 모르겠지만. 우선 단문위주다. 구체적으로 형용사를 극도로 배제하고 짧게 끊어 쓴다. 그렇게 되면 글에 속도감이 붙는다. 둘째, 겉치레 묘사를 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도 단도직입적으로 A코, B코라고 이름 지음 다음 구구한 설명은 생략한다. 키가 몇 센티미터고 체중이 얼마고 분위기가 어떤지 싹 다 거세한다. 셋째, 대화가 설명을 대하게 한다. 사실 이걸 잘하는 작가가 진짜배기다. 소설가는 어떤 형태든 관찰자 처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자꾸 설명을 하게 된다. 그러나 천재작가는 등장인물의 대화로 모든 걸 설명한다. 곧 마치 실제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듯 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고도의 테크닉을 구사할 줄 안다.